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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글/슬로우뉴스

주간 뉴스 큐레이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숨은 파장

2016년 11월 넷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어디로?

최순실 게이트가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들을 ‘올 스톱’ 시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틈만 나면 강조했던 ‘창조경제’도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앙일보가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돌며 느낀 암울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전했다.

전남 나주시에 입주하려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개소식이 무기한 연기됐다. 대통령이 참석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에너지 신산업 관련 창업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된 센터는 최순실 직격탄을 맞았다. 대통령이 “매커트로닉스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던 경남센터 사무실 680평에 외부인은 세 명뿐이었다.

대기업이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출자한 돈은 1조 원이 넘는다. 최순실 등 비선 실세들이 창조경제 사업에도 깊숙이 관여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며 예산이 연달아 삭감되었고, 예비 창업자를 만나기 힘들 정도로 활력을 잃었다.

애초에 무리하게 전국에 센터를 일괄적으로 만들면서 정권의 몰락과 함께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역의 창업 수요나 자원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센터를 할당했고 기반이 없는 도시에 갑자기 센터를 짓는다고 창업 지원자들이 몰려들 리 없다는 것이다. 실체는 없었지만 ‘창조경제’라는 말에 창업을 시도해보려던 이들에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짙은 먹구름으로 다가왔다.

● 중앙일보

중앙일보

2. ‘융복합’ ‘문화콘텐츠’는 어쩌니

창조경제와 함께 박근혜 정부의 주력사업이던 각종 문화융성사업에도 최순실의 여파가 미치고 있다. 문화창조융합벨트와 문화창조아카데미, 두 사업이 최순실의 비선실세인 차은택이 깊숙이 개입해 이권을 챙긴 대표적인 사업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는 비선실세가 문화 콘텐츠의 이름을 오염시켰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서울 중구 문화창조벤처단치에서 열린 문화창조아카데미 1기 입학식에 참석한 학생들은 “문화콘텐츠로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 6월에는 문화창조융합벨트에 입주해 있는 벤처기업들이 투자 유치를 위해 장애인 공유경제 관광 플랫폼이나 홀로그램을 이용한 인터랙티브 체험 관광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하지만 콘텐츠를 통해 뭐라고 해보려던 이들의 의지와 자신감은 비선실세 국정농단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차은택이 밀어붙였던 이유로 ‘융복합콘텐츠’라는 이름도 공공의 적이 됐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예술과 기술의 결합은 금기가 됐다. 비선실세의 국정 농단은 고스란히 창작자들이 감당해야 할 짐으로 돌아왔다.

●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3. 팩트체크가 검증한 청와대의 ‘팩트’

“이것이 팩트다”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을 밝히라는 요구에 청와대가 2년 7개월 만에 내놓은 해명이다. 청와대는 지난 19일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언론의 오보 탓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JTBC 뉴스룸 팩트체크가 청와대가 내세운 ‘팩트’를 검증했다.

2014년 4월 16일 방송사들이 ‘전원 구조’라는 대형 오보를 저지른 것은 팩트다.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잘못된 정보를 먼저 알린 이는 정부였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정부는 10시 30분까지 3차례 구조 지시를 내렸고, 11시 1분과 4분 그리고 12시 48분에 방송사들이 ‘전원 구조’, ‘거의 구조‘라는 오보를 냈다. 하지만 그사이인 10시 38분 해경 관계자가 방송 인터뷰에서 “대부분 구조된 상황”이라고 잘못된 정보를 전했다.

그리고 전원구조 오보가 나오던 11시부터 1시 16분까지 해경과 청와대는 6차례에 걸쳐 구조 인원을 정정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오보와 무관하게 구조 인원 파악은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전원 구조가 오보라는 걸 청와대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심지어 해경은 1시 16분 경 370명이 구조됐다고 보고한 뒤 1시 32분경 인원이 정확하지 않다고 정보를 수정하고, 2시 35분경에는 구조 인원을 166명으로 정정한다. 급한 상황에서 청와대에 잘못된 보고를 전한 건 해경이었다. 그리고 거의 세월호가 바다에 가라앉은 5시 15분 박근혜 대통령은 7시간 만에 나타나 구명조끼 타령을 한다. 언론의 잘못은 명확하지만, 언론은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 JTBC 뉴스룸 팩트체크

JTBC 뉴스룸 팩트체크

4. 야당은 뭘 했냐고? 언론과 함께 정유라 특혜의혹을 밝혀냈다

최순실 게이트 같은 대형 권력형 비리 사건이 나오면 항상 등장하는 말이 “야당은 그동안 뭐했냐”라는 것이다. 우물쭈물하는 야당에 대한 비판은 항상 필요하지만, 자칫 이런 비판은 정치혐오만 부추길 수 있다. 한겨레가 전한 한 야당 보좌관의 이야기는 야당이 최순실 게이트를 밝혀내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려준다.

2014년 처음 제기된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승마 특혜 의혹은 별다른 근거가 발견되지 않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한겨레가 최순실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2015년 9월, 기자들만 특종을 한 게 아니라 의원실에서도 여러 건 특종을 했다. 해외 승마전문 매체에서 삼성이 정유라 씨에게 그랑프리 우승마인 비타나V와 훈련장을 구입해준 사실을 찾아낸 건 야당 보좌관들이었다.

‘정유라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승마복을 입은 채 면접을 봤다’는 사실은, 대학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우연히 옆 테이블의 대화를 듣고 추적해서 야당 보좌진이 밝혀낸 것이다. 정유라의 그 유명한 ‘달그닥 훅’ 과제물은 야당 의원들이 요구해 학교로부터 제출받은 학점 부여 증빙자료를 분석하다 발견해낸 것이다.

사상 유례없던 집권여당의 국감 보이콧은 야당 의원들의 활약에 힘을 보탰다. 질의시간이 길어져 보좌진은 훨씬 많은 분량의 질의자료를 준비해야 했고, 서로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세종시에 있던 문체부 공무원이 미르재단 설립을 위해 ‘서울 출장 서비스’까지 벌였다는 사실은 공유된 자료를 바탕으로 의원들이 실무자에게 끈질기게 질의해 밝혀졌고, 한 의원이 이화여대 학칙 개정 문제를 질의하는 사이, 다른 의원들은 이대 홈페이지에서 학칙을 살펴보다가 소급 적용까지 한 사실을 찾아냈다. 야당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진실이 모두 드러날 만큼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 한겨레

한겨레 큐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