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03.26 11:14


언론은 대선주자를 어떤 프레임으로 재단했나?

[서평] ‘프레임 對 프레임’/ 조윤호 지음/ 한빛비즈 펴냄



정치인을 죽일 땐 그를 과거에 가두고, 살릴 땐 미래를 얘기한다. 미디어오늘에서 기자생활을 했던 조윤호는 저서 ‘프레임 對 프레임’에서 이런 독해법을 제시했다. 실제로 이를 통해 많은 기사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내게 유리한 의제를 던지고 이를 유지하는 힘, 즉 프레임을 읽어내고 프레임 전쟁을 파악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보수 언론은 문재인에게 끊임없이 ‘그런데 노무현은?’을 물었다.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문재인은 자연스럽게 ‘대선 주자 문재인’이 아니라 ‘노무현의 비서실장’이 돼버린다. 이런 프레임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문재인을 미래의 정치인이 아니라 과거의 정치세력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지난 대선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당시 여권의 주장은 반공프레임이자 문재인을 ‘노무현이라는 감옥’에 가두는 효과를 가져왔다. 문재인은 한동안 해당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반박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는 효과적인 대응이 아니었다. 일단 프레임이 정해지면 논쟁은 그 프레임 안에서 진행될 뿐이다. 

▲ ‘프레임 對 프레임’/ 조윤호 지음/ 한빛비즈 펴냄
▲ ‘프레임 對 프레임’/ 조윤호 지음/ 한빛비즈 펴냄

저자는 “정치권에서는 이런 대응의 원인을 문재인 개인적 성격에서 찾는다”며 “변호사를 오래 해서 그런지 사실관계가 다른 공격이 들어오면 하나하나 반박하려고 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합진보당 내란음모사건의 주동자로 지목된 이석기가 노무현 정부 때 가석방·특별사면 받은 사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노무현 정부시절 특별사면을 받은 사실 등으로 보수언론은 문재인을 비판했다. 한겨레가 ‘과거에 갇힌 건 문재인과 야당이 아니라 안보장사·색깔론을 주장하는 새누리당’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NLL대화록 국면은 ‘사초 실종 사태’로 확산됐다. 2013년 6월30일 문재인이 국가기록원 대화록 열람을 제안했으나 대화록이 없었던 것이다. 한겨레도 “문재인 의원에게 끌려다닌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도 결국 바보가 됐다”며 문재인을 비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보수 언론의 프레임을 뒤집은 사례는 2002년 대선후보 시절 노무현의 발언이다. 장인이 좌익활동을 했다는 경력을 문제 삼고 한나라당과 당내 이인제 후보까지 공격했다. 그러나 노무현은 “아들딸 잘 키우고 잘 살고 있다. 뭐가 잘못됐다는 거냐. 이런 아내를 버려야 하냐”고 반문했다. ‘장인이 좌익 활동을 한 건 사실이 아니’라거나 ‘요직에 있지 않았다’는 식으로 반박하는 건 해법이 아니다.  

문재인은 확장성이 없다는 보수언론의 비판과 자신을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는 문재인. 노무현을 극복했다고 안희정을 평가하는 보수언론과 안희정·문재인이 둘다 우리편이라고 말하는 한겨레. 이재명을 포퓰리스트라고 공격하는 조선일보와 이재명이 새로운 정치구도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하는 중앙일보.  

저자는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3인을 포함해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과 김무성, 출마선언도 못한 채 사라진 반기문, 보수단체와 보수언론의 집중공격을 받았던 박원순 등 8명에 대한 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의 프레임을 분석했다.

분석에 앞서 세 신문사를 평가한 부분도 흥미롭다. 언론이 왜 그런 프레임을 사용하는지 배경지식 역할을 한다. 저자는 ‘언론재벌’ 조선일보를 ‘이념 보수’로 불렀다. 조선일보 가문 자체가 기득권층이고, 전두환 정권 등 지배세력과 결탁으로 급성장했다. 색깔론을 무리하게 들이대는 건 조선일보의 특기다. 

조선일보가 ‘이념보수’라면 ‘재벌언론’ 중앙일보는 ‘실용보수’다. 삼성 이병철 회장은 언론의 필요성을 인식했고, 중앙일보를 창간했다. 시장원리를 중시하기 때문에 조선일보와 다른 논조를 펼치는 경우가 있다. 삼성 갤럭시를 보수적인 사람에게만 팔 수 없는 원리와 같다. 중앙일보는 오른쪽, JTBC를 왼쪽을 담당하는 현 상황도 이런 맥락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한겨레의 탄생으로 ‘언론재벌’vs‘재벌언론’ 구도가 보수vs진보 구도로 변했다고 봤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탄생한 한겨레는 보수 언론에서 배제된 목소리를 담았고, 무리한 색깔론 공세를 반박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잡으려던 시도 속에 ‘공정언론’이 아니라 조선일보 대척점에 선 ‘정파언론’이 된 것이 한겨레의 한계로 거론되는 측면도 있다.  

[관련기사 : 조선일보·한겨레, 20년간 보수·진보 정파보도 늘었다]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저자는 세 가지를 제안한다. 핵심은 흩뿌려진 정보가 아닌 전체 맥락을 파악하자는 내용이다. 첫째, 정치인의 발언 원물을 찾아보자. 분위기와 뉘앙스를 파악할 수 있다. 둘째, 제목만 읽고 평가하지 말자. 셋째, 확증편향을 경계하자. 보고 싶은 사실만 보지 말자는 뜻이다. 독자는 곧 유권자다. 프레임을 파악하는 건 합리적인 지도자를 뽑는 첫 걸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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