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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인문, 사회과학

영어가 왜 세계어인가

 


왜 영어가 세계어인가

저자
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출판사
들녘 | 2002-05-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영어학의 세계적 권위자, 데이비드 크리스털은 세계어인 영어의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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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수업 리포트. 개소리다, 읽을 필요 없음. 보관용임.

영어가 왜 세계어인가

미국의 정치인 존 애덤스는 1780년 다음과 같은 예언을 했다. “라틴어가 지난 세기, 프랑스가 금세기의 세계어였던 것 이상으로 영어는 다음 세기, 그리고 그 후에도 세계어가 될 운명이다.” 2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가 정확한 예언자였다는 사실을 세월이 증명해주었다.1) 현재 영어는 명실상부하고도 확고부동한 세계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2개국의 4억 명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고, 4억 명이 영어를 제2외국어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60개국에서 영어는 공식적 또는 반공식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영어가 세계에게 가장 널리 쓰이는 언어가 되어가는 오늘날, 영어를 바라보는 시각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즉 이제 영어는 세계인의 언어가 되었기 때문에 영국, 미국 등 영어 종주국들이 자신들의 언어라고 주장할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영어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크게 4가지가 있다. 바로 영어를 제1언어, 제2언어, 외국어, 국제어(세계어)로 바라보는 것이다. 먼저 영어를 제1외국어로 바라보는 경우 영어의 표준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미국, 영국 영어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미국과 영국이 영어의 종주권을 주장할 수 있고 그들의 영어가 세계인들이 사용하는 표준 영어가 되어야 한다. 실제로 각국에서 사용되는 영어들은 모두 미국식 혹은 영국식 영어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며 영어가 처음 시작된 곳 역시 영국과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영어를 제2언어로 바라보는 경우 영어의 종주권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들, 혹은 공용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주장할 수 있다. 주로 이민자들이 이민국 내에서 그 나라 언어를 학습하거나 혹은 학습자가 학습자의 나라에서 학습대상언어를 공식 언어로 배우는 상황에서 제2언어로서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혹은 부모님의 모국어를 부모님으로부터 혹은 그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배우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외국어 학습 상황에서 한국 부모님으로부터 한국어를 학습하는 이민 2세 자녀들의 학습 상황을 제2언어 학습 상황이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또한 이민자들이나 모국어 사용자들에게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나라들의 사람들이 제2언어 사용자에 해당한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나라로는 인도, 싱가포르가 있으며 이들은 국민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너무 많아 사회적 통합과 의사소통의 원활성을 위하여 통일된 언어인 영어를 모국어와 함께 사용한다.


영어를 외국어로 사용하는 나라들도 영어에 대한 종주권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영어를 외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영어의 사용이 필수적이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로 주로 비즈니스나 여행, 혹은 학교에서 학업상 학습하는 여러 외국어 중 하나로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영어를 학습할 때 교사가 사용하는 영어 교습의 주요 매개 언어는 배우는 학생들의 모국어가 주를 이루게 된다. 이들은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간혹 만나기는 하지만,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필요한 만남은 아닌 상황에서 학습하며(영어가 학습자의 나라에서 확고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도 않은 상황) 또한 대상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영어를 외국어로서 사용한다. 비록 이들이 필수불가결하게 영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모국어의 어휘체계에 외국어로서의 영어가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 변형된 영어 역시 그들의 모국어와 다름없이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자신의 모국어에 대해 종주권을 주장하듯이 영어에 대한 종주권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어를 국제어(세계어)로 보는 관점이 있다. 이 관점은 한마디로 이제 영어에 종주권은 없다는 것이다. 세계화가 발달한 현대에 있어 영어는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상호 교류하기 위하여 매개체로 사용하는 언어로 사용된다. 즉 영어가 링구아프랑카(lingua franca)2)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영어에 관한 관점은 크게 네 가지이지만, 이는 크게 두 가지 대립되는 관점으로 압축될 수 있다. 바로 영어에 종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주인(혹은 표준)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영어를 모국어, 제2언어, 외국어로 바라보는 이들 모두 그 주인이 누구냐가 다를 뿐 모두 표준 영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논의전개의 편의성을 위하여 앞으로 표준영어의 존재를 인정하는 관점을 “영어를 외국어로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칭하겠다.) 하지만 영어를 국제어로 바라보는 시각은 표준 영어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먼저 영어를 외국어로 바라는 관점에 대해 살펴보자. 이들은 실질적으로 공식적 활동에 쓰이는 언어가 표준 영어임을 들어 표준 영어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실제로 미디어나 방송 통신, 국제 비즈니스, 외교에 쓰이는 언어는 대부분이 영국식 혹은 미국식으로 대표되는 표준영어다. 세계 각국의 대표들이 UN에서 회의를 연다고 가정해보자. 뉴델리에서 온 대표는 회의장으로 오는 길에 자기들끼리 인도식 영어로 잡담을 나눌 것이며, 도쿄에서 온 대표들은 편안한 일본식 영어로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또한 워싱턴에서 온 미국 대표들은 미국식 영어를 사용할 것이다. 만일 이들이 서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아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회의석상에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바로 세계표준의 영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일 이 세계표준의 영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세계인들은 서로 의사 소통할 수 없고 이 표준영어의 존재로 인해 의사 소통 불가시 발생하는 비효율, 고비용의 통역 부담이 사라지게 된다.


또 영어를 외국어로 보는 관점을 지닌 사람들은 모든 언어에 ‘원류(原流)’가 있듯이 영어에도 원류가 있고, 근본(根本)이 있다고 주장한다. 영어의 본고장은 영국이었고, 산업혁명과 대영제국 식민지 건설로 영국식 영어는 전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다. 영국의 이민자들(청교도 박해를 피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이 세운 미국 역시 영어의 확산에 큰 역할을 한다. 영국 이후 세계 최강 대국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미국식 영어를 세계에 급속도로 퍼지게 한 것이다. 아무리 새로운 영어들(인도식 영어, 일본식 영어, 싱글리쉬, 말레이 영어 등)이 생겨난다 할지라도 그 근본과 바탕은 영국과 미국에서 온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세계의 표준 영어는 영국, 미국식을 바탕으로 널리 쓰이게 된 기타 국가들의 새로운 영어가 포함되는 식으로 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영어를 외국어로 바라보는 관점에 동의했다. 이는 제도권 교육의 대부분이 최대한 표준 영어(영국식과 미국식 둘 다 쓰이지만 고등교육과정에서는 대부분 미국식 영어를 학습한다.)에 가깝게 발음하고, 또 표준 영어의 어휘 체계와 문법을 따르는 것을 중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영어를 배우면서 되도록 표준영어에 가까운 ‘올바른 영어’를 써야겠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었고 그것이 올바른 영어 학습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어를 국제어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알게 되면서 내 생각이 분명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영어를 국제어로 바라보는 시각으로 관점의 변화를 이루게 된 것은 표준의 제정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언어라 함은 일종의 문화인데, 세계 각지의 다양한 문화에 표준을 제정하는 것은 문화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19세기 이전 동아시아의 문명표준은 중화질서 였는 데, 이 중화질서 속에서 조선은 중국에 조공을 바치며 사대외교를 해야 했고, 이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삼전도의 굴욕을 당한 1627년 병자호란). 또한 19세기 이후 동아시아에 유입된 새로운 문명표준인 서구근대국제질서는 자신들이 표준임을 주장하며 동아시아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아편전쟁으로 시작된 동아시아 국가들의 반식민지화, 혹은 식민지화). 이처럼 문화, 문명에 표준을 제정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만일 세계영어의 표준이 제정된다면 과거 중화질서, 서구근대국제질서의 문명표준과 맞먹는 위력을 지닌 언어표준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이미 영어는 국제적 학문교류의 매개체 역할을 하며 특권을 누리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연구 결과를 남긴 과학자라 해도 영어 능력이 뛰어나지 못해 국제 학술지에 이를 게재하지 못한다면 그 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 그 예다. 수많은 나라들에 있는 학자들은 연구 그 자체로 인정받기 이전에 영어 능력으로서 인정받아야 한다. 학문의 의사소통 수단이 영어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세계대전 이전까지 세계를 지배했던 대영제국에 이어 새로운 영어 제국주의(English imperialism)의 탄생이라 부를 만할 정도로 거대한 권력의 탄생이다.


또한 나는 각국에 쓰이는 모든 영어의 원류, 근본이 영국식, 미국식 영어라는 것 역시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언어는 결코 독단적으로 탄생할 수 없는 것이다. 현대 한국어의 절반 이상이 한자어고, 일본어에도 한자가 중대한 역할을 차지하는 것이 그 예다. 현재의 미국영어 역시 마찬가지이다. 현재의 미국영어는 지역 발음과 방언의 집합체이다. 현재 미국영어는 미국인 스스로 만들어낸 언어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다른 언어들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결과물인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예컨대 igloo, kayak, wigwam), 프랑스어(예컨대 apache, prairie, pumpkin), 스페인어(adobe, plaza, cockroach, ranch, Creole), 네덜란드어(예컨대 boss, Santa Claus, Waffle)가 현대 미국영어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아메리카 흑인들의 언어(예컨대 gumbo(a stew)), 후기 이민자들의 언어(예컨대 German-noodle, hamburger, semester seminar 등은 독일어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까지도 현대 미국영어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영어의 원류는 이처럼 복잡하다. 따라서 새로운 영어들의 원류는 영어뿐 아니라 매우 복잡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영어들의 원류와 근본이 영어라는 주장은 언어의 기본적인 언어의 탄생 과정조차 알지 못한 채 하는 주장일 뿐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영어는 국제어로서, lingua franca로써 존재해야만 한다. 물론 공식석상에서 사용하는 세계표준 구어체영어(World Standard Spoken English, 약칭 WSSE)는 세계인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학문의 가치가 영어 능력에 의해 평가되고, 외국인 앞에서 미국식, 영국식 발음을 하지 못해 부끄러워하는 일은 없어져야만 한다. 또한 국제어로서의 영어의 위치 확립을 위해 영어에 표준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모국어로 사용자들의 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 아시아 진출을 위해 그 나라 식의 영어를 배우기 위해 직원들에게 그 나라 영어발음을 가르치는 미국계, 영국계 기업이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영어의 국제어화를 통해 언어 제국주의 해체를 통한 다언어 국제사회의 건설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1) 데이비드 크리스털, 『왜 영어가 세계어인가』, 유영난 역, 코키토, 2002.

2)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상호이해를 위하여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가리킨다. 이런 의미에서 그 언어는 어느 한쪽의 사람의 모국어이거나 제2, 3의 언어이거나 상관이 없다. 좁은 의미로는 어느 한쪽의 모국어도 아니지만, 대개의 경우 양쪽 국어가 혼합되고, 문법이 간략한 언어를 뜻한다. 십자군시대에 레반트 지방에서 사용되던 프로방스어를 중심으로 한 공통어에서 유래한다. 네이버 백과사전 참조

참고문헌
데이비드 크리스털, 『왜 영어가 세계어인가』, 유영난 역, 코키토, 2002.
Crystal. D, English as a global language (1997), Cambridge University Press.
하영선, 남궁곤 외, 『변환의 세계정치』, 을유문화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