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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단상

학교급식노동자들에 대한 이언주 의원 발언을 들으니....

학교급식노동자들에 대한 이언주 의원 발언을 들으니 옛날 생각이 났다.

대학교 다닐 때 학교식당에서 3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로 한 일은 설거지와 짬(남은 음식물 쓰레기) 치우기였다. 컨테이너벨트에 학생들이 올려놓은 식판과 식기들이 차례로 오면 그걸 빠르게 집어들어 잔반은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고 나머지 식판과 식기들은 뜨거운 물 통에 넣어 불린다.

조금만 늦거나 딴 일을 하고 있으면 잔반이 든 식판과 식기들이 엎어져서 난장판이 된다. 그렇게 뜨거운 통에 불린 식판과 식기를 꺼내 식기 세척기에 집어 넣는다. 일에 조금 익숙해지면 빨리 집어넣고 그 사이 반대편으로 가서 씻겨져 나오는 식기들을 꺼내 종류별로 분류해 정리하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정리를 좀 마치고 다시 반대편으로 가서 식기와 식판을 집어넣는다. 그 사이 틈이 날때마다 컨테이너벨트로 가서 몰려드는 식판과 식기 잔반을 처리한다. 그리고 또 틈이 날 때마다 씻겨나온 식기와 식판 수저 컵 등을 밖의 식당으로 나른다.

한 10분 정도 지나면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땀 때문에 앞도 잘 안 보인다. 식기세척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늘 안경을 뿌옇게 만들었다. 늘 허리를 숙이고 일을 해야해서 허리와 어깨가 아프다. 뜨거운 물이 얼굴이나 손에 튀거나 장갑안으로 들어가 작은 화상을 입은 적도 있고 바닥이 늘 물투성이다보니 미끄러져 넘어진 적도 여러번 있었다.

같이 일하던 이모들도 조리사 아저씨들도(통칭해서 급식노동자들) 노동환경이 비슷했다. 뜨거운 불에 화상을 입기 일쑤고 같은 노동을 반복하다보니 허리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고 온 몸이 쑤신다. 그러면서도 학생들 밥먹이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계셨다.

이언주 의원이 급식노동자들한테 그냥 동네아줌마들이고 조금만 교육시키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이들은 대단한 셰프도 아니고 굉장한 기술을 요하는 전문직도 아니다. 이들의 노동은 오히려 하루종일 컨베이너벨트 앞에서 단순노동을 반복하는 3D 노동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학교 학생 대다수가 바로 그분들이 만드는 밥을 먹었다. 내가 설거지했던 그 식기로 밥을 먹었다. 대한민국 대다수의 일상이 바로 이런 일상적이고 단순한 노동에 의해 구성된다. 일상적이고 별거 아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같지만 그런 노동이 하나 둘 모여야 다른 사람들의 일상이 돌아간다. 그래서 그들의 노동은 전문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고 대단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을 지라도 소중하고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에는 잊고 있지만 나의 일상은 누군가의 노동으로 인해 가능하다는 점, 그 점은 역설적이게도 그 노동자들이 일을 멈출 때 드러난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파업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