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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글/노동당 기관지

추측 반 소설 반, 오보가 태반인 북한 보도

오보로 보는 한국언론 : 추측 반 소설 반, 오보가 태반인 북한 보도

 대한민국 언론이 가장 많은 오보를 내는 영역은 단연 북한관련 보도다. 지난 13일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현안보고에서 인민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처형당했다고 밝혔다.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사총으로 처형당했다고 한다. 이유는 군 일꾼대회가 조는 모습을 보이는 등 불경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언론은 이러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받아썼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는 졸았다는 이유로 재판도 없이 측근까지 처형시킨 무자비한 놈이 됐다. 그러나 국정원 보고 다음날인 14일 현 부장의 모습이 조선중앙TV에 등장했다. 2013년 기록영화를 재방송하면서 현 부장이 김정은 제1비서를 수행하는 모습을 내보낸 것이다. 북한이 숙청된 인물은 모두 기록에서 지운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그러면서 오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김일성 사망부터 장성택까지, ‘로 도배된 북한 기사

한국 언론의 북한 관련 오보는 역사가 깊다. ‘김일성 사망오보가 대표 사례다. 19861116일 조선일보는 14단 기사에서 김일성이 북한군에 의해 암살당했다는 소문이 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이었으나 설은 김일성 피격 사망이라는 단정적인 보도로 바뀌었다. 조선일보는 주말의 동경 급전본지 세계적 특종이라는 자화자찬 보도까지 내보냈다.

물먹은언론들은 휴간일인 1117일 호외를 발행했다. “열차에서 총 맞았다” “폭탄에 당했다” “쿠데타등 미확인 정보들이 지면을 채웠다. 하루만에 언론은 민망해졌다. 김일성 주석이 다음날 평양공항에서 몽고 주석을 맞이하는 모습이 TV를 통해 방영됐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의 96213일자 성혜림 망명설도 대표적인 오보다. 김정일의 본처로 알려진 성혜림이 서방으로 망명을 했다는 것. 그러나 중앙일보가 성혜림이 러시아에서 북한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기부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중앙일보 보도가 맞다고 밝히면서 논란을 일단락됐다.

94215일 경향신문 1면 기사 <북한 이미 핵 실험>도 오보였다. “북한이 이미 핵 폭탄을 제조했으며 아프리카에서 실험까지 마쳤다는 러시아 안보전략연구소 고문 블라디미르 쿠마초프의 발언을 전한 일본 지지통신과 프랑스의 AFP통신을 인용한 보도였다.

그러나 당사자인 쿠마초프가 근거를 묻는 중앙일보 기자의 물음에 단지 러시아 언론과 일본 언론에 보도된 사실 등을 보고 개인적인 의견을 낸 것일 뿐이라고 발뺌하면서 결국 이 보도도 오보로 남게 됐다.

한국에서 북한 관련 정보를 가장 잘 많이 접한다는 연합뉴스도 몇 차례 오보를 냈다. 2011520일 연합뉴스는 <북 김정은, 투먼 통해 방중> 기사를 내보냈으나 김정은이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었다.

연합뉴스는 또한 201344<,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에 ‘10일까지 전원 철수통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으나 오보였다.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기업협회에 10일까지 통행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는데, 이것이 완전된 것이다. 청와대와 통일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자 연합뉴스는 <정부, “개성공단 전원철수 요구설은 와전”>이라는 속보를 내보냈다.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오보도 있다. 조선일보는 20121171면 기사에서 김정남(김정일의 첫째 아들)천안함 피격이 북한의 필요로 이뤄진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도쿄신문>의 고미요지 편집위원이 김정남과 교환한 이메일을 모아서 낸 책 <아버지 김정일과 나>가 출처였다.

그러나 고미요지 편집위원은 서울신문 등과 인터뷰에서 천안함 내용은 책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정정보도를 통해 책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고 인정하며 김정남 주변을 취재하다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당사자 확인도 없이 저지른 오보였다.


김정은을 둘러싼 보도에는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지난 20149월 김정은 제1비서가 40일 간 잠적하자 출처가 불분명한 평양 계엄령 선포설, 정신병설, 김여정의 대리통치설 등 지라시를 근거로 한 보도들이 쏟아졌다. 이미 사망한 조명록 전 군 총 정치국장이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설까지 돌았다. 장성택이 처형됐을 때도 온갖 추측 보도가 쏟아졌는데, 김정은 제1비서의 부인 리설주와 염문설 때문에 처형당했다는 근거 없는 루머까지 기사로 썼다.

남북관계에 도움 안 되는 오보, 국정원이 앞장서

이런 오보가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복수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로 일부 탈북자, 소식통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쓴다. 둘째, 오보를 저질러도 북한에서 전화를 걸어 항의를 하거나 소송을 하는 일이 없다. 셋째, 자극적인 보도로 페이지뷰를 올리려고 인터넷뉴스 속보팀들이 마구잡이로 받아쓴다. 문제는 이런 오보들이 남북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은 언론사 이름까지 거명하며 비판 논평을 낼 때가 많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오보를 바로잡아야 줘야할 국가정보원이 오보를 양산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지난 429일 국회에서 김정은 제1비서가 러시아 전승절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지만 하루 만에 북한이 불참을 통보했다. 언론에 북한 관련 소식을 흘리거나 확인 되지 않은 첩보를 발표하는 때도 많다. 특종경쟁에 시달리는 것도 아닌데, 국정원은 왜 이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