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 /단상

아이캔스피크, 위안부 문제를 보편화하다

* 스포일러 있습니다.

내가 봤던 위안부 관련 영화 중 가장 위안부 문제를 보편적인 문제로 만들려 시도한 작품인 것 같다.


고통스러운 과거 일본의 만행 장면 등은 최소화하고, 과거 괴로운 일을 겪은 인물의 현재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렸다. 언론에 비치는, 그래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접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모습에는 그들의 일상이 없다. 수요집회에 나오고, 일본과 정부를 비판하는 모습. 아이캔스피크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그 위안부 할머니의 일상을 조명했다.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동을 하는 할머니. 재개발의 피해를 경험하기도 하고, 구청에서 민원을 넣으러 가는 할머니. 눈에 걸린 고딩 밥도 챙겨주고 영어를 가르쳐준 손자뻘 청년이 면접본다고 하자 정장에 부적을 넣어두기도 하는 할머니. 그런 나옥분은 우리 주변에 보이는 이웃이기도 하다. 그런 이웃이 알고 보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였다는 점은 영화 속 이웃들에게 그래서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 사실을 모르고 영화를 본 관객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이캔스피크는 그렇게 위안부 문제를 특정한 시대 특정한 피해를 겪은 피해자들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 주변에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이웃의 과거, 우리가 겪은 공동의 경험 혹은 역사로 만든다.

나옥분이 미국에 가서 위안부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설정, 그리고 이걸 본 외국인들이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인사하는 모습, 더 나아가 ‘서양인 위안부 피해자’를 함께 등장시킨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일본이라는 나라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문제를 넘어, (인류) 보편의 문제로 끌어올리는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이 영화는 극악무도한 일본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끝나버리는, 위안부를 포함해 일제 시대를 소재로 한 영화의 한계점도 피해 나간다. (물론 여러 설정이나 대사, 구성 등에서 이를 벗어나지 못한 부분도 보인다)

극을 이끌어가는 개연성이나 스토리 등에서는 촘촘하지 못한 부분도 보였으나 위안부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내 입장에선) 접근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