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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단상

간첩 증거조작사건, 보수언론도 공범이다

 국정원과 검찰이 탈북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만들면서 증거조작까지 했다는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태 해결을 촉구했고, 검찰이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간첩 조작사건은 지난해 4월 유우성씨의 동생 유가려씨의 진술이 국정원의 강압수사로 인한 허위자백이었다는 폭로로 인해 시작됐다. 하지만 한동안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공영방송은 이 의혹을 무시하고, 보도하지 않았다. 결국 유씨는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드러나는 조작의 실체보수언론, 증거조작 밝히면 국익 해친다?

  이후 검찰은 항소심을 준비하면서 유씨의 출입경기록과 사실 확인서 등 몇 개의 문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이 이 증거에 의문을 제기했고 지난 2월 중국 당국이 문서가 위조됐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침묵하던 언론도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보수언론은 이상한 보도 행태를 보였다. “이번 보도로 인해 국정원의 휴민트(정보원)가 무너질 수 있다. 국익에 손해다는 식의 보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검찰과 국정원은 증거조작 의혹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급받은 문서라고 주장했는데, 공식적으로 발급받은 문서 때문에 휴민트가 무너진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또한 억울한 국민을 간첩으로 만드는 국정원을 내버려두면서 국익 타령이라니 한심한 노릇이다. 보수언론은 멍청하거나 악의적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돋보인 것은 동아일보였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121일 유씨의 간첩 혐의를 최초 보도했다. 간첩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이 내려지고, 증거조작이 드러나고 있다면 사과나 정정보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추가 취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침묵하던 동아는 지난 224일 북한 회령시 출신 탈북자 김씨의 말을 빌려 유우성의 아버지가 아들이 보위부 간첩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김씨는 유우성씨 집안과 악연이 있던 사람으로, 법원에서 증인으로 나왔으나 재판부가 크게 신뢰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일방적인 인터뷰를 내보낸 것이다.

  간첩 의심 안 하는 게 이상재탕에 삼탕으로 증거조작 물타기

  급기야 몇몇 언론들은 이미 법원에서 다뤄졌거나 유씨가 수사기관에 해명한 내용을 우려먹으며 유씨의 실체가 의심스럽다(간첩 같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지난 217일 유우성씨가 북한에서 목격됐다는 탈북자 증언을 토대로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탈북자 증언은 이미 1심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계일보는 지난 33일부터 5일까지 3일 동안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의심할 만하다는 기사를 계속 내보냈다. 유씨가 4개의 이름을 섞어쓰며 신분세탁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간첩 의심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씨가 김일성 사회주의 청년동맹원인 척하며 위조된 신분증을 사용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4일 단독기사 <‘간첩혐의공무원 유우성 아리송한 정체>에서 유우성씨가 4일 영국 정부에 망명을 신청한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유씨의 정체를 의심했다.

  TV 조선 역시 같은 날 4특보를 통해 유씨의 영국 망명과 신분 세탁 사실을 보도했다. TV조선은 우리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거나, 간첩 활동에 염증을 느껴 제3국으로의 도피를 생각했을 것” “이중, 삼중으로 얽힌 신분세탁 과정 때문에 유씨의 실체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등의 표현을 써가며 유씨의 실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 내용은 이미 1심 재판 과정에서 다 나온 이야기이며, 수사기관에 증언한 내용이다. 신분세탁 의혹은 유씨가 2009년과 2010년 국가보안법 등으로 수사를 받을 때 수사 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당씨 유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영국 망명설 역시 유씨가 이미 수사기관에 이미 진술했던 내용이다. 영국에 영어 공부를 하러 갔다가 돈도 없는 처지에 마침 그쪽에서 난민으로 신청하면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영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에 난민 신청을 한 것이고, 유광일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한국 국적을 받았기에 조광일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쓴 것이다. 편법이긴 하지만 많은 탈북자들이 난민 신청을 통해 영어를 배우고 있다.

  세계일보는 4일 기사에서 검찰이 법원에 증거로 제시한 문서에 실제 오류가 있었는지와는 별개로 유씨의 실체가 무엇인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기사 취지를 밝혔다. 대체 간첩 조작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유씨의 실체에 대해 굳이, 새롭지도 않은 이야기를 다시 재탕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물타기라는 말 외에는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사정당국 앵무새 노릇한 언론도 증거조작 공범이다

  유씨가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들을 보수언론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이들 언론은 국정원이나 검찰이 여론 반전용으로 흘리는 정보들을 좋다고 받아먹으며 물타기에 동참한 것이 아닐까?

  국정원 정보원 김씨가 자살시도를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 직후 조중동과 문화일보, 세계일보는 국정원 탓을 하고, 남재준 국정원장의 책임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침묵하던 MBCKBS도 보도를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310일 사설을 통해 검찰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남 국정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순리(順理)”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1차 책임자는 국정원과 검찰이다. 하지만 이들의 앵무새 노릇을 한 언론도 공범이다. 검찰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보수언론도 반성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것이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