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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민영화 2라운드, 한국노총은 무엇을 할 것인가

27일 코레일이 850여명의 전보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효율적 인력운영’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철도노조는 강제전출이 사실상 노조탄압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 간부들이나 노조 활동에 적극적인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유배’라는 것이다.

강제전보 외에도 코레일과 정부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철도노조에 대한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130명을 해고했으며 251명을 정직시켰다. 파업참가 조합원 8400명에 대한 징계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162억 원의 손해배상과 116억 원에 대한 가압류도 있다. 이는 지난 12월 한국사회 최대이슈였던 철도민영화 반대 파업의 결과다. 철도노조는 여야가 국회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를 만들어 철도민영화 대책을 논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파업을 접었지만, 철도소위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철도노조에 대한 각종 탄압만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철도노조는 재파업을 경고했다.

지난 겨울 철도노조 파업 때 한국노총은 민주노총과 철도노조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반노동 정책이 역설적으로 ‘노동자 대통합’을 이뤄낸 순간이었다. 한국노총 위원장은 철도노조가 주도한 총파업에서 지지 연설을 했고, 많은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총파업 집회에 참석했다.

코레일이 철도노조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철도노조과 민주노총이 이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노총은 무엇을 해야 할까. 한국노총은 좋든 싫든 이 싸움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치로 내걸고 공기업 개혁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수많은 한국노총의 공기업 노조가 공기업 개혁을 두고 박근혜 정부와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곧 다가올 것이다.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 더 연대해야하는 이유이자, 철도노조의 싸움에 더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야 하는 이유다. 미안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에게 공기업 노조의 싸움은 ‘밥그릇 싸움’으로 보인다. 보수언론의 공세 때문이든 박근혜 정부가 공기업 노조를 ‘암 덩어리’처럼 묘사하기 때문이든 많은 국민들은 공기업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년 겨울 철도노조가 파업했을 때도 많은 국민들은 그렇게 의심했다. 하지만 철도노조가 민영화 반대를 기치로 내걸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싸우자고 외치자 많은 국민들이 철도파업을 지지했다. 언론이 대놓고 철도노조 파업을 이기적인 파업으로 때리고 귀족노조로 몰아붙였는데도 과반이 넘는 국민들은 철도파업을 지지했다. 보수언론과 정부는 “민영화 아니야!”라며 자신들이 하는 일이 나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랬던 철도노조가 패배한다면 어떤 노동자가, 어떤 노동조합이 이길 수 있을까. 공공의 이익을 내세운 파업과 투쟁조차 승리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밥그릇 싸움’으로 낙인찍힌 투쟁이 이길 수 있을까. 게다가 대화와 타협이란 것이 없는 박근혜 정부다. 19년차 노동자 연봉 6300만원이 ‘비효율’이면 대한민국 노동자 모두 언젠가 정리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노총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노총> 기관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