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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문학 외

너는 누구냐’를 강요받았던 시대

 


패왕별희 (1993)

Farewell My Concubine 
9.5
감독
첸 카이거
출연
장국영, 공리, 장풍의, 장문려, 게유
정보
로맨스/멜로, 시대극 | 중국 | 170 분 | 1993-12-24

과제 용으로 대충 씨부림.


영화 패왕별희의 핵심은 혼란의 시대, 개인의 흔들리는 정체성이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너는 누구냐’는 질문에 대답해야 했다. 문화대혁명의 시기, 중국 민중들은 ‘너는 자본주의자냐 공산주의자냐’라는 질문에 시달리고, 자신이 혁명과 당에 충성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했다. 꼭 문화대혁명 시기가 아니라도 당시 중국인들은 오랫동안 ‘너는 누구냐’는 질문에 시달려 왔다. 일제, 군벌정부, 국민당 정부, 공산당 정부 중 누구를 따라야할 지 모르는 혼란상을 오랫동안 겪어야 했다. 주인공 샬로는 공산주의자들도 까불면 싸우겠다는 말을 했다가 나중에 공산당에게 문초를 당한다.


이런 당시의 시대상은 주인공 데이의 ‘성 정체성’에서 드러난다. 그는 ‘나는 본래 계집아이로서 사내아이도 아닌데’라는 노래 가사를 ‘나는 본래 사내아이로서 계집아이도 아닌데’리며 계속 틀린다. 현실은 사내아이로서 본인을 자각하고 있는데, 그의 시대는 그에게 계집아이의 정체성의 강요한다.


그는 ‘거세’당함으로써 계집아이가 된다. 샬로가 그의 입에 담뱃재를 집어넣는 장면은 그의 거세 장면과 다를 것이 없다. 결국 데이는 현실의 자아를 포기하고. ‘우희’가 된다. 그것이 그가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샬로와 주변인들은 데이에게 경극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말하지만, 데이는 우희 역에 동화되어 현실과 경극을 구별하지 못함으로써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무대와 현실, 남녀의 구별이 되지 않는다.”


<M.butterfly>의 여주인공 송 링링 역시 마찬가지의 역항을 강요받았다. 그는 ‘본래 사내’이지만, 국가왇 당을 위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요받았다. 그렇게 강요해놓고, 당은 그가 퇴폐적인 짓을 하고 동성애를 했다고 나무란다. 현실과 연극을 구별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과 연극을 구별해서는 르네 갈리마르를 완전히 사로잡을 수 없었다. 결국 그 역시 현실과 연극을 완전히 구별하지 못한 채, 갈리마르에 대한 사랑을 드러낸다. 그는 시대의 요청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을 강요받았고. 그 결과 현실과 연기의 구별을 넘어서버렸다. <패왕별희>의 데이처럼 말이다.


그러나 시대는 이러한 자아 정체성 확립의 노력을 가만두지 않았다. 송 링링이 당으로부터 이제 그만 연극을 그만두고 현실로 돌아오라는 강요를 받았던 것처럼, 데이 역시 그런 강요를 받아야 했다. 문화대혁명은 그에게 경극을 그만두라고 강요한다. 현실과 연극을 구분할 줄 알았던 샬로는 쉽게 당의 명령을 따른다. 그러나 데이는 이를 거부한다. 그는 마지막까지 현실과 연극을 구분하지 않고 ‘우희’처럼 죽음을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