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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훅과 한 인터뷰

청년논객, 청년사회주의자 등의 용어가 좀 돋긴하지만 ㅋㅋㅋ 기자님이 잘 정리해주셨다 ㅎㅎ

http://hook.hani.co.kr/archives/17978

“경제적 자립 못하니 학생들이 안 나서는 거죠”

훅 필진열전 ➈ 청년 사회주의자 조윤호


<훅>을 운영하다보니 항상 수많은 필자들을 접하게 된다. 필자들의 개성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크게 나눠보면 세 종류의 필자들이 있다. 첫 번째, ‘명불허전’과다. 속칭 이름값을 하는 필자들이다. 이런 필자들은 ‘성실함’과 ‘글발’ 모두를 가지고 있다. 마감시간도 잘 지키고 글은 고칠 필요도 없이 깔끔하다. 두 번째, ‘속빈 강정’과다. 외부에 알려진 이름만큼 보내온 글의 수준이 못 미치는 경우다. 대부분 마감도 늦는다. 오타·비문도 많다. 사진 같은 시각 물을 잘 챙겨주지도 않는다. 당연히 편집에 애를 먹는다. 글 보내놓고 ‘알아서 해주십쇼.’라며 연락 두절 하는 경우도 있다. 세 번째는 ‘혜성’과다. 미디어를 통해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재야의 고수’들이 불쑥 튀어나오는 경우다. 이런 필자들을 발굴하는 것도 기자들의 임무 가운데 하나다.

‘필진열전’이 만난 청년논객 조윤호는 ‘혜성’처럼 등장한 필자다. 그는 <한겨레> 독자투고 ‘왜냐면’에 보내온 ‘타진요, 단지 이것은 게임에 불과했다.’(http://hook.hani.co.kr/archives/14661)란 글로 단번에 <훅>필진으로 발탁됐다.

처음 필진 섭외를 위해 전화를 했을 때 최소한 대학원생 이상으로 생각하던 기자의 예상은 무너졌다. 겨우(?) 대학 2학년이었다. <훅>필진이 되자 조윤호는 ‘잘 할 수 있을까?’란 우려를 조롱하듯 폭포수처럼 글을 쏟아냈다. 두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11개의 글을 올렸다. 뭐가 그렇게 할 말이 많았을까. 직접 만나 들어보기로 했다.

박노자의 책이 인생 전환점 만들어

-보통 조윤호씨 같은 사람들을 보면 학창시절부터 ‘싹수’가 보이더군요. 어땠습니까.
“고등학교에 토론반이 처음 생겼습니다. 거기서 활동을 했었어요. 토론반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글도 많이 쓰게 됐습니다. 청소년 웹진이었던 ‘바이러스’에 글도 자주 올렸었는데, 한번은 학생 두발 자유화에 관한 글을 올렸더니 토론회 참석하라고 연락이 왔어요. 토론회에 참석하고 그 인연으로 ‘바이러스’ 학생기자가 됐습니다. 학생들의 모임인 ‘청년 공동체 희망’이란 곳에서 활동하기도 했어요.”

-원래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까.
“아니요. 저는 제 가족, 학교, 한국 이런 굴레를 벗어난 적이 없었어요. 2002년도엔 월드컵 거리 응원하면서 광분하던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월드컵이 끝난 뒤 우연하게 읽은 박노자 선생님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이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처음 읽는 사회과학 책이어서 명사 하나하나가 무슨 소린지 모르겠더라고요. 사전을 옆에 끼고 읽었습니다.”

-그 책을 읽고 뭐가 달라졌나요.
“월드컵 때 광분했던 게 가라앉더라고요. 충격이었습니다. 전까지는 제가 속해있는 집단과 거리두기를 못했던 거 같아요. 한 발 물러서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2002년 때 효순이·미선이 사건이 있었음에도 월드컵 광풍에 휩쓸렸던 제가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책을 읽은 뒤 거리로 많이 나갔던 거 같아요. 고1 되던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정국 때 제 손으로 피켓을 만들어 거리에 나간 기억이 납니다.”

-피켓에 뭐라고 썼나요.
“‘전두환은 무서워서 탄핵 안했냐?’라고 썼죠. 사실 더 탄핵감이잖습니까.”

-부모님이나 학교에서 뭐라고 하지 않았나요.
“다행히도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전교조 출신이셨어요. 나중에 기회 되면 같이 나가자며 독려도 해주셨죠. 부모님은…물론 싫어하십니다. 지금도 설득 중이세요.”

-그 뒤로 어떤 책을 많이 봤습니까.
“제가 대학에 대한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었어요. 입학하면 전부 사회과학 책을 읽고 토론하는 줄 알았죠. 고등학교 때 입시공부를 하면서 ‘이게 무슨 짓인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때 인문학 책을 많이 보기 시작했어요. 이진경, 에리히 프롬, 제레미 리프킨, 유시민 등.”

한국 좌파들, 북한세습체제 비판해야

-뜻대로 대학에 와서 사회과학 책 읽고 토론도 많이 하고 있습니까.
=“국제관계학회, 정치사상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적성에 맞는 거 같아요.”

-‘타진요’글을 <한겨레>에 보내 필진으로 발탁된 경우입니다. 그 전에도 쭉 글을 보냈었나요.
“아니요. 제가 시중에 나오는 거의 모든 신문을 다 읽는 편입니다. 그래서 각 신문사가 좋아할 만한 논조를 대충은 알고 있죠. 사실 ‘타진요’글은 조선일보에서 더 좋아할 거 같았어요. ‘용서해주지 마라. 처벌해라’ 이런 논조였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조선일보에 보냈다가 이용당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한겨레>에 보냈습니다.”

-트위터(@jobonzwa)를 보니 프로필사진이 마르크스더군요. 본인을 사회주의자라고 칭하던데.
“‘다함께’라는 모임에 잠시 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금방 나왔어요. 너무 한 쪽으로 경도돼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때 처음 마르크스를 읽긴 했습니다. 대부분 대학생 친구들을 보면 ‘진보적’이죠. 하지만 제가 그들과 다르게 ‘사회주의자’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국가권력이 개입해 ‘재분배’를 통해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거도 그랬고, 사회의 권력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봅니다.”

-북한의 권력 세습은 어떻게 봅니까.
“김정일, 김정은으로 세습되는 지금의 체제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북한 체제는 한국서 사회주의가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하게 망쳐놓은 장본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정당선 아직도 북한의 세습체제에 함구하고 있습니다.
“한국 좌파들의 큰 문제점이 바로 그 점입니다. 박정희를 비판할 수 있다면 북한의 체제에 대해서도 당연히 비판하는 게 옳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북한을 가장 비난하는 쪽은 박정희를 찬양하고 있는 한국의 우파 세력입니다. 하지만 박정희체제와 김정일체제가 많이 다를까요? 공통점이 많습니다. ‘배불리 먹기 위해’ 현 체제가 불가피하다는 거죠. 일부 함구하고 있는 좌파들은 북한의 내부사정을 내세웁니다. 우파세력들이 박정희를 찬양하는 논리와 같습니다. 이 상태로 통일이 된다면 북한 민중은 전부 한국 우파들의 논리에 사로잡힐 겁니다. 굶주린 사람들은 배부른 구호에 약한 법 아닙니까. 좌파의 입장으로서 그것이 가장 무섭습니다. 북한을 비판할 건 더 비판해야합니다. 북핵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좌파들이 핵문제에 더 입을 닫고 있으니…”

-청년 좌파로서 현재 한국 진보 운동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뭐라고 봅니까.
“한번은 이런 얘길 들었습니다. 한 노동운동 단체에서 대학교수에게 마르크스주의 관련한 교육을 부탁했는데, 강의료가 적다고 거절을 했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현장 운동가들은 지식인들에 대한 불신이 심합니다. 머리와 몸통의 단절이 너무 심하다고 할까요. 학자들도 노조나 정당에 의무적으로 활동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쉽고 정보 많이 줄 수 있는 글 쓰고싶어

-이제 글 쓰는 얘길 해보죠. 독자들을 위해 본인의 글쓰기 노하우를 말씀해주신다면.
“일주일에 2~3개 정도 글을 씁니다. 시사적인 것 하나, 공부에 관련된 것 하나, 그리고 가볍게 쓰는 것 하나. 글쓰기 주제가 떠오르면 일단 자료를 찾습니다. 자료를 찾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이 튀어나오죠. 이런 파편들을 논리적으로 연결시킵니다. 자료를 많이 찾아보는 편입니다. 쓴 글들을 보시면 알겠지만, 사건의 경우 일단 기사를 전부 다 찾아봅니다. 또 책을 읽다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회 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을 정리해 둡니다. 이른바 이론이 뒷받침 되게 쓸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무슨 책을 읽습니까.
“20대 저자들의 책을 많이 읽습니다. 한윤형, 김민하 등. 특히 한윤형씨는 사고의 체계가 독창적이어서 좋아합니다. 조반니 아리기의 ‘장기20세기’도 함께 읽고 있습니다.”

-어떤 글을 쓰고 싶나요.
“박노자 선생님 같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쉽고 재밌고, 정보도 많이 줄 수 있는 글요. 선언적인인 글은 재밌긴 하지만 정보가 부족하더라고요. 기회가 되면 한국을 뒤흔들었던 논객들을 한번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인터넷이 생긴 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게 많이 늘어났잖아요. 계보를 정리하면 재밌을 거 같아요.

‘관용’이 필요 없는 평등한 세상 꿈꿔

-청년실업의 시대인 지금, 조윤호씨의 이런 활동이 취업에 도움이 될 건 같진 않은데요.
“일반회사에 취업할 생각은 없습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처음엔 꿈이 기자였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니 공부가 재밌어요. 나중에 노조 활동을 하면서 노동관련 연구나, 진보정당 쪽의 연구원으로 정당정책 쪽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외국을 보면 청년 실업, 등록금 인상 등의 문제로 청년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극렬한 시위를 벌입니다. 외국보다 정도가 훨씬 심한 한국선 왜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까요.
“경제적 자립을 못해서라고 봅니다. 88만원 세대라고 하지만 잘못된 표현입니다. 대부분 예비 88만원 세대죠. 88만원도 못 버는 세대란 뜻입니다. 자기가 벌어서 등록금 내는 친구들도 있습니다만, 대부분 부모님에 의존합니다. 이러니 등록금이 올라도 와 닿지 않는 거 같아요. 자기가 벌어서 낸다면 50만원만 올라도 난리가 날겁니다.”

-한국이 어떤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까.
“이상적일 수 있는데, 저는 관용이란 말을 싫어합니다. 가령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게 관용을 베풀자’라고 한다면, 이는 이미 차별을 내포하고 있는 겁니다. 장애인, 동성애자 다 마찬가지이지요. 그들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할 수 없는 평등한 세상을 꿈꿉니다.

-역사적으로 그런 체제를 가진 국가가 있었나요. 너무 이상적인 거 같은데.
“단기적으론 북유럽의 복지국가가 모델이지만 장기적으론 1887년 ‘파리 코뮌’같은 노동자, 시민이 직접 자치하는 정부 형태로 갸아한다고 봅니다.”

-파리 코뮌도 대학살극으로 끝났고, 바이마르 공화국도 그랬고 이 같은 대중정치는 결국 또 다른 파시즘을 불러오는 거 아닌가요.

“파시즘으로 가지 않고 진정한 사회주의가 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그래서 전 경제공황 같은 붕괴현상이 일어나질 않길 바랍니다. 일부 좌파들이 은근히 경제공황을 반기는 건 옳지 못한 거 같아요. 자본주의의 약점을 보일 수는 있지만 그 공황이 시민들의 불안을 불러오거든요. 불안에 의해 정치적 선택을 하면 꼭 엉뚱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렇다면, 자칭 사회주의자로서 현재 어떤 실천적 행동을 하고 있나요.
“서울 북부지역 대학교 학생들이 모여 공동생활전선이란 것을 만들었어요. 일종의 경제 자립운동입니다. 조만간 조금씩 돈을 나눠 내면서 같이 모여 살 거 같아요. 경제적 자립을 통해 생활 속에서 운동을 전개해 나갈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훅에 대해 한 말씀.
“블로그 돌아다니다보면 글 잘 쓰는 20대들 정말 많습니다. 그런 친구들에게 많은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요. 블로거들도 논쟁을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으면 좋겠습니다. 제2, 제3의 한윤형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제 22살인 청년하고 나눈 얘기치곤 너무 거창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태껏 필진열전 가운데 가장 많이 취재수첩을 ‘잡아먹은’ 인터뷰이였다. 말은 빠르지 않았지만 쓰는 단어 하나하나가 정확하고 사려 깊다는 느낌을 주었다. 단순히 조숙하다는 느낌보다는 무언가 ‘컨텐츠’가 있어 보였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청년 논객 조윤호, 앞으로 더 많은 대중들이 그의 이름을 자주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사진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