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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글/노동당 기관지

오보로 보는 한국언론 : 민망했던 말 바꾸기, 종편의 5.18 왜곡보도

대형 오보는 종종 언론사의 존립 위기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보도 내용을 스스로 부정하는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20135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 보도한 TV조선과 채널A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보도 이후 후폭풍이 일자 자신들의 보도를 부정했다.

반론도 의심도 없는 TV조선채널A5.18 음모론 

5.18 광주민주화 운동 33주기를 앞둔 20135, 일간베스트저장소 등 극우사이트를 중심으로 5.18이 북한군 개입으로 일어난 폭동이라는 주장과 5.18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다. 문제는 극우사이트에서나 돌던 음모론이 전파를 타고 불특정다수 대중에게 쏟아졌다는 것이다.

2013513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5.18은 북한군이 개입해 일으킨 사건이라는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 탈북자 출신이자 전 북한 특수부대 장교 임천용은 이날 방송에서 “600명 규모의 북한 1개 대대가 (광주에) 침투했다”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북한 게릴라라고 주장했다. 임씨의 주장은 반론도 없이 1시간 내내 방송됐다.

515일 채널A에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했다.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은 당시 북한군으로 광주에 남파됐다는 탈북자 김명국(가명)의 인터뷰가 방송됐는데, 김씨는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1980521일 배를 타고 광주 인근 바닷가에 도착해 시민군 행세를 했으며 작전을 마치고 후퇴할 때는 남한 특전사를 공격하기도 했다” “광주폭동 때 참가했던 사람들 가운데 조장, 부조장들은 (북한으로 돌아가) 군단 사령관도 되고 그랬다고 말했다.




본인을 탈북자라고 소개한 이주성씨도 채널A 방송에서 남파 북한군이 교전 중 3명의 남한 특전사 대원을 사살했다” “남파 북한군이 경상남북도와 태백산맥을 거쳐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5.18 북한군 개입설은 1980년대 신군부가 처음 제기했다. 하지만 이미 학계에서도 몇몇 탈북자들의 주장에만 근거한 음모론에 불과하다고 결론이 난 사안이다. ‘광주사태민주화 항쟁으로 규정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음모론은 기각됐다.

조금만 의심하면 북한군 개입설은 허점투성이다. 1980년 당시 전두환 정권은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광주는 2만 명의 계엄군이 사방을 포위한 상태였다. 그런데 600명 규모의 북한군 1개 대대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광주에 잠입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말이다.

북한군이 철수 중 국군과 교전을 벌였다는 주장도 의심할 만하다. 간첩 한 명을 잡아도 대대적으로 선전하던 전두환 정권이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의심스럽다. 국군 내부 기록에도 이러한 내용이 없다.

채널ATV조선은 이처럼 조금만 의심하면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닌, 역사적으로도 이미 기각된 주장을 마치 새로운 팩트인 것 마냥 떠들어댔다. 반론도 받지 않은 일방적인 음모론이었다. TV조선 시사탱크의 진행자 장성민은 시민들이 빨갱이·폭도·간첩으로 매도된 데 대한 의구심을 해결한 결정적 증거와 단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북한의 특수게릴라들이 어디까지 광주민주화운동에 관련되어 있는지 그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심은커녕 진행자까지 음모론에 동조한 셈이다.

어이없는 TV조선의 ‘5.18 음모론전면 부정

파장은 컸다. 5.18 관련 단체들과 야당은 일제히 채널ATV조선을 비판했고 해당 방송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징계 대상으로 올라왔다. 5.18 단체들은 해당 방송과 출연자들을 고소했다.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었다. 채널A 공채 1기 기자들은 항의 성명까지 냈다.

채널ATV조선은 결국 자신들의 주장을 철회해야 했다. 방송 6일 만인 521일 채널A ‘탕탕평평의 진행자 김광현은 만약에 이 방송 내용으로 인해 마음을 다친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시청자 여러분이 있다면 사과 하겠다채널 A는 광주 민주화 운동의 본질은 존중하며 이런 자세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에라는 조건을 붙인 사과는 5.18 단체들의 더 큰 반발을 샀다.

TV조선은 522일 메인프로그램인 뉴스쇼 판에서 1시간 20분에 걸쳐 5.18 북한군 개입설을 전면 부정하는 내용을 내보냈다. ‘뉴스쇼 판은 북한군 개입설이 억지 주장이라며 근거 없는 루머 대신 역사의 진실만이 남겨져야 할 때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자아비판의 최고봉이었다.



이어 시사탱크진행자인 장성민이 방송에 등장해 “TV조선의 취재 결과, (천용)씨의 주장에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결론이 내려졌다광주 민주화 운동의 진실과 거리가 먼 임씨의 주장이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방영되어 관련단체 여러분께 마음의 상처를 드린데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TV조선은 또한 보수논객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을 취재했던 조갑제를 출연시켜 5.18 음모론을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조갑제씨는 “TV조선 기자가 작심을 하고 취재를 하니 하루 만에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는 게) 판가름이 났다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이, 이번에 TV조선도 그렇고, 광주사태에 대한 보도를 가장 정확하게 했다고 칭찬까지 했다. 보는 사람도 민망한 자기부정이었다.

이 두 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근거 없는 오보와 왜곡보도는 언론사에 치명타를 안겨줄 수 있다. TV조선은 진실 왜곡 루머악순환, 이제는 끊어야한다고 전했다. 본인들에게 되돌려주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