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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인문, 사회과학

탐욕에 가로막힌 4대강, 민주주의가 살릴 수 있다

탐욕에 가로막힌 4대강, 민주주의가 살릴 수 있다
[서평] 4대강 사업과 토건 마피아 / 이원영, 박창근 저 / 철수와영희 펴냄

요즘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사자방’이란 줄임말이 유행어다. 야당이 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를 주장하면서 등장한 말이다. 고구마줄기처럼 나오는 사자방 비리의혹에 사회적 비난도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나라경제가 어려운데 정쟁으로 삼아 안타깝다”며 “너무 신경 쓰지 마라, 문제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이 전 대통령 말대로 사자방 바리는 야당이 제기한 정쟁일 뿐이며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사안일까? 최근 출간된 <4대강 사업과 토건 마피아>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다. 



4대강 사업과 토건 마피아

저자
박창근, 이원영 지음
출판사
철수와영희 | 2014-11-17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4대강 사업의 비리와 토건 마피아의 실체를 밝힌다 -탐욕으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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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4대강 반대에 앞장서 온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와 운하반대교수모임 정책위원장을 지낸 이원영 수원대 교수다. 두 명의 4대강 반대론자들은 질의응답 형식으로 운하가 등장한 배경과 4대강 사업의 문제점, 토건 마피아, 나아가 민주주의의 문제까지 꼬집는다.

4대강 사업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 한반도 대운하를 공약으로 내건 것도 이명박이고 이를 4대강으로 변화시켜 추진한 인물도 이명박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4대강을 밀어붙인 이명박 곁에는 입을 벌린 채 떡고물을 기다리고 있던 토건 마피아들이 있었고, 4대강 정비사업이 필요하다고 나팔을 불어댄 언론도 있었다. 

토목 시장은 대부분이 공공 분야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사업을 기획하고 발주하면서 시장이 형성된다. 이에 따라 정치인들이 리베이트 받기 쉽고, 비리에 취약하다.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를 시작으로 공업단지 조성, 간척사업, 신도시 개발사업 등 수많은 사업이 있었다. 이원영 교수는 “그 과정에서 학계, 정부 관료, 토목사업자 간에 소위 ‘토목 마피아’ 관계가 형성됐다”고 말한다.

하천사업은 토목사업 계의 신성장 동력이다, 시골 구석구석까지 도로는 다 닦았고 아파트는 넘쳐난다. 대규모 토건사업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토목 마피아들은 새로운 활로를 찾았고, 그것이 하천사업이다. 국가 소유이기에 주민들에게 보상을 안 해줘도 된다는 점에서 금상첨화다. “고속도로에서 시작해 4대강까지 오게 된 것”이다.

토목 마피아를 양산하는 대표적인 제도가 턴키 방식의 입찰 제도다. 정부는 4대강을 비롯해 대규모 토목사업을 추진할 때 턴키 방식을 사용한다. 턴키란 사업자가 설계에서 시공까지 모두 책임지는 공사 방식이다. 모든 걸 한 업체에서 해결하고, 남는 몫도 커지니 경쟁이 치열하다. 이 과정에서 입찰 평가 때 뇌물을 받고 높은 점수를 주는 등의 각종 비리가 발생한다.

토건 마피아의 카르텔은 4대강 추진과정에서 힘을 발휘했다. 박창근 교수는 환경영향평가 등 법적 절차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짜깁기 계획서를 만들고, 위원회는 그냥 심의를 통과시킨다. 박 교수는 “권한이 큰 토목 분야 공무원들이 특히 위원회를 잘 활용한다”며 “교수들이 용역을 받겠다고 줄을 선다. 자기 제자뻘인 공무원 앞에서 교수들이 굽신거린다”고 말한다. “정부 사업에 대한 비판은 언감생심”이다.

이 카르텔 앞에서 학계는 맥을 못 춘다. 박창근 교수는 생태학자였다가 4대강 사업 전도사로 변신한 차윤정 전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 환경부 본부장을 예로 든다. 박 교수는 이런 교수들이 저쪽 편에 서서 승승장구하는데 반대 교수들에게는 정부의 고소장이 날아온다고 비판한다.

저자들은 4대강 사업의 또 다른 공신으로 조선일보를 꼽는다.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되던 2011년 9월 15일자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4대강 난리 난다던 사람들의 침묵’이다. 조선일보는 이후 감사원이 인정한 4대강 사업의 문제점, 녹조라떼와 이끼벌레에 대해서는 뭐라고 변명했을까? 이원영 교수는 “조선일보만이라도 꼭 찍어서 그간의 왜곡보도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발표하자”고 제안한다.

4대강 사업의 공신들은 또 있다. 4대강 사업 취소 소송을 기각한 재판부, 4대강 사업 옹호에 앞장선 언론인과 관료, 교수들이 그들이다. 1157명이 4대강 사업 관련해 훈장을 받았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은 물론 입찰비리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대우건설, 삼성중공업 등 대기업 건설사 직원, 4대강에 찬성한 종교게, 법조계 인사들이 훈장을 받았다.

이처럼 4대강 사업의 공신들은 한국사회 전역에 흩어져 있다. 이명박은 물러났지만 토건 마피아는 여전하고, 국책사업의 비민주성 역시 여전하다. 4대강과 함께 사자방으로 꼽히는 자원외교와 방산비리도 예외가 아니다. 정권 홍보에 주력하는 권력과 그 밑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관료들, 옹호 혹은 침묵으로 일관한 학계와 언론. 이들의 카르텔이 온갖 비리를 양산하고 있다.

답은 진부하지만 결국 민주주의다.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커져 이런 카르텔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임명된 권력과 선출된 권력 위에 존재하는 선출자, 국민만이 뒤집힌 것을 제 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다고 말한다. 탐욕으로 가로막힌 강을 다시 흐르게 하는 것, 만신창이가 된 국토를 다시 되돌리는 길은 우리 모두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