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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듯 단독 아닌 단독 같은’ 연합뉴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82213.html

[토요판] 뉴스분석 왜?
기간 통신사의 이상한 ‘단독 장사’
“연합이 이상하다”는 말이 들립니다. 솔직히, ‘이상한’ 언론이 <연합뉴스>뿐이겠습니까. 그런데 연합뉴스는 그 지위가 독특합니다. 국가 기간 통신사. 그 지위 ‘덕’에 연합뉴스는 지원도 받고 더 많은 감시도 받아야 하는 언론입니다. 같은 ‘못된 짓’을 해도 연합뉴스는 더 많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단독] “국산가격의 절반이잖아요”…마트서 모로코 문어 고른 40대 주부’지난 5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기사의 제목이다. 기사 앞머리에 ‘단독’이 붙었다. 무엇인가 이 기사에만 담겨 있는 내용이 있다는 뜻이다. 기사는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만난 40대 주부”를 따라간다. 주부는 모로코산 삶은 문어를 카트에 담는다. 진열대엔 “국산과 모로코산이 반씩 진열돼 있었다.” 가격은 “모로코산이 1만원 안팎, 국산이 2만원 안팎으로 국산 문어가 두배 비쌌다.” 기사는 문어 옆 새우를 지나 주꾸미와 조기로 눈을 돌린다. 새우는 베트남산, 조기는 중국산. 이어 고등어와 쇠고기를 지나 과일과 수입맥주 코너로 이동한다. 결론은 하나다. “수입산이 절반 가격으로 훨씬 저렴해서 국산 대신 외국산을 골랐어요.”


기사를 읽은 독자들은 멍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무엇이 단독이지? 40대 ‘주부’를 만난 것? 그가 모로코산 문어를 선택한 것? 문어 옆에 새우가 진열된 것? 설마… 수입 식재료가 국산 가격의 절반이라는 게 단독인 걸까?

■ “이런 단독, 하루 100개도 쓰겠다!”다음 제목들을 보자. 모두 연합뉴스가 최근 쓴 ‘단독’ 기사들이다.“단독/ “생선은 건강식”…이젠 명태·참치도 키워 먹는다”(2017년 2월6일)“단독/ 대선 결과, 검색 트렌드로 미리 알 수 있다?”(2017년 2월6일)“단독/ 같은 공연 10번, 나홀로 보고 또 보고…공연장 점령한 ‘욜로족’”(2017년 2월5일)“단독/ “지금처럼만 날 사랑해줘~”…비·김태희, 축복 속 듀엣”(2017년 2월4일)“단독/ 30대녀 혼자놀기 경험담…“속 편하고, 안 번거롭고, 돈 덜쓰고”(2017년 1월31일)“단독/ 200만년 인류역사에 대변화…혼자 고기 구워 먹는다”(2017년 1월31일)“단독/ ‘이젠 혼자가 보편이다’…밥도, 여행도, 영화도, 노래방도”(2017년 1월31일)“단독/ “우리 전통옷 너무 예뻐요”…한복 입는 사람 급증”(2017년 1월28일)이 가운데 ‘30대녀 혼자놀기 경험담’을 읽었다.지난 1월 말 설날 연휴에 “스스로 외톨이 생활을 선택했다”는 서른한살 미혼 여성 직장인 김아무개씨의 설날(28일) 하루를 따라간다. 김씨는 “시집은 언제 가니?” 하는 친척들의 잔소리를 피해 집을 나섰다. 김씨는 “근처 편의점으로 가 명절용 도시락을 집어 들었다.” 양이 살짝 부족해 호빵도 데워 먹은 김씨는 서울 광화문의 카페로 가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긴 채 겨울 풍경을 구경하며 커피를 홀짝였다.” 이후 ‘혼(자)영(화보기)’을 마친 김씨는 “한 소고기 요리 전문점 테이블에 홀로 앉아 2만6900원짜리 1인용 세트와 와인 한잔을 마신” 뒤,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근처 피시방에 갔다가 즉흥적으로 추석 연휴 일본행 비행기표를 예매한다.다시 한방 먹은 기분이다. 무엇이 ‘단독’일까? 김씨를 만난 것? 설날 친척들이 모였으면 밥과 국은 있을 텐데, 그걸 마다하고 편의점 도시락을 택한 게 단독일까? 기사 속 사진들로 미뤄 짐작해 보면 기사 속 김씨는 아마도 기자인 듯한데, ‘기자가 직접 체험했다는 사실’이 단독일까? 알 길이 없다.‘단 하나’라는 뜻의 ‘단독’(특종)은 기자와 언론사한텐 ‘짜릿하고 아픈’ 것이(었)다. 누구보다 먼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뉴스를 보도하는 것이기에 단독기사는 내가 쓰면 짜릿하고 나 아닌 다른 기자가 쓰면 아프다. 언론의 단독은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은 단독일 때 의미를 갖는다. 권력 감시 및 진실 보도와 거리가 먼 단독경쟁은 선정보도와 경계를 흐리며 비판을 부르기도 한다.

체험·트렌드 기사에도 ‘단독’
외부에선 “얘네들 창피하다”
“언론에 대한 혐오 부추겨”
내부에서도 ‘자성론’ 나와여성 대신 ‘미혼녀’ ‘혼사녀’
상투적·선정적 보도도 반복
정부 지원받는 기간 통신사
“공적 책임 못하면 비판받아야”

그런데 저 기사들을 보고 있자니 연합뉴스 기자가 짜릿할 것 같지도, 연합뉴스 아닌 언론사의 기자가 아플 것 같지도 않다. 다른 언론사와 경쟁해 어떤 진실을 길어냈는지도 모호하다. 한 일간지 디지털부서의 ㄱ 기자는 “저런 식이면 하루에 단독 100개도 쓰겠다. ‘단독/ 고양이 키워 보니…외박도 힘들어’ ‘단독/ 가발 써보니, 멋스러움 더해’ 같은 식으로. 체험기사를 단독으로 승화하는 새로운 영역을 연 것 같다”고 꼬집었다.기사 제목 앞에 ‘단독’은 다른 언론사나 기자도 모두가 달고 싶어 한다. ‘단독’을 붙일지 말지는 온전히 기자와 그 언론이 결정한다. 접근하기 쉽지 않고 의미가 있는 팩트를 취재했을 때 붙이는 ‘단독’은 기사에 권위를 부여했다. 당연히 단독을 붙인 뉴스는 그렇지 않은 뉴스보다 눈에 띄고 조회수(PV)도 높다. 물론 디지털로 소비되는 기사는 특히 그렇다. 방송 뉴스엔 “○○○ 기자가 단독보도합니다”라는 앵커의 소개가 있지만, 대부분의 신문 지면에서 제목에 ‘단독’을 쓰진 않는다. “단독으로 입수한” 같은 문장을 쓰는 정도다.연합뉴스가 단독을 남발하는 이유도 ‘디지털’에서 찾을 수 있다. 포털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장에서 해당 기사를 수월하게 팔기 위해서다. 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취재 보도한 내용을 신문·방송사에 공급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연합뉴스는 자사 뉴스를 내보내는 지면이나 전파가 없었다. 그들의 고객사인 신문과 방송을 통해 연합뉴스의 기사는 독자들과 만났다.책 <나쁜 뉴스의 나라>를 쓴 조윤호 전 <미디어오늘> 기자는 포털을 통해 뉴스가 소비되는 시대가 되면서 ‘단독’이라는 두 글자가 시선을 끄는 구실을 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충격’이나 ‘경악’ 같은 표현을 남발하던 때가 있었다. 포털에선 하루 수만개의 기사가 경쟁하고, 소비자들은 더 이상 충격받지도 경악하지도 않는다. 그런 환경에서 ‘단독’이 경악과 충격을 대체하고 있다.”

■ 왜 하필 연합뉴스인가?

과열된 포털 뉴스 시장에서 단독을 남발하는 언론이 어디 연합뉴스뿐일까.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주요 위치에 노출되지 않는데도, 아주 사소한 사실을 홀로 썼다는 이유로 ‘단독’을 붙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연합뉴스뿐만 아니라 대부분 (언론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최근 연합뉴스의 ‘단독 시리즈’가 특히 불편한 이유는 ‘단독’과 어울리지 않는 기사의 함량 때문만은 아니다. 연합뉴스는 ‘국가 기간 통신사’란 독점적 지위를 갖는 언론사다. 국내외 언론사와 정부 부처, 기업 등에 뉴스와 정보를 공급해온 연합뉴스는 2003년 생긴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 기간 통신사로 지정됐다. 그 덕분에 뉴스구독료 명목으로 해마다 350억원이 넘는 돈을 정부에서 받을 수 있게 됐다. 2003년부터 뉴스구독료와 지원금 등으로 연합뉴스가 받은 정부 지원금은 5천억원 가까이에 이른다.‘연합뉴스가 포털에 기사를 공급하는 게 맞냐’는 논란이 여전히 끊이지 않는 것도 뉴스통신진흥법과 국가 기간 통신사라는 위상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조선일보>나 <한겨레> 같은 언론사 입장에서 보면 ‘뉴스 도매상’이다. 연합뉴스와 계약을 맺은 국내 200개 언론사들은 연합뉴스의 기사나 정보를 바탕으로 뉴스를 만들거나 최소한의 편집만 거친 뒤 자사 누리집에 그대로 내보내기도 한다. 뉴스 소비가 온라인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도매상’인 연합뉴스는 언론사에 돈을 받고 제공한 상품을 포털에도 그대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정부 지원을 받는 도매상이 소비자들을 상대로 소매상 노릇도 하는 셈이다. 물론, 연합뉴스는 ‘우리는 소비자에게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포털이라는 사업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했다’고 주장한다.그 결과 2016년 5월 한 달 동안 연합뉴스의 기사 1442건이 네이버(NAVER) 모바일 메인 화면에 노출(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한 ‘2016 인터넷 언론 백서’)됐다. 전체의 24.67%에 이른다. 두번째로 많은 <뉴스1>의 기사는 502건 8.59%다. 조선일보는 220건(3.76%), 한겨레는 99건(1.69%)이다. 다음(DAUM)은 연합뉴스 기사의 비중이 31.24%로 네이버보다 더 크다.연합뉴스가 생산하는 빠르고 다양한 영역의 기사는 포털이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연합뉴스는 국내에서만 580명에 이르는 취재인력을 운용하고 있고, 나라 밖에선 25개국에 60명의 취재진으로부터 기사를 공급받고 있다. 이들이 하루에 생산하는 기사와 사진, 영상만 3천건이 넘는다. 이 역시 정부 지원금이 없으면 쉽게 꾸리기 힘든 인력이다.

■ 부끄러움은 기자들의 몫

‘단독’이 주는 진짜 충격은 연합뉴스 기자들이 받는 중이다. 보통, 제목은 기사를 쓴 기자들이 달지 않는다. ‘데스크’라 불리는 팀장급 이상 내근 기자 또는 편집 기자들이 제목을 단다. 자신이 쓴 기사의 제목 앞에 뜬금없이 ‘단독’이 붙으면 가장 놀라는 사람은 기사를 쓴 기자다.“(단독을)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동료 기자들 사이에선 물론이고 독자들이 볼 때도 어이없는 대목에서 ‘단독’이 달려 나간다. 내부적으로도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연합뉴스 기자 ㄱ)“단독인지 아닌지 애매한 것도 단독을 붙이라는 지시가 있었다. 다른 언론들이 도용하는 걸 방지하는 이유도 있다고 하더라.”(연합뉴스 기자 ㄴ)경쟁자이자 동료인 다른 언론사 기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친한 기자들 삼삼오오 모이면 ‘얘들 왜 이래, 창피하게’라고 욕을 하는”(일간지 기자 ㄴ) 지경에 이르렀다. 조윤호 기자는 “‘단독’이란 말엔 취재하기 어렵고 의미가 있는 내용을 팩트로 확인했다는 권위가 있었다. 단독을 남발하면서 머지않아 그 권위는 사라질 것이고 이와 함께 기사가 지닌 가치나 권위도 함께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의 ‘이상한’ 보도 행태는 이미 내부 비판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12월 ‘연합뉴스의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 기자들’ 97명은 “부끄러움은 왜 우리 몫인가? 공정언론·공정인사를 회복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낸 바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사가 데스크에 의해 난도질당하고, 최순실씨에 대한 검찰 공소장이 ‘일방적 주장’으로 매도되는 등 불공정한 보도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성명서의 주된 내용이었다.지난 2월 초 <연합뉴스TV>는 혼자 사는 여성들이 범죄 위험에 노출된 현실을 보도하면서 ‘혼사녀’라는 말을 써 비난을 받았다. <연합뉴스TV>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곧 죽어도 그놈의 ○○녀는 못 잃어요? 없는 말까지 만들어서 녀녀 타령을 못 놓는 이유가 뭔가요?” 같은 비난이 빗발쳤다. “연합뉴스 남자 앵커는 ‘연앵남’, 여자 앵커는 ‘연앵녀’, 정치부 남자 기자는 ‘연정남’, 사회부 여성 기자는 ‘연사녀’로 부르자”는 말까지 나왔다.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단독을 남발하는 걸로만 따지면 종편들이 훨씬 심할 것이다. 그럼에도 연합뉴스가 더 많이 비판받아야 하는 이유는 정부 지원을 받는 통신사이기 때문이다. 지원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라, 정부 지원을 통해 공적인 역할을 부여받았으면 그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 혼탁한 언론시장에서 바람직한 방향의 취재·보도 관행을 선도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텐데, 사기업과 같은 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비판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최 교수의 말처럼 연합뉴스는 ‘해야 할 일’이 많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해야 하고 성별이나 직업, 인종이나 지역을 차별하는 뉴스를 생산해선 안 된다.(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 5조) 그들 스스로도 밝히고 있다.“2015년 말 등록된 종합일간지는 374개, 인터넷 매체는 5950개에 달합니다. 이들이 경쟁에 나서면서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안 된 유언비어 수준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 연합뉴스는 혼탁한 뉴스시장에서 신속·정확하고 불편부당한 뉴스로 한국 언론의 방향타 역할을 하고자 노력합니다. … 미사여구와 자극적인 표현으로 호도된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연합뉴스 누리집 ‘회사소개’)연합뉴스는 정말 세상을 바로 볼 수 있게 돕고 있을까?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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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왜?
기간 통신사의 이상한 ‘단독 장사’
“연합이 이상하다”는 말이 들립니다. 솔직히, ‘이상한’ 언론이 <연합뉴스>뿐이겠습니까. 그런데 연합뉴스는 그 지위가 독특합니다. 국가 기간 통신사. 그 지위 ‘덕’에 연합뉴스는 지원도 받고 더 많은 감시도 받아야 하는 언론입니다. 같은 ‘못된 짓’을 해도 연합뉴스는 더 많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단독] “국산가격의 절반이잖아요”…마트서 모로코 문어 고른 40대 주부’ 지난 5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기사의 제목이다. 기사 앞머리에 ‘단독’이 붙었다. 무엇인가 이 기사에만 담겨 있는 내용이 있다는 뜻이다. 기사는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만난 40대 주부”를 따라간다. 주부는 모로코산 삶은 문어를 카트에 담는다. 진열대엔 “국산과 모로코산이 반씩 진열돼 있었다.” 가격은 “모로코산이 1만원 안팎, 국산이 2만원 안팎으로 국산 문어가 두배 비쌌다.” 기사는 문어 옆 새우를 지나 주꾸미와 조기로 눈을 돌린다. 새우는 베트남산, 조기는 중국산. 이어 고등어와 쇠고기를 지나 과일과 수입맥주 코너로 이동한다. 결론은 하나다. “수입산이 절반 가격으로 훨씬 저렴해서 국산 대신 외국산을 골랐어요.”
<연합뉴스>는 그들 스스로 “혼탁한 뉴스시장에서 신속·정확하고 불편부당한 뉴스로 한국 언론의 방향타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녀’와 무분별한 ‘단독’을 남발하는 연합뉴스는 정말 세상을 바로 볼 수 있게 돕고 있을까?
<연합뉴스>는 그들 스스로 “혼탁한 뉴스시장에서 신속·정확하고 불편부당한 뉴스로 한국 언론의 방향타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녀’와 무분별한 ‘단독’을 남발하는 연합뉴스는 정말 세상을 바로 볼 수 있게 돕고 있을까?
기사를 읽은 독자들은 멍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무엇이 단독이지? 40대 ‘주부’를 만난 것? 그가 모로코산 문어를 선택한 것? 문어 옆에 새우가 진열된 것? 설마… 수입 식재료가 국산 가격의 절반이라는 게 단독인 걸까? ■ “이런 단독, 하루 100개도 쓰겠다!” 다음 제목들을 보자. 모두 연합뉴스가 최근 쓴 ‘단독’ 기사들이다. “단독/ “생선은 건강식”…이젠 명태·참치도 키워 먹는다”(2017년 2월6일) “단독/ 대선 결과, 검색 트렌드로 미리 알 수 있다?”(2017년 2월6일) “단독/ 같은 공연 10번, 나홀로 보고 또 보고…공연장 점령한 ‘욜로족’”(2017년 2월5일) “단독/ “지금처럼만 날 사랑해줘~”…비·김태희, 축복 속 듀엣”(2017년 2월4일) “단독/ 30대녀 혼자놀기 경험담…“속 편하고, 안 번거롭고, 돈 덜쓰고”(2017년 1월31일) “단독/ 200만년 인류역사에 대변화…혼자 고기 구워 먹는다”(2017년 1월31일) “단독/ ‘이젠 혼자가 보편이다’…밥도, 여행도, 영화도, 노래방도”(2017년 1월31일) “단독/ “우리 전통옷 너무 예뻐요”…한복 입는 사람 급증”(2017년 1월28일) 이 가운데 ‘30대녀 혼자놀기 경험담’을 읽었다. 지난 1월 말 설날 연휴에 “스스로 외톨이 생활을 선택했다”는 서른한살 미혼 여성 직장인 김아무개씨의 설날(28일) 하루를 따라간다. 김씨는 “시집은 언제 가니?” 하는 친척들의 잔소리를 피해 집을 나섰다. 김씨는 “근처 편의점으로 가 명절용 도시락을 집어 들었다.” 양이 살짝 부족해 호빵도 데워 먹은 김씨는 서울 광화문의 카페로 가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긴 채 겨울 풍경을 구경하며 커피를 홀짝였다.” 이후 ‘혼(자)영(화보기)’을 마친 김씨는 “한 소고기 요리 전문점 테이블에 홀로 앉아 2만6900원짜리 1인용 세트와 와인 한잔을 마신” 뒤,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근처 피시방에 갔다가 즉흥적으로 추석 연휴 일본행 비행기표를 예매한다. 다시 한방 먹은 기분이다. 무엇이 ‘단독’일까? 김씨를 만난 것? 설날 친척들이 모였으면 밥과 국은 있을 텐데, 그걸 마다하고 편의점 도시락을 택한 게 단독일까? 기사 속 사진들로 미뤄 짐작해 보면 기사 속 김씨는 아마도 기자인 듯한데, ‘기자가 직접 체험했다는 사실’이 단독일까? 알 길이 없다. ‘단 하나’라는 뜻의 ‘단독’(특종)은 기자와 언론사한텐 ‘짜릿하고 아픈’ 것이(었)다. 누구보다 먼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뉴스를 보도하는 것이기에 단독기사는 내가 쓰면 짜릿하고 나 아닌 다른 기자가 쓰면 아프다. 언론의 단독은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은 단독일 때 의미를 갖는다. 권력 감시 및 진실 보도와 거리가 먼 단독경쟁은 선정보도와 경계를 흐리며 비판을 부르기도 한다. 체험·트렌드 기사에도 ‘단독’
외부에선 “얘네들 창피하다”
“언론에 대한 혐오 부추겨”
내부에서도 ‘자성론’ 나와 여성 대신 ‘미혼녀’ ‘혼사녀’
상투적·선정적 보도도 반복
정부 지원받는 기간 통신사
“공적 책임 못하면 비판받아야”
그런데 저 기사들을 보고 있자니 연합뉴스 기자가 짜릿할 것 같지도, 연합뉴스 아닌 언론사의 기자가 아플 것 같지도 않다. 다른 언론사와 경쟁해 어떤 진실을 길어냈는지도 모호하다. 한 일간지 디지털부서의 ㄱ 기자는 “저런 식이면 하루에 단독 100개도 쓰겠다. ‘단독/ 고양이 키워 보니…외박도 힘들어’ ‘단독/ 가발 써보니, 멋스러움 더해’ 같은 식으로. 체험기사를 단독으로 승화하는 새로운 영역을 연 것 같다”고 꼬집었다. 기사 제목 앞에 ‘단독’은 다른 언론사나 기자도 모두가 달고 싶어 한다. ‘단독’을 붙일지 말지는 온전히 기자와 그 언론이 결정한다. 접근하기 쉽지 않고 의미가 있는 팩트를 취재했을 때 붙이는 ‘단독’은 기사에 권위를 부여했다. 당연히 단독을 붙인 뉴스는 그렇지 않은 뉴스보다 눈에 띄고 조회수(PV)도 높다. 물론 디지털로 소비되는 기사는 특히 그렇다. 방송 뉴스엔 “○○○ 기자가 단독보도합니다”라는 앵커의 소개가 있지만, 대부분의 신문 지면에서 제목에 ‘단독’을 쓰진 않는다. “단독으로 입수한” 같은 문장을 쓰는 정도다. 연합뉴스가 단독을 남발하는 이유도 ‘디지털’에서 찾을 수 있다. 포털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장에서 해당 기사를 수월하게 팔기 위해서다. 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취재 보도한 내용을 신문·방송사에 공급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연합뉴스는 자사 뉴스를 내보내는 지면이나 전파가 없었다. 그들의 고객사인 신문과 방송을 통해 연합뉴스의 기사는 독자들과 만났다. 책 <나쁜 뉴스의 나라>를 쓴 조윤호 전 <미디어오늘> 기자는 포털을 통해 뉴스가 소비되는 시대가 되면서 ‘단독’이라는 두 글자가 시선을 끄는 구실을 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충격’이나 ‘경악’ 같은 표현을 남발하던 때가 있었다. 포털에선 하루 수만개의 기사가 경쟁하고, 소비자들은 더 이상 충격받지도 경악하지도 않는다. 그런 환경에서 ‘단독’이 경악과 충격을 대체하고 있다.” ■ 왜 하필 연합뉴스인가? 과열된 포털 뉴스 시장에서 단독을 남발하는 언론이 어디 연합뉴스뿐일까.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주요 위치에 노출되지 않는데도, 아주 사소한 사실을 홀로 썼다는 이유로 ‘단독’을 붙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연합뉴스뿐만 아니라 대부분 (언론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근 연합뉴스의 ‘단독 시리즈’가 특히 불편한 이유는 ‘단독’과 어울리지 않는 기사의 함량 때문만은 아니다. 연합뉴스는 ‘국가 기간 통신사’란 독점적 지위를 갖는 언론사다. 국내외 언론사와 정부 부처, 기업 등에 뉴스와 정보를 공급해온 연합뉴스는 2003년 생긴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 기간 통신사로 지정됐다. 그 덕분에 뉴스구독료 명목으로 해마다 350억원이 넘는 돈을 정부에서 받을 수 있게 됐다. 2003년부터 뉴스구독료와 지원금 등으로 연합뉴스가 받은 정부 지원금은 5천억원 가까이에 이른다. ‘연합뉴스가 포털에 기사를 공급하는 게 맞냐’는 논란이 여전히 끊이지 않는 것도 뉴스통신진흥법과 국가 기간 통신사라는 위상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조선일보>나 <한겨레> 같은 언론사 입장에서 보면 ‘뉴스 도매상’이다. 연합뉴스와 계약을 맺은 국내 200개 언론사들은 연합뉴스의 기사나 정보를 바탕으로 뉴스를 만들거나 최소한의 편집만 거친 뒤 자사 누리집에 그대로 내보내기도 한다. 뉴스 소비가 온라인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도매상’인 연합뉴스는 언론사에 돈을 받고 제공한 상품을 포털에도 그대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정부 지원을 받는 도매상이 소비자들을 상대로 소매상 노릇도 하는 셈이다. 물론, 연합뉴스는 ‘우리는 소비자에게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포털이라는 사업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2016년 5월 한 달 동안 연합뉴스의 기사 1442건이 네이버(NAVER) 모바일 메인 화면에 노출(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한 ‘2016 인터넷 언론 백서’)됐다. 전체의 24.67%에 이른다. 두번째로 많은 <뉴스1>의 기사는 502건 8.59%다. 조선일보는 220건(3.76%), 한겨레는 99건(1.69%)이다. 다음(DAUM)은 연합뉴스 기사의 비중이 31.24%로 네이버보다 더 크다. 연합뉴스가 생산하는 빠르고 다양한 영역의 기사는 포털이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연합뉴스는 국내에서만 580명에 이르는 취재인력을 운용하고 있고, 나라 밖에선 25개국에 60명의 취재진으로부터 기사를 공급받고 있다. 이들이 하루에 생산하는 기사와 사진, 영상만 3천건이 넘는다. 이 역시 정부 지원금이 없으면 쉽게 꾸리기 힘든 인력이다. ■ 부끄러움은 기자들의 몫 ‘단독’이 주는 진짜 충격은 연합뉴스 기자들이 받는 중이다. 보통, 제목은 기사를 쓴 기자들이 달지 않는다. ‘데스크’라 불리는 팀장급 이상 내근 기자 또는 편집 기자들이 제목을 단다. 자신이 쓴 기사의 제목 앞에 뜬금없이 ‘단독’이 붙으면 가장 놀라는 사람은 기사를 쓴 기자다. “(단독을)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동료 기자들 사이에선 물론이고 독자들이 볼 때도 어이없는 대목에서 ‘단독’이 달려 나간다. 내부적으로도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연합뉴스 기자 ㄱ) “단독인지 아닌지 애매한 것도 단독을 붙이라는 지시가 있었다. 다른 언론들이 도용하는 걸 방지하는 이유도 있다고 하더라.”(연합뉴스 기자 ㄴ) 경쟁자이자 동료인 다른 언론사 기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친한 기자들 삼삼오오 모이면 ‘얘들 왜 이래, 창피하게’라고 욕을 하는”(일간지 기자 ㄴ) 지경에 이르렀다. 조윤호 기자는 “‘단독’이란 말엔 취재하기 어렵고 의미가 있는 내용을 팩트로 확인했다는 권위가 있었다. 단독을 남발하면서 머지않아 그 권위는 사라질 것이고 이와 함께 기사가 지닌 가치나 권위도 함께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의 ‘이상한’ 보도 행태는 이미 내부 비판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12월 ‘연합뉴스의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 기자들’ 97명은 “부끄러움은 왜 우리 몫인가? 공정언론·공정인사를 회복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낸 바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사가 데스크에 의해 난도질당하고, 최순실씨에 대한 검찰 공소장이 ‘일방적 주장’으로 매도되는 등 불공정한 보도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성명서의 주된 내용이었다. 지난 2월 초 <연합뉴스TV>는 혼자 사는 여성들이 범죄 위험에 노출된 현실을 보도하면서 ‘혼사녀’라는 말을 써 비난을 받았다. <연합뉴스TV>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곧 죽어도 그놈의 ○○녀는 못 잃어요? 없는 말까지 만들어서 녀녀 타령을 못 놓는 이유가 뭔가요?” 같은 비난이 빗발쳤다. “연합뉴스 남자 앵커는 ‘연앵남’, 여자 앵커는 ‘연앵녀’, 정치부 남자 기자는 ‘연정남’, 사회부 여성 기자는 ‘연사녀’로 부르자”는 말까지 나왔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단독을 남발하는 걸로만 따지면 종편들이 훨씬 심할 것이다. 그럼에도 연합뉴스가 더 많이 비판받아야 하는 이유는 정부 지원을 받는 통신사이기 때문이다. 지원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라, 정부 지원을 통해 공적인 역할을 부여받았으면 그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 혼탁한 언론시장에서 바람직한 방향의 취재·보도 관행을 선도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텐데, 사기업과 같은 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비판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의 말처럼 연합뉴스는 ‘해야 할 일’이 많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해야 하고 성별이나 직업, 인종이나 지역을 차별하는 뉴스를 생산해선 안 된다.(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 5조) 그들 스스로도 밝히고 있다. “2015년 말 등록된 종합일간지는 374개, 인터넷 매체는 5950개에 달합니다. 이들이 경쟁에 나서면서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안 된 유언비어 수준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 연합뉴스는 혼탁한 뉴스시장에서 신속·정확하고 불편부당한 뉴스로 한국 언론의 방향타 역할을 하고자 노력합니다. … 미사여구와 자극적인 표현으로 호도된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연합뉴스 누리집 ‘회사소개’) 연합뉴스는 정말 세상을 바로 볼 수 있게 돕고 있을까?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82213.html#csidxe9a442b0a0daab5b896b1a3e3c4f3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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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왜?
기간 통신사의 이상한 ‘단독 장사’
“연합이 이상하다”는 말이 들립니다. 솔직히, ‘이상한’ 언론이 <연합뉴스>뿐이겠습니까. 그런데 연합뉴스는 그 지위가 독특합니다. 국가 기간 통신사. 그 지위 ‘덕’에 연합뉴스는 지원도 받고 더 많은 감시도 받아야 하는 언론입니다. 같은 ‘못된 짓’을 해도 연합뉴스는 더 많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단독] “국산가격의 절반이잖아요”…마트서 모로코 문어 고른 40대 주부’ 지난 5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기사의 제목이다. 기사 앞머리에 ‘단독’이 붙었다. 무엇인가 이 기사에만 담겨 있는 내용이 있다는 뜻이다. 기사는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만난 40대 주부”를 따라간다. 주부는 모로코산 삶은 문어를 카트에 담는다. 진열대엔 “국산과 모로코산이 반씩 진열돼 있었다.” 가격은 “모로코산이 1만원 안팎, 국산이 2만원 안팎으로 국산 문어가 두배 비쌌다.” 기사는 문어 옆 새우를 지나 주꾸미와 조기로 눈을 돌린다. 새우는 베트남산, 조기는 중국산. 이어 고등어와 쇠고기를 지나 과일과 수입맥주 코너로 이동한다. 결론은 하나다. “수입산이 절반 가격으로 훨씬 저렴해서 국산 대신 외국산을 골랐어요.”
<연합뉴스>는 그들 스스로 “혼탁한 뉴스시장에서 신속·정확하고 불편부당한 뉴스로 한국 언론의 방향타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녀’와 무분별한 ‘단독’을 남발하는 연합뉴스는 정말 세상을 바로 볼 수 있게 돕고 있을까?
<연합뉴스>는 그들 스스로 “혼탁한 뉴스시장에서 신속·정확하고 불편부당한 뉴스로 한국 언론의 방향타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녀’와 무분별한 ‘단독’을 남발하는 연합뉴스는 정말 세상을 바로 볼 수 있게 돕고 있을까?
기사를 읽은 독자들은 멍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무엇이 단독이지? 40대 ‘주부’를 만난 것? 그가 모로코산 문어를 선택한 것? 문어 옆에 새우가 진열된 것? 설마… 수입 식재료가 국산 가격의 절반이라는 게 단독인 걸까? ■ “이런 단독, 하루 100개도 쓰겠다!” 다음 제목들을 보자. 모두 연합뉴스가 최근 쓴 ‘단독’ 기사들이다. “단독/ “생선은 건강식”…이젠 명태·참치도 키워 먹는다”(2017년 2월6일) “단독/ 대선 결과, 검색 트렌드로 미리 알 수 있다?”(2017년 2월6일) “단독/ 같은 공연 10번, 나홀로 보고 또 보고…공연장 점령한 ‘욜로족’”(2017년 2월5일) “단독/ “지금처럼만 날 사랑해줘~”…비·김태희, 축복 속 듀엣”(2017년 2월4일) “단독/ 30대녀 혼자놀기 경험담…“속 편하고, 안 번거롭고, 돈 덜쓰고”(2017년 1월31일) “단독/ 200만년 인류역사에 대변화…혼자 고기 구워 먹는다”(2017년 1월31일) “단독/ ‘이젠 혼자가 보편이다’…밥도, 여행도, 영화도, 노래방도”(2017년 1월31일) “단독/ “우리 전통옷 너무 예뻐요”…한복 입는 사람 급증”(2017년 1월28일) 이 가운데 ‘30대녀 혼자놀기 경험담’을 읽었다. 지난 1월 말 설날 연휴에 “스스로 외톨이 생활을 선택했다”는 서른한살 미혼 여성 직장인 김아무개씨의 설날(28일) 하루를 따라간다. 김씨는 “시집은 언제 가니?” 하는 친척들의 잔소리를 피해 집을 나섰다. 김씨는 “근처 편의점으로 가 명절용 도시락을 집어 들었다.” 양이 살짝 부족해 호빵도 데워 먹은 김씨는 서울 광화문의 카페로 가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긴 채 겨울 풍경을 구경하며 커피를 홀짝였다.” 이후 ‘혼(자)영(화보기)’을 마친 김씨는 “한 소고기 요리 전문점 테이블에 홀로 앉아 2만6900원짜리 1인용 세트와 와인 한잔을 마신” 뒤,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근처 피시방에 갔다가 즉흥적으로 추석 연휴 일본행 비행기표를 예매한다. 다시 한방 먹은 기분이다. 무엇이 ‘단독’일까? 김씨를 만난 것? 설날 친척들이 모였으면 밥과 국은 있을 텐데, 그걸 마다하고 편의점 도시락을 택한 게 단독일까? 기사 속 사진들로 미뤄 짐작해 보면 기사 속 김씨는 아마도 기자인 듯한데, ‘기자가 직접 체험했다는 사실’이 단독일까? 알 길이 없다. ‘단 하나’라는 뜻의 ‘단독’(특종)은 기자와 언론사한텐 ‘짜릿하고 아픈’ 것이(었)다. 누구보다 먼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뉴스를 보도하는 것이기에 단독기사는 내가 쓰면 짜릿하고 나 아닌 다른 기자가 쓰면 아프다. 언론의 단독은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은 단독일 때 의미를 갖는다. 권력 감시 및 진실 보도와 거리가 먼 단독경쟁은 선정보도와 경계를 흐리며 비판을 부르기도 한다. 체험·트렌드 기사에도 ‘단독’
외부에선 “얘네들 창피하다”
“언론에 대한 혐오 부추겨”
내부에서도 ‘자성론’ 나와 여성 대신 ‘미혼녀’ ‘혼사녀’
상투적·선정적 보도도 반복
정부 지원받는 기간 통신사
“공적 책임 못하면 비판받아야”
그런데 저 기사들을 보고 있자니 연합뉴스 기자가 짜릿할 것 같지도, 연합뉴스 아닌 언론사의 기자가 아플 것 같지도 않다. 다른 언론사와 경쟁해 어떤 진실을 길어냈는지도 모호하다. 한 일간지 디지털부서의 ㄱ 기자는 “저런 식이면 하루에 단독 100개도 쓰겠다. ‘단독/ 고양이 키워 보니…외박도 힘들어’ ‘단독/ 가발 써보니, 멋스러움 더해’ 같은 식으로. 체험기사를 단독으로 승화하는 새로운 영역을 연 것 같다”고 꼬집었다. 기사 제목 앞에 ‘단독’은 다른 언론사나 기자도 모두가 달고 싶어 한다. ‘단독’을 붙일지 말지는 온전히 기자와 그 언론이 결정한다. 접근하기 쉽지 않고 의미가 있는 팩트를 취재했을 때 붙이는 ‘단독’은 기사에 권위를 부여했다. 당연히 단독을 붙인 뉴스는 그렇지 않은 뉴스보다 눈에 띄고 조회수(PV)도 높다. 물론 디지털로 소비되는 기사는 특히 그렇다. 방송 뉴스엔 “○○○ 기자가 단독보도합니다”라는 앵커의 소개가 있지만, 대부분의 신문 지면에서 제목에 ‘단독’을 쓰진 않는다. “단독으로 입수한” 같은 문장을 쓰는 정도다. 연합뉴스가 단독을 남발하는 이유도 ‘디지털’에서 찾을 수 있다. 포털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장에서 해당 기사를 수월하게 팔기 위해서다. 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취재 보도한 내용을 신문·방송사에 공급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연합뉴스는 자사 뉴스를 내보내는 지면이나 전파가 없었다. 그들의 고객사인 신문과 방송을 통해 연합뉴스의 기사는 독자들과 만났다. 책 <나쁜 뉴스의 나라>를 쓴 조윤호 전 <미디어오늘> 기자는 포털을 통해 뉴스가 소비되는 시대가 되면서 ‘단독’이라는 두 글자가 시선을 끄는 구실을 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충격’이나 ‘경악’ 같은 표현을 남발하던 때가 있었다. 포털에선 하루 수만개의 기사가 경쟁하고, 소비자들은 더 이상 충격받지도 경악하지도 않는다. 그런 환경에서 ‘단독’이 경악과 충격을 대체하고 있다.” ■ 왜 하필 연합뉴스인가? 과열된 포털 뉴스 시장에서 단독을 남발하는 언론이 어디 연합뉴스뿐일까.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주요 위치에 노출되지 않는데도, 아주 사소한 사실을 홀로 썼다는 이유로 ‘단독’을 붙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연합뉴스뿐만 아니라 대부분 (언론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근 연합뉴스의 ‘단독 시리즈’가 특히 불편한 이유는 ‘단독’과 어울리지 않는 기사의 함량 때문만은 아니다. 연합뉴스는 ‘국가 기간 통신사’란 독점적 지위를 갖는 언론사다. 국내외 언론사와 정부 부처, 기업 등에 뉴스와 정보를 공급해온 연합뉴스는 2003년 생긴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 기간 통신사로 지정됐다. 그 덕분에 뉴스구독료 명목으로 해마다 350억원이 넘는 돈을 정부에서 받을 수 있게 됐다. 2003년부터 뉴스구독료와 지원금 등으로 연합뉴스가 받은 정부 지원금은 5천억원 가까이에 이른다. ‘연합뉴스가 포털에 기사를 공급하는 게 맞냐’는 논란이 여전히 끊이지 않는 것도 뉴스통신진흥법과 국가 기간 통신사라는 위상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조선일보>나 <한겨레> 같은 언론사 입장에서 보면 ‘뉴스 도매상’이다. 연합뉴스와 계약을 맺은 국내 200개 언론사들은 연합뉴스의 기사나 정보를 바탕으로 뉴스를 만들거나 최소한의 편집만 거친 뒤 자사 누리집에 그대로 내보내기도 한다. 뉴스 소비가 온라인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도매상’인 연합뉴스는 언론사에 돈을 받고 제공한 상품을 포털에도 그대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정부 지원을 받는 도매상이 소비자들을 상대로 소매상 노릇도 하는 셈이다. 물론, 연합뉴스는 ‘우리는 소비자에게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포털이라는 사업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2016년 5월 한 달 동안 연합뉴스의 기사 1442건이 네이버(NAVER) 모바일 메인 화면에 노출(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한 ‘2016 인터넷 언론 백서’)됐다. 전체의 24.67%에 이른다. 두번째로 많은 <뉴스1>의 기사는 502건 8.59%다. 조선일보는 220건(3.76%), 한겨레는 99건(1.69%)이다. 다음(DAUM)은 연합뉴스 기사의 비중이 31.24%로 네이버보다 더 크다. 연합뉴스가 생산하는 빠르고 다양한 영역의 기사는 포털이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연합뉴스는 국내에서만 580명에 이르는 취재인력을 운용하고 있고, 나라 밖에선 25개국에 60명의 취재진으로부터 기사를 공급받고 있다. 이들이 하루에 생산하는 기사와 사진, 영상만 3천건이 넘는다. 이 역시 정부 지원금이 없으면 쉽게 꾸리기 힘든 인력이다. ■ 부끄러움은 기자들의 몫 ‘단독’이 주는 진짜 충격은 연합뉴스 기자들이 받는 중이다. 보통, 제목은 기사를 쓴 기자들이 달지 않는다. ‘데스크’라 불리는 팀장급 이상 내근 기자 또는 편집 기자들이 제목을 단다. 자신이 쓴 기사의 제목 앞에 뜬금없이 ‘단독’이 붙으면 가장 놀라는 사람은 기사를 쓴 기자다. “(단독을)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동료 기자들 사이에선 물론이고 독자들이 볼 때도 어이없는 대목에서 ‘단독’이 달려 나간다. 내부적으로도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연합뉴스 기자 ㄱ) “단독인지 아닌지 애매한 것도 단독을 붙이라는 지시가 있었다. 다른 언론들이 도용하는 걸 방지하는 이유도 있다고 하더라.”(연합뉴스 기자 ㄴ) 경쟁자이자 동료인 다른 언론사 기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친한 기자들 삼삼오오 모이면 ‘얘들 왜 이래, 창피하게’라고 욕을 하는”(일간지 기자 ㄴ) 지경에 이르렀다. 조윤호 기자는 “‘단독’이란 말엔 취재하기 어렵고 의미가 있는 내용을 팩트로 확인했다는 권위가 있었다. 단독을 남발하면서 머지않아 그 권위는 사라질 것이고 이와 함께 기사가 지닌 가치나 권위도 함께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의 ‘이상한’ 보도 행태는 이미 내부 비판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12월 ‘연합뉴스의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 기자들’ 97명은 “부끄러움은 왜 우리 몫인가? 공정언론·공정인사를 회복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낸 바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사가 데스크에 의해 난도질당하고, 최순실씨에 대한 검찰 공소장이 ‘일방적 주장’으로 매도되는 등 불공정한 보도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성명서의 주된 내용이었다. 지난 2월 초 <연합뉴스TV>는 혼자 사는 여성들이 범죄 위험에 노출된 현실을 보도하면서 ‘혼사녀’라는 말을 써 비난을 받았다. <연합뉴스TV>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곧 죽어도 그놈의 ○○녀는 못 잃어요? 없는 말까지 만들어서 녀녀 타령을 못 놓는 이유가 뭔가요?” 같은 비난이 빗발쳤다. “연합뉴스 남자 앵커는 ‘연앵남’, 여자 앵커는 ‘연앵녀’, 정치부 남자 기자는 ‘연정남’, 사회부 여성 기자는 ‘연사녀’로 부르자”는 말까지 나왔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단독을 남발하는 걸로만 따지면 종편들이 훨씬 심할 것이다. 그럼에도 연합뉴스가 더 많이 비판받아야 하는 이유는 정부 지원을 받는 통신사이기 때문이다. 지원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라, 정부 지원을 통해 공적인 역할을 부여받았으면 그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 혼탁한 언론시장에서 바람직한 방향의 취재·보도 관행을 선도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텐데, 사기업과 같은 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비판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의 말처럼 연합뉴스는 ‘해야 할 일’이 많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해야 하고 성별이나 직업, 인종이나 지역을 차별하는 뉴스를 생산해선 안 된다.(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 5조) 그들 스스로도 밝히고 있다. “2015년 말 등록된 종합일간지는 374개, 인터넷 매체는 5950개에 달합니다. 이들이 경쟁에 나서면서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안 된 유언비어 수준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 연합뉴스는 혼탁한 뉴스시장에서 신속·정확하고 불편부당한 뉴스로 한국 언론의 방향타 역할을 하고자 노력합니다. … 미사여구와 자극적인 표현으로 호도된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연합뉴스 누리집 ‘회사소개’) 연합뉴스는 정말 세상을 바로 볼 수 있게 돕고 있을까?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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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82213.html#csidxe9a442b0a0daab5b896b1a3e3c4f3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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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왜?
기간 통신사의 이상한 ‘단독 장사’
“연합이 이상하다”는 말이 들립니다. 솔직히, ‘이상한’ 언론이 <연합뉴스>뿐이겠습니까. 그런데 연합뉴스는 그 지위가 독특합니다. 국가 기간 통신사. 그 지위 ‘덕’에 연합뉴스는 지원도 받고 더 많은 감시도 받아야 하는 언론입니다. 같은 ‘못된 짓’을 해도 연합뉴스는 더 많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단독] “국산가격의 절반이잖아요”…마트서 모로코 문어 고른 40대 주부’ 지난 5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기사의 제목이다. 기사 앞머리에 ‘단독’이 붙었다. 무엇인가 이 기사에만 담겨 있는 내용이 있다는 뜻이다. 기사는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만난 40대 주부”를 따라간다. 주부는 모로코산 삶은 문어를 카트에 담는다. 진열대엔 “국산과 모로코산이 반씩 진열돼 있었다.” 가격은 “모로코산이 1만원 안팎, 국산이 2만원 안팎으로 국산 문어가 두배 비쌌다.” 기사는 문어 옆 새우를 지나 주꾸미와 조기로 눈을 돌린다. 새우는 베트남산, 조기는 중국산. 이어 고등어와 쇠고기를 지나 과일과 수입맥주 코너로 이동한다. 결론은 하나다. “수입산이 절반 가격으로 훨씬 저렴해서 국산 대신 외국산을 골랐어요.”
<연합뉴스>는 그들 스스로 “혼탁한 뉴스시장에서 신속·정확하고 불편부당한 뉴스로 한국 언론의 방향타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녀’와 무분별한 ‘단독’을 남발하는 연합뉴스는 정말 세상을 바로 볼 수 있게 돕고 있을까?
<연합뉴스>는 그들 스스로 “혼탁한 뉴스시장에서 신속·정확하고 불편부당한 뉴스로 한국 언론의 방향타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녀’와 무분별한 ‘단독’을 남발하는 연합뉴스는 정말 세상을 바로 볼 수 있게 돕고 있을까?
기사를 읽은 독자들은 멍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무엇이 단독이지? 40대 ‘주부’를 만난 것? 그가 모로코산 문어를 선택한 것? 문어 옆에 새우가 진열된 것? 설마… 수입 식재료가 국산 가격의 절반이라는 게 단독인 걸까? ■ “이런 단독, 하루 100개도 쓰겠다!” 다음 제목들을 보자. 모두 연합뉴스가 최근 쓴 ‘단독’ 기사들이다. “단독/ “생선은 건강식”…이젠 명태·참치도 키워 먹는다”(2017년 2월6일) “단독/ 대선 결과, 검색 트렌드로 미리 알 수 있다?”(2017년 2월6일) “단독/ 같은 공연 10번, 나홀로 보고 또 보고…공연장 점령한 ‘욜로족’”(2017년 2월5일) “단독/ “지금처럼만 날 사랑해줘~”…비·김태희, 축복 속 듀엣”(2017년 2월4일) “단독/ 30대녀 혼자놀기 경험담…“속 편하고, 안 번거롭고, 돈 덜쓰고”(2017년 1월31일) “단독/ 200만년 인류역사에 대변화…혼자 고기 구워 먹는다”(2017년 1월31일) “단독/ ‘이젠 혼자가 보편이다’…밥도, 여행도, 영화도, 노래방도”(2017년 1월31일) “단독/ “우리 전통옷 너무 예뻐요”…한복 입는 사람 급증”(2017년 1월28일) 이 가운데 ‘30대녀 혼자놀기 경험담’을 읽었다. 지난 1월 말 설날 연휴에 “스스로 외톨이 생활을 선택했다”는 서른한살 미혼 여성 직장인 김아무개씨의 설날(28일) 하루를 따라간다. 김씨는 “시집은 언제 가니?” 하는 친척들의 잔소리를 피해 집을 나섰다. 김씨는 “근처 편의점으로 가 명절용 도시락을 집어 들었다.” 양이 살짝 부족해 호빵도 데워 먹은 김씨는 서울 광화문의 카페로 가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긴 채 겨울 풍경을 구경하며 커피를 홀짝였다.” 이후 ‘혼(자)영(화보기)’을 마친 김씨는 “한 소고기 요리 전문점 테이블에 홀로 앉아 2만6900원짜리 1인용 세트와 와인 한잔을 마신” 뒤,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근처 피시방에 갔다가 즉흥적으로 추석 연휴 일본행 비행기표를 예매한다. 다시 한방 먹은 기분이다. 무엇이 ‘단독’일까? 김씨를 만난 것? 설날 친척들이 모였으면 밥과 국은 있을 텐데, 그걸 마다하고 편의점 도시락을 택한 게 단독일까? 기사 속 사진들로 미뤄 짐작해 보면 기사 속 김씨는 아마도 기자인 듯한데, ‘기자가 직접 체험했다는 사실’이 단독일까? 알 길이 없다. ‘단 하나’라는 뜻의 ‘단독’(특종)은 기자와 언론사한텐 ‘짜릿하고 아픈’ 것이(었)다. 누구보다 먼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뉴스를 보도하는 것이기에 단독기사는 내가 쓰면 짜릿하고 나 아닌 다른 기자가 쓰면 아프다. 언론의 단독은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은 단독일 때 의미를 갖는다. 권력 감시 및 진실 보도와 거리가 먼 단독경쟁은 선정보도와 경계를 흐리며 비판을 부르기도 한다. 체험·트렌드 기사에도 ‘단독’
외부에선 “얘네들 창피하다”
“언론에 대한 혐오 부추겨”
내부에서도 ‘자성론’ 나와 여성 대신 ‘미혼녀’ ‘혼사녀’
상투적·선정적 보도도 반복
정부 지원받는 기간 통신사
“공적 책임 못하면 비판받아야”
그런데 저 기사들을 보고 있자니 연합뉴스 기자가 짜릿할 것 같지도, 연합뉴스 아닌 언론사의 기자가 아플 것 같지도 않다. 다른 언론사와 경쟁해 어떤 진실을 길어냈는지도 모호하다. 한 일간지 디지털부서의 ㄱ 기자는 “저런 식이면 하루에 단독 100개도 쓰겠다. ‘단독/ 고양이 키워 보니…외박도 힘들어’ ‘단독/ 가발 써보니, 멋스러움 더해’ 같은 식으로. 체험기사를 단독으로 승화하는 새로운 영역을 연 것 같다”고 꼬집었다. 기사 제목 앞에 ‘단독’은 다른 언론사나 기자도 모두가 달고 싶어 한다. ‘단독’을 붙일지 말지는 온전히 기자와 그 언론이 결정한다. 접근하기 쉽지 않고 의미가 있는 팩트를 취재했을 때 붙이는 ‘단독’은 기사에 권위를 부여했다. 당연히 단독을 붙인 뉴스는 그렇지 않은 뉴스보다 눈에 띄고 조회수(PV)도 높다. 물론 디지털로 소비되는 기사는 특히 그렇다. 방송 뉴스엔 “○○○ 기자가 단독보도합니다”라는 앵커의 소개가 있지만, 대부분의 신문 지면에서 제목에 ‘단독’을 쓰진 않는다. “단독으로 입수한” 같은 문장을 쓰는 정도다. 연합뉴스가 단독을 남발하는 이유도 ‘디지털’에서 찾을 수 있다. 포털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장에서 해당 기사를 수월하게 팔기 위해서다. 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취재 보도한 내용을 신문·방송사에 공급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연합뉴스는 자사 뉴스를 내보내는 지면이나 전파가 없었다. 그들의 고객사인 신문과 방송을 통해 연합뉴스의 기사는 독자들과 만났다. 책 <나쁜 뉴스의 나라>를 쓴 조윤호 전 <미디어오늘> 기자는 포털을 통해 뉴스가 소비되는 시대가 되면서 ‘단독’이라는 두 글자가 시선을 끄는 구실을 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충격’이나 ‘경악’ 같은 표현을 남발하던 때가 있었다. 포털에선 하루 수만개의 기사가 경쟁하고, 소비자들은 더 이상 충격받지도 경악하지도 않는다. 그런 환경에서 ‘단독’이 경악과 충격을 대체하고 있다.” ■ 왜 하필 연합뉴스인가? 과열된 포털 뉴스 시장에서 단독을 남발하는 언론이 어디 연합뉴스뿐일까.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주요 위치에 노출되지 않는데도, 아주 사소한 사실을 홀로 썼다는 이유로 ‘단독’을 붙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연합뉴스뿐만 아니라 대부분 (언론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근 연합뉴스의 ‘단독 시리즈’가 특히 불편한 이유는 ‘단독’과 어울리지 않는 기사의 함량 때문만은 아니다. 연합뉴스는 ‘국가 기간 통신사’란 독점적 지위를 갖는 언론사다. 국내외 언론사와 정부 부처, 기업 등에 뉴스와 정보를 공급해온 연합뉴스는 2003년 생긴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 기간 통신사로 지정됐다. 그 덕분에 뉴스구독료 명목으로 해마다 350억원이 넘는 돈을 정부에서 받을 수 있게 됐다. 2003년부터 뉴스구독료와 지원금 등으로 연합뉴스가 받은 정부 지원금은 5천억원 가까이에 이른다. ‘연합뉴스가 포털에 기사를 공급하는 게 맞냐’는 논란이 여전히 끊이지 않는 것도 뉴스통신진흥법과 국가 기간 통신사라는 위상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조선일보>나 <한겨레> 같은 언론사 입장에서 보면 ‘뉴스 도매상’이다. 연합뉴스와 계약을 맺은 국내 200개 언론사들은 연합뉴스의 기사나 정보를 바탕으로 뉴스를 만들거나 최소한의 편집만 거친 뒤 자사 누리집에 그대로 내보내기도 한다. 뉴스 소비가 온라인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도매상’인 연합뉴스는 언론사에 돈을 받고 제공한 상품을 포털에도 그대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정부 지원을 받는 도매상이 소비자들을 상대로 소매상 노릇도 하는 셈이다. 물론, 연합뉴스는 ‘우리는 소비자에게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포털이라는 사업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2016년 5월 한 달 동안 연합뉴스의 기사 1442건이 네이버(NAVER) 모바일 메인 화면에 노출(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한 ‘2016 인터넷 언론 백서’)됐다. 전체의 24.67%에 이른다. 두번째로 많은 <뉴스1>의 기사는 502건 8.59%다. 조선일보는 220건(3.76%), 한겨레는 99건(1.69%)이다. 다음(DAUM)은 연합뉴스 기사의 비중이 31.24%로 네이버보다 더 크다. 연합뉴스가 생산하는 빠르고 다양한 영역의 기사는 포털이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연합뉴스는 국내에서만 580명에 이르는 취재인력을 운용하고 있고, 나라 밖에선 25개국에 60명의 취재진으로부터 기사를 공급받고 있다. 이들이 하루에 생산하는 기사와 사진, 영상만 3천건이 넘는다. 이 역시 정부 지원금이 없으면 쉽게 꾸리기 힘든 인력이다. ■ 부끄러움은 기자들의 몫 ‘단독’이 주는 진짜 충격은 연합뉴스 기자들이 받는 중이다. 보통, 제목은 기사를 쓴 기자들이 달지 않는다. ‘데스크’라 불리는 팀장급 이상 내근 기자 또는 편집 기자들이 제목을 단다. 자신이 쓴 기사의 제목 앞에 뜬금없이 ‘단독’이 붙으면 가장 놀라는 사람은 기사를 쓴 기자다. “(단독을)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동료 기자들 사이에선 물론이고 독자들이 볼 때도 어이없는 대목에서 ‘단독’이 달려 나간다. 내부적으로도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연합뉴스 기자 ㄱ) “단독인지 아닌지 애매한 것도 단독을 붙이라는 지시가 있었다. 다른 언론들이 도용하는 걸 방지하는 이유도 있다고 하더라.”(연합뉴스 기자 ㄴ) 경쟁자이자 동료인 다른 언론사 기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친한 기자들 삼삼오오 모이면 ‘얘들 왜 이래, 창피하게’라고 욕을 하는”(일간지 기자 ㄴ) 지경에 이르렀다. 조윤호 기자는 “‘단독’이란 말엔 취재하기 어렵고 의미가 있는 내용을 팩트로 확인했다는 권위가 있었다. 단독을 남발하면서 머지않아 그 권위는 사라질 것이고 이와 함께 기사가 지닌 가치나 권위도 함께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의 ‘이상한’ 보도 행태는 이미 내부 비판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12월 ‘연합뉴스의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 기자들’ 97명은 “부끄러움은 왜 우리 몫인가? 공정언론·공정인사를 회복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낸 바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사가 데스크에 의해 난도질당하고, 최순실씨에 대한 검찰 공소장이 ‘일방적 주장’으로 매도되는 등 불공정한 보도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성명서의 주된 내용이었다. 지난 2월 초 <연합뉴스TV>는 혼자 사는 여성들이 범죄 위험에 노출된 현실을 보도하면서 ‘혼사녀’라는 말을 써 비난을 받았다. <연합뉴스TV>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곧 죽어도 그놈의 ○○녀는 못 잃어요? 없는 말까지 만들어서 녀녀 타령을 못 놓는 이유가 뭔가요?” 같은 비난이 빗발쳤다. “연합뉴스 남자 앵커는 ‘연앵남’, 여자 앵커는 ‘연앵녀’, 정치부 남자 기자는 ‘연정남’, 사회부 여성 기자는 ‘연사녀’로 부르자”는 말까지 나왔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단독을 남발하는 걸로만 따지면 종편들이 훨씬 심할 것이다. 그럼에도 연합뉴스가 더 많이 비판받아야 하는 이유는 정부 지원을 받는 통신사이기 때문이다. 지원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라, 정부 지원을 통해 공적인 역할을 부여받았으면 그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 혼탁한 언론시장에서 바람직한 방향의 취재·보도 관행을 선도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텐데, 사기업과 같은 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비판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의 말처럼 연합뉴스는 ‘해야 할 일’이 많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해야 하고 성별이나 직업, 인종이나 지역을 차별하는 뉴스를 생산해선 안 된다.(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 5조) 그들 스스로도 밝히고 있다. “2015년 말 등록된 종합일간지는 374개, 인터넷 매체는 5950개에 달합니다. 이들이 경쟁에 나서면서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안 된 유언비어 수준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 연합뉴스는 혼탁한 뉴스시장에서 신속·정확하고 불편부당한 뉴스로 한국 언론의 방향타 역할을 하고자 노력합니다. … 미사여구와 자극적인 표현으로 호도된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연합뉴스 누리집 ‘회사소개’) 연합뉴스는 정말 세상을 바로 볼 수 있게 돕고 있을까?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82213.html#csidxe9a442b0a0daab5b896b1a3e3c4f32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