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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글/시사인 공갈뉴스

언론이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야지

지난 8월8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사진) 인터넷 카페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쓴 글이다. 지난 7월23일 발표한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의 보상권고안을 거부한다는 내용이었다.

8월8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70개가 넘는 기사가 나왔다. 반올림이 분열됐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파이낸셜 뉴스>는 8월11일 기자수첩에서 “반올림 내부에서도 혼란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라고 전했다. <노컷뉴스>는 8월10일 기자수첩에서 “반올림은 완전히 분열됐다. 반올림이 대표성과 정당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라며 반올림이 ‘반(半)올림’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글을 작성한 황상기씨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황씨는 글에서 ‘보상권고안에 반대한다’고 했지 조정권고안 전체에 반대한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론은 황씨가 조정권고안 전체에 반대하는 것처럼 묘사했다.

황씨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보상액이 현실에 맞지 않아 답답해서 글을 올렸는데 기자들은 글자도 제대로 못 읽나. 내가 반올림을 만들었는데 어떻게 분열시키나.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라고 밝혔다. 황씨는 또한 “전화 온 언론사는 <한겨레>와 <경향신문> 정도였다. 다른 언론사는 전화 한 통 없이 반올림을 분열시키는 기사를 썼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혈병 피해자들을 대표해 삼성과 교섭 중인 반올림, 그 반올림이 분열됐고 피해자들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쓰면 누가 좋아할까. 당사자 확인도 거치지 않은 기사들은 언론이 사회적 약자가 아닌 삼성을 대변한다는 인상을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