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09.13 09:35

2017년 8월 마지막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2017년생 김지영’의 삶은 다를 수 있을까

80년대 초반 가장 흔했던 이름 ‘김지영’이 주인공인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지난해 발간 이후 누적 판매량 23만 부를 기록했고, 2017년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이름을 올렸다. ‘김지영 열풍’은 김지영이 소설 속 주인공이 아니라 현실 속 나라는 공감 때문이다. SBS 스페셜이 대한민국 곳곳에 있던 80년대생 지영이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한 김지영은 어릴 적 이름이 ‘지훈’이었다. 또 다른 김지영은 어릴 적 남자 옷을 입고 자랐다. 김지영 다음엔 아들이 태어나길 바라는 어른들 때문이다. 할머니는 맛있는 반찬은 아들에게, 김치 이파리는 지영이에게 건넸다. 할머니는 자신도 같이 이파리를 먹었다.

그렇게 자라난 지영이들은 주부가 됐다. 취업 때문에 꿈을 포기한 지영이는 ‘쉬어~’라는 남편의 한 마디가 야속하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밖에 나가도 노키즈존이 아닌 카페를 찾아 헤매야 하고, 아이가 울기 시작해 다급히 집으로 되돌아오기 일쑤다.

일을 그만두지 않고 꿈을 이어가는 지영이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파트타임을 구해도 어린이집 시간과 출퇴근 시간을 맞추러 늘 뛰어다닌다. 일자리를 구할 때마다 들려오는 “여자라서” 라는 말들. 이들의 남은 소망은 자신이 키운 2017년 김지영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 SBS 스페셜

큐레이션 SBS

2. 의원님은 결혼한 남자를 좋아한다

김지영들은 국회에도 있다. 남자들이 카페와 식당을 점령한 시대에도 여자가 쟁반을 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 곳이다. 시대보다 반걸음 뒤처져 걸어오는 곳이다. 한겨레가 견고한 유리천장 아래 놓인 민의의 정당, 국회 여성 보좌진 6명의 생존기를 담았다.

국회 5급 비서관 594명 가운데 여성은 17%(101명)다. 반면 9급 비서 302명 중 219명(72.5%)이 여성이다. 승진이 어려운 붙박이 하급직을 여성이 차지한 채,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의원실 채용공고에는 ‘성별 무관’이라고 하지만, 사실 ‘성별 유관’이다. 의원은 말한다. “나에게 필요한 건 나이 든 기혼 남자 보좌진이야”

이런 격차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한다. 남성 보좌진들은 학연·지연·파벌 등에 따라 밀어주고 당겨준다. 술자리, 흡연구역의 따끈따끈한 정보들은 여성 보좌진들을 비껴간다.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다고 정책 질의서나 법안에 쓰지만, 정작 여성 보좌진에게 결혼과 출산은 먼 이야기다.

● 한겨레

한겨레 큐레이션

3. 석면의 ‘살인기록’ 베일 벗다

가습기 살균제부터 생리대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또 다른 일상의 공포, ‘석면’에 대해 짚었다. 석면은 어느새 잊힌 살인마가 됐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의 실존하는 위협이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석면암 환자 411명 역학조사 보고서는 석면에 대한 여러 가지 편견을 깬다. 석면 광산이나 공장 근무자만이 석면암의 피해자가 아니었다. 체 피해자 중 절반에 가까운 186명(45.3%)은 직업과 무관한 경로를 통해 석면에 노출, 악성종피종이 발병했다. 가족의 작업복을 세탁했거나 재개발 및 재건축 현장의 거주했다는 이유로 발병한 피해자도 있었다. 잠복기가 30년이라는데 갓 스무 살 청년이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은 사례도 있다.

석면의 공습은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최대 피해자는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이었다. 석면 피해자 2,554명 가운데 건설ㆍ철거 관련 업종 종사자가 558명으로, 석면광산 근무 경력자나 석면 가공이 주 업무인 공장의 근무 경력자보다 많았다. 비정규직에 산발적으로 퍼져 있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조직적으로 항의도 하지 못했다.

● 한국일보 ‘석면’ 기획기사

한국일보 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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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09.13 09:35

http://slownews.kr/65245

2017년 8월 둘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최저임금 1만 원, 딴 세상 이야기인 장애인 노동자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60원 올랐다. 이 추세대로면 2020년에는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대통령 공약이 달성 가능하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남의 이야기인 사람들이 있다. 주간경향이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 노동자들의 실태를 짚었다. 지난해 장애인 평균 시급 2,896원으로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이었다.

장애인이 최저임금 절반 수준을 받고 일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장애가 업무수행에 직접적으로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한해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원래 법의 취지는 낮은 임금을 지급하더라도 장애인에게 일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었지만, 현실에서 이 법은 업무 수행에 확실히 지장이 있는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줘도 되는 면죄부로 악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도 최저임금 받도록 법을 개정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고용이 줄어든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고용주 입장에서 유인책이 없다면, 최저임금을 부담하면서 굳이 장애인을 고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 생산품을 공공기관에서 의무 구매한다는 지원책도 이미 경쟁의 치열함으로 한계를 보이고 있다.

가장 손쉬운 방안은 정부가 임금을 보전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재활이나 보호가 시급한 중증 장애인까지 노동시장으로 몰려나오게 돼 오히려 중증 장애인의 사회 적응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과 함께 장애인이 일반 기업에서도 쉽게 적응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 주간경향

주간경향 큐레이션

2. 최저임금 인상, ‘앓는 소리’도 못하는 시민단체

최저임금 인상에 한숨 쉬는 이들이 또 있다. 역설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가장 목소리 높여 외쳤던 시민단체들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외쳤지만 인상된 최저임금을 활동가들에게 지급하기도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이다. CBS 노컷뉴스가 최저임금 인상에 ‘앓는 소리’조차 낼 수 없는 시민단체 활동가의 목소리를 취재했다.

국제인권단체 ‘아디’의 이동화 활동가는 주 35시간 일하며 100만 원 가량의 임금을 받고 있다. ‘아디’에게 최저임금 7,530원은 반가운 일이지만, 동시에 걱정거리다. 당위론으로는 적극 동의하지만, 부담되는 게 사실이다. 공익활동가 협동조합 동행이 지난 2013년 300여 명의 활동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응답한 활동가의 평균 월급은 133만 6,200원이었다. 응답자의 64.2%가 그 돈으로는 생활이 가능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회원 수를 늘려 재정난을 해결해야 하지만, 시민 입장에서 시민단체의 효능감은 매우 떨어진다. 시민단체 외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도 늘어났다. 법적으로 ‘공익에 부합하는 사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이 애매해서 기부금을 모집하기도 어렵다. 많은 시민단체가 활로를 찾기 위해 다양한 수익사업을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시민단체를 두고 ‘수익이 발생하면 안 되고, 배분해도 안 된다’는 식의, ‘순수한 시민단체’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CBS 노컷뉴스

노컷뉴스 큐레이션

3. 종교인 과세, 증세 수단이 아니라 복지다

지난 9일 김진표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28명이 종교인 과세를 2년 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많은 누리꾼이 해당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했고, 의원 두 명이 공동발의를 철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부가 증세를 이야기할 때마다 ‘종교인 과세부터 해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종교인 과세는 대중적 공감대가 형성된 이슈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가 ‘증세’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이데일리가 팩트체크를 통해 종교인 과세의 실상에 대해 짚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조사 기준 목사의 평균 소득은 연 2,855만 원이다. 승려는 연 2,051만 원, 신부는 연 1,702만 원에 불과하다. 이를 기준으로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면 상당수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면세자다.

오히려 세금이 더 많이 쓰일 수도 있다. 종교인에게 과세하면, 저소득 종교인을 지원하는 지원액이 더 많아 지기 때문이다.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면 저소득 종교인이 자신의 근로 소득을 신고하고, 근로 장려금을 함께 신청하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다. 종교인 과세로 늘어나는 세금을 고려하면, 종교인 1만 명이 근로 장려금을 신청해 가구당 100만 원씩을 받는다고 해도 정부 세수는 0원이 된다. 신청자가 그 이상이면 저소득 종교인 지원액이 정부가 거둘 세금을 초과한다.

따라서 종교인 과세는 단지 ‘증세’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불투명한 소득으로 인해 각종 사회 보장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다수 저소득 종교인을 보호하는 ‘복지’의 일종이다. 따라서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이들은 세금을 내야 할 부자 종교인의 이해관계만을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측도 ‘종교인도 세금 내야지’라는 감정적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 이데일리

이데일리 큐레이션

4. 블라인드 채용, 관건은 ‘대안적인’ 평가 기준

요즘 채용 시장, 특히 2030 취업준비생의 핫 이슈는 ‘블라인드’ 채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를 선언했고,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등이 올해 하반기부터 이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수저론에 맞서 공정한 채용을 구현할 것처럼 보이지만,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국일보가 블라인드 채용의 장단점, 한계와 대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취재했다. 핵심은 학력을 대체할 더 좋은 채용 기준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상이나 언변 좋은 사람이 유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의 인사 담당자 설문조사에서 블라인드 채용 도입에 반대하는 응답자(79명ㆍ19.1%)들이 꼽는 이유도

  • ‘인재 채용을 위한 기준, 판단 근거가 모호해서’
  • ‘블라인드 채용에 맞춘 새로운 스펙이 등장할 것이라서’
  • ‘외모나 임기응변과 같은 단편적인 면들로만 지원자를 판단할 우려가 있어서’ 등이었다.

즉, 심층 면접 등 새로운 전형 방식이 개발되지 않으면 블라인드 채용이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이 공정해서가 아니라, 화려한 스펙에 가려 놓칠 수 있는 인재, 회사에서 더 잘 일할 사람을 뽑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입사 내 1년 퇴사율이 30%가 되는 시대에서, 학력만으로는 인재를 뽑을 수 없기에 새로운 채용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이미 학력과 실력 간의 낮은 상관 관계를 절감하고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으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채용 방식을 변화했다. 블라인드 채용의 성패는 구인 기업이 새로운 채용 방식을 개발할 수 있느냐, 그리고 구직자도 이에 맞춰 변화하느냐, 정부가 이를 잘 뒷받침하느냐에 달렸다.

● 한국일보

한국일보 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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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09.13 09:33

학교급식노동자들에 대한 이언주 의원 발언을 들으니 옛날 생각이 났다.

대학교 다닐 때 학교식당에서 3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로 한 일은 설거지와 짬(남은 음식물 쓰레기) 치우기였다. 컨테이너벨트에 학생들이 올려놓은 식판과 식기들이 차례로 오면 그걸 빠르게 집어들어 잔반은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고 나머지 식판과 식기들은 뜨거운 물 통에 넣어 불린다.

조금만 늦거나 딴 일을 하고 있으면 잔반이 든 식판과 식기들이 엎어져서 난장판이 된다. 그렇게 뜨거운 통에 불린 식판과 식기를 꺼내 식기 세척기에 집어 넣는다. 일에 조금 익숙해지면 빨리 집어넣고 그 사이 반대편으로 가서 씻겨져 나오는 식기들을 꺼내 종류별로 분류해 정리하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정리를 좀 마치고 다시 반대편으로 가서 식기와 식판을 집어넣는다. 그 사이 틈이 날때마다 컨테이너벨트로 가서 몰려드는 식판과 식기 잔반을 처리한다. 그리고 또 틈이 날 때마다 씻겨나온 식기와 식판 수저 컵 등을 밖의 식당으로 나른다.

한 10분 정도 지나면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땀 때문에 앞도 잘 안 보인다. 식기세척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늘 안경을 뿌옇게 만들었다. 늘 허리를 숙이고 일을 해야해서 허리와 어깨가 아프다. 뜨거운 물이 얼굴이나 손에 튀거나 장갑안으로 들어가 작은 화상을 입은 적도 있고 바닥이 늘 물투성이다보니 미끄러져 넘어진 적도 여러번 있었다.

같이 일하던 이모들도 조리사 아저씨들도(통칭해서 급식노동자들) 노동환경이 비슷했다. 뜨거운 불에 화상을 입기 일쑤고 같은 노동을 반복하다보니 허리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고 온 몸이 쑤신다. 그러면서도 학생들 밥먹이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계셨다.

이언주 의원이 급식노동자들한테 그냥 동네아줌마들이고 조금만 교육시키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이들은 대단한 셰프도 아니고 굉장한 기술을 요하는 전문직도 아니다. 이들의 노동은 오히려 하루종일 컨베이너벨트 앞에서 단순노동을 반복하는 3D 노동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학교 학생 대다수가 바로 그분들이 만드는 밥을 먹었다. 내가 설거지했던 그 식기로 밥을 먹었다. 대한민국 대다수의 일상이 바로 이런 일상적이고 단순한 노동에 의해 구성된다. 일상적이고 별거 아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같지만 그런 노동이 하나 둘 모여야 다른 사람들의 일상이 돌아간다. 그래서 그들의 노동은 전문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고 대단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을 지라도 소중하고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에는 잊고 있지만 나의 일상은 누군가의 노동으로 인해 가능하다는 점, 그 점은 역설적이게도 그 노동자들이 일을 멈출 때 드러난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파업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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