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8.05.29 13:54

2018년 5월 둘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5.18 삭제하기, 비둘기와 물빼기 작전

38년이 지나도 38년 전 그날의 기억에 갇혀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1980년 5월 광주를 겪은 사람들이다. 살아남은 이들이 괴로웠던 이들은 강제로 그 기억을 지우려 했던 이들 때문이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5.18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그리고 그 살아남은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려 했던 이들을 집중 조명했다.

5.18 유가족들에게 지난 38년은 기억하기 위한 투쟁이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군 내부 문건 8,000장과 미국 국립문서보관소 문건을 통해 보안사령부와 광주 505 보안부대가 주도해온 5.18 은폐·왜곡 시도와 전방위적 사찰에 대해 보도했다. 505보안부대는 5.18 유족을 성향별로 분류했다. ‘온건유족’에겐 혜택을 주고 ‘극렬유족’은 3단계로 구별했다. 이들의 계획은 내부 분열을 조장해 5.18 유족회를 해체시키는 것이었다. 이런 계획은 ‘비둘기 시행계획’이라 불렸다.

‘물빼기’라 불린 작전도 있었다. 5.18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을 관리하는 작전이었다. 이들은 전두환이 광주 방문할 때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고, 행선지를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기도 했다. 보안부대는 유가족들의 모임도 방해했다. 연탄 한 장의 지원 내역부터 묘지 이장, 심지어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 광주 경기 일정과 시간까지 관여해 5.18의 기억을 삭제하려 했다.

이런 기억과의 전쟁 속에서 몇몇 피해자들은 기억을 포기했다. 1980년 5월 광주에 살았던 세 명의 여고생은 비슷한 시기 의문의 상처를 입은 채 병원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하나같이 왜 그랬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을 반복하며, 38년이 넘도록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이들 중 한 명 입에서 나온 증언은 산으로 끌려가 성폭행 당했다는 것이었다. 38년이 지나도록 5.18 피해자들의 시간은 1980년 5월에 멈춰 있다.

● SBS 그것이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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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끝나지 않은 70년의 전쟁

70년 동안 기억과의 전쟁을 벌이는 또 다른 사람들도 있다. 한반도 종전이 무르익은 2018년이지만, 한편에서는 전쟁의 참상을 간직한 증거들이 나타났다. 지난 2월, 서울 우이동에서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지가 발견됐다. 서울의 민간인 학살 현장 발견은 최초다. MBC ‘PD수첩’이 70년 동안 끝나지 않은 전쟁, 민간인 학살의 흔적을 취재했다.

한국전쟁에서는 군인 사망자보다 민간인 사망자가 더 많았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적군이 아니라 국군과 경찰에 의해 학살됐다. 반세기가 넘도록 희생자 유족들은 ‘빨갱이’ 소리를 들을까 겁내며 살아왔다. 참여정부 들어서야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하여 4년여의 조사 기간 동안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20,620명이 희생되었음을 파악했지만, 이는 100만 명으로 추정되는 희생자의 2%에 불과했다.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가 멈추고, 전국 150곳 이상으로 추정되는 미발굴된 집단학살 매장지의 유해 발굴 역시 희생자 유가족과 민간 조사단의 몫으로 넘겨졌다. 1995년 유족들이 스스로 발굴한 고양시 금정굴의 유해들은 2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임시로 안치되어 떠돌고 있다. 사건의 가해자인 태극단 등 일부 보수단체의 반대와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유족들은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기억과의 전쟁은 법원에서도 이어진다. 배상 제도가 따로 없기에, 유족들은 국가의 배상 책임을 요구하기 위해 국가의 범죄 행위에 대해 민사 소송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2013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긴급조치를 포함한 수많은 과거사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소송은 소멸시효 등의 문제로 패소했다. 남북간, 북미간 종전이 논의되는 지금, 우리 안의 끝나지 않은 전쟁도 제대로 마무리 되어야 한다.

● MBC PD수첩

3. 평화라는 새로운 길

종전 이야기까지 나온 4.27 남북정상회담을 보며 두 세력은 마음이 싱숭생숭했을 것이다. 하나는 북한의 위협을 들먹이며 정치적 존재감을 뽐냈던 냉전 보수세력이다. 북한의 위협이 사라져간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또 하나는 통일운동세력이다. 더 이상 운동의 영역이 아니라 현실, 외교의 영역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시사IN이 냉전과 통일 사이의 양자택일에서 벗어나게 된, 427 정상회담의 의의를 짚었다.

북한의 존재는 한국정치의 왼쪽과 오른쪽을 규정했다. 사회개혁과 재분배를 요구하는 정치세력은 ‘빨갱이’ 딱지가 붙었고 진보파의 공간이 사실상 닫혔다. 동시에 북한 덕분에, 한국 정치는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신생국가 시절에 받아들여서 제법 오래 유지했다.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불평등 해소와 경제성장을 독재정권이 달성할 필요성이 커졌다.

하지만 이제 왼쪽과 오른쪽에서 모두 새로운 길이 열렸다. 4.27 정상회담을 계기로 냉전이냐 통일이냐 두 가지 선택지 외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정한 정상회담 슬로건을 ‘평화, 새로운 시작’이었다. 민족주의적 언어가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베를린에서 이렇게 말했다. “통일은 평화가 정착되면 언젠가 남북 간의 합의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일입니다. 나와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오직 평화입니다.” 양자택일에서 벗어난 그 새로운 길이란 바로 평화다.

● 시사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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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청와대 국민청원에 담긴 ‘내가 바라는 세상’

문재인 정부가 5월 10일로 취임 1년을 맞았다. 문재인 정부의 1년을 상징하는 것 한 가지만 꼽으라면 ‘청와대 국민청원’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8월17일 문을 연 뒤 하루 평균 680여 건의 청원이 올라왔다. 정말 별의별 주제들이 다 올라왔다. 한겨레가 국민청원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인권, 성평등, 복지, 노동 등 ‘사회권적 기본권’이 청원의 주요 대상이었다.

아무 거나 다 청원해서 ‘청와대 대나무숲’ 게시판이 되었다는 비판과 실제 빅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는 달랐다. 지난달 20일까지 등록된 청원 16만 8,554건 가운데 2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158건을 분석해보니, 절반 이상인 52.5%(83건)가 법·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내용은 사회권적 기본권 보장과 관련된 것으로, 59%인 49건이었다.

제도 개선 요구가 아니더라도 공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사적인 문제 해결보다 앞섰다. 제도 개선 요구 다음으로 많은 청원 유형은 진상 규명 요구(23건, 14.6%)와 처벌 요구(22건, 13.9%)였다. 사적 감정을 드러내는 분노 표출(10건, 6.3%)과 호소·하소연(8건, 5.1%)의 비중은 합쳐도 11.4%에 그쳤다.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민청원에는 국민들이 바라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가 담겨 있었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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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8.05.09 12:29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619160

[객석] TV조선 압수수색이 언론탄압이라고?


드루킹 사건의 쟁점으로 난데없이 ‘언론 탄압’이 떠올랐다. 4월 25일 TV조선 앞에서 펼쳐진 한 장면 때문이다.

 

TV조선 기자가 드루킹이 운영하던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태블릿PC와 USB 등을 훔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고, 경찰은 수사를 위해 TV조선을 압수수색하려 했다. 기자들은 ‘언론탄압 결사반대’라는 피켓을 들고 경찰을 막았다.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 경찰이나 검찰 등 권력기관을 비판하는 내용도 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런 자료들이 권력기관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고, 언론사들은 자연스럽게 권력기관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다.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언론사 캐비넷에는 민감한 취재자료, 드러나선 안 되는 취재원에 관련된 정보가 많다.


하지만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경찰의 TV조선 압수수색 시도를 언론 탄압으로 보긴 어렵다. 언론 탄압이란 정부가 마음에 안 드는 언론을 찍어서 괴롭히는 것을 뜻한다. 경찰이 문재인 정부에 불리한 보도와 관련해, 출처를 뒤지러 압수수색을 시도했다면 언론 탄압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명백히 ‘절도’라는 범죄 행위에 대한 압수수색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대다수의 사람이 더 이상 언론사 압수수색에서 ‘언론 자유’ ‘언론 탄압’ 같은 단어를 떠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론 탄압에 반대한다”거나 “TV조선 기자들의 주장에 공감한다”는 댓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TV조선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언론사가 처한 현실이다. 아마 JTBC 손석희 사장 정도가 잡혀가야 ‘언론 자유’란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까? 언론에 대한 신뢰가 없는 현실에서 언론 자유에 대한 외침은 공허할 뿐이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8.05.08 18:20

며칠 전 하루종일 ‘박진영’과 ‘구원파’가 인기검색어였다. 디스패치의 단독 기사 <“저는 구원받았습니다”…박진영, ‘구원파’ 전도 포착> 때문이다. 디스패치가 잘하는 ‘파파라치’ 취재형식을 통해 박진영이 구원파 전도에 앞장섰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기사를 여러 번 읽어보았는데, 그래서 이 기사가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박진영은 평소에 무교라고 주장했지만, 알고 보니 구원파였다.”

디스패치가 ‘파파라치’ 취재를 통해 입증해서 쓸 수 있는 기사는 이 정도였을 것이다. 평소 방송이나 SNS에서 무교라고 주장하던 것과 달리, 알고보니 구원파 신도였고 종교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디스패치는 항상 팩트를 그대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누가 잘못했는지 결론을 내린다. 예원-이태임 욕설논란 때도 “현장에 있던 해녀 이야기 들어보니…”라고 제3자의 증언을 전하는 데서 끝내지 않았다. 당시 디스패치 기사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자신의 감정을 예원에게 분출한 건,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예원은 마른 제주에서 날벼락을 맞았다. 그리고 온라인상에서 2차 공격을 당하고 있다“

이병헌 관련 보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병헌이 보낸 문자 확인해보니…”라며 메시지를 공개하는 데서 끝내지 않았다. 한 발 더 나아간다. 디스패치의 이병헌 기사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법적으로는 피해자와 피의자가 명확하다. 그러나 상식적으로는, 모두가 비상식적이다.”

(디스패치의 위험한 팩트에 대해 3년 전에 썼던 기사를 링크한다.)


이번 ‘박진영 구원파’ 기사는 어떨까? “박진영, 알고 보니 구원파”라는 팩트에 “그래서 그게 잘못이다”라는 결론을 첨가하려면 디스패치는 추가적으로 둘 중 하나를 입증했어야 한다.

1. “박진영이 ‘구원파’라는 종교를 믿으면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줬다.”

일반적으로 사이비종교에 대한 보도가 공익성을 가질 때, 이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이비종교의 교주나 관계자들이 가정을 파탄 냈다거나, 신도들 돈을 뜯어냈다거나, 교리를 이유로 성폭력을 일삼았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런데 박진영이 구원파 전도를 하면서 무슨 ‘나쁜 짓’을 했나? 디스패치는 이걸 입증하지 못했다.

2. “박진영이 구원파가 저지른 잘못된 일에 연관되어 있다.”

박진영이 구원파가 저지른 이상한 사업이나 부도덕한 일에 연관되어 있다거나 거기에 돈을 댔다면, 디스패치는 “박진영은 구원파”에서 “그게 잘못이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디스패치는 박진영이 ‘세월호’ 지주회사(천해지)의 대표였던 변기춘과 친하다는 것만 보여줬을 뿐이다. 온갖 팩트를 다 늘어놓지만, 그건 ‘변기춘’의 잘못이지, 그게 박진영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지 입증하지 못한다.

급기야 디스패치는 세월호와 청해진해운 이야기까지 언급한다. 세월호, 청해진해운이 박진영하고 대체 무슨 상관인가? 아무리 기사를 읽어봐도 알 수가 없다.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한 디스패치 기사는 이렇게 결론 짓는다. “박진영의 말은, 유병언과 권신찬의 논리와 닮아 있다.” ‘나쁜 놈들’의 논리와 비슷한 사상을 지녔으므로, 박진영도 나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디스패치가 늘 보이던 패턴이다. 자꾸 팩트를 이용해 여론재판의 판관 역할을 하려 한다. 디스패치에게 묻는 수밖에 없다. 박진영이 ‘구원파 신도’라는 것이, 대체 누구에게 무슨 피해를 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