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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비난 트위터 여론, ‘팀 플레이’ 흔적 발견

세월호 유족비난 트위터 여론, ‘팀 플레이’ 흔적 발견

1개 계정이 글 쓰면 70개 계정이 리트윗… 대선 때 발견된 조장-조원 패턴, 계정 가입일도 모두 동일


세월호 참사 직후 SNS 상에서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고 유가족들을 폄훼하는 여론이 확산된 현상에 대해 인위적으로 게시물 양을 늘리는 활동이 있었다는 사실이 포착됐다. 1~2개의 ‘조장’ 계정이 글을 올리면 수십 개의 ‘조원’ 계정이 이를 리트윗하며 퍼트리는 ‘조장-조원’ 패턴이었다.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한국인사이트연구소에 의뢰해 세월호 참사 관련해 트위터에 올라온 글들을 분석한 결과 비정상적인 트윗작성 패턴을 발견했다. 분석 기간은 총 3기로 나뉜다. 1기는 참사 발생 직후인 2014년 4월16일부터 4월26일, 2기는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재협상 요구가 있던 2014년 8월19일부터 29일, 3기는 참사 1주기인 2015년 4월11일부터 21일까지다.

특조위의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분석 기간 동안 일평균 약 11만 9000건의 세월호 관련 글이 트위터에서 작성됐고 이 담론에 참여한 트위터 유저는 평균 12만 2000여명에 달했다. 기간별 평균 작성글수인 130만 건 중 약 14.6%인 19만여 건의 글만이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직접 작성하는 ‘원글’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그 외의 85.4%인 112만여 건의 글은 다른 글을 전달하는 ‘리트윗’이나 ‘리플라이(맨션)’의 형태를 띄고 있다.

▲ 세월호 특조위가 한국인사이트연구소에 의뢰해 작성한 ‘여론조성을 위한 비정상적 SNS 계정활동 그룹 분석‘ 보고서 발췌

한 국인사이트연구소는 세월호 관련 트위터 글에서 ‘비정상적 트윗작성패턴’을 발견했다. 이는 여론조성이나 특정 이슈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정상적인 이용자가 아닌 임의의 계정을 다량으로 만들어 게시 글의 수를 늘리거나 사람들이 특정 글에 동조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리트윗 수치를 높이는 패턴을 의미한다.

이런 방식은 흔히 ‘조장-조원’ 계정패턴이라 부른다. 1~2명의 조장 계정이 글을 올리면 수십 개의 계정이 이를 리트윗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 2011년과 2012년 한겨레, 딴지일보 등의 언론에서도 이런 방식의 여론 조작에 대해 보도한 적이 있다.

한 국인사이트연구소가 1기 기간(2014년 4월16일~4월26일)의 세월호 관련 트위터 글을 분석한 결과 전체 18만3476명이 담론에 개입했고 그 중 15만 7천70명이 1번 이상의 RT 관계를 통해 연결됐다. 1회 이상 RT 관계의 네트워크는 너무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어 패턴을 찾아내기 어렵지만, ‘10회 이상 RT관계 네트워크’에서부터 패턴이 읽히기 시작한다. 특정 글에 대해 영향력자를 중심으로 단계별로 글이 퍼져 나가는 패턴이다.

이러한 패턴 분석을 하던 중 1~2개의 특정계정에게만 RT를 하는 수십 개의 계정과 그들 간의 네트워크가 발견됐다. 이 그룹은 총 99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아이디 ‘l******’과 ‘y******’의 글을 나머지 97개의 계정이 RT하고 있다. 전형적인 조장-조원의 패턴이다. 97개 계정은 조장 계정의 글을 RT하는 역할만 할 뿐 타 계정과 의견을 주고받거나 직접 글을 작성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SNS 상에서의 관계맺기와 의견 교류 양상과 차이가 있다.


▲ 세월호 특조위가 한국인사이트연구소에 의뢰해 작성한 ‘여론조성을 위한 비정상적 SNS 계정활동 그룹 분석‘ 보고서 발췌

이 99명이 어떤 앱을 이용해 트위터를 하는지 분석한 결과 데이터 유실로 출처를 알 수 없는 3명을 제외한 96명 모두 글 작성 시 100% 'TweetDeck'(트윗덱)이라는 앱을 사용했다. 트위터로 글을 올리는데 사용할 수 있는 앱은 공식 어플리케이션 외에도 500여개에 달한다. 그 중 트윗덱은 다양하고 편리한 ‘다중계정관리’ 기능, 특정트윗 예약기능, 멤버관리 기능이 있어 다중계정을 관리하는 기업이나 기관 등이 주로 사용하는 앱이다.

트윗덱의 기능를 활용하면 여러 개의 계정이 동시에 글을 쓰거나 동시에 리트윗을 하여 동일한 내용의 글을 빠르게 늘려나갈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2013년 9월 뉴스타파는 국정원이 트윗덱을 활용해 같은 시간 내 글을 여러 개 작성하거나 동시에 RT를 해서 여론을 조작하려 한 정황을 보도했다.

2 기 기간(2014년 8월19일부터 29일)에는 7만 1904명이 트위터에서 세월호 관련 담론에 개입했고 그 중 6만2천 928명이 1번 이상의 RT 관계를 통해 연결됐다. 1기 분석과 마찬가지 방식을 통해 71개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아이디 ‘k******'의 글을 나머지 70개의 계정이 RT하는 ’조장-조원‘ 패턴이다.

조원 70명은 100% 트윗덱만 사용하여 글을 작성했고, 조장은 트윗덱 외에도 스마트폰을 활용해 글을 작성했다.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조원 계정들은 직접 글을 작성하지 않았으며 조장의 글을 RT하는 역할만 했다.

3 기 기간(2015년 4월11일부터 21일)에는 11만 2161명이 트위터에서 세월호 담론에 개입했고 그 중 10만 222명이 1번 이상의 RT 관계를 통해 연결됐다. 마찬가지로 총 94명으로 구성된 조장-조원 그룹이 발견됐다. 'p******'의 글을 나머지 93명이 RT하는 방식이다.

▲ 2013년 9월6일자 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93 명 중 조원 계정 70개는 100% 트윗덱만 사용해 글을 작성했고 조장은 트윗덱이 아닌 인터넷과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해 글을 작성했다. 그 외 23개 계정이 작성한 전체 14개의 글 중 1개가 일반 온라인에서, 나머지 13개는 트윗덱에서 작성됐다.

1 기부터 3기까지 분석 결과 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2기의 조장-조원 그룹이다. 다른 그룹들과 다른 특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조장 계정을 제외한 조원계정 70개의 트위터 가입일이 2011년 12월로 모두 동일하다. 또한 2016년 6월25일 기준으로 조장계정 및 조원계정이 모두 없어지지 않고 존재하고 있으며 70개 모두가 가장 최근에 활동한 글이 4월5일 조장계정의 글을 리트윗한 것이다.

▲ 2013년 9월6일자 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2기는 세월호 관련 논쟁이 가장 뜨거웠던 시기다. 1~3기 중 평균 작성 글 수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1기이지만 1인 평균 작성글 수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2기다.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세월호 관련한 담론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은 적지만 여론을 주도하기 위해 다양한 주장이 오고가고 그 안에서 논쟁은 가장 뜨거웠음을 유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또한 “2기의 1인당 평균 리트윗 및 리플라이 수는 18.4건으로 다른 기수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내용을 활발히 전달하고 전파함으로써 담론의 주도권을 자신의 주장 쪽으로 가져오려는 활동을 가장 활발히 했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