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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흔드는 성완종 리스트, 정동영·천정배는 악재

재보선 흔드는 성완종 리스트, 정동영·천정배는 악재

‘친박 권력형 비리게이트’, 보름 앞둔 4.29 재보선 변수로… ‘야당교체’ 보다 ‘정권심판’ 구도 강해질 것

친박 실세 정치인들의 이름이 포함된 ‘성완종 리스트’가 보름 앞으로 다가온 4.29 재보선의 변수로 떠올랐다. ‘지역일꾼’ ‘경제 살리기’ ‘야권 재편’에 무게가 실렸던 4.29 재보선이 ‘정권 심판’으로 다시 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공개된 ‘성완종 리스트’에는 박근혜 정부의 3대 비서실장은 물론 ‘친박’ 의원,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의 이름까지 담겨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10만 달러,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7억원, 유정복 인천시장 3억원,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2억원, 홍준표 경남도지사 1억원, 부산시장 2억원.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이완구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총리 등 현 정권 핵심인사들이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된 만큼 이번 선거가 정권심판론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2012년 대선 때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홍문종 의원에게 2억 원 정도를 현금으로 줬고, 이 돈이 대통령 선거에 쓰였다고 폭로하면서, 성완종 리스트는 박근혜 대통령 불법선거자금 수사로 확대될 수 있는 폭발성을 지니고 있다.

나아가 유정복 인천시장 이름이 거론됨에 따라 새누리당 강세로 분류된 인천 서구 강화을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10일 ‘친박권력형 비리게이트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13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질의에서도 관련 질의를 쏟아낼 예정이다.  

‘정권심판론’이 정면에 등장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야당에 좀 더 힘을 모아주셔야 검찰이 제대로 의지를 가지고 수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악을에 출마한 정태호 새정치연합 후보는 캠프 발대식에서 “부패 위에서 탄생한 정부를 선거를 통해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를 느낀 탓인지 새누리당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리스트가 공개된 10일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는 입장이었으나, 12일 김무성 대표가 직접 나서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당 지도부는 1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빨리 밝히는 것”(김무성 대표) “검찰수사로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거나 검찰수사가 국민의 의심을 사는 일이 발생한다면 특검으로 가는 것도 결코 피하지 않겠다”(유승민 원내대표)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검찰이 12일 특별수사팀을 꾸려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신속히 대응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대검찰청이 이레적으로 신속하게 고 성완종 회장 사건 수사를 위한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다”며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확대돼 특검까지 가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청와대, 새누리당, 검찰 공통의 이해를 분명히 선포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태곤 의제와전략 정치분석실장은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선거가 2-3달 남았다면 다른 반작용도 있을 수 있으나 이제 보름 남았다. 국면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29일 이전에 이 사건이 마무리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당에게 악재로, 야당에게 호재로 다가올 것”이리고 전망했다.

윤 실장은 또한 “전국적인 선거라면 보수층의 ‘역결집’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성남과 관악, 광주는 야권세가 강한 지역이라 오히려 투표율이 오르면서 야당이 유리한 흐름을 잡을 가능성이 더 크다”며 “시간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공간적인 차원에서도 역결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권심판’ 구도가 강해질 경우 새누리당은 물론 ‘야당 교체’를 내걸고 출마한 정동영‧천정배 후보도 불리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태곤 실장은 “이 사안이 없었더라도 선거 막판에는 여야 대결 프레임이 강해지는 성향이 있는데, 성완종 리스트가 터진 상황에서 재보선은 여야 대결 프레임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 실장은 “정의당이나 노동당 후보라면 차라리 성 전 회장이 참여정부와도 긴밀한 관계였다는 식으로 문제제기할 수도 있겠으나 천정배, 정동영 두 사람은 정권의 핵심에 있던 인물”이라며 “관악이나 광주에서 정권심판론이 강해지고, 제1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움직일 수 있는 폭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