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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글/시사인 공갈뉴스

‘친노 용어가 뭐냐’고 물어보니…

6년째이지만 올해만큼 주목받은 추도식도 없었던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아들 노건호씨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정치, 좀 대국적으로 하라”며 돌직구를 날리자 보수 언론은 ‘배후설’ ‘총선 출마설’ ‘야권 분열’ 등을 총동원해 이슈로 삼았다(사진).

5월23일 TV조선의 <황금펀치> 출연자들은 하나같이 근거 없는 배후설을 떠들었다. “친노 핵심 세력들이 대리해서 쓴 것 아닌가” “회사원인데 단어나 문장을 쓰는 것이 굉장히 격하다. 친노들이 많이 쓰는 용어가 들어가 있다.”

진행자가 ‘친노 용어가 뭐냐’고 묻자 “‘오해하지 마십시오’ ‘사과도 반성도 필요 없다’가 친노가 많이 쓰는 단어다”라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았다. “노씨는 42세, 김무성은 65세다. 23년 차이 나는, 정치에 전혀 발도 안 디뎌본 사람이 당 대표에게 충고하는 것은 무례하다”라는 시정 잡담식 해석도 정치평론이라는 포장으로 여과 없이 방송을 탔다.

노건호씨가 총선에 출마하려고 한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친노는 노건호를 앞세워 출마를 권유하고 반드시 당선시킬 것”이라는 내용이다. 패널 발언을 넘어 TV조선에서는 아예 뉴스로 다뤘다. ‘주말뉴스’에서 “노건호씨가 본격적으로 정치 일선에 나서려는 것 아닌가.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것 아닌가”라는 내용의 보도를 한 것이다.

보수 언론은 주말을 지나 5월25일에도 배후설을 이어갔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비선’ 배후설을, <동아일보>는 “건호씨 입을 빌려 문 대표가 하고 싶은 말을 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전했다. 근거는 익명의 야당 관계자 증언이다.

시나리오가 있다는 듯이 보도한 많은 언론에 되돌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시나리오 쓰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