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12.12 17:00

* 스포일러 있습니다.

내가 봤던 위안부 관련 영화 중 가장 위안부 문제를 보편적인 문제로 만들려 시도한 작품인 것 같다.


고통스러운 과거 일본의 만행 장면 등은 최소화하고, 과거 괴로운 일을 겪은 인물의 현재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렸다. 언론에 비치는, 그래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접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모습에는 그들의 일상이 없다. 수요집회에 나오고, 일본과 정부를 비판하는 모습. 아이캔스피크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그 위안부 할머니의 일상을 조명했다.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동을 하는 할머니. 재개발의 피해를 경험하기도 하고, 구청에서 민원을 넣으러 가는 할머니. 눈에 걸린 고딩 밥도 챙겨주고 영어를 가르쳐준 손자뻘 청년이 면접본다고 하자 정장에 부적을 넣어두기도 하는 할머니. 그런 나옥분은 우리 주변에 보이는 이웃이기도 하다. 그런 이웃이 알고 보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였다는 점은 영화 속 이웃들에게 그래서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 사실을 모르고 영화를 본 관객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이캔스피크는 그렇게 위안부 문제를 특정한 시대 특정한 피해를 겪은 피해자들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 주변에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이웃의 과거, 우리가 겪은 공동의 경험 혹은 역사로 만든다.

나옥분이 미국에 가서 위안부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설정, 그리고 이걸 본 외국인들이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인사하는 모습, 더 나아가 ‘서양인 위안부 피해자’를 함께 등장시킨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일본이라는 나라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문제를 넘어, (인류) 보편의 문제로 끌어올리는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이 영화는 극악무도한 일본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끝나버리는, 위안부를 포함해 일제 시대를 소재로 한 영화의 한계점도 피해 나간다. (물론 여러 설정이나 대사, 구성 등에서 이를 벗어나지 못한 부분도 보인다)

극을 이끌어가는 개연성이나 스토리 등에서는 촘촘하지 못한 부분도 보였으나 위안부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내 입장에선) 접근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영화였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12.12 16:55

http://slownews.kr/66632

2017년 11월 둘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덴마크에 부는 사교육 바람 

‘공교육의 천국’ 북유럽 덴마크를 일컫는 말이다. 한국 진보파는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의 공교육 시스템을 한국이 추구해야 할 교육 시스템으로 평가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tvN 행복난민팀이 취재한 덴마크 교육은 우리가 아는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 덴마크에도 엄연히 사교육이 존재하며, 명문대에 보내고자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돼지엄마’도 존재한다.

‘멘토 덴마크’는 덴마크 1위의 사교육업체다. 선생님만 3천 명, 연매출만 112억 원에 달한다.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사회적 비난이 거셌지만, 멘토 덴마크는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이후 수많은 사교육업체가 생겨났다. 학생들이 명문대에 들어간다고 자랑하는 사립학교 교장선생님도 있다. 무상교육을 놔두고, 돈 내고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도 늘고 있다. 원인은 공교육에 대한 불만이다. 더 좋은 교육을 받고 싶고, 경쟁력을 갖춘 학생을 육성하고 싶은데 ‘경쟁은 나쁜 것’이라고만 이야기하는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복난민팀이 살펴본 덴마크 사교육, 사립학교의 모습은 한국과 달랐다. 우리 교과과정에는 없는 4차 함수를 학생들이 척척 풀어낸다. 하지만 ‘피타고라스 공식’만 외우면 풀기 쉬운 대한민국 중3 수준의 문제를 덴마크 학생들은 풀지 못한다. 공식 대신 원리를, 짧은 문제 대신 글로 가득한 덴마크의 시험 방식 때문이다. 덴마크에서는 풀이 과정이 맞으면 정답이 틀려도 100점을 맞을 수 있다. 정답만 맞고 풀이 과정이 틀리면 0점이다. 정답만으로 채점하는 한국 교육과는 다른 점이다.

사교육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덴마크 학생과 교사들은 ‘90점 맞는 학생이 100점 맞으려고 하는’ 사교육은 ‘바보 같다’고 말한다. 철저하게 공교육의 부족을 보충하는 차원에서만 사교육을 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교육 시장이 커지고 있는 이상, 사교육이 공교육을 집어삼키는 일은 덴마크에서도 벌어질지 모른다. 한국이 걸었던 그 길, 덴마크는 걷지 않을 수 있을까. 한국이 풀어야 할 숙제가 덴마크에도 던져진 셈이다

● tvN 행복난민 5화

tvN

2. 아웃소싱의 그물에 걸린 파리바게트

불법파견 논란으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파리바게트가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제빵사 5,300여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정부 명령을 시한까지(11월 9일) 지키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얼핏 ‘직접 고용하면 끝날 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가맹점주, 협력업체, 제빵사의 이해관계가 얽힌 터라 간단히 풀릴 수 있는 실타래가 아니다. 경향신문이 이들을 옭아매는 ‘아웃소싱’의 그물을 취재했다.

파리바게트에는 한국 사회의 여러 모순이 얽혀 있다. 할 말 못한 채 자기 고용주가 누군지도 모르는 노동자, 기술을 배우지 못하고 부품으로 전락한 젊은이, 본사 앞에서는 ‘을’의 처지인 가맹점주, 노동자를 이리저리 돌려넣으면서 정작 고용은 하지 않는 기업, 그 사이에 끼인 인력공급업체 등이다.

파리바게트 제빵기사들은 20년 전부터 직접 고용 대신 협력업체가 파견하는 형태로, 즉 외주화 됐다. 97년 IMF가 계기였다. 시장에 명예퇴직자들이 쏟아져 나왔고, 파리바게뜨는 이 퇴직자들이 가맹점을 열 수 있도록 독려한다. 하지만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가맹점에서 일할 제빵기사들을 본사가 직접 공급하긴 어려워졌고, 따라서 협력업체를 통해 전국 곳곳에 있는 가맹점에 제빵기사들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방안을 택한다. 협력업체 운영은 파리바게뜨 퇴직자들이 맡았다.

본사 차원의 아웃소싱 전략으로 벌어진 불법파견임에도 파리바게트는 제빵기사들에게 사과한 적이 없다. 직접 고용 이야기를 꺼낸 적도 없다. 이에 대한 대안 격인 ‘상생기업안’을 제빵기사들에게 홍보하는 이들은 노동부가 ‘무허가 파견업체’로 본 협력업체들과 고용 의무가 없는 가맹점주들이다. 가맹점주들은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사사건건 본사가 점주들의 요청을 거부할까 두려워하고, 아예 설 자리가 없어진 협력업체들은 전전긍긍한다. 이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할 당사자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파리바게트, SPC 그룹 본사다.

● 경향신문 [빵집 이야기] 기획기사

경향신문 큐레이션

3. 1년 전, 촛불이 없었다면

오만한 권력자를 시민의 힘으로 끌어내린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1년이 지난 지금 보면 박근혜가 감옥에 가 있는 것도, 최순실과 이재용 등 국정농단의 공범자들이 재판을 기다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는 당연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작년 겨울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지난 겨울 촛불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시사IN의 가상 기사로 추측해볼 수 있다.

촛불이 없었다면 국정 교과서가 올해 전국 학교에 보급되었을 것이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박정희 동상이 세워졌을 것이며, 각종 ‘애국’ 콘텐츠가 전국 극장가와 안방을 휩쓸었을 지도 모른다. ‘블랙리스트’에 올려진 예술계 인사들은 여전히 지원에서 배제되고, 국정원이 배포한 악성 루머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촛불이 없었다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끝까지 파헤치지 못했을 것이다. 정유라는 삼성의 돈을 받아 훈련에 매진하고,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도쿄올림픽을 준비했을 것이다. 최순실은 여전히 청와대를 제 집 드나들듯 들락거리며 청와대 문건을 받았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박근혜가 대통령이었을 것이다.

● 시사IN

시사IN

4. 낙태죄 폐지, 불필요한 논쟁을 넘어

청와대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 청원’의 참여자가 20만 명이 넘었다. 청와대가 어떻게든 대답해야 할 상황이다. 여론도 낙태죄 폐지가 더 우세한 시대가 됐다. 문제는 전선이다. 한국일보 박선영 기자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사이의 불필요한 논쟁을 반복하지 말자고 조언한다. ‘어떤 낙태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낙태 허용도, 무조건적인 낙태 반대도 현실에서는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 전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낙태는 부분적으로만 합법이다. 전세계 196개국 중 어떤 경우에도 임신중단을 할 수 없는 나라는 6 개국, 낙태에 대한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는 나라는 4개국뿐이다. 대부분 나라는 제각각 기준을 가지고 낙태를 허용한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모두 특정한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우선할 뿐이다. 낙태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어떤 조건에서 낙태를 허용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낙태죄 논란이 ‘정자도 생명이니 자위를 금지하라’거나 ‘낙태를 허용하니 나도 콘돔끼지 않겠다’는 식의 황당한 논쟁으로 흐르지 않을 수 있다.

● 한국일보

한국일보 큐레이션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12.12 16:54

http://slownews.kr/66413

2017년 10월 마지막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진화하는 극우파, 복지 쇼비니즘

한국의 진보파에게 독일은 배울 게 많은 국가 중 하나다. 히틀러와 나치를 경험했으나 과거청산을 철저히 했고, 그래서 극우파의 준동을 막고 사회통합을 이룬 나라. 하지만 최근 그 독일의 신화가 흔들리는 징표가 나타났다. ‘네오나치’라는 평가까지 받는 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가 9.24 총선에서 12.6%를 얻어 제3당으로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시사IN은 극우와는 가장 거리가 멀었던 나라 독일에서 극우파가 다시 준동하게 된 이유를 분석한다. AfD는 경제위기가 포퓰리즘을 불러온다는 통념도 깨뜨렸다. 현재 독일 경제는 호황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AfD가 좌파적 가치를 받아들여 우파의 것으로 전용했다는 데 있다.

복지국가를 이뤄낸 성과가 많을수록 중산층은 불안해한다. 복지국가는 공동 부조 시스템으로,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작동한다. 극우는 그 불안감과 신뢰 사이의 틈을 파고든다. 인종과 종교가 다른 외부인들이 우리 공동체에 들어와도, 우리는 그들과 함께 복지 국가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이민자 범죄를 근거로, 극우파는 이민자들을 복지의 무임승차자로 만든다.

복지국가와 사회적 신뢰라는 진보적 가치가,  어떤 맥락에서는 배타성의 논거로 돌변한다. 심지어 진보의 상징 같았던 많은 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AfD에 투표했다. 이번 총선에서 생산직 노동자들은 기민·기사당 연합 25%, 사민당 23%, AfD 21% 순서로 투표했다. 독일의 상황은 진보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복지를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시사IN

큐레이션

2.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의 효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둘러싼 ‘숙의 민주주의’의 첫 번째 실험은 공사 재개로 결론 났다. 이 실험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은 서로 다른 정보를 보면서 생각이 진짜 바뀔 수 있느냐, 실제 토론이 얼마나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느냐일 것이다. 한겨레21이 공론조사에 참여한 시민 10명을 인터뷰했다.

공론화위원회의 1차 조사에서 ‘판단 유보’를 택한 사람이 35.8%였다. 결국, 부동층이 결과를 갈랐다는 뜻이다. 한겨레21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최종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합숙 토론을 꼽았다. 이미 생각을 굳혔던 사람도 합숙 토론에 영향을 받았다.

“합숙 토론에서 양쪽 주장을 다 듣고 보니 상대편도 이해되고 우리 쪽에서 보완할 점도 보였다”는 것. 결정을 정반대로 바꾼 비율은 7.5%지만, 의견을 그대로 유지한 사람도 깊게 고민한 뒤 결정을 다시 내리게 됐다는 점이 숙의형 공론화의 진짜 효과다.

인터뷰에 응한 시민이 느끼기에 재개를 요구하는 측의 실력이 더 뛰어났다“중단 쪽의 자료가 미비했고 주로 외국 사례를 들어 현실감이 없었으며”, “일부 중단쪽 패널들은 질의응답 때 너무 답변을 못해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재개 쪽은 전력량을 언급하며 현안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하는데, 중단 쪽은 주로 장기적인 탈핵만 언급했다”며 재개를 택했다는 시민도 있었다.

치열한 토론 끝에 참가자들에게 ‘내 생각과 달라도 승복하겠다’는 신뢰를 갖게 만든 것도 공론조사의 가장 큰 효과였다. 이런 신뢰가 굳건해지면, 사회갈등을 현저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효과는 속칭 ‘전문가들’이 결정하던 원전 문제를 시민의 영역으로 끌어왔다는 것이다.

● 한겨레21

한겨레21 큐레이션

3. 규제하지 못하는 규제기관 원안위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신고리 5·6호기는 계속 짓기로 했으나 탈원전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이제 탈원전이라는 큰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개혁, 제거해야 할 방해물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규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이 심판으로서 기능을 상실한 원자력위원회에 대해 짚었다.

원안위는 규제 대상인 한수원과 한 몸처럼 보일 때가 많다. 현직 원안위 원자력안전 전문위원 2명이 한수원 출연으로 조성된 연구사업의 용역을 받아 수행한 것이 대표 사례다. 자문위원으로 한수원 사업에 참여하는 위원도 있고, 원자력안전위원회 공무원이 시세보다 절반 이상 싼 금액으로 한수원 사택에 입주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원전에 문제가 생겨도, 원안위는 국민 앞에 등장하지 않는다. 한수원이 나와 설명할 뿐이다. 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규제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설명은 생략된다. 규제기관이 규제의 대상이 되는 기관과 유착하지 않는 것, 규제의 기본조차 원전 부문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 뉴스타파 목격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