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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단상

디스패치의 ‘JYP 구원파’ 기사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며칠 전 하루종일 ‘박진영’과 ‘구원파’가 인기검색어였다. 디스패치의 단독 기사 <“저는 구원받았습니다”…박진영, ‘구원파’ 전도 포착> 때문이다. 디스패치가 잘하는 ‘파파라치’ 취재형식을 통해 박진영이 구원파 전도에 앞장섰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기사를 여러 번 읽어보았는데, 그래서 이 기사가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박진영은 평소에 무교라고 주장했지만, 알고 보니 구원파였다.”

디스패치가 ‘파파라치’ 취재를 통해 입증해서 쓸 수 있는 기사는 이 정도였을 것이다. 평소 방송이나 SNS에서 무교라고 주장하던 것과 달리, 알고보니 구원파 신도였고 종교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디스패치는 항상 팩트를 그대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누가 잘못했는지 결론을 내린다. 예원-이태임 욕설논란 때도 “현장에 있던 해녀 이야기 들어보니…”라고 제3자의 증언을 전하는 데서 끝내지 않았다. 당시 디스패치 기사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자신의 감정을 예원에게 분출한 건,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예원은 마른 제주에서 날벼락을 맞았다. 그리고 온라인상에서 2차 공격을 당하고 있다“

이병헌 관련 보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병헌이 보낸 문자 확인해보니…”라며 메시지를 공개하는 데서 끝내지 않았다. 한 발 더 나아간다. 디스패치의 이병헌 기사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법적으로는 피해자와 피의자가 명확하다. 그러나 상식적으로는, 모두가 비상식적이다.”

(디스패치의 위험한 팩트에 대해 3년 전에 썼던 기사를 링크한다.)


이번 ‘박진영 구원파’ 기사는 어떨까? “박진영, 알고 보니 구원파”라는 팩트에 “그래서 그게 잘못이다”라는 결론을 첨가하려면 디스패치는 추가적으로 둘 중 하나를 입증했어야 한다.

1. “박진영이 ‘구원파’라는 종교를 믿으면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줬다.”

일반적으로 사이비종교에 대한 보도가 공익성을 가질 때, 이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이비종교의 교주나 관계자들이 가정을 파탄 냈다거나, 신도들 돈을 뜯어냈다거나, 교리를 이유로 성폭력을 일삼았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런데 박진영이 구원파 전도를 하면서 무슨 ‘나쁜 짓’을 했나? 디스패치는 이걸 입증하지 못했다.

2. “박진영이 구원파가 저지른 잘못된 일에 연관되어 있다.”

박진영이 구원파가 저지른 이상한 사업이나 부도덕한 일에 연관되어 있다거나 거기에 돈을 댔다면, 디스패치는 “박진영은 구원파”에서 “그게 잘못이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디스패치는 박진영이 ‘세월호’ 지주회사(천해지)의 대표였던 변기춘과 친하다는 것만 보여줬을 뿐이다. 온갖 팩트를 다 늘어놓지만, 그건 ‘변기춘’의 잘못이지, 그게 박진영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지 입증하지 못한다.

급기야 디스패치는 세월호와 청해진해운 이야기까지 언급한다. 세월호, 청해진해운이 박진영하고 대체 무슨 상관인가? 아무리 기사를 읽어봐도 알 수가 없다.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한 디스패치 기사는 이렇게 결론 짓는다. “박진영의 말은, 유병언과 권신찬의 논리와 닮아 있다.” ‘나쁜 놈들’의 논리와 비슷한 사상을 지녔으므로, 박진영도 나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디스패치가 늘 보이던 패턴이다. 자꾸 팩트를 이용해 여론재판의 판관 역할을 하려 한다. 디스패치에게 묻는 수밖에 없다. 박진영이 ‘구원파 신도’라는 것이, 대체 누구에게 무슨 피해를 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