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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대중만이 미디어에 속지 않는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23939

"질문하는 대중만이 미디어에 속지 않는다"

[리뷰] 조윤호 기자의 <나쁜 뉴스의 나라>

대한민국호는 침몰 중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대통령의 안하무인, 검경 등 사정기관의 권력 눈치보기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다. 언론 역시 대한민국을 침몰시킨 주범이라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란 신조어가 나돌 만큼 언론의 신뢰는 끝모르게 추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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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표지 우리는 왜 뉴스를 믿지 못하게 되었나 <나쁜 뉴스의 나라>
ⓒ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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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럼에도 지금 언론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정부나 여당, 재벌기업에 불리한 보도는 물타기 하거나 아예 틀어 막는다. 지난 4월 불거진 어버이연합과 청와대, 전경련의 유착 의혹은 <시사저널>과 JTBC뉴스룸을 제외한 주요 신문-방송사에서 외면 당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는 여야간 설전이나 혹은 유가족에게 지급할 보상금 소식을 다루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기레기란 비판을 안 들을라야 안 들을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간단히 욕 한 마디 한다고 해서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언론이 생산해 낸 정보들을 제대로 선별하는 안목과 왜곡 보도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태도가 급선무다. 즉, 독자가 똑똑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똑똑한 독자가 될 수 있을까?

미디어 비평지인 <미디어 오늘>의 조윤호 기자가 쓴 <나쁜 뉴스의 나라>는 똑똑한 독자가 되도록 안내하는 훌륭한 지침서다. 문장은 간결하면서 강렬하다. 그 문장 속엔 저자가 취재 현장에서 보고 느낀 언론 생태계의 민낯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런 이유로 언론에 문외한인 독자가 읽어도 이해하기 쉽다.

지금은 하루에도 수천, 심지어 수만 건 뉴스가 쏟아지는 시절이다. 그런데 이중에서 한번쯤 정독할 필요가 있는 뉴스는 몇 건이나 있을까? 때론 사실을 누락하거나, 심지어 왜곡하는 기사가 나오기도 하는데 언론사가 왜 이런 일을 버젓이 저지를까?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뒤범벅이 된 상황에서 어떻게 좋은 뉴스를 골라 읽을 수 있을까? 자신하건대, 이 책을 정독하면 이 같은 궁금증은 시원하게 해소될 것이다.

JTBC뉴스룸 성공의 열쇠는 '진보 상업주의'

우 선 흥미로운 대목을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JTBC뉴스룸의 약진에 관한 분석이다. 조선-중아-동아 등 주류 보수 언론이 정권의 특혜에 힘입어 TV로 진출하자 언론 생태계가 오염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그러나 JTBC뉴스룸만은 예외다.

JTBC뉴스룸은 지난해 9월 시사주간지 <시사iN>이 매년 발표하는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뉴스 프로그램 신뢰도 부문 단독 1위를 차지했다. 민주노총이나 세월호 집회 현장을 가도 채널A나 TV조선은 문전박대 당하지만 JTBC 카메라는 대환영이다. JTBC뉴스룸의 약진의 이유를 저자는 '진보 상업주의'란 열쇳말로 설명한다.

" 지상파 방송 3사, 특히 KBS와 MBC는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배 구조 탓에 정권과 발을 맞출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방송 3사와 종편 4사가 모두 보수 성향의 메시지를 던져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됐다. 그러나 2012년 대선 투표 결과에서 볼 수 있었듯 우리나라 범보수와 범진보의 비율은 51대 49다. 즉, 뉴스 소비자의 49%는 진보 성향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7개의 방송사는 불과 국민의 반, 51%의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나머지 49%는 무주공산이 될 상황이었다. 이 무주공산을 점유하면 시장 경쟁력을 급격히 높일 수 있었다. 진보 색채를 강화하면서 나머지 6~7개 방송사와 다른 색깔을 보여주면 영향력도 확대하고 돈도 벌 수 있다. JTBC가 선택한 길이 바로 이 '진보 상업주의'다." - 본문 225~226쪽


의제설정과 프레임에 주목하라

자,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수천, 수만의 뉴스 가운데 어떻게 하면 좋은 뉴스를 가려낼 수 있을까? 사실 좋은 뉴스를 알아보는 안목만 기르면, 언론의 사실왜곡이나 물타기 수법은 간파하기 쉽다. 그래서 안목이 중요하다.

저 자는 먼저 '의제설정'과 '프레임'에 주목하라고 당부한다. 의제설정이란 말 그대로 언론이 '띄우고' 싶은 의제를 정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프레임은 "언론과 미디어가 강조하고 싶은 의제나 정보를 '잘 전달하기 위해 이들을 재구성하고 특정한 방식으로 뉴스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틀"을 뜻한다.

언론이나 미디어의 이념지향을 떠나 같은 의제를 설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프레임에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저자는 '청년'이란 의제로 진보와 보수가 어떤 식으로 프레임을 달리하는지 설명한다.

" 언론과 미디어는 청년을 다루면서 '불쌍한 청년', 혹은 '위대한 청년'이라는 극단적인 대립항을 만들었다. 진보 언론에서는 주로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는 노동문제의 틀과 88만원 세대를 결합해 착취 당하는 청년들의 일상을 폭로했다. '열정 페이'도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반면에 보수 언론은 주로 성공한 젊은 CEO의 사례를 다루며 G20세대, 실크세대의 면모에 집중했다. - 본문 131쪽


한국 언론이 즐겨 휘두르는 무기가 바로 '빨갱이 프레임'이다. 사실 빨갱이 프레임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통합진보당 해산,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목숨을 건 단식,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 민감한 쟁점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 마다 언론, 특히 보수 언론은 '너 빨갱이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너 빨갱이지?'라는 다소 고전적인 수법이 지금까지 통하는 이유는 이 질문에 한번 걸리면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마냥 당하고 있을 수는 없다. '너 빨갱이지?'란 질문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질문하는 위치에 서는 것이다. 2002년 대선 당시 언론과 한나라당은 노무현 후보 장인의 좌익 빨치산 활동 경력을 문제 삼았다. 이때 노 후보는 이렇게 맞받아쳤다.

"장인이 좌익활동하다 돌아가셨다. 그 사실을 알고도 결혼했고, 아들딸 키우면서 잘 살고 있다. 대체 뭐가 잘못됐다는 건가. 이런 아내를 버려야 하나?"


노 후보는 '장인이 좌익이라던데 너도 좌익 아냐?'라는 질문에 '그럼 아내를 버려야 하나?'는 질문으로 맞대응한 것이다. 저자는 노 후보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독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 뉴스 소비자 역시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미디어는 뉴스 소비자들에게 계속 질문을 던진다. '이 사람 전교조랑 친한데 빨갱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미디어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반문하다. '이 사람이 전교조랑 친한 거랑 이 사건이 무슨 상관인데?' 질문하는 대중만이 미디어에 속지 않는다." - 본문 204쪽


지금 이 순간에도 언론과 미디어는 대중들을 속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대중들을 속이기에는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이런 속임수에 맞서려면 끊임 없이 질문하자.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