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5.06.27 10:39

실천문학 118호에 실린 글입니다.

-------------------------------------------------

세월호의 진실은 1년이나 세월호와 함께 바다 속에 잠겨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년은 진실을 규명하고 다른 대한민국을 만든 시간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력이 이어진 시간, ‘잊지 말자는 사람들과 지겹다는 사람들이 대립한 시간,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절규가 이어진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미디어가 있다. 미디어는 사고초기 정부의 책임을 감추고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이제는 지겹다’ ‘그만하자고 외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아 미디어의 세월호 담론을 정리해봤다.

  오보에 정부 발표 받아쓰기. 처음부터 하락한 신뢰

세월호 참사 보도는 오보로 시작했다. ‘전원 구조오보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16일 오전 11시부터 언론이 학생 338명 전원 구조오보를 쏟아냈다. 이후 2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탑승객 477명 중 368명을 구조했다고 밝혔고 언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썼지만 이것도 오보였다. 이후 수차례 탑승자와 구조자 수는 뒤바뀌었고 언론은 그 때마다 다시 보도를 뒤집었다. 최종적으로 세월호는 476명이 탑승해 172명이 구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오보는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서 최악의 오보였다. 당일 가장 빨리 진도에 도착한 목포MBC 기자가 현장에서 취재를 한 뒤 전원구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보고했으나 MBC보도국 전국부(서울본부)는 이를 묵살했다고 한다. 현장기자의 말 대신 정체모를 발표를 더 믿은 탓에 발생한 오보 참사였다.

속보경쟁에 더해, 포털 사이트에는 클릭 수를 노린 자극적인 기사가 쏟아졌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없는 선정적인 제목들의 기사. <타이타닉·포세이돈 등 선박사고 다룬 영화는?> <[진도 여객선 침몰] SKT, 긴급 구호품 제공·임시 기지국 증설 잘생겼다~잘 생겼다”> 등등. 오죽하면 네이버가 언론사에 메일을 보내 자극적인 편집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이처럼 참사 초기부터 미디어는 경쟁에 매달렸고 이로 인해 미디어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쳤다. 누리꾼들은 잘못된 기사들을 퍼 나르며 기레기(기자+쓰레기)’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기레기는 일상용어가 됐다.

 

수색 이후에도 이어진 받아쓰기, 다이빙벨 공방까지

정부의 수색이 시작된 상황에서 정부 발표 받아쓰기는 이어졌다. 연합뉴스는 424사상 최대 규모 수색 총력이라는 기사를 내보냈고, KBS 등 다른 언론도 비슷한 보도를 했다. TV만 지켜보는 이들은 정부가 500여명이 넘는 잠수부를 투입하고, 수십 대의 헬기와 잠수함을 투입한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은 그것과 달랐다.

500여명의 잠수부는 투입된 인원이 아니라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이었다. 현장에서 실제 구조는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했고, 몇몇의 잠수부가 들어갔다 나오는 정도였다. 실종자 가족들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TV만 켜면 사상 최대의 구조작전이라며 떠들썩한데 현장은 조용했으니 말이다. KBS 아침방송에서 한 앵커가 정부의 구조작전에 대해 전하자, 한 실종자가족이 생방송 중에 이 앵커를 향해 쌍욕을 했고 이 욕설이 그대로 방송을 타는 해프닝도 있었다.

YTN417일 공기주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이 방송에 나와 에어포켓존재에 대해 전하고 있던 상황이라, 실종자 가족들은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가 산소공급장치는 아직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KBS18일 오후 구조당국이 선체에서 엉켜있는 시신을 다수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해경은 즉각 시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오보는 왜 발생했을까. 현장 자체가 엉망진창이었다. 재난컨트롤타워는 없었다. 중대본와 해경, 해수부가 따로 놀았다. 그러다보니 어떤 언론은 해경의 누구한테 들어서 보도하는데 해수부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또 어떤 언론은 중대본에 확인해서 보도했는데 해경이 부인했다.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만큼 언론보도도 엉망이었다.

다이빙벨도 논란이 됐다. 조류나 유속과 관계없이 20시간 이상 연속 잠수 작업이 가능하다고 알려졌던 다이빙벨’. 어떤 이들은 다이빙벨을 투입해야한다고 외치고, 또 어떤 이들은 성능이 확인되지 않은 장비라며 반대했다. 결국 다이빙벨은 구조에 실패했고, 언론은 투입을 주장한 민간업체 대표를 사기꾼으로 몰아붙였고, 그 과정에서 정부의 구조 실패와 무능은 감춰졌다. 이 과정에서 마치 투입을 주장한 이들은 진보, 반대하는 이들은 보수가 되어버렸다.

1년이 지금 세월호 참사는 진보-보수 간의 정쟁으로 전락했다. 그 최초의 조짐은 다이빙벨 보도에서 등장했다.

 

유병언 괴물 만들기, 세월호를 희화화하다

미디어가 세월호 관련 소식을 전하며 가장 집중한 것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세월호를 운영한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일가와 구원파였다. 421일 검찰이 유병언 수사에 착수하면서 미디어는 세월호 참사가 아니라 유병언과 구원파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았다. 그 과정에서 TV조선, 채널A를 중심으로 온갖 신변잡기식 보도가 쏟아졌다.

유병언이 라면을 좋아했느니, 유병언의 아들 유대균이 소심한 목소리로 치킨을 주문했느니 하는 뉴스가치가 없는 사안들도 단독’ ‘특종이라는 이름을 달고 쏟아졌다. YTN에서는 태권도잡지 전문가를 데려다놓고 태권도 유단자인 유대균의 호위무사박수경이 왜 경찰에 저항을 하지 않았는지를 토론했다. 유병언이 시신으로 발견되자 TV조선은 유병언의 속옷 브랜드까지 알려줬다.

세월호가 아니라 유병언이 뉴스의 중심에 오르면서 해경의 무능한 구조, 정부의 미흡한 대처, 그리고 사고의 진짜 원인은 사라졌다. 세월호 참사라는 비극은 헛웃음 나오는 희극으로 변했다. 단독과 특종이라는 이름이 갖던 가치는 사라졌다.

기레기와 다른 진짜 기자들의 탄생

소위 기레기들이 본질을 흐리는 동안, 대안언론에 대한 열망도 들끓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미디어 수용자들의 미디어에 대한 프레임은 기레기’ VS ‘진짜 기자로 짜여졌다. 손석희의 JTBC 뉴스는 실종자 가족 및 유가족, 그리고 다른 언론을 갈망하던 이들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팽목항에서 뉴스를 진행했던 손석희 앵커와 팽목항에 상주하며 나날이 피골이 상접해가는 모습을 보여준 서복현과 김관 기자는 JTBC를 세월호 참사 때 가장 빛났던 미디어로 만들었다. JTBC 메인뉴스 시청률은 5% 대까지 치솟으며 MBC 메인뉴스를 위협했다. 유가족들은 죽은 자식들이 찍은 휴대폰 영상을 JTBC에 건넸다.

그 외에도 무능한 구조 현장을 카메라에 그대로 담은 뉴스타파,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와 정부의 대처를 편집없이 생중계한 팩트TV, 연합뉴스 기자에게 X라고 소리친 이상호 기자 의 고발뉴스 등이 많은 신뢰를 얻었다.

 

색깔론에 세금낭비까지, 미디어의 세월호 유가족 왜곡

세월호특별법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싸움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디어는 이 과정에서 지겹게도 가족들을 괴롭혔고,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요구를 여야간 정쟁으로 만들었다.

유민아빠김영오씨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6일 간 광화문에서 단식을 했다. 그는 세월호특별법의 상징이 됐다. 그러자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자식을 잃은 아버지에게 아빠의 자격을 묻기 시작했다. 그가 이혼한 상태로 양육비도 주지 않다가 돈 받으려고 쇼한다는 식의 보도. 미디어는 유민양의 동생과 외가에까지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댔다. 그의 취미가 국궁이라는 점을 이유로 국궁할 돈은 없으면서 양육비 보낼 돈은 없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그가 금속노조 조합원이라는 점을 이유로 시비를 걸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김영오, 농성장서 가까운 강북삼성병원 대신 시립동부병원으로 간 이유는><김영오 주치의(서울동부병원 이보라 과장)는 전 통합진보당 대의원>라는 기사에서 김씨의 주치의의 정당 활동을 근거로 색깔론을 제기했다.

우여곡절을 거쳐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왜곡은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42일 보수언론은 정부가 내놓은 304명에 대한 배상금 발표를 그대로 받아썼다.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는 1면 제목에 단원고 학생들이 1인당 82000만 원을 보상금으로 받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천안함 희생자보다 보상금이 더 많다는 점까지 부각시켰다. 8억에 국민성금과 청해진해운이 지급하는 돈, 보험금이 포함되는 것이지 국민세금이 없다는 점은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다른 사건사고보다 보상금이 적다는 점도, 더 나아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돈이 아닌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보수언론의 돈 놀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를 인양할 의사를 밝히자, 세월호 인양에 최대 2000억 원이 국민세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보도들이 쏟아졌다.

조선일보는 세월호 수습에는 총 60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 수 있다. 이 돈은 대부분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고 했고, 중앙일보도 무엇보다 막대한 인양 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언론에는 배상 및 보상 문제로 사건을 덮으려 하지 말고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삭발식 관련 기사는 찾을 수 없었다.

세월호와 함께 진실을 인양하라!

세월호 참사 1, 밝혀진 것도 달라진 것도 아무것도 없다. 안전사고는 여전히 곳곳에서 터지고, 대통령이 적폐라고 언급했던 관피아도 여전하다. 어렵게 출범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활동시한은 내년 9월까지인데 그 전에 세월호 선체를 인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러한 책임의 많은 부분이 바로 사고초기 속보경쟁과 자극적인 보도경쟁을 펼친 미디어에 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정부의 책임을 규명하는 대신 유병언과 구원파에 눈을 돌리게 만든 언론에 있다. 유가족의 요구대신 아빠의 자격세금낭비운운한 이들에게 있다. 세월호 인양이 결정된 현재, 이제 언론이 나서서 진실을 인양할 때다.

언론은 세월호 참사를 자성하며 재난보도준칙을 만들었다. 참사 현장에서 우왕좌왕하며 유가족을 향해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대던 기자들을 재교육시키겠다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해결책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재난보도준칙도, 인권보도준칙도 원래 존재했다. 언론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경쟁이 우선인 현장에서 이런 준칙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문제는 전문성 없고 권위주의적이며 현장 이해도가 낮은 언론사의 지배권력, ‘데스크가 현장 기자들을 좌지우지하며 취재를 지시한다는 데 있다. 이들은 포탈 중심의 뉴스소비에 길들여져 조회 수에 목말라 있고, 기자들에게 검색어 장사를 시켰다. 현장 기자들이 전원구조가 아니라고 보고했는데도 이를 묵살했다.

결국 현장 기자들의 목소리가 데스크보다 더 커지지 않는 한 이 문제는 반복된다. 지상파 방송이라도 앞장서 데스크급 협의체를 만들던, 데스크가 바뀌어야한다. 스스로 바뀌지 못한다면 기자들이 강제로 바뀌게 만들어야한다. 언론이 현장에 가까울수록 답이 보인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저작자 표시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