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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단상

쇼통이 소통이다


http://m.the300.mt.co.kr/view.html?no=2017072507497614025

지난 대선 때 심상정 후보 캠프에서 일하며 느낀 게 있었다. 기자 출신이었기에 글을 쓰면서 '이걸 쓰면 기자들이 뭘 야마로 뽑을까' '어떻게 써야 언론이 잘 받아쓸까'를 고민했다. 정치가 미디어에 어떻게 노출되는지에 주목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상당부분 낡은 것이었다. 중요한 건 심상정 후보가 하는 말을 언론이 어떻게 받아쓸지가 아니라, 심상정이 곧 미디어라는 점이었다. 같은 원리로 정의당이 곧 미디어다. 심 후보 페북 좋아요 수가 34만 명이 넘는다. 팔로우한 사람은 36만 명이다. 그 사람들은 언론이 제목으로 뽑고 축약한 심 후보의 말이 아니라 페북과 트위터에 올린 유투브에 올라온 심 후보의 말과 글, 콘텐츠를 직접 소비했다.

요새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이 화제가 되는 이유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연설에 이렇게 관심 많았던 때가 있었나 싶다. 물론 연설이 훌륭하기도 하지만 미디어환경의 변화도 한 몫했다. 문재인이 곧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과거 대통령들에겐 주옥같은 연설이 없었을까? (물론 503은 논외;;;) 그 때 연설이 화제가 되지 못한건 사람들에게 대통령 연설이란 언론을 통해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언론이 뽑은 제목과 언론이 축약한 내용에 따라서.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언론을 통해서만 대통령 연설을 보지 않는다. 유투브 생중계로 페이스북을 통해 문통의 연설을 직접 본다. 그리고 연설내용을 함부로 축약하거나 맥락을 생략한 언론을 다그친다. 문통이 518 연설에서 518을 잊지않은 사람들을 일일이 호명하고 이어서 518 유가족을 끌어안는 장면은 편집없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드는 고민은 세 가지다.
첫 째 기자와 언론은 대통령 말을 전달하고 중계하는 것 외에 무슨 콘텐츠를 더 보여줄 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고민해야한다는 것 그리고 문재인이라는 미디어보다 우리 매체를 보는 게 더 낫다는 걸 입증해야한다는 것

둘 째 정당과 정치세력의 위기관리의 방식도 진화해야한다는 것. 언론관리를 잘한다고 위기가 봉합되지 않는다. 한 정당의 정치인이 페북에서 사고를 치면, 기사 한 줄 안 나가도 sns를 통해 다 퍼지고 포털 인기검색어에 오른다. 사고 친 이 정치인이 곧 미디어기 때문이다. 그것이 뉴스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아닌지를 더이상 언론만 판단하지 않는다.

셋째 문통의 이런 소통이 쇼통이라고 비웃는 정치세력들에 대한 의문. 당신은 보여주기라도 제대로 해본 적 있는가? 그럼 쇼통 말고 당신들은 어떤 소통을 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