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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단상

훈계가 아니라 두려움이다.

나는 감정이 덤덤한 편이다. 지나가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를 만나도 별로 놀랍지않고 대학에 붙거나 취직하거나 시험을 잘보거나 하는 아주기쁜 일이 있어도 크게 기뻐하지않는다. 안좋은일이 있어도 별로 슬퍼하지않고 욕은 많이하지만 실제 사람한테 화를 별로 내지않는다. 참는게 아니라 그냥 그렇다. 누군가는 쿨하다고 하기도하고 무뚝뚝하다고 하기도하는데 그냥 덤덤하다는 게 맞다.

그래서 나에게는 공감의 언어가 많지 않다. 많이노력하고있지만 누군가의 희노애락에 공감해야할 순간에 사용하는 단어와 몸짓은 매우 제한돼있다. 그래서 깊은 이야기를 할수록 내 제한된 언어는 뽀록난다. 어떤 친구가 "친한데 별로 친한 느낌이 안 든다"고 말한 적 있는데 정확한 표현이다. 그럼에도 난 모임에는 꼬박꼬박 나간다.

나에게 가장낯서고 이해하기어려운 풍경은 커피숍에 모인 서너명의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서로의 상사나 선후배 동기의 비정상성을 폭로하며 같이 욕하는 모습이다.

난항상 내 공감의 언어가 빈곤함에 두려움을 느낀다. 나는귀찮은 것이 아닌데 남한테 귀찮은표정으로 보이지않을까. 그래서 난 대신 다른 공감의표현을 찾는다. "아이고 그런일이 있었구나" 대신 "그래? 이럴 땐 이렇게 하는게 어때?" "이러면 되지않아?" 라고 말한다. 이런걸 잘난척 훈계로 아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이는 내가 공감표현이 많지않다는 점이 들키지않으려는 살 떨리는 발버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