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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글/노동당 기관지

사실 확인도 반론도 없는, 노동조합 때리는 ‘반노동’ 오보

오보를 내고 싶어 하는 기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종종 별종들이 있다. 오보인 것이 빤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쪽의 일방적인 입장만 대변하면서 발생하는 오보다. 오보를 각오하면서까지 이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대변하는 이들이 힘이 세기 때문이다. 몇몇 언론들은 한국사회 최대의 권력, ‘삼성의 칼이 되어 오보를 휘두르곤 한다.

민영통신사 뉴스1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집회를 악의적으로 묘사해 결국 오보를 양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뉴스1은 지난 3월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12일 집회를 술판시위’ ‘쓰레기더미로 묘사했다. 하지만 이 기사를 쓴 기자는 현장에 있지도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뉴스1, ‘술판’ ‘쓰레기’ ‘행인 희롱노조 집회 난타

지난 328-29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서초구 삼성본관 앞에서 12일 집회를 가졌다. AS 노동자와 금속노조 간부 등 2000여명이 모인 상당한 규모의 집회였다.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지점 폐업 철회와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했다. 노조는 328일 저녁 10시까지 집회를 이어가다 삼성본관 앞에서 노숙을 했고, 329일 오전에 해산을 했다.

많은 언론들이 12일 집회에 동행하며 현장을 스케치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유독 뉴스1의 기사가 다른 기사들과 달랐다. 문제의 기사는 뉴스1의 최명용 산업부 기자(삼성출입)가 쓴 기사 <시위할 땐 술판 벌이고 불내도 괜찮다?>이다. 이 기사는 노조의 요구보다 12일 간의 농성이 얼마나 지저분했고 위험했는지 강조했다. 술판, 쓰레기, 지나가는 행인 희롱 등의 단어를 통해 집회를 설명했다.



뉴스1이 기사에서 지적한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쓰레기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쌓였다”,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들을 시위대는 멀뚱멀뚱 쳐다만 봤다. 시위하는 노동자와 쓰레기 치우는 노동자는 달랐다며 쓰레기를 모아놓은 사진과 모아놓은 쓰레기를 청소노동자들이 수거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기사에 실었다. 사진 밑에 밤샘 술판을 벌인 뒤 버린 쓰레기 더미들. 곳곳에 술병과 스티로폼 등이 방치돼 있다” “서초구청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이를 치우느라 새벽부터 땀을 흘렸다와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두 번째 문제점은 노조원들이 지나가는 행인을 희롱했다는 것이다. 뉴스1밤샘 시위에선 일탈행동도 곳곳에서 목격됐다시위현장을 지나가는 행인들을 희롱하거나 여성을 추행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지나가는 여성 행인들을 희롱하는 발언도 많았다라고 전했다.

현장에도 없던 기자기사 근거는 삼성이 준 사진?

필자는 이 기사를 보자마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확인취재를 했다. 이상한 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뉴스1 기사 안에는 쓰레기더미가 쌓여 있는 사진들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는 집회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치우기 좋게 모아둔 모습이었다. 보기 좋게 모아둔 것을 쓰레기더미가 이렇게 많이 쌓여있다는 식으로 악의적으로 보도한 것 아닌가하는 의심이 일었다. 뉴스1 사진을 자세히 보면 쓰레기들이 분리수거까지 되어 있고, 쓰레기봉투 안에 넣어져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에 문의하자 노조 측은 매우 분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조합원들에게 여기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깨끗이 하고 가자고 말했고, 담배꽁초 하나 없이 깨끗이 치웠다. 수거하기 쉽게 다 모아놓은 것인데 모아놓은 쓰레기 더미를 카메라 프레임에 가득 차도록 찍어 놨다

또 다른 이상한 점은 쓰레기더미가 쌓여 있는 사진의 앵글, 사진 각도였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구도의 사진이었다. 마치 삼성본관 건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사진이 찍혀서 의문이 들었다. 삼성이 아무나삼성 본관 건물로 들여보내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사진은?

기사를 쓴 최명용 기자와 통화를 했고, 의심은 사실로 드러났다. 최명용 기자는 필자와 통화에서 28일 저녁까지 집회현장에 있었지만, 29일 현장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본인은 쓰레기더미가 쌓여 있는 모습이나 미화 노동자들이 이를 치우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 기자는 쓰레기 사진이나 새벽에 청소하는 사진은 삼성 직원들이 찍은 사진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준 사진을 받아 삼성노조를 매도하는 기사를 쓴 것이다.



그렇다면 최 기자는 왜 모아둔 쓰레기를 쓰레기더미라고 판단한 것일까. 직접 보지도 않았으면서 말이다. 이에 대해 묻자 최 기자는 쓰레기통이 있는 자리에 버려져 있지 않고 길거리에 쓰레기가 있기에 쓰레기를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버린 것이라 판단했다고 답했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된다는 논리다. 우리가 월드컵 응원을 할 때도 쓰레기가 많이 나오면 쓰레기를 치우가 편하도록 한 곳에 모아둔다. 이걸 가지고 쓰레기를 마구 버렸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은 명백한 오보다.

지나가는 행인을 희롱했다는 내용은 사실일까. 기자는 행인 희롱의 경우 신체적 접촉을 했다는 것은 아니고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일로 와봐라고 농을 걸었다는 의미라며 직접 본 게 아니라 누구한테 들었다고 말을 했다. ‘누구한테 들었냐고 묻자 “‘주변분들한테 그런 사례가 있었다는 증언을 들었다면서 주변분들이 어떤 사람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주변분들은 노조원일까, 삼성직원일까, 경찰일까, 누구일까? 본인이 직접 보지도 않은 걸 가지고 희롱운운하는 기사를 써도 되는 걸까.

반복되는 악의적오보기자도 노동자다

문제는 이런 악의적 오보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전에 삼성전자서비스가 부산 해운대지점을 폐업시키려고 한 적이 있었다. 뉴스1은 페업이 강성노조 때문이라는 보도를 내보냈고 노조는 사실이 아니라며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공문까지 보냈다. 그 외에도 노조 장기파업에 협력사 줄줄이 폐업’ ‘노조의 황당 요구에 삼성 협력사 첫 폐업’ ‘삼성채용도 국민합의 거쳐야 하나’ ‘심상정의 삼성 때리기 우려된다등 주옥같은 기사들이 많다.

물론 노동조합이 신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하면 비판을 받아야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기사들이 노조 측에 기본적인 사실확인도 거치지 않고, 반론도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삼성노조는 기사가 이런 기사가 너무 많기 때문에 기사 하나하나에 대응하기보다 추후에 하나로 다 모아서 악의적인 보도나 왜곡보도들을 상대로 언론중재위 제소나 명예훼손 고발 등을 하려고 생각 중에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권리를 행사하는 것조차 마땅찮게 여기는 기자들이 많다. 그 기자가 노동조합에 속해 있건 속해 있지 않건 기자도 노동자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면 이런 악의적 오보는 못하지 않을까. 노동자들을 대변해주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상처는 주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