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10.10 16:38

http://www.kunews.ac.kr/news/articleView.html?idxno=24371


언젠가부터 뉴스를 잘 믿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정치세력과 손잡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민을 기만하는 일부 언론의 모습을 지켜보며, 언론은 세상을 비추는 조금 더러운 거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영화 <공범자들>에서 고발하는 부끄러운 지식인들의 모습도 한몫했다. 그들은 공영방송을 장악해 감시견이 되어야 할 언론의 입을 막아 버렸다.

  한때 언론인을 꿈꾸며 신문방송학과 진학을 준비하던 시절, ‘뉴스’가 주제였던 학교 도서전에서 이 책을 만났다. 언론의 순기능만을 역설하는 입문용 책이 아닌, 한국 언론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꼬집는 책이 필요했다.

  하루에도 수많은 얕고 방대한 뉴스들이 손바닥 안을 떠다니는 지금, 언론사를 취재하는 언론 <미디어오늘>의 조윤호 기자는 <나쁜 뉴스의 나라>를 썼다. ‘기레기’라는 말이 상징하는, 언론을 향한 대중의 불신을 뼈아프게 인정했다. 그리고 독자에게 언론이 썩었다고 욕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한국 언론의 관행과 시스템에서 비롯된 어두운 그림자를 직면하라고 외친다. ‘그럼 그렇지’라고 눈 감고 외면하는 순간, 변화의 가능성은 사라진다. 항상 진실만을 말하지는 않는 뉴스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조윤호 기자는 그 인식을 바탕으로 더 분석적으로 뉴스를 읽을 것을 제안한다. 미디어의 의도와 맥락을 알게 되면서 사회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현명한 지침서가 되어주는 책이다.

  침묵하는 미디어가 무서운 이유는 뭘까? 집회나 행진이 있을 때 누가 무슨 이유로 하는 것이며, 그들의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침묵하다가 충돌이 발생하면 그제야 보도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진짜 알아야 할 것은 숨기고 본질과 무관한 자극적인 면을 부각하는 것이다. 뉴스에 별 관심이 없거나 뉴스를 의심하지 않고 무심코 지나친다면, 우리는 미디어의 의도에 맞게 움직이게 된다. 미디어는 현실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현실을 만들어 나간다. 우리는 이미 그걸 겪고 있다.

  나쁜 미디어는 나쁜 대로 내버려 둬야 할까? ‘세상이 원래 그래’라고 자조하며 머물러야 할까? <나쁜 뉴스의 나라>라는 제목이 전혀 이상하지 않고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이 섬뜩하다. 이 책에서는 “언론과 미디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보여 주고 싶은 것을 부각시키며 의제를 만들어 내고 자신들이 설정한 프레임에 맞춰 뉴스를 재구성하고 있다”는 걸 강조한다. 이 사실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본심을 숨긴 뉴스에 익숙해져 현실에 더 무감각해질지 모른다.

  의미를 생각할 틈도 없이 오늘도 수많은 미디어로 눈과 귀를 채우는 우리들, 늦기 전에 뒤돌아보자. ‘나쁜 뉴스의 나라’에서 잘 살아 가고 있는 것인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있는 건 아니었는지.

글 | 손유라 (미디어 17)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10.03 11:13

https://univ20.com/75913

[Question] MBC, KBS는 없어도 된다고?

우리가 주인이다, 이제 언론을 장악하자.

“MBC, KBS 없어도 돼. JTBC 뉴스 보면 되지. 드라마는 tvN 보면 되고.” 얼핏 맞는 말처럼 들린다. KBS 뉴스가 여론을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끝났고, ‘드라마 왕국 MBC’도 이제 옛말이다. MBC와 KBS, 두 공영방송 없이도 우린 재밌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그게 다일까?

 

음수사원(飮水思源). 상암 MBC 사옥에 걸려 있는 글귀다. 풀이하자면 “물을 마실 때는 그 근원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언론인들이 언론의 근원이 어디에서 오는지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언론의 근원은 어디일까? 시청자일까?

 

안광한 전 MBC 사장은 2014년 9월 MBC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해 ‘음수사원’에 대해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청자 여러분, 여러분의 고마움을 잊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 글귀에는 비밀이 하나 숨어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MBC 대주주인 정수장학회의 전신, ‘5·16 장학회’에 친필로 남겼던 글귀가 바로 ‘음수사원’이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MBC에 걸려 있는 이 글귀의 의미가 색다르게 다가온다. 권력자는 늘 여론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고 싶어 하고, 이를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 언론 통제였다.

 

따라서 권력자가 말하는 ‘음수사원’이란 “시청자를 생각하라”가 아니라 “권력의 눈치를 보라”는 말로 들린다. “너희들의 진짜 주인이 나라는 거, 알지?”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언론의 근원을 둘러싼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MBC와 KBS, 두 공영방송 언론인들이 방송 독립을 외치며 파업 중이다.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언론인들의 ‘방송 장악’이라 말한다. 글쎄, 아마 언론의 근원을 정치권력에서 찾고 있는 이들이라면,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자는 언론인들의 요구가 자신들의 것을 빼앗아가기 위한 ‘장악’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방송 장악은 필요하다. 공영방송을 마침내 국민의 것, 우리의 것으로 가져오기 위한 장악 말이다. 공영방송은 공공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해 방송을 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MBC와 KBS의 언론인들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

 

그것은 우리가 MBC와 KBS를 포기해선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뉴스룸> 같은 뉴스를 만들지 못해도, <도깨비> 같은 드라마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MBC와 KBS가 우리 것이기 때문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예능, 젊은 층의 니즈를 겨냥한 드라마, 한층 더 깊이 들어가는 뉴스는 케이블 채널과 종편이 더 잘 만들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방송은 우리 것이 아니다. 다른 주인이 있다. 그 주인의 이름은 사주, 광고주 등등으로 다양하다. 우리나라 방송법에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에 관한 규정이 있다.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 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방송법 제6조 5항의 내용이다.

 

왜 소수자나 약자를 대변하라고 법으로 규정했을까? 기득권과 강자는 자신의 입장을 외칠 수 있는 마이크도 많고 뜻을 관철시킬 수단도 너무 많은데, 소수자나 약자는 그런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방송이 나서서 그 불균형을 바로잡아주라는 뜻이다.

 

MBC와 KBS가 사라진다면, 또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사그라든다면 우리는 어떤 언론에 이런 공공성을 요구할 수 있을까? 우리가 억울할 때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미디어 경쟁이 극에 달해, 언젠가 시장의 논리가 방송과 언론을 완전히 지배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언론의 공공성과 공익성은 좋은 시절 한가한 소리로 취급 받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이 오늘은 아니다. 내일도 아닐 것이다. 여전히 방송의 공공성을 붙들고 있는 언론인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인이다, 이제 언론을 장악하자.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10.03 11:12

2017년 9월 둘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자살 위기자, 주거형태 보면 알 수 있다

죽음을 미리 예측하고 막을 수 있을까?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 죽음이 자살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경향신문과 비영리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은 인구와 지리정보, 과거 자살자 통계 등을 이용해 자살 위기자가 많이 사는 지역을 파악했다.

변수는 주거 환경이었다. 지역과 관계없이 20평 이하, 월세로 사는 이들 중에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는 자살 위기자가 가장 많았다. 자살의 원인을 파악할 때 우울증 같은 심리적 문제뿐 아니라 사회, 경제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남도 예외가 아니었다. 화려해 보이지만, 실은 오피스텔과 고시원이 밀집해있고 1인 가구가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 데이터는 정부의 정책 결정에 직접 적용할 수 있다. 자살 예방 인프라를 확대할 때 필요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보조금을 편성할 때 필요하다. 데이터와 데이터를 통한 정책 집행이 만나면 ‘자살률 OECD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경향신문

경향신문 큐레이션

2. 대학가를 떠나지 못하는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들

자살의 변수가 될 정도로 주거환경은 한 인간의 삶을 결정짓는다. 머니투데이가 집 이야기만 나오면 한숨 나오는, 집이 짐이 되는 대한민국의 주거 현실에 대해 짚었다. 대학생들은 닭장 같은 방에서 숨만 쉬는데 3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재학생 10명 중 2명만 기숙사 거주가 가능할 정도로 주거가 온전히 민간의 시장 영역에 떠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졸업 후, 취업 후, 심지어 결혼 후에도 대학가를 벗어나지 못하는 청년들도 많다. 주거비 부담 때문이다. 수요가 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대학생들이 오히려 대학 가에서 밀려나는 현상도 발생한다. 이러한 주거 대란은 사회의 재생산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국토연구원이 1인 청년 가구(총 500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주거비 부담이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출산·양육(86.7점) △결혼(83.1점) △연애(65.4점) 등이 제시됐다.

청년들이 살 집이 없다는 것은 단지 청년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결혼을 앞둔 자식의 집 마련을 위해 중장년층이 살던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 주거를 해결해야 사회 전체의 삶이 개선될 수 있는 이유다.

●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3. 예견된 눈물, 사학법이 낳은 괴물

문재인 정부 들어서 적폐청산 작업이 한창이다. 이 중 빠질 수 없는 것이 ‘사학 적폐’다. 사립학교 총장과 총장 일가의 각종 비리에 대해서는 잘 알려졌지만, 사실 이런 비리는 ‘사학법이 낳은 괴물’에 가깝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사학 적폐 청산이 사학법 개정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한다.

전국에 있는 404개의 대학교 중 사립학교는 354개. 이들 사립 대학 가운데 분규사태를 겪은 학교만 약 86개에 달한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분쟁을 조정하기는커녕 분쟁을 키웠다. 논란이 된 상지대 김문기 전 이사장의 둘째 아들을 이사로 복귀시키는데 기여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이런 사학법을 개정하려는 시도를 이명박, 박근혜 등 보수 정치인들이 촛불집회까지 해가며 막았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부터 사학 적폐는 국가 권력과 결탁해 키워졌다. 1986년 상지대는 총장 비리를 고발하려는 학생들을 상대로 ‘용공 조작’ 사건을 일으켰고, 이는 당시 안기부와도 관련되어 있었다. 사학의 엽기적인 비리 행각보다 더 기억해야 할 것은 그 비리를 조장하고 방조한 국가 권력과 제도다. 국가가 사학에 교육의 책임을 외주화한 사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짊어졌다.

● JTBC 스포트라이트

스포트라이트 큐레이션

4. 국가가 함께 만든 ‘교육사업 하면 돈 번다’ 는 말

사립유치원들이 뭇매를 맞고 있다. 국공립 유치원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며 집단휴업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강경 대응과 여론의 부정적인 반응에 밀려 휴업을 사실상 포기하긴 했지만, ‘아이들을 볼모로 사익만 추구하려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학에 이어 사립유치원들도 또 다른 괴물이 돼버린 걸까? 시사IN은 사립유치원들이 성장하게 된 과정에서 이들의 반발을 읽어냈다. 역시, 문제는 정책과 제도였다.

1980년대 전두환 정부에서 사립 유치원 수가 급증했다. 유치원 취학률을 38%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숫자를 채우기 위해 사립 유치원을 마구잡이로 허가해준 결과다. 시설 규정은 대폭 완화되고 유치원비 제한도 없어졌다. 사학과 달리, 법인 전환도 없이 개인들이 사립 유치원을 설립했고 초중고 감사에도 허덕이던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무상보육을 한답시고 2012년부터 사립 유치원에 대한 국고 보조금을 늘렸다. 돈만 주고 감시는 하지 않은 셈이다. 사립유치원들에는 호시절이었다. 유치원 원장들은 일가족을 채용해 보조금을 받고, 누리과정 지원금으로 아들의 오피스텔 구입 계약금을 내고,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들은 “교육 사업을 하면 돈 번다’는 사고는 우리가 만든 이야기가 아닌 국가가 조장한 데에서 비롯된 이야기”라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 호시절은 끝났고, 국공립 유치원 늘리기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잘 나가던 대선 주자 안철수도 ‘병설’ 유치원이니 ‘단설’ 유치원이니 말 잘 못했다가 한 번에 훅 가지 않았나.

● 시사IN

시사인 큐레이션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09.13 09:37

http://mhiupress.hongik.ac.kr/news/articleView.html?idxno=659

- 기레기와 찌라시 전성시대, 나쁜 권력이 만드는 뉴스를 취재하다

  아침, 저녁으로 텔레비전에서 뉴스가 방영되고 신문과 인터넷에는 기사들이 쏟아진다. 그러나 지금은 매체 불신의 시대, 이른바 ‘기레기 전성시대’이다. 당신은 뉴스를 신뢰하는가? 사실을 이야기하는 곳은 어디인가. 이때, ‘모든 뉴스에는 의도가 있다. 나쁜 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는 독자에게 나쁜 뉴스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라며 독자들의 시선을 뉴스 이면으로 유도하는 기자가 있다. 바로 ‘언론을 취재하는 언론사’ 매체비평지 ‘미디어오늘’의 전 기자이자,『개념찬 청춘』, 『보수의 나라 대한민국』, 『나쁜 뉴스의 나라』, 『프레임 대 프레임』의 저자 조윤호이다. 대학시절 학내 자치언론 <대학문화>의 편집장을 역임하였던 그는, 한겨레 오피니언 사이트 ‘훅’에 글을 기고하는 등 온라인에 영향력 있는 글들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현실을 대변하던 대학생 논객 ‘조본좌’로 활동했다. 지금이야말로 뉴스를 다시 정의 내릴 때. 조본좌, 조윤호를 만나보자.

Q. 매체비평지 ‘미디어오늘’은 ‘경찰 조직에 비유하면 내부 비리를 전담 수사하는 내사과(內査科)’로 표현되기도 한다. ‘미디어오늘’의 기자 활동은 다른 언론사의 기자 활동과 비교하였을 때 어떤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가?

A. ‘미디어오늘’ 등의 매체비평지 소속 기자들을 가리켜 ‘기자를 취재하는 기자’라고 하기도 한다. 보통 언론사들은 출입처가 정치, 문화, 사회로 나누어져 경찰서, 국회 등을 출입하는데, 이와 다르게 매체비평지 기자는 조선일보, 한겨레, MBC 방송국을 출입한다. 이러한 매체들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글로 쓰고, 이 기사는 왜 나온 것인지, 네이버(Naver)나 다음(Daum)의 편집 정책이 언론사들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체적인 미디어 지형에 대해 고민한다. 그런 점들이 다른 언론사들과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남다른 고충이라면, 기자들은 취재하기가 굉장히 힘들고 까다롭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을 취재하는 것보다도 어려운 것 같다. 기자들은 일단 머리를 굴려가며 이해관계에 따라 얘기한다. 그래서 기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강약중강약’, 완급조절을 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매체에 대해 매번 강한 비난만을 늘어놓는다거나 매번 좋은 칭찬만을 늘어놓게 된다면 그 매체에게 우리 비평지는 ‘뭘 해도 욕만 하는 비평지’, 혹은 ‘뭘 해도 칭찬만 할 비평지’가 되어버려 아무리 떠들어도 아무 의미 없는 비평이 되어버린다. 잘못을 했을 때는 강도 높게 꾸짖다가도 훌륭한 점이 있다면 칭찬하는 등, 상황에 따른 올바른 비평을 해야 그 상대 매체 또한 우리의 글에 신경을 기울인다.

Q. ‘미디어오늘’에서 매체비평 활동을 하면서, 언론, 매체와 관련한 생각이나 가치관 등에 변화가 있었을 법하다. 비평 활동을 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무엇인가?

A. ‘그놈이 그놈이다’ 라는 게 느낀 점이다. 항상 많이 받는 질문은, ‘신뢰할만한 언론은 어디인가?’이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답하기가 어렵다. 모든 언론이 항상 거짓을 얘기하거나 진실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이해관계 충돌 속에서 조선일보든 한겨레든 좋은 기사를 쓸 때도, 나쁜 기사를 쓸 때도 있다.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좋은 매체에 대한 판단 기준은 흐려졌고, 좋은 기자의 기사를 찾아보는 일이 늘었다. 언론보다는 기자를 신뢰하게 되었다.

Q.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심상정 후보의 캠프에서 메시지 라이터로 활동했다. 대선 후보 캠프의 메시지 라이터라는 역할은 많은 이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을 부탁한다.

A. ‘미디어오늘’ 기자 일을 그만두고 3개월 동안 책 쓰는 것 외에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 책이 출간되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탄핵 되었고, 그 후 대선 캠프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메시지 라이터는 주로 후보의 연설문이나 인터뷰 답글 등을 쓴다. 일단 초안은 쓰고 싶은 것을 쓴다. 단, 과거 행보와 말투 등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심상정 대표는 ‘안타깝다’라는 말을 잘 쓰지 않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러한 것들을 반영하는 것이다. 때로는 후보가 두서없이 줄줄이 이야기한 것들을 정리해 쓰기도 한다. 이전까지 쓰던 글들과는 일종의 다른 글쓰기였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일단 ‘내 글쓰기’가 아닌 ‘남의 글쓰기’였다는 점, 그리고 글에 대한 피드백과 타격감이 확연하게 달랐다. 평소 ‘타격감’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야구에서 방망이를 휘두를 때 방망이에 공이 맞는 ‘타격감’. ‘느낌이 오는데 이건 홈런이다.’라는 등의 감흥을 말하는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면서 이건 몇 명 정도가 보겠다는 느낌이 온다. 이전에는 제아무리 미디어 매체에서 글을 쓴다고 해도 사람들이 많이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타격감이 떨어지기 일쑤였다. 그런데 심상정 후보의 입으로 글을 쓰다 보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보게 되었다. 심상정 후보의 페이스북에 34만 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뿐만 아니라 안철수, 문재인 후보가 이야기를 맞받아쳐주니 피드백도 강했다.

Q. 『개념찬 청춘』, 『보수의 나라 대한민국』, 『나쁜 뉴스의 나라』, 『프레임 대 프레임』 등 젊은 나이에 비교적 여러 권의 책을 발간했다. 어떤 계기와 목적으로 책을 출간하였는지 궁금하다.

A. 한겨레 ‘훅’과 출판사에서 출간 요청이 와 첫 책을 내게 되었다. 다른 글쓰기보다도 책을 쓸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책은 가장 올드한 매체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책을 통해 권위를 찾는다. 언론, 정치인의 말은 잘 믿지 않고 방송조차도 의심하면서, 책에 나왔다는 내용이라면 어떤 매체보다 쉽게 신뢰한다. 반면 그 때문에 책 쓰는 일에 더욱 많은 고민이 요구되기도 한다. 1쪽부터 300쪽까지 읽게 만들어야 하는 흡입력을 유지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읽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 그래서 애정이 더 많이 가는 글쓰기이기도 하다.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책은 『나쁜 뉴스의 나라』이다. 이 책은 26번에 걸쳐 연재를 했다. 반응에 따라 점점 업그레이드 시켜 원래의 계획을 수정하기도 했다. 독자들의 의견이 가장 많이 반영된 책이다. 원래부터 글에 대한 반응, 댓글들은 다 챙겨보는 편이다. 인스타그램 태그, 책 서평, 블로그, 알라딘 등등 다 본다. 지금은 바빠서 보기만 하지만 이전에는 답장까지 다 했었다. 선플도 있고 악플도 많다. 그 반응들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독자의 의견들로 내 글의 내용이 바뀌지는 않지만, 잘 써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들게 한다.

Q. 대학생 시절 모교인 서울시립대학교의 교지 <대학문화>의 편집국장을 역임했었다. 대학 언론 기관의 하나인 ‘학보사’에 대해, 또는 현 전체 대학언론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일단 학보사나 대학언론이 차지하는 위치가 예전과는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기성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해 대학언론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다. 그러면 학생들은 학내 신문을 읽고 정보를 얻으며 시각을 얻었는데, 민주화 이후 기성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게 되었고 그 이후 다른 언론과의 차별화가 어려워진 것 같다. 또한 대학언론의 기반은 학교 공동체에서 나온 것인데, 이 때문인지 이전보다 학생들이 학교 자체에 대한 관심이 적어졌다. 운동권이 있을 때에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거의 살다시피 상주하고 있었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아침, 저녁을 먹고 자고 시험공부를 했다. 반면 현 대학생들에게 대학은 그저 ‘수업 들으러 오는 공간’으로 인식되니, 소속감도 관심도 적어져 대학 언론사에 대한 관심 또한 적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학생들은 대학에서 많은 삶의 영향을 받는다. 대학언론이 없으면 그 얘기를 해줄 사람이 없게 되니 그의 필요성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

 

Q. 기자를 꿈꾸거나 사회 참여적 글쓰기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

A. 한 번은 중학교에 강연을 갔었는데 무한도전이 MBC 프로그램인지 모르는 학생이 있더라. 어떤 매체를 통해 미디어를 접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선가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영상과 프로그램들로서 미디어를 대하게 되는 것이다. 점차 매체, 미디어가 해체되어 중소 미디어로 개편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요즘엔 문재인 대통령의 말 자체가 하나의 미디어가 되고 화제가 되고 있다. 이전에도 명연설은 있었지만, 그때는 연설 또한 미디어를 통해서 봤다. 하지만 요즘은 신문, 뉴스로 보기보다 직접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 보게 된다. 매체의 권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매체의 신뢰에 더불어 기자가 영향력을 얻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이젠 조선일보 기자의 글이라고 높게 쳐주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나의 미디어가 되듯이 기자도 각 개인이 하나의 미디어가 되는 것이다. 자신을 브랜드화 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기성 언론에 기대기보다 자신의 미디어를 홍보, 발전시키는데 주력하길 바란다.

홍준영 기자 mgs05038@mail.hongik.ac.kr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09.13 09:37

http://slownews.kr/65615

2017년 9월 첫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갑의 횡포를 돕기 위해 입사한 것이 아닙니다”

9월 4일 0시부터 KBS, MBC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다. 2012년 이후 5년 만의 양대 공영방송의 총파업이다. 공영방송의 정상화와 방송 독립을 내건 파업이지만, 이 파업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비정규직 프리랜서들이다. 이도은 부산MBC 라디오 리포터는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에서 가장 약자이면서도 파업조차 동참할 수 없는 프리랜서의 처지에 대해 전한다.

방송국 리포터들은 아이템 탐색, 섭외 요청, 취재 및 인터뷰 진행, 기획, 기술적인 편집, 원고 작성, 방송 출연까지 다하는 사실상의 ‘1인 미디어’다. MBC가 파업을 하는데도 방송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정규직 노동자의 빈자리를 이런 비정규직 프리랜서가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노동이 정규직을 괴롭히는 ‘적군’ 같다는 생각에, 시민과 MBC 모두에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에 프리랜서는 괴로워한다.

프리랜서들이 방송국의 ‘정(丁)’인 이유는 단지 그들이 처한 노동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 아니다. 부당한 것을 바로 잡기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힘 빠지게 하도록 반강제적으로, 타의에 의해서 일해야 하는 이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이도은 리포터는 이렇게 소호한다.

“파업이 성공한 후 이 ‘정’들 보고 손가락질하지 말아 주세요. 갑의 횡포를 돕기 위해 입사한 것이 아닙니다.”

“공정방송은 근로조건이다.” 지난 2012년 파업을 주도한 mbc 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해고가 무효라는 법원 판결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말이 비정규직 프리랜서에게도 예외가 될 순 없다. “공정방송은 근로조건”이라는 말을 비정규직도 외칠 수 있어야 한다.

● 미디어오늘

큐레이션 미디어오늘

2.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못하는 정당 당직자들

방송국에는 “비정규직이 사회적 문제”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비정규직들이 가득하다. 자신의 주장과 삶이 불일치하는 삶을 사는 이들이 또 있다. 노동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외치는 정당의 비정규직 당직자들이다. 경남도민일보가 정당 당직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취재했다.

윤태욱 민주당 경남도당 조직국장은 경남도당 위원장 권항대행이 새로 임명된 이후 바로 해고됐다. 위원장이 바뀌면 위원장의 수족인 도당 당직자가 바뀌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애초에 계약서조차 쓰지 않았다.

경남도당에 직함을 갖고 있는 정당인 중 급여를 받지 못하는 정당인은 여럿이다. 각종 부문위원장들과 부위원장 등 이들은 급여는 물론 교통비, 활동비도 거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이들은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를 받거나 선거판에서 브로커 역할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독일의 철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정치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고 생각했다. 생계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정치판에는 여러 가지 유혹의 손길이 깃들기 마련이다.

경남도민일보

큐레이션 경남도민

3. 수능 절대평가 반대, 일베가 아니라 문재인 지지자들이다

8월 31일 교육부는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기로 했다. 80%의 지지를 바탕으로 개혁을 밀어붙이던 문재인 정부가 만난 첫 번째 난관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수능 개편에서 한 발 물러서야 했던 이유는 반대의 핵심이 현 정부 지지자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21이 수능 절대평가를 누가 반대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한겨레21이 절대평가에 반대하는 집회 참가자들과 카페 회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지지자가 65~70%에 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뼛속까지 민주당”, “문재인지지 선언해서 신문에도 나왔다”, “민주당 권리당원이다”라고 외쳤다.

수능 개편을 둘러싼 담론 싸움은 이미 디지털 공론장에서 진행됐고, 절대평가를 외치는 이들이 이미 패배했다.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절대평가 관련 최신 게시글 1,100개의 썸네일을 분석한 결과 언급된 단어 100개 가운데 수능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명분으로 제시되는 ‘소질, 적성, 창의성, 교육 정상화, 내실화, 부담 경감, 제4차 산업혁명, 미래 역량’ 등의 단어는 하나도 없었다.

반대에 앞장서는 이들은 대부분 학력고사를 경험했고 상대평가 교육을 통해 신분을 상승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다. 이들은 절대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학부모들을 ‘문재인 반대 세력’으로 간편하게 낙인찍는 것만으로, 절대평가에 부정적인 여론을 뒤집을 순 없을 것이다.

● 한겨레21

큐레이션 한겨레21

4. 혁신도시 그 후 10년

참여정부 시절 지방균형발전의 차원으로 혁신도시가 도입됐다. 혁신도시 특별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났다.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산학연관 협력을 통한 혁신으로 미래형 도시를 추구하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와 달리 혁신도시가 오히려 지역 내 또 다른 불균형과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한국일보가 혁신도시 그 후 10년의 변화를 짚었다.

전남 나주시 빛가람혁신도시에는 낯익은 공기업 브랜드와 대형상가, 고층 아파트가 숲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차로 10분만 나가면 나오는 나주 시내에는 빈 가게, 빈 상가가 가득하다. 인구가 대거 혁신도시로 빠져 나가면서 구도심과 혁신도시 간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토요일에 문을 열지 않는 가게도 다수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주말만 되면 모두 서울로 향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혁신 기러기’라 불린다. 가족동반 이주율은 40%가 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이주까지 하지 않는 이유는 부족한 인프라 때문인데, 인프라 확충이 더딘 배경에는 부동산 광풍이 있다. 혁신도시 건설로 땅값이 올라가면 임대료가 올라가고, 구도심 기존 상인들은 입주를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전 기관들이 지역 인재 채용에 인색하다는 점도 문제다. 지방대생들에게 여전히 지방이전 공공기관 취업은 바늘구멍이다.

● 한국일보 ‘혁신도시 10년, 내일을 묻다’ 

한국일보 큐레이션

5. 사소하지만 은밀한 유착, 자동차 황금번호

7777 아니면 8888, 3000, 4000 등등. 자동차 번호 중 외우고 기억하기 쉬운 번호들이 있다. ‘황금번호’라 불린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대표의 차량 번호도 7777이었다. 무작위로 알려져 있지만, 유독 이 번호들은 서울 강남 고급 외제차에 몰려 있다. SBS가 사소하지만 은밀한 유착, 자동차 황금번호의 비밀에 대해 취재했다.

차량 소유주의 거주지를 기준으로 강남구는 황금번호가 553대, 서초구 298대, 영등포구 306대인데 강북구는 73대, 동대문구 103대, 은평구 128대 등이다. 지자체별 등록된 차량 숫자로 나눠 봐도 강남구는 360대당 한 대꼴로 황금번호가 있었는데 강북구는 830대당 한 대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지역은 물론 차종에서도 차이가 난다. 롤스로이스 중 38대, 벤틀리 94대, 포르쉐 318대, 랜드로버 471대, 벤츠 2천7백 대 등이 황금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강남 외제차 차주들이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추첨이라던 황금번호 배정이 사실 돈을 주고 매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량 주인이 딜러를 통해 요청하면 딜러는 자동차 등록 대행업체로부터 좋은 번호를 건네받는다. 시세는 50만 원에서 300만 원까지 있다. 구청 자동차등록사업소 소장이나 과장들이 은퇴하고 나가서 등록 대행업체를 차리고, 구청 공무원과 대행업체 사장들이 선후배 관계로 얽혀 거래한다.

차량 번호, 어쩌면 매우 사소할 수 있다. 금액도 크지 않다. 문제는 이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공정한 제도(추첨)가 아니라 은밀한 방식으로 자원이 배분된다는 점이다. 작은 것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유착과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사고방식은 점점 더 대담하게 확장될 것이다.

● SBS 취재파일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09.13 09:36

2017년 8월 셋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광복72주년, 여전히 계속되는 ‘망각과의 전쟁’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사라지게 하겠다”

광복 72주년을 하루 앞둔 8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이다. 과거사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오늘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친일파들에 대한 재산 환수 기록을 통해 친일을 하면 삼대가 흥한다는 말이 여전히 대한민국 땅에서 유효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SBS 마부작침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친일파 이완용의 부동산은 약 676만 8,168평, 여의도 면적의 7.7배에 달한다. 정부가 그동안 환수한 친일파 토지 전체가 이완용 한 명의 부동산 규모에도 한참 못 미칠 정도다. 이완용의 이 많은 부동산 중 정부가 환수한 건 전체의 0.05% 뿐이다. 또 다른 친일파 송병준의 부동산은 303만 7,537평에 달한다.

친일파 이해승의 손자 이우영은 1957년부터 1990년대 말까지 국가를 상대로 할아버지 이해승의 땅을 되찾기 위한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다. 친일 재산 환수에 대한 고민이 없던 사법부는 번번이 이우영의 손을 들어줬고, 그 결과 이우영이 되찾은 땅은 약 269만 평에 달한다. 이해승만 아니라 이완용 등 다른 친일파 후손의 소송에서도 비슷한 판단이 내려졌다.

더 큰 문제는 친일파 재산을 환수할 법적인 근거도, 국가로 귀속할 정부 부처조차 없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부가 파악하지 못한 친일파 재산이 후대로 대물림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광복 72주년이 지나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망각과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 SBS 마부작침

SBS 마부작침

2. 취임 100일, 문재인의 사람들 168명

“나는 개혁적 인사들이 일거에 내각과 청와대의 대세를 장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문재인 정부 집권 100일, 대통령의 말대로 청와대에는 개혁적 인사들이 포진되어 있을까. ‘참여정부 2기’에 그친 것은 아닐까? 한겨레21이 문재인의 사람들 168명의 면면을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가 참여정부 2기라는 말은 절반만 맞다. 168명 가운데 참여정부 출신이라 할 수 있는 인사는 35%인 59명이었다. 나머지 자리는 문 대통령이 현실정치에 대해 고뇌하던 시기,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재임하던 시기 인맥(24명, 14%)와 문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이후 2012년과 2017년 대선캠프에 이름을 올렸던 인사(45명, 27%)들로 채워졌다.

이들이 모여 함께했던 100일은 노무현 정부의 100일과 사뭇 달랐다. 한겨레21이 노무현 정부 100일과 문재인 정부의 94일 간 한겨레 1면을 전수조사해 분석한 결과, 노무현 정부 100일 간 1면 기사 211건 중 70건은 정부의 정책 추진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갈등이 가로막혀 노무현 정부는 취임 100일 간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취임 초는 달랐다. 대통령 또는 정부기관과 관련된 기사 164건 가운데 사회적 갈등 기사는 4건에 불과했다. 검찰·국정원 개혁과 국정교과서 폐지 등 적폐청산 정책 추진 기사는 24건, 재벌·노동 개혁 기사는 32건, 복지·탈핵·교육 등의 기사는 14건이다. 훗날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 2기’가 아니라 ‘참여정부의 진화’라 불릴 수 있을까?

● 한겨레21

한겨레21 큐레이션

3. SNS 시대, 뉴스가치의 부활

SNS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흔히 뉴스가 연성화되고 뉴스가 가벼워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아무리 열심히 취재한 기사도 고양이 동영상보다 못하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출판미디어국장은 오히려 SNS 시대 전통적 뉴스가치가 부활했다고 말한다. 특히 지역신문에서 말이다.

지난 상반기 경남도민일보에서 조회수 1위 기사는 ‘양산 아파트 밧줄 절단 사건’이었고, 2위는 ‘창원 모 골프연습장 납치 살해 사건’이었다. 밧줄 절단 사건은 페이스북 ‘부산공감’ 페이지에서 3만 1000명 이상의 공감과 414회 이상의 공유, 6,813개 댓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다른 사건기사도 이만큼은 아니지만, 대부분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지역신문의 사건 기사들이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는 ‘안전’이라는 뉴스가치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어떤 범죄가 일어나고 얼마나 자주 발생했고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뉴스가치가 높다. SNS 이용자들은 이런 뉴스를 읽으며 서로를 태그하며 서로의 안전을 걱정한다.

경남도민일보, 슬로우뉴스 

경남도민일보 큐레이션

4. 농장주인이 말하는 살충제 계란과 전수조사의 진실

살충제 달걀 파동이 ‘달걀 전수조사’로 진정되는 모양새다. 전수조사를 통과한 달걀은 다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한 익명의 농장주인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전수조사로 끝날 일이 아니며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다.

많은 농장주가 좁은 케이지 안에 새끼 병아리들을 넣어 키우는 공장식 사육을 한다. 그 케이지 안에 진드기가 발생하면 수많은 닭들이 한 번에 피해를 입는다.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방독면을 써야 할 정도로 강력한 살충제를 뿌린다. 닭이든 사료든 가리지 않고 계사 전체를 살충제로 도배한다. ‘흙 목욕’이라는 자연적인 방식도 있지만 닭장에 3만 마리씩 키우는 농장주가 일일이 닭을 끄집어내 목욕시킨다는 건 불가능하다.

농장주인이 말하는 전수조사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마을 대표가 닭 농가에서 모아준 계란을 제출하고, 담당자들은 이 계란들을 조사한다. 살충제를 친 농가들이 다른 계란을 갖다 제출해도 걸러낼 방도가 없다. 사람을 위해 닭을 괴롭혔던 대량 생산 방식이 이제 사람까지 괴롭히고 있다.

● CBS ‘김현정의 뉴스쇼’

김현정의뉴스쇼 큐레이션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09.13 09:35

2017년 8월 마지막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2017년생 김지영’의 삶은 다를 수 있을까

80년대 초반 가장 흔했던 이름 ‘김지영’이 주인공인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지난해 발간 이후 누적 판매량 23만 부를 기록했고, 2017년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이름을 올렸다. ‘김지영 열풍’은 김지영이 소설 속 주인공이 아니라 현실 속 나라는 공감 때문이다. SBS 스페셜이 대한민국 곳곳에 있던 80년대생 지영이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한 김지영은 어릴 적 이름이 ‘지훈’이었다. 또 다른 김지영은 어릴 적 남자 옷을 입고 자랐다. 김지영 다음엔 아들이 태어나길 바라는 어른들 때문이다. 할머니는 맛있는 반찬은 아들에게, 김치 이파리는 지영이에게 건넸다. 할머니는 자신도 같이 이파리를 먹었다.

그렇게 자라난 지영이들은 주부가 됐다. 취업 때문에 꿈을 포기한 지영이는 ‘쉬어~’라는 남편의 한 마디가 야속하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밖에 나가도 노키즈존이 아닌 카페를 찾아 헤매야 하고, 아이가 울기 시작해 다급히 집으로 되돌아오기 일쑤다.

일을 그만두지 않고 꿈을 이어가는 지영이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파트타임을 구해도 어린이집 시간과 출퇴근 시간을 맞추러 늘 뛰어다닌다. 일자리를 구할 때마다 들려오는 “여자라서” 라는 말들. 이들의 남은 소망은 자신이 키운 2017년 김지영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 SBS 스페셜

큐레이션 SBS

2. 의원님은 결혼한 남자를 좋아한다

김지영들은 국회에도 있다. 남자들이 카페와 식당을 점령한 시대에도 여자가 쟁반을 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 곳이다. 시대보다 반걸음 뒤처져 걸어오는 곳이다. 한겨레가 견고한 유리천장 아래 놓인 민의의 정당, 국회 여성 보좌진 6명의 생존기를 담았다.

국회 5급 비서관 594명 가운데 여성은 17%(101명)다. 반면 9급 비서 302명 중 219명(72.5%)이 여성이다. 승진이 어려운 붙박이 하급직을 여성이 차지한 채,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의원실 채용공고에는 ‘성별 무관’이라고 하지만, 사실 ‘성별 유관’이다. 의원은 말한다. “나에게 필요한 건 나이 든 기혼 남자 보좌진이야”

이런 격차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한다. 남성 보좌진들은 학연·지연·파벌 등에 따라 밀어주고 당겨준다. 술자리, 흡연구역의 따끈따끈한 정보들은 여성 보좌진들을 비껴간다.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다고 정책 질의서나 법안에 쓰지만, 정작 여성 보좌진에게 결혼과 출산은 먼 이야기다.

● 한겨레

한겨레 큐레이션

3. 석면의 ‘살인기록’ 베일 벗다

가습기 살균제부터 생리대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또 다른 일상의 공포, ‘석면’에 대해 짚었다. 석면은 어느새 잊힌 살인마가 됐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의 실존하는 위협이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석면암 환자 411명 역학조사 보고서는 석면에 대한 여러 가지 편견을 깬다. 석면 광산이나 공장 근무자만이 석면암의 피해자가 아니었다. 체 피해자 중 절반에 가까운 186명(45.3%)은 직업과 무관한 경로를 통해 석면에 노출, 악성종피종이 발병했다. 가족의 작업복을 세탁했거나 재개발 및 재건축 현장의 거주했다는 이유로 발병한 피해자도 있었다. 잠복기가 30년이라는데 갓 스무 살 청년이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은 사례도 있다.

석면의 공습은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최대 피해자는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이었다. 석면 피해자 2,554명 가운데 건설ㆍ철거 관련 업종 종사자가 558명으로, 석면광산 근무 경력자나 석면 가공이 주 업무인 공장의 근무 경력자보다 많았다. 비정규직에 산발적으로 퍼져 있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조직적으로 항의도 하지 못했다.

● 한국일보 ‘석면’ 기획기사

한국일보 큐레이션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09.13 09:35

http://slownews.kr/65245

2017년 8월 둘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최저임금 1만 원, 딴 세상 이야기인 장애인 노동자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60원 올랐다. 이 추세대로면 2020년에는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대통령 공약이 달성 가능하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남의 이야기인 사람들이 있다. 주간경향이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 노동자들의 실태를 짚었다. 지난해 장애인 평균 시급 2,896원으로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이었다.

장애인이 최저임금 절반 수준을 받고 일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장애가 업무수행에 직접적으로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한해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원래 법의 취지는 낮은 임금을 지급하더라도 장애인에게 일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었지만, 현실에서 이 법은 업무 수행에 확실히 지장이 있는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줘도 되는 면죄부로 악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도 최저임금 받도록 법을 개정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고용이 줄어든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고용주 입장에서 유인책이 없다면, 최저임금을 부담하면서 굳이 장애인을 고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 생산품을 공공기관에서 의무 구매한다는 지원책도 이미 경쟁의 치열함으로 한계를 보이고 있다.

가장 손쉬운 방안은 정부가 임금을 보전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재활이나 보호가 시급한 중증 장애인까지 노동시장으로 몰려나오게 돼 오히려 중증 장애인의 사회 적응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과 함께 장애인이 일반 기업에서도 쉽게 적응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 주간경향

주간경향 큐레이션

2. 최저임금 인상, ‘앓는 소리’도 못하는 시민단체

최저임금 인상에 한숨 쉬는 이들이 또 있다. 역설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가장 목소리 높여 외쳤던 시민단체들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외쳤지만 인상된 최저임금을 활동가들에게 지급하기도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이다. CBS 노컷뉴스가 최저임금 인상에 ‘앓는 소리’조차 낼 수 없는 시민단체 활동가의 목소리를 취재했다.

국제인권단체 ‘아디’의 이동화 활동가는 주 35시간 일하며 100만 원 가량의 임금을 받고 있다. ‘아디’에게 최저임금 7,530원은 반가운 일이지만, 동시에 걱정거리다. 당위론으로는 적극 동의하지만, 부담되는 게 사실이다. 공익활동가 협동조합 동행이 지난 2013년 300여 명의 활동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응답한 활동가의 평균 월급은 133만 6,200원이었다. 응답자의 64.2%가 그 돈으로는 생활이 가능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회원 수를 늘려 재정난을 해결해야 하지만, 시민 입장에서 시민단체의 효능감은 매우 떨어진다. 시민단체 외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도 늘어났다. 법적으로 ‘공익에 부합하는 사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이 애매해서 기부금을 모집하기도 어렵다. 많은 시민단체가 활로를 찾기 위해 다양한 수익사업을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시민단체를 두고 ‘수익이 발생하면 안 되고, 배분해도 안 된다’는 식의, ‘순수한 시민단체’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CBS 노컷뉴스

노컷뉴스 큐레이션

3. 종교인 과세, 증세 수단이 아니라 복지다

지난 9일 김진표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28명이 종교인 과세를 2년 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많은 누리꾼이 해당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했고, 의원 두 명이 공동발의를 철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부가 증세를 이야기할 때마다 ‘종교인 과세부터 해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종교인 과세는 대중적 공감대가 형성된 이슈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가 ‘증세’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이데일리가 팩트체크를 통해 종교인 과세의 실상에 대해 짚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조사 기준 목사의 평균 소득은 연 2,855만 원이다. 승려는 연 2,051만 원, 신부는 연 1,702만 원에 불과하다. 이를 기준으로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면 상당수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면세자다.

오히려 세금이 더 많이 쓰일 수도 있다. 종교인에게 과세하면, 저소득 종교인을 지원하는 지원액이 더 많아 지기 때문이다.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면 저소득 종교인이 자신의 근로 소득을 신고하고, 근로 장려금을 함께 신청하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다. 종교인 과세로 늘어나는 세금을 고려하면, 종교인 1만 명이 근로 장려금을 신청해 가구당 100만 원씩을 받는다고 해도 정부 세수는 0원이 된다. 신청자가 그 이상이면 저소득 종교인 지원액이 정부가 거둘 세금을 초과한다.

따라서 종교인 과세는 단지 ‘증세’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불투명한 소득으로 인해 각종 사회 보장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다수 저소득 종교인을 보호하는 ‘복지’의 일종이다. 따라서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이들은 세금을 내야 할 부자 종교인의 이해관계만을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측도 ‘종교인도 세금 내야지’라는 감정적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 이데일리

이데일리 큐레이션

4. 블라인드 채용, 관건은 ‘대안적인’ 평가 기준

요즘 채용 시장, 특히 2030 취업준비생의 핫 이슈는 ‘블라인드’ 채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를 선언했고,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등이 올해 하반기부터 이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수저론에 맞서 공정한 채용을 구현할 것처럼 보이지만,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국일보가 블라인드 채용의 장단점, 한계와 대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취재했다. 핵심은 학력을 대체할 더 좋은 채용 기준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상이나 언변 좋은 사람이 유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의 인사 담당자 설문조사에서 블라인드 채용 도입에 반대하는 응답자(79명ㆍ19.1%)들이 꼽는 이유도

  • ‘인재 채용을 위한 기준, 판단 근거가 모호해서’
  • ‘블라인드 채용에 맞춘 새로운 스펙이 등장할 것이라서’
  • ‘외모나 임기응변과 같은 단편적인 면들로만 지원자를 판단할 우려가 있어서’ 등이었다.

즉, 심층 면접 등 새로운 전형 방식이 개발되지 않으면 블라인드 채용이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이 공정해서가 아니라, 화려한 스펙에 가려 놓칠 수 있는 인재, 회사에서 더 잘 일할 사람을 뽑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입사 내 1년 퇴사율이 30%가 되는 시대에서, 학력만으로는 인재를 뽑을 수 없기에 새로운 채용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이미 학력과 실력 간의 낮은 상관 관계를 절감하고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으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채용 방식을 변화했다. 블라인드 채용의 성패는 구인 기업이 새로운 채용 방식을 개발할 수 있느냐, 그리고 구직자도 이에 맞춰 변화하느냐, 정부가 이를 잘 뒷받침하느냐에 달렸다.

● 한국일보

한국일보 큐레이션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09.13 09:33

학교급식노동자들에 대한 이언주 의원 발언을 들으니 옛날 생각이 났다.

대학교 다닐 때 학교식당에서 3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로 한 일은 설거지와 짬(남은 음식물 쓰레기) 치우기였다. 컨테이너벨트에 학생들이 올려놓은 식판과 식기들이 차례로 오면 그걸 빠르게 집어들어 잔반은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고 나머지 식판과 식기들은 뜨거운 물 통에 넣어 불린다.

조금만 늦거나 딴 일을 하고 있으면 잔반이 든 식판과 식기들이 엎어져서 난장판이 된다. 그렇게 뜨거운 통에 불린 식판과 식기를 꺼내 식기 세척기에 집어 넣는다. 일에 조금 익숙해지면 빨리 집어넣고 그 사이 반대편으로 가서 씻겨져 나오는 식기들을 꺼내 종류별로 분류해 정리하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정리를 좀 마치고 다시 반대편으로 가서 식기와 식판을 집어넣는다. 그 사이 틈이 날때마다 컨테이너벨트로 가서 몰려드는 식판과 식기 잔반을 처리한다. 그리고 또 틈이 날 때마다 씻겨나온 식기와 식판 수저 컵 등을 밖의 식당으로 나른다.

한 10분 정도 지나면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땀 때문에 앞도 잘 안 보인다. 식기세척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늘 안경을 뿌옇게 만들었다. 늘 허리를 숙이고 일을 해야해서 허리와 어깨가 아프다. 뜨거운 물이 얼굴이나 손에 튀거나 장갑안으로 들어가 작은 화상을 입은 적도 있고 바닥이 늘 물투성이다보니 미끄러져 넘어진 적도 여러번 있었다.

같이 일하던 이모들도 조리사 아저씨들도(통칭해서 급식노동자들) 노동환경이 비슷했다. 뜨거운 불에 화상을 입기 일쑤고 같은 노동을 반복하다보니 허리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고 온 몸이 쑤신다. 그러면서도 학생들 밥먹이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계셨다.

이언주 의원이 급식노동자들한테 그냥 동네아줌마들이고 조금만 교육시키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이들은 대단한 셰프도 아니고 굉장한 기술을 요하는 전문직도 아니다. 이들의 노동은 오히려 하루종일 컨베이너벨트 앞에서 단순노동을 반복하는 3D 노동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학교 학생 대다수가 바로 그분들이 만드는 밥을 먹었다. 내가 설거지했던 그 식기로 밥을 먹었다. 대한민국 대다수의 일상이 바로 이런 일상적이고 단순한 노동에 의해 구성된다. 일상적이고 별거 아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같지만 그런 노동이 하나 둘 모여야 다른 사람들의 일상이 돌아간다. 그래서 그들의 노동은 전문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고 대단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을 지라도 소중하고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에는 잊고 있지만 나의 일상은 누군가의 노동으로 인해 가능하다는 점, 그 점은 역설적이게도 그 노동자들이 일을 멈출 때 드러난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파업이라 부른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09.13 09:32


http://m.the300.mt.co.kr/view.html?no=2017072507497614025

지난 대선 때 심상정 후보 캠프에서 일하며 느낀 게 있었다. 기자 출신이었기에 글을 쓰면서 '이걸 쓰면 기자들이 뭘 야마로 뽑을까' '어떻게 써야 언론이 잘 받아쓸까'를 고민했다. 정치가 미디어에 어떻게 노출되는지에 주목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상당부분 낡은 것이었다. 중요한 건 심상정 후보가 하는 말을 언론이 어떻게 받아쓸지가 아니라, 심상정이 곧 미디어라는 점이었다. 같은 원리로 정의당이 곧 미디어다. 심 후보 페북 좋아요 수가 34만 명이 넘는다. 팔로우한 사람은 36만 명이다. 그 사람들은 언론이 제목으로 뽑고 축약한 심 후보의 말이 아니라 페북과 트위터에 올린 유투브에 올라온 심 후보의 말과 글, 콘텐츠를 직접 소비했다.

요새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이 화제가 되는 이유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연설에 이렇게 관심 많았던 때가 있었나 싶다. 물론 연설이 훌륭하기도 하지만 미디어환경의 변화도 한 몫했다. 문재인이 곧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과거 대통령들에겐 주옥같은 연설이 없었을까? (물론 503은 논외;;;) 그 때 연설이 화제가 되지 못한건 사람들에게 대통령 연설이란 언론을 통해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언론이 뽑은 제목과 언론이 축약한 내용에 따라서.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언론을 통해서만 대통령 연설을 보지 않는다. 유투브 생중계로 페이스북을 통해 문통의 연설을 직접 본다. 그리고 연설내용을 함부로 축약하거나 맥락을 생략한 언론을 다그친다. 문통이 518 연설에서 518을 잊지않은 사람들을 일일이 호명하고 이어서 518 유가족을 끌어안는 장면은 편집없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드는 고민은 세 가지다.
첫 째 기자와 언론은 대통령 말을 전달하고 중계하는 것 외에 무슨 콘텐츠를 더 보여줄 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고민해야한다는 것 그리고 문재인이라는 미디어보다 우리 매체를 보는 게 더 낫다는 걸 입증해야한다는 것

둘 째 정당과 정치세력의 위기관리의 방식도 진화해야한다는 것. 언론관리를 잘한다고 위기가 봉합되지 않는다. 한 정당의 정치인이 페북에서 사고를 치면, 기사 한 줄 안 나가도 sns를 통해 다 퍼지고 포털 인기검색어에 오른다. 사고 친 이 정치인이 곧 미디어기 때문이다. 그것이 뉴스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아닌지를 더이상 언론만 판단하지 않는다.

셋째 문통의 이런 소통이 쇼통이라고 비웃는 정치세력들에 대한 의문. 당신은 보여주기라도 제대로 해본 적 있는가? 그럼 쇼통 말고 당신들은 어떤 소통을 하고 있나?



저작자 표시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