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8.07.13 14:53

72, 이집트에서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이날의 투어는 전날 만난 흑인 가이드 아저씨와 함께하는 일정이다. 전날 있었던 아부심벨 투어와 보트투어 및 누비아 마을 방문, 오늘 오전 투어까지 비용은 2인 기준 190달러였다. 혹시 아스완 투어가 필요하신 분들은 비용 참조하시길...

 

오후 2시에 아스완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카이로 공항으로 가는(그리고 한국으로 가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오전 일정은 빠듯했다. 6시에 일어났다. 현인 알-아민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640분쯤 손수 아침을 준비해주셨다. 이집트식 빵에 삶은 계란, 과일 등을 주셨고 맛있게 먹었다.


(알 아민 게스트하우스 숙소 안에서 내다본 풍경. 이 풍경을 놔두고 가야한다니, 너무 아쉬웠다.)

 

아침을 먹고 7시에 정들었던 알-아민 게스트하우스를 떠났다. 아스완에 온다면 이 게스트하우스를 강력 추천한다. 비용도 2인 기준 23일에 44달러로 비싸지 않다. (22박인데 5만원 안 되는 꼴) 방에 팁으로 20파운드를 놓고 나왔다. 이집트 여행 하면서 가장 흔쾌히 놓고 나온 팁이었다.

 

짐을 들고 다시 배를 타러 나가는 우리에게 알-아민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은 부킹닷컴’(booking.com) 평점을 잊지 말아 달라고 했다. 평점 관리까지 하는 센스! 나는 한국에 오자마자 바로 부킹닷컴에 들어가 10점 만점의 평점을 남겼다.


"제가 만난 어떤 호텔의 직원보다 주인 분이 친절했고, 서비스가 좋았습니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는 아스완 KFC 앞 선착장으로 향했다. 또 이집션 들이 배 값을 속일까봐 이번엔 아예 얼마인지 묻지도 않았다. 그냥 1인당 2파운드, 4파운드 동전을 미리 준비한 뒤 손에 쥐어주고 배에 타 버렸다.

 

가이드를 만나 가장 먼저 보러 간 것은 미완성 오벨리크스(Unfinished Obelisk)였다. 앞서 7에서 소개한 바 있는 이집트 유일의 여성 파라오, 핫셉수트가 만들려다가 못 만들었다는 오벨리크스다. 가서 보면 60파운드(학생증 있으면 반값)를 내고 들어가면 만들려다가 실패한 채 그냥 엎어져 있는 미완성 오벨리스크를 볼 수 있다.


(미완성 오벨리스크. 중간에 갈라진 틈이 보인다. 더 갈라질까봐 오벨리스크를 세우지 않고 포기한 채 채석장에 내버려뒀다고 한다.)

 

들어가면 직원이 네셔널지오그래픽에서 방영한 미완성 오벨리크스 관련 영상을 보여준다. (가이드가 미리 섭외한 것인지 원래 제공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만약 완성되었다면 높이가 42m, 무게가 1200톤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오벨리스크였다. 오벨리크스를 만들려고 돌을 자르는 도중에 버려져서 미완성이 되었는데, 중간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금이 생겨서 제작을 포기했다. 채석장에 버려진 상태로 3500년이 넘게 있는 셈이다. 미완성 상태로 버려져서 현대인들이 고대 이집션들의 석조 기술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고 한다.

 

(미완성 오벨리스크 앞에서.)


미완성 오벨리크스를 보고,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향수 가게였다. 가이드 투어의 단점이다. 투어 시간이 급박한 데도 꼭 투어를 하면 이런 데를 끼어 넣는다. 지난 번 피라미드 여행 때처럼 가게에서 콜라라도 줄까 하는 기대감에 암말하지 않고 들어갔다.

 

그러나 정작 콜라는 없고 이집트 전통차만 줬다. 아무래도 상술인 것 같았다. 전통 차는 만드는데 시간이 좀 걸리고, 뜨거워서 다 마시는 데도 오래 걸린다. 고로 그 시간 동안 손님을 잡아둘 수 있다. 콜라를 주면 그냥 원샷해 버릴 테니까. 향수가게에서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아빠 선물로 향수를 살까 했는데, 뭔가 사기 같은 느낌이 나서 안 사기로 했다. (정품이 아닌 것 같다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이었다.)

 

다만 향수가게에서 얻은 것도 있었다. 이집트 여행 내내 의문이었던 한 가지가 풀린 것이다. 이집트로 가는 비행기를 타면서부터(두바이공항부터) 내 코를 강하게 찌르던 정체를 모를 향수 냄새가 있었다. 이집트 남자들이 주로 바르는 향수 냄새 같았는데, 이집트 여행 내내 이 강한 향수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무슨 향인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파피루스 향수였다. 향수가게 주인이 내 손등에 살짝 발라줬는데도 거의 하루 종일 냄새가 남아있을 정도로 강력한 향이었다.

 

향수 가게를 잠시 들렀다가 다음으로 향한 곳은 필레 신전이다. 이시스 신전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지금은 아킬라섬이란 곳에 있는데, 원래 필레섬에 있었기 때문에 흔히들 필레 신전이라 부른다. 아부심벨도 그렇고,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하자 이집트 정부가 유네스코 도움을 받아 지금의 위치에 이전했다. 신전을 이전할 때 전체를 다 분해해서 돌 하나하나에 번호를 붙인 뒤 퍼즐 맞추기를 하듯 복원했다고 한다. 그래서 신전에 가서보니 돌 하나하나에 다 번호가 붙어 있었다.

 

(필레 신전 가는 길. 이집트에서 타는 마지막 배가 이 배였다.)


섬에 있기 때문에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신전이다. 신전 입장료는 100파운드다. (학생증 있으면 할인) 배 값은 따로 받지 않았는데 아마 가이드가 낸 것 같았다.(투어 비용에 포함. 아마 가이드 없이 가는 사람은 배 값을 따로 내야할 듯.) 필레 신전은 섬에 있어서 그런지 경치가 정말 좋은 신전이었다.

 

필레 신전을 오가는 길에 탄 배는 모터만 달렸지 돛단배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작은 소형선이었다. 내가 왼쪽에 있다 오른쪽으로 움직이자 배가 휘청거렸고, 앉아서 손을 뻗으면 강물이 닿았다. (강물에 손을 대려고 몸을 기울여도 배가 휘청거렸다. 짝은 움직이지 말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너 때문에 집에 가는 날 나일강에 빠지고 싶지 않다며..)


(필레 신전 입구.)


(필레 신전 안에서.)

 

필레 신전 가는 길을 포함해서, 아스완은 배를 타고 보면 경치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어디서 타든, 아스완에서는 배를 타고 여행을 해볼 것을 추천한다. 필레신전 오갈 때 배 값은 안 냈지만 가이드가 뱃사람들에게 팁을 주라고 해서 20파운드를 주었다.

 

필레 신전에는 고양이가 정말 많았다. 날씨가 매우 더웠는데, 큰 선풍기를 틀어놓은 카페테리아에 가니 이 동네 고양이들이 모조리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여기 고양이들은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있다. (시원해서 딴 데 가기 귀찮아서 그런 것 같다.) 섬에 콜라나 물을 파는 상점이 있는데 관광지답게 일반 상점보다 비싸다. 미리 물을 준비해가는 게 좋다.


(이집트에서도 고양이는 귀엽다.)

 

필레 신전 다음으로 향한 곳은 아스완 하이댐이다. 입장료는 1인당 30파운드였다. 필레 신전, 그리고 아부심벨 신전을 이전하게 만든 그 문제의 댐이다. 알다시피 고대부터 나일강은 자주 넘쳤다. 그리고 넘친 뒤 토양이 비옥해지면서 이를 바탕으로 나일강 주변의 문명이 발달했다. 그런데 인근 유역에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나일강 범람을 막고 관계 및 농경을 위해 전력 발전을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그래서 만든 게 아스완 하이댐이다.

 

52년 이집트공화국을 출범한 나세르 대통령이 댐을 쌓기 시작했다. 기존에 로댐이 있었는데 이걸로는 범람을 막고 전략발전을 이끄는데 부족해서 만든 게 하이댐이다. 처음에 미국과 영국이 돈을 대다가 사이가 틀어지면서 소련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준공기념탑에 아랍어와 러시아어가 함께 쓰여 있다.) 이 과정에서 수몰지역에 있던 아부심벨과 필레 신전을 옮겼고, 9만 명이 거주지를 옮겼다. 누비아 족만 빼고 대부분 댐 건설에 찬성했다고 한다.


(하이댐 위에서 바라본 풍경.)

 

하이댐은 볼 게 별로 없다. (그래서 입장료가 30파운드...) 그냥 하이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을 듣고 댐 주변 경치를 둘러보는 정도다. 일정이 바쁘거나 빡세신 분들은 굳이 안 들러도 될 듯.

 

(하이댐을 배경으로. 이게 이집트에서 찍은 마지막 사진이다.)


하이댐까지 구경을 마치니 오전 11시 반 쯤 되었다. 가이드가 아스완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다. 가이드에게 팁 20파운드를 주고, 바이바이 했다.

 

아스완 공항에서 2시 비행기를 타고 4시에 카이로공항 도착 예정이다. 하지만 역시나 이 이집트 공항에선 정시 출발을 기대해선 안 된다. 아스완 공항은 비행기 타러 가는 길에 피자 조각이나 샌드위치 같은 걸 파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 간단히 점심을 때웠다. (남은 이집트 화폐도 해치울 겸) 이집트 국내선 공항에선 기내식을 주지 않고 비스킷 같은 것만 주기 때문에 밥을 먹고 비행기를 타야 한다.

 

아스완 공항에서 내려서 카이로 공항에 왔다. 한국으로 가려면 640분 비행기를 타야 했다. 카이로공항은, 정말 돌아가는 날까지 우리를 지치게 했다. 나랑 내 짝은 각자 다른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상황이었다.(짝은 다음날 새벽, 모스크바 경유 비행기) 내가 돌아가는 비행기 티케팅을 하기 위해 짐 검사를 한 뒤 안으로 들어왔고 내 짝도 같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들어왔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공항 직원이 내 짝을 불렀다. (그리고 그 뒤 난 짝을 서울에서 만났다..)

 

짝은 다음날 비행기라서 아직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짝이 잠깐 인사만 하고 오겠다고 했으나 절대 안 된다고 했다. 8일을 같이 다닌 우리는...그렇게 카이로 공항에서 인사도 못한 채 헤어졌다.

 

티케팅도....굉장히 오래 걸렸다. 보통 우리는 비행기 타면 한 시간 전에 티케팅을 다 끝내고 기다리면서 이것저것 하지 않나? 그런 걸 이곳에서 기대하면 안 된다. 늦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비행기도 늦게 출발한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두바이 경유를 통해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니 73일 오후 5시였다. (다음날 바로 출근을..ㅠㅠ) 624일 출국해서 73일 귀환, 9일 만에 꿈같았던 이집트 여행을 마치고 현실로 복귀했다.

 

(아스완을 떠나며 남긴 팔찌 사진.)


*이집트 여행 총평.

 

프랑스도 가보고 이탈리아도 가봤는데 유적지가 주는 웅장함은 이집트가 단연 압도적이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느낌이 , 이 그림 진짜 잘 그렸다.”였다면 이집트의 유적지를 보면 ...사람이 이런 걸 어떻게 만들었지?”라는 생각이 든다. (+ “유럽 놈들이 훔쳐온 게 원래 여기 있던 거였구나!”)

 

이렇게 좋은 곳이지만 혼자 가는 건 비추다. 나도 한 번 가보고 나니 다음번엔 자신감이 생겨서 혼자 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처음 갈 때는 친구들이랑 가거나 단체 투어를 추천한다. 인도 삐끼도 심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집트까지 다녀와 본 어떤 사람은 이집트에 비하면 인도 삐끼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여행을 많이 다니진 않았지만 다른 나라에서 경험한 삐끼들은 그래도 최소한의 이라는 게 있었다. 싫다고 몇 번 이야기하면 다시 접근하지 않는다거나, 먼저 호감을 갖게 한 뒤 나중에 슬쩍 무언가를 팔려고 한다거나. 아니면 최소한의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달라고 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집트에서 만난 삐끼들은 그런 게 아무것도 없다. 그냥 내 내면에 존재하는 짜증과 폭력성만 깨닫게 된다. 최소한의 노력도 안 하고 무작정 돈을 달라고 한다. (6에서 소개한 알린 정도의 삐끼라면 속아줄 수 있다.) 유적지 안에서 아무 유물이나 가리키면서 아무 소리나 해대고 돈을 달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어떤 삐끼는 놀이터 모래더미에서 막 주은 것 같은 담배꽁초를 들이대며 원달러 원달러라고 했다. (원달러 주는 것도 안 내키는데 나보고 쓰레기까지 가져가라는 거냐?)


(인간의 폭력성을 실험하기 위해 사람들을 룩소르로 보내보겠습니다...)

 

어른들은 물론이고, 10살도 안 되어 보이는 꼬마 아이들까지 외국인만 나타나면 조각품 같은 걸 들고 "원달러 원달러" 한다. (많이 안타까웠다나라에 관광 말고 다른 산업이 없으니 어렸을 때부터 외국인 상대로 삐끼짓하는 것 말곤 먹고 살 궁리가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집트에서 본 많은 유적지와 잊지 못할 풍경과 야경, 그리고 (-알민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을 비롯해) 그 안에서 찾은 이집트의 양심들. 그들이 떠올라 이집트는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다. 특히 후르가다와 아스완은 꼭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 (카이로는 공항이 거기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들러야 하겠지만, 삐끼천국이던 룩소르는 솔직히 다시 가고 싶지가 않다;;) 이번에 못 가본 알렉산드리아랑 다합도 다음 번엔 꼭 다시 가고 싶다.

 

그리운 이집트!

만약 다시 가게 된다면 또 여행기 형태의 기록으로 남겨보겠다.

 

그럼 이만, .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8.07.11 14:42

 

이집트 최남단 아부심벨로 가는 길은 71일 아침, 아니 새벽에 시작됐다.

 

전날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10시반 경. 씻고 이것저것 다하니 12시가 넘었다. 2시간 밖에 못 잘 것 같아서 난 그냥 잠을 자지 않기로 했다. 짝은 잠들었고, 난 침대에 누워서 그동안 찍은 사진들 좀 보고 한국 소식도 검색해보고 하다가 2시가 좀 넘어서 일어났다.

 

씻고 두 시 반에 숙소를 나가려는데 옆방에 있던 한 외국인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에게 아부심벨에 가는 거냐고 물어봤다. 그렇다고 하자 자기도 아부심벨로 가는 차를 타야 한다며 5분만 기다리면 같이 배를 타고 나가자고 했다.


(이른 새벽, 배를 타러 나가는 길.)

 

그래서 그 외국인과 함께 아스완 KFC(픽업 장소)로 가는 배를 탔다. 정류장에는 웬 흑인 소년이 혼자 배를 띄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룩소르까지만 해도 아랍인들이 많았는데 아스완부터는 아프리카라는 느낌이 확 났다. 여기서부터는 아랍인보다 흑인이 훨씬 많다.)

 

아침이나 낮에 타는 배는 각 2파운드 밖에 안 했는데 새벽에 타는 배 값은 25파운드나 했다. 같이 온 외국인이 새벽은 원래 비싸다고 들었다고 했다. 따지자면 그 흑인 소년이 아부심벨에 가는 우리를 태우기 위해 새벽에 나온 셈이다. 야간노동에 대한 값이라 생각하고 아무 말 하지 않고 50파운드를 냈다.

 

KFC 앞에서 그 외국인과 함께 픽업 차가 오길 기다렸다. 그녀는 독일에서 왔으며, 시리아와 터키의 국경지대에서 난민 관련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라고 했다. (삐끼들이 가득한) 이집트에 혼자 여행 온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이력을 듣자 수긍이 갔다. 전쟁터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을 텐데, 삐끼들 정도야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에도 난민들이 와서 사회적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디냐고 물어보길래 예멘이라고 했더니 바로 이해한 것 같았다. 제주도로 500여명의 예멘인들이 난민 신청을 하러 왔지만 한국은 단일민족국가이고 이런 일을 처음 겪어봐서 그런지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녀는 그런 우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그녀는 이집트에 와서 삐끼들한테 많이 시달렸다며 다음 행선지는 후르가다라고 했다. 우리는 후르가다는 쉬기 딱 좋은 휴양지이며, 독일인들이 매우 많다고도 전했다. (4편 참조) 픽업하러 온 차가 달라서 그녀와 우리는 서로 다른 차를 타고 헤어졌다. 그녀는 휴가를 마치고 다시 시라아 터키 국경지대로 간다고 했는데, 별 일 없이 자신의 임무를 다하길 기원한다.

 

여튼 우리는 아부심벨로 가는 봉고차를 탔다. 우리를 픽업하러 온 기사와 그 기사의 친구는 굉장히 시끄러운 놈들이었다. 그들은 아부심벨로 가는 3시간 내내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봉고차에는 우리 말고도 멕시코에서 온 남자 두 명과 (국적은 잊어버렸으나 직업이 교사라고 했던) 여성 한 명이 탑승했다. 멕시코 남자 두 놈도 굉장히 시끄러웠다.

 

아부심벨은 이집트 남부인 아스완에서도 3시간을 차타고 달려야 나온다. (아스완에서 280km 떨어져 있음) 수단과 국경지대로, 이집트 최남단이다. 3시간을 달려 6시 반 쯤 아부심벨에 도착했다. 우리를 맞이한 건 역시 삐끼들이었다. 그래도 아스완 삐끼들은 룩소르보다 낫다. 싫다고 하면 따라오진 않는다.


가이드가 우리들에게 한 명 붙었는데,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아부심벨 신전 안으로 들어가는 식으로 투어를 시작했다. 아부심벨에는 신전이 크게 두 개가 있다. 아부심젤 대신전이라 불리는 신전은 람세스 2세가 지은 신전으로, 입구에 4개의 좌상이 있다. 4명 모두 람세스다. 람세스 어렸을 때, 람세스 늙었을 때 등등 조금씩 다른 모습의 좌상들이라 한다. (람세스2세는 자기 과시가 굉장히 강했던 사람 같다.)


(아부심벨 대신전 앞에서. 저 뒤에 보이는 석상 네 개 모두가 람세스2세다;;)

 

신전 안은 매우 넓고 화려했다. 람세스2세의 자의식 과잉을 한껏 느낄 수 있다. 깜짝 놀란 건 신전 안에서 뭐가 시끄럽게 날아다니기에 새인 줄 알았는데 한 무리의 박쥐들이었다. 입구에 가면 웬 이집션이 굉장히 큰 열쇠 같은 걸 들고 관광객들한테 건네주는데, 이 열쇠 비슷하게 생긴 건 symbol of eternity라고 했다. 처음엔 삐끼인 줄 알았는데 삐끼는 아니고 그 열쇠를 주고 사진을 찍어주는 아부심벨 알바였다. (돈 안 줘도 됨)

 

(불멸의 상징은 요렇게 생겼다. 이집트 신전 안에서 이 문양을 많이 볼 수 있다.)

 

람세스2세가 지은 신전(룩소르신전, 카르나크신전, 아부심벨신전) 안에는 유독 저 “symbol of eternity”이 많았다. 사람들이 손에 들고 있거나 다른 사람이 왕에게 저 상징물을 바치는 장면이 벽화로 조각되어 있었다. 아마 모든 것을 손에 넣은 파라오가 유일하게 손에 넣지 못한 게 불멸이어서 거기에 집착한 게 아닐까 싶었다.


신전 안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하지만 돈 앞에 안 되는 게 어디 있으리. 돈을 더 내면(300파운드) 사진을 찍는 티켓을 준다. 안에서 사진 찍는 분들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 사진 찍으면 안 되는데라고 말했는데 크게 들렸나보다. 그 분들이 한국어로 저희 돈 내고 샀어요~”라고 하셨다. 알고보니 한국에서 관광 온 비구니 스님들이었다.

 

아부심벨 대신전 옆에는 작은 신전이 하나 있다. 람세스2세의 부인이었던 네페르타리를 위해 람세스가 지은 신전이다. 람세스 2세 부인들이 많았는데, 그 중 람세스2세가 가장 아꼈던 부인이라고 한다. (소설 람세스에도 나온다. 투탕카멘의 의붓어머니인 네페르티티와는 다른 사람이다.)

 

(네페르타리 신전 앞에서.)


많이 사랑했으니 신전까지 만들었겠지 라고 생각하고 네페르타리 신전을 가보았는데, 신전 앞에 있는 6개의 입상 중에 2개만 네페르타리고 나머지 4개는 람세스2세였다. 기껏 부인한테 주는 신전을 만들어놓고 그 문 앞에 정작 자기 석상을 4개나(자기 부인보다 많이) 박아놓은 것이다. 참 자의식이 강한 파라오였구나 싶었다.

 

아부심벨 대신전 앞에는 바로 강이 펼쳐져 있다. 그 강 너머가 바로 수단이다. 아부심벨은 원래 이곳에 있지 않았다고 한다. 원래 있던 장소에서 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이집트 정부와 유네스코가 함께 수단 국경지대인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는 것이다.

 

(저 강을 지나면 바로 수단이 보인다고 한다.)


아부심벨은 굉장히 유명한 유적지고 웅장하지만 정작 둘러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는다. 큰 신전 하나랑 작은 신전 하나에 주변 경치 정도다. 2시간 만에 다 둘러보고 8시 반에 다시 돌아오는 봉고차를 탔다. 앞의 두 놈은 여전히 시끄러웠지만 피곤해서 그런지 3시간 내내 잠들었다.

 

아스완에 다시 돌아올 때가 되자 버스 기사 옆에 앉아 있던 이집션이 우리한테 봉투를 건넸다. 팁을 넣으라는 거였다. 이놈들은 한 게 뭐가 있다고 대놓고 팁을 요구한다. (봉고차 기사야 운전이라도 했지 그 옆의 놈은 시끄럽게 떠든 거 말고 한 게 없었다.) 우리는 돈이 아까웠지만 억지로 5파운드를 넣었다.

 

봉고차는 멕시코인 두 명을 픽업했던 장소에 멈췄다. 아스완의 뜨거운 태양이 비추는 도로 한 복판이었다. 이집션들은 차 문을 열더니 여기서 내리면 5분 뒤에 너희 숙소에서 픽업을 하러 올 거라 했다. 멕시코인들은 여기 있다가 차가 오면 내리겠다. 밖이 뜨거워서 밖에 있고 싶지 않다고 하차를 거부했다. 이집션들은 “5분이면 온다고 했으나 멕시코인들은 너네가 하는 5분이란 말 안 믿는다.”고 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10분 넘게 지나서 차가 왔고 멕시코인들이 내렸다.

 

참고로 이집션들은 관광객들을 상대할 때 입버릇처럼 ‘5분만아니면 ‘1분만’(one minute)을 외치는데 절대 믿으면 안 된다. 그게 10분이 될지 30분이 될지 12일이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도 다른 외국인들과 작별하고 KFC 앞에서 내렸다. 배가 고파서 KFC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명색이 KFC인데 카드를 받지 않았다. 심지어 카드기가 있었는데도. 가격은 매우 쌌다. 세트메뉴 2개를 시켰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만 원이 안 됐다. 하지만 싼 이유가 있다. 햄버거 내용물이 매우 부실했기 때문이다. 대신 감자튀김은 짜지 않고 맛있었다.


KFC 직원은 거스름돈이 1파운드 모자라자 "원 미닛"(1분만 기다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식사를 다 할 때까지 1파운드는 주지 않았다. 내가 다시 가서 1파운드 달라고 하자 그제야 거스름돈을 줬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배를 탔다. 근데 정류소에 있던 놈이 배 값이 1인당 10파운드라고 했다. 어제밤에 탔을 때 분명 2파운드였는데. 우리가 "어제 2파운드 내고 탔다. 우리는 가격을 알고 있다"라고 했더니 "리얼리?"라면서 그럼 2파운드만 내라고 한다. 이쪽 사람들은 가격을 물어보면 그냥 머리에 떠오른 숫자를 아무거나 이야기하고,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최소한의 민망함도 없다. 

 

다음 투어 일정은 아스완 섬들을 보트로 돌아보는 보트투어였다. 하지만 오후가 되어도 여행사에서 어디로 나오라는 연락이 오질 않았다. 우리를 아부심벨에 데려다 준 일당들한테 물어봐도 아무것도 몰랐다. (우리는 분명 EYE OF HORUS라는 회사랑 계약했는데, 아부심벨 투어랑 보트투어가 각각 아스완의 다른 회사들에서 진행됐다. 아마 손님을 잡으면 커미션을 받고, 다른 여행사들에 팔아넘기는 시스템인 것 같다.)

 

여행사 사장한테 연락을 취해도 답이 없었다. 고민하던 순간에 우리 앞에 이집트의 현인, 엘 아민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나타났다. (현인 이야기는 7편 참조) 우리는 현인에게 고민을 털어놓았고 고민을 듣고 있던 현인은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잠시 뒤 우리를 안내해 줄 가이드에게 연락이 왔다. 숙소에서 쉬고 있으면 4시 반에 픽업하러 오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4시반에 가이드가 숙소 앞으로 보트를 끌고 우리를 픽업하러 왔다. 아아, 현인 엘-아민. 그저 빛...


(아...엘 아민. 그저 빛...)

 

숙소에서 뻗어서 자다가 일어났고, 네 시 반에 연락이 왔다. 나가보니 숙소 바로 앞에 보트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 보트를 타고 가이드와 함께 바로 보트 투어에 나섰다.


(보트 투어를 통해 둘러본 아스완 섬 일대.)

 

(아가사 크리스티가 틀어박혀서 소설을 쓴 아스완 호텔이라고 한다. 저런 데서 글 쓰면 진짜 잘 써질 것 같다.)


나일강 유역을 한 바퀴 도는 보트투어였다. 나일강은 물이 정말 깨끗했고 경치도 좋았다. 돈만 많으면 이런 데 집 하나 짓고 살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나일강에서 수영을 할 수 있냐고 물었고 가이드는 현지인들이랑 관광객들이 종종 수영하는 곳에 우리를 떨구어 주었다.

 

그래서 한 20분 동안 나일강에서 수영(이라기보다 몸 담구기)을 했다. 물이 너무 깨끗해서 안이 다 보일 정도였다. 물이 매우 시원해서 오래는 들어가 있지 못했다. 그래도 오들오들 떨리는 정도는 아니었고, 온 몸이 맑아지는 기분 좋은 시원함이었다.


(나일강 수역. 사람들의 안구 보호를 위해 몸은 자체 모자이크 처리했다.)

 

보트 투어 중에 한 섬에 도착했다. ‘엘레판티네(Elephantine)섬이었다. ’코끼리의 귀란 뜻으로, 섬이 코끼리 귀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다. 그곳에는 이집트의 소수민족인 누비아 족이 사는 누비아 마을이 있다. 이 섬에서 자신들의 생활 방식을 유지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누비아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열 전달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곳에 지어지는 건물은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고 했다. 건물도 형형색색 매우 예뻤다. 푸른색과 초록색을 좋아해서 독특한 색감의 그림 같은 건물들이 많았다. 여행 내내 엄마 선물로 뭘 살까 고민했는데, 여기서 수제 스카프를 득템했다. (5000원 밖에 안 함)


가이드가 한 집으로 들어가서(관광코스) 누비아 족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보여주었는데, 이 집에는 악어가 있었다. 원래 나일강에는 악어가 많아서, 고대인들은 악어 때문에 사투를 벌였다고 한다. 관광코스로 악어를 이렇게 집에 가둬놓는 것 같았는데, 악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해서 기르는 게 아니면 이런 악어는 그냥 풀어줬으면 좋겠다.


(건물이 진짜 예쁜 누비아 마을.)


(누비아 마을을 배경으로. 옆에 있는 흑인 아저씨는 가이드.)


(누비아에선 이렇게 낙타들이 개나 고양이처럼 흔하게 돌아다닌다.) 


누비아 마을에서 기억 남는 곳은 초등학교였다. 가이드가 방학 때문에 텅 비어 있는 누비아 마을 초등학교에 데려다주었다. (외국인을 위해 관광 코스로 만들어놓았음) 교실에 들어가보고, 그곳에 있던 선생님이 아랍어와 누비아어 알파벳을 소개해주었다. 아랍어로 내 이름도 써보았다. 내 이름이 윤호라고 말하고, 알려주는 대로 썼는데 알고보니 내가 글자의 발음은 윤호가 아니라 유후에 가까웠다고 한다. 선생님이 내 이름을 유후라고 알아들으신 모양이다.

 

(암기를 못해서 한국식 체벌 중....)


(아랍어 공부를 해보았다.)


(누비아 초등학교 교실의 안과 밖.)



해질녘의 아스완 섬 일대는 정말 아름다웠다. 우리는 배 사공 두 명에게 30파운드를 팁으로 주었다. (가이드는 다음날 또 만날 거라서 다음날 주기로) 저녁은 보트 투어를 하다 마주친 누비안 레스토랑(nubian restaurant)에서 하기로 했다. 옆에 나일강이 보이는 매우 예쁜 레스토랑이었다.

 

(엘레판티네 섬의 선박장 모습,)


누비아 전통 빵과 누비아 전통 밥, 생선조림 등을 먹었는데 특히 생선 조림이 맛있었다. 토마토와 양파 소스에 절인 생선 조림이었는데, 입에 살살 녹는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특이한 맛이 났다. 혹시 아스완에 오면 한 번 먹어보길 추천한다. 엘레판티네 섬에서 배를 타고 5분만 가면 나오는 곳이다.

 

(누비안 레스토랑에서 마신 논알콜 맥주,)


(누비안 레스토랑의 전통 빵.)


(누비안 레스토랑에서 먹은 음식들. 오른쪽 빨간 물체가 토마토에 절인 생선조림이다.)


레스토랑에서 주문 받던 아저씨는 우리한테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south or north?”라고 되물었다. 코리아라고 했을 때 이렇게 되물어본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웃으면서 남한이라고 하자, 그 아저씨는 북한의 젊은 지도자에 대해 알고 있냐고 물었다. “김정은?”이라고 다시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집트를 포함해 수많은 나라의 독재자/집권자들이 김정은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집트 정치인들도 매우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젊은 독재자가 (트럼프나 시진핑 같은) 세계의 주요 지도자들을 만나며 보여주는 모습, 그리고 앞으로 북한의 변화에 매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역만리에서 BTS 다음으로 대화 주제로 등장한 (노스)코리안이 김정은이었다...

(이 식당에도 고양이가 있었다.)

 

누비안 레스토랑에서는 아예 수상택시를 운영하고 있었다. 40파운드를 내니 엘 아민 게스트하우스 앞까지 데려다준다. 밥 먹고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왔다. 룩소르는 유적지들은 좋았지만 날씨도 덥고 삐끼들 때문에 정말 피곤해서 다시 오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스완은 또 오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기온 자체는 높았지만 강 근처에 있어서 그런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시원했다.


(누비안 레스토랑의 야경.)

 

돌아가니 빛-아민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우릴 기다리고 계셨다. 옆방이 비었다며 옆방으로 옮겨서 머물러도 된다고 했다. 지금 머무는 방은 에어컨 조정하는 게 바깥에 있어서 조금 불편했는데 옆방은 에어컨을 방 안에서 조정할 수 있다면서 말이다. 자신의 편의가 아니라(대부분의 이집션들은 이랬다) 손님의 편의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빛-아민. 우리는 현인의 제안대로 방을 바꿨다.

 

그렇게 이집트에서의 마지막 밤이 흘러갔다.

 


다음 편은 아스완 2일차, 이집트에서의 마지막 날 이야기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8.07.10 17:44

630, 룩소르 서안 여행을 위한 아침이 밝았다.

 

룩소르 서안 여행을 위해 이집트 현지인 복장을 갖췄다. 전날 1000파운드나 주고 구매한 이집트 젤라비아(젤라바)를 입었다. 그리고 머리에는 같이 산 흰 색 스카프를 둘렀다. 현지인에 따르면 보통 젤라비아 안에는 나시 티와 속옷만 입는다고 한다.

 

(바로 이 옷이 젤라비아다.)


나로썬 처음으로 치마 혹은 원피스 비스무레한 걸 입어본 셈인데, 자연스레 매우 계단 같은 데를 오를 때 매우 조신하게(?) 움직여야 했다. 바람 불 때는 바지 보다 훨씬 시원하다는 점도 알았다.

 

복장을 완비하고 아침부터 서안 투어를 시작했다. 이집트 서안 투어는 전부 유적지 탐방이라 가이드 투어를 신청했다. 이베로텔 호텔에 물어보니 호텔에서 연결해주는 데가 따로 없다고 하여(되는 게 없는 호텔이다.) ‘트립어드바이저라는 사이트에서 검색해서 찾았다. ‘Eye of horus'라는 회사의 private tour 프로그램이었다. 금액은 2인 기준 120달러였다. 유적지 입장료는 별도로 내야 한다.

 

아침에 기사와 가이드가 호텔로 우리를 픽업하러 왔다. 가이드는 이스마일이라는 이름의 중년 아저씨였는데 영어로 천천히 설명해주는 좋은 가이드였다. 이스마일의 유창한 영어 가이드를 들으며 차를 타고 30분 정도 달리니 룩소르 서안에 도착했다.

 

룩소르 서안의 유적지를 가면 맨 처음에 볼 수 있는 것이 멤논의 거상(The Colossi of Memnon)이다. 높이가 20m에 달하는 2개의 거상이 룩소르 서안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원래 이곳에 아멘호텝 3세가 만든 신전이 있었고 이 거상이 신전의 입구에 놓여져 있던 것인데 신전은 사라지고 이 두 개의 거상만 남았다. 거상의 모습은 파라오 아멘호텝 3세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라 한다.

 

(멤논의 거상 앞에서 이집션 코스프레를 하고.)


멤논 거상에서는 사진 찍는 거 말고는 할 게 없다. 그렇게 사진 한 방씩 찍은 뒤 다시 차를 타고 서안 쪽으로 가서 핫셉수트 신전(Temple of Hatshepsut)에 도착했다. 핫셉수트는 이집트 역사에서 유일하게 파라오의 지위를 얻었던 여성이다. 핫셉수트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한동안 남자인 척을 했다고 한다. 턱수염까지 붙였을 정도. 파라오 즉위 후에도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다른 파라오들에 비해 더 웅장하고 거대한 유적들을 많이 남겼다고 한다. 핫셉수트 신전만 해도 짓는데만 15년이 걸렸다고.

가이드는 우리에게 설명을 해주고 자유시간을 주었다. 핫셉수트 신전은 이집트에서 본 신전 중에서도 눈에 띠게 벽화 색상이 예쁘게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었다. 계단이 많은 신전이라, 롱스커트(?)를 입은 나는 매우 조신하게(치마가 밟히지 않도록 살짝 걷어 올리며) 계단에 올랐고 그 모습을 본 이집션 가이드는 한참을 낄낄대고 웃었다.


(핫셉수트신전 입구.)

(햇빛을 가릴 것이 없어서 옷으로 가려야한다.)

 

이날 젤라비아 예쁘다는 이야기를 이집션들한테 30번 정도 들었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대부분의 이집션들이 입은 젤라비아는 그냥 색깔이 없는, 흰 색 젤라비아였는데 내가 입은 건 하늘색이었다. 아마 외국인이 매우 화려한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을 본 기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전에 누워 있던 삐끼들이 내 패션에 대해 한 마디씩 말을 걸어서 매우 귀찮았다. 어디서 샀냐, 얼마주고 샀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흰 스카프의 코디법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다. 어떤 삐끼는 내가 사진을 찍으려 하자 흰 스카프를 아랍인들이 쓰고 다니는 모자처럼 만들어주었는데, 고마웠지만 돈 달라고 할까봐 얼른 자리를 피했다.


(삐끼의 도움으로 만든 이집션 완전체.)

 



하룻동안 이 복장을 하고 다니니 왜 이집션들이 더운 나라에서 긴 옷을 입고 다니는지 알게 됐다. 체감 기온이 48도인 나라다. 반팔을 입어도 어차피 땀은 나고 더운 건 마찬가지다. 햇빛으로부터 몸을 가리는 게 시원하게 입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안 그러면 살이 타거나 일사병에 걸리기 때문이다. 바람이 잘 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젤라비아는 이런 요소들을 두루 갖춘 전통 의상이었다.

 

핫셉수트 신전을 보고 있는데 한 무리의 관광객 여성들이 우리한테어디서 왔냐고 말을 걸었다. 한국이라고 하자 신기해하며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다. 알고 보니 파키스탄에서 온 방탄소년단 팬이었다. 이 이역만리에서 파키스탄 사람들과 BTS를 두고 이야기하게 되다니...BTS의 위대함을 실감했다.

“왓츠 유어 페이버릿 멤버?”
“아이 라이크 지민”

그렇구나 하고 가려는데 한 파키스탄 소녀가 나한테 너는 누굴 제일 좋아하냐고 묻는다. 얼떨결에 나도 대답했다.

“마이 페이버릿 멤버 이즈 뷔.”

사실 뷔는 내가 이름을 아는 유일한 방탄소년단 멤버였다. 자신도 뷔를 좋아한다며 웃는데 그 순간 뷔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사실 얼굴도 몰랐다.ㅠ)


(한국 와서 찾아봤다. 이 분이 뷔다. 출처 : 오마이뉴스)


파키스탄의 방탄소년단의 팬들과 헤어진 뒤 우리가 간 곳은 메디나트 하부(Medinet Habu) 신전이다. 람세스 3세가 만들었고, 이집트 신전 중에 보존 상태가 매우 좋은 신전이라고 한다. 실제로 보니 벽화나 조각들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마치 군대 요새처럼 만들어진 하부 신전 입구.)

 

입구는 군사요새 같이 생겼다. 당연한 것이 이 신전 전체가 이집트의 정복 전쟁을 찬양하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벽화나 조각들이 이집트의 전쟁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집트가 타 민족을 정복하고 전쟁에서 승리한 이야기가 벽에 도배되어 있다. (이 신전을 만든 람세스 3세가 이스라엘, 레바논, 팔레스타인 지역을 정복한 이집트의 정복왕이었다.)

 

(하부신전의 벽화와 조각들. 마지막 사진은 전쟁 모습을 묘사한 조각이다.)


두 개의 신전을 본 뒤 향한 곳은 왕가의 계곡이다. 좁고 긴 골짜기로 되어 있는 곳인데, 왕들의 무덤이 몰려 있는 곳이다. 도굴꾼들이 하도 왕가의 무덤을 파헤쳐 대서 비밀리에 접근이 어려운 골짜기에 무덤을 형성했다. 계곡에 구멍을 파서 묘를 만든 다음, 장례가 끝나면 입구를 봉인해버렸다고 한다.

 

왕가의 계곡 일반티켓을 사면 무덤 3개를 볼 수 있다.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사진을 못 찍었지만 내부가 굉장히 화려하다. 바위산을 파서 이런 묘실을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투탕가멘의 무덤을 들어가려면 티켓을 별도로 사야 하는데, 가이드가 별 게 없다고 해서 굳이 사서 들어가보진 않았다.

 

(왕가의 계곡은 대충 이런 모습이다. 사진을 못 찍었다.)


왕가의 계곡에서 쉬고 있는데 가이드 이스마일이 내일은 어디를 가냐고 물어봤다. 아스완에 간다고 하자 자기네 회사의 가이드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논의하다가 비용을 좀 깍은 뒤 이 회사에서 투어를 하기로 했다. 어차피 다음날 봐야할 아부심벨은 혼자 가기 힘든, 투어가 꼭 필요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여튼 룩소르 여행의 핵심인 왕가의 계곡 투어를 마치고, 가이드는 우리를 점심 먹을 식당으로 데려다주었다. 그 전에 아스완으로 가는 기차표를 끊는 게 우선이었다. (호텔 직원에게 부탁했으나 하루 째 표 예매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호텔 직원이 12일 걸려도 못하던 걸 가이드는 쉽게 처리했다. (역시 돈이면 다 된다.) 단 원래 타려던 4시 반 기차는 그 사이에 꽉 차서 6시 반 기차를 타야만 했다.

 

점심을 먹으러 온 식당은 sofra였다. 카이로 2일차 때 먹었던 코사리를 잊지 못하고 코사리에 양고기를 먹었다. 음식은 맛있었지만 이 식당은 정말 서비스가 최악이었다. 아니, 직원들이 기본적인 예의가 없었다. 동양인 둘이 오자 원숭이처럼 대놓고 쳐다보는데 그 시선이 느껴져서 내가 민망할 정도였다. 3~4명이 반대편 테이블에 앉아서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한 놈은 테이블에 얼굴을 기댄 채로 계속 나를 쳐다보는데, 나한테서 성적 매력을 느낀 건지 (남자놈이었다) 의심스러울 정도로 빤히 쳐다봤다.

 

게다가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했다. 음식 값을 계산해서 잔돈으로 50파운드를 줘야 하는데, 직원 놈이 50파운드짜리가 없다고 뻐기기 시작한 것이다. 식당이 50파운드 지폐가 없다는 게 말이 안 될뿐더러, 식당 사장이 환전할 데 없으면 달러를 파운드로 바꿔줄 수 있다고 말한 상태였다.

 

직원이 없다고 뻐기기에 우리는 친절히 방법을 알려줬다. “뒤에 보이는 저 계단을 내려가서, 1층에 가서 너희 사장을 찾아. 그리고 잔돈을 가져와.” 그러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 직원 놈이 1층에 가서 50파운드를 가져왔다. 우리 돈을 먹으려던 것도 아니고, 1층으로 내려가기 귀찮아서 일단 거짓말부터 하고본 것이다. (이 나라는 정말 자본주의화, 근대화가 덜 된 나라 같았다.) “, 있잖아.”라고 하자 그놈이 웃었다. 웃는 낯에도 침 뱉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까 헤어진 가이드가 우리를 기차역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해서, 밥을 먹은 뒤 다시 이베로텔 호텔로 갔다. 3시간 동안 호텔 로비에서 멍하니 시간 낭비를 했다. 4시 반 기차표를 예매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다. 시간도 남아 환전을 하려고 했으나 이베로텔은 달러가 없다며 안 바꿔줬다. 그래서 환전소가 어디냐고 물어본 다음 밖에 나가 환전소를 찾았으나 죄다 문이 안 열려 있었다. (내가 그래서 환전소 어디냐와 함께 환전소가 오늘 열리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이놈의 호텔 직원은 정말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참고로 이집트는 금,,일이 휴일이다. 그래서 금요일에도 관공소나 환전소, 은행이 문을 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집트 여행할 때 주의해야할 점 중에 하나다. (환전을 미리 해둬야 함)

 

여튼 이 아무것도 모르는 이베로텔을 떠나 룩소르 기차역에 도착했다. 내일 투어를 예약한 'Eye of horus' 사장과 그 사장 친구가 우릴 기차역으로 픽업해주었다. 그런데 기차역에서 문제가 생겼다. 분명 아스완의 숙소를 알려주고 내일 새벽(아부심벨 투어는 새벽 3시 반에 시작한다.)에 픽업해달라고 했는데, 픽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대신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아스완의 어떤 장소로 나오라고 했다. (이 장소에 가려면 적어도 새벽2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내 짝이 화가 나서 항의했으나 우리가 말한 숙소랑 비슷한 다른 숙소가 있어서, 픽업을 해줄 수 있는 곳인줄 알았다는 말 같지도 않는 변명을 했다. (우리가 아스완에서 머물기로 한 엘아민 게스트하우스el-amin guest house는 섬에 있다. 그래서 차로는 픽업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선착장 정류소까지는 픽업하러 나올 수 있는데, 이것마저 안 된다고 했다.)

 

아부심벨 투어를 취소할까도 고민하다가, 이미 아부심벨 투어를 위해 여권까지 복사해서 허가를 받은 터라(아부심벨은 수단과의 국경지대에 있어 관광객도 여권 사본을 미리 내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취소하기도 애매했다. 결국 우리는 포기하고, 새벽 2시에 일어나기로 했다.

 

여행사 놈들하고 투닥거리를 한 뒤라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로 아스완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여행사 사장이랑 같이 나온 그의 친구가 우릴 기차 객실 안까지 안내해주었다. 그래서 그에게 팁 10파운드를 주고, 자리에 앉았다. 6시반 출발해서 9시반 도착하는 기차였다.

 

좀 가다보니 배가 고팠는데 마침 음식을 파는 카트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중 65파운드 짜리 핫치킨이 있어서 그걸 하나 달라고 했다. 닭다리 하나 정도 나올 거라 생각하고 시켰는데(65파운드면 원화로 3900원이다.) 웬걸, 공항 기내식보다 더 좋은 메뉴가 나왔다. 닭이 거의 반 마리 째 통째로 들어가고 밥이랑 빵, 디저트까지 나오는 메뉴라 배부르게 한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혹시 이집트에서 기차를 타다 핫치킨을 발견하면 식사대용으로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여튼 우여곡절 끝에 저녁 9시 반에 아스완 기차역에 도착했는데,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맞이한 이들은 역시나 삐끼였다. 택시를 외치는 삐끼들이 기차역 바깥도 아니고 기차에서 내리는 문 앞까지 나와 있다. 어차피 택시를 타야 해서 한 삐끼에게 얼마냐고 물어보자 ‘100파운드를 불렀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꺼지라고 했더니 바로 50파운드로 가격이 떨어진다. 우리가 방금 타고 온 3시간 짜리 기차비용이 60파운드였다. 이놈들은 그냥 머리에 생각나는 숫자를 아무거나 말하는 것 같다.

 

50파운드를 부른 이 삐끼는 우리를 포기 못하고 계속 게이트 밖으로 나가는 내내 우리 짐을 들어주려고 했다. 우리는 짐에 손대지 말라고 경고하고, 밖에 나가서 다른 삐끼를 찾았다. 다른 삐끼도 50파운드를 주장했는데, 40파운드를 주장하던 우리가 떠나려고 하자 급하게 “40파운드!”라며 우리 손을 잡았다. (우리는 이미 엘 아민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에게 택시비를 물어본 상태였고, 주인장은 50파운드 이상은 절대 내지 말라고 알려주었다.)

 

40파운드를 내고 아스완역에서 아스완 KFC까지 왔다. 아스완은 섬이 많은 지역이라, 섬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일종의 수상 택시들이 있다. KFC 앞의 정류소에서 배를 탔다. 비용은 각 2파운드, 4파운드였다. 4파운드를 타고 배를 타자 엘 아민 게스트하우스 바로 앞에서 내려주었다.


(아스완은 섬이 많아서 이렇게 섬을 이어주는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이제 아스완으로 넘어왔으니 엘 아민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본격적 찬양을 해보려고 한다. 엘 아민 게스트하우스의 사장님은 내가 이집트 여행을 하면서 처음 만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친절한사장님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 다음날 아부심벨로 간다고 하자 10분 만에 우리한테 차 안에서 먹을 수 있는 빵과 음료를 챙겨주었다. (부킹닷컴에서 아스완 숙소 중 가장 평점이 높은 숙소다. 평점이 높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수많은 삐끼들을 겪은 나에게 이 분은 단지 게스트하우스 사장이 아니라 일종의 현인이었다. 우리는 다음날 새벽에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아부심벨행 봉고차를 타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현인이 바로 여행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인의 통화 이후 우리에게 여행사에서 연락이 왔다. KFC 앞으로 우리를 픽업하러 오겠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아무리 항의해도 안 되던 것이 현인의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됐다.

 

이집트를 많이 여행하는 여행자들은 다 안다고 하던데, 이집트의 홍반장으로 유명한 만도라는 사람이 있다. '중동 4대 천황'으로 알려진 만도는 한인들을 전문으로 상대하는 여행 브로커다. 비싼 돈을 지불하면 여행의 A부터 Z까지 모든 플랜을 짜준다고 한다. 심지어 가짜학생증까지 만들어주고, 만도식당에서 본국 음식을 그리워하는 한국인들을 위해 닭도리탕까지 손수 만들어주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한국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한다고 하며 룩소르 기차역에 가면 그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아스완역에 내렸을 때 우리에게 한국인이냐고 물어본 한 삐끼가 나는 만도 친구야라고 접근하기도 했다. 어쩌라고?)


(알 아민 게스트하우스.)

 

하지만 나에겐 알 아민 게스크하우스 사장님이 홍반장이었다. 물을 사기 위해 게스트하우스 1층에 있는 상점에 들르자 큰 물병을 6파운드에 팔았다.(이베로텔에서는 30파운드 하던 것이다.) 혜자스러움에 감격해 6파운드를 두 손으로 정중히 제출했다. 그렇게 우리의 아스완 여행은 현인과의 만남으로 시작됐다.

 

다음 편은 이집트 최남단 아부심벨 신전과 아스완 보트투어 이야기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8.07.09 16:01

629, 이집트 남부 룩소르의 아침이 밝았다.

 

우리가 머문 숙소는 이베로텔 룩소르(Iberotel Luxor)라는 곳이었다. 와이파이도 잘 되고 숙소도 나쁘지 않았으나 여기도 서비스가 일못이었다. 뭘 부탁하면 되는 게 없었다. 달러를 small bill로 바꿔달랬는데 (분명 달러가 잔뜩 있는 걸 봤는데도) 없다며 바꿔주지 않는다. 아스완으로 가는 기차에 대해 물어보니 본인이 표를 예매해주겠다고 했는데 일이 진척이 안 된다. “내가 도와준 걸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는 이해할 수 없는 비밀요원 같은 말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말할 필요가 없었다. 도와준 게 없으니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호텔인데 물을 따로 사먹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무려 큰 병 하나에 30파운드였다. 밖에 나가서 사먹으면 6~7파운드인데, 호텔에서 사면 30파운드이다. 나중에 카르나크 신전이라는 관광지에서 같은 크기의 물을 사봤는데 10파운드였다. 관광지에서 10파운드인데 호텔에서 30파운드에 판다! 물장사하는 게 봉이 김선달 급이다.

 

여튼 30유로짜리 물을 들고 룩소르 첫째 날 여행에 나섰다. 룩소르 여행의 주의점은? 딱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덥다.

 

엄청 덥다.

졸라 덥다.

개덥다.

 


검색해보니 기온이 42, 체감온도가 48도다. 아침 9시에 집에서 나섰는데도 태양이 중천에 떠 있는 것 같다. 햇빛이 날 때리는 것 같이 덥다. 다만 햇볕만 피하면, 그늘에 가면 습도는 없어서 그나마 좀 시원하긴 하다. 2L짜리 물을 들고 다니면서 벌컥 벌컥 마시게 된다.

 

더위에 지친 몸에 이어 내 정신을 괴롭히는 건 삐끼들이다. 밖을 나서면서부터 택시 택시’ ‘페리 페리라는 소리가 화음을 이루며 내 귀를 어지럽힌다. 페리는 룩소르 동안에서 서안으로(다음편에 소개할 왕가의계곡 등 유적지가 있는 곳) 갈 때 타는 작은 배를 뜻한다. 하지만 동안과 서안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서 굳이 페리를 탈 필요가 1도 없다. 여기에 말 택시까지 나타나서 우리를 괴롭힌다.

 

니하오” “차이니즈?” “코리안 굿” “고니치와외국어 초급회화 시간에 등장할 법한 각종 인사말들이 총출동한다.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극성은 말 택시를 탄 삐끼들이었다. 페리야 배가 정박되어 있으니 쫓아오는 데 한계가 있고, 택시도 차를 타고 쫓아올 순 없을 테니까. 말 택시는 아주 여유롭게 우리를 따라오면서 계속 말을 건다.

 

성질이 나서 한 삐끼한테 “DO NOT TALK ME"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랬더니 나한테 소리 지르지 말라고 되려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는 노려본다. 손 감자 큰 거 하나 먹여줄까 하다가 일이 커질까봐 참았다.

 

내 인성을 시험한 또 다른 삐끼는 한 스무살도 안 되어 보이는 녀석이었는데, 정말 한 20분을 우리를 쫓아왔다. 콜라 사러 상점에 들렀을 때도 안 가고 기다리고 있었다. “코리안 베리 굿이런 잡소리나 하면서. 지 마음대로 룩소르 여행계획에 대해 브리핑하더니 얼마에 해주겠다고 한다. 노땡스를 한 30번 정도 한 것 같다. 안하겠다고 소리를 지르자 “WHY?"라고 되려 소리를 친다. 나는 화가 나서 ”WHY!!!!!!"라고 소리를 질렀다.

 

내가 소리를 지르니까 쏘리 쏘리를 반복하더니 사라진다. 그러더니 유치하게 코리안 노 굿이라고 외쳤다. 내 짝도 열 받아서 이집션 노 굿을 외쳤다. 아까 그놈에게 못 먹인 손 감자를 먹여줬는데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가 생각났다. (뫼르소는 아랍인을 총으로 쏜 뒤 강렬한 태양빛 때문에 쏘았다고 말했다.)


(룩소르 신전의 거대한 기둥들.)

 

10분 간 걸어서 삐끼와 더위를 뚫고 도착한 첫 번째 방문지는 룩소르 신전이었다. 해가 질 때가 되면 야광조명이 일제히 나오면서 진짜 예쁘다는 데 우리는 잘 몰라서 오전에 갔다. 룩소르 신전은 신왕국 제18왕조의 아멘호텝 3세의 치세 때 지어진 것으로, 이집트 신화에서도 매우 중요한 아문신에게 바치기 위해 만들어진 신전이다.

 

(룩소르 신전의 벽화)


굉장히 웅장하고 또 벽화의 색깔이 아직까지도 보존되어 있었다. (당시에는 얼마나 화려했을지 짐작이 간다.)  제일 먼저 눈에 띠는 건 높이가 24미터에 달하는 오벨리스크였다. 람세스 2세가 세운 것인데, 원래 두 개였는데 무식한 프랑스 놈들이 하나는 떼 갔다고 한다. 뜰로 들어가면 100미터에 달하는 기둥머리를 올린 열 네 개의 열주가 늘어져 있는데, 나름 장관이다.


(룩소르 신전 입구의 오벨리스크)

 

신전 입구에는 스핑크스들이 잔뜩 늘어서 있다. 뭔 스핑크스들이 이렇게 많나 싶었는데 이것이 '스핑크스의 길'이라고 한다. 북부에 있는 카르나크신전까지 3km미터 가량 뻗어있는 엄청난 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파괴되어 완전히 연결되어 있진 않다고 한다.)

 

(스핑크스가 이런 식으로 길처럼 계속 늘어서 있다.)


룩소르 신전을 다 보고 나오니 10시반 쯤 됐다. 너무 더웠다. 그래서 우린 활로를 찾아 맥도날드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빅사이즈 콜라에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니 좀 살 것 같았다

 

(맥도날드 3층에서 본 룩소르 신전의 모습)


맥도날드에서 좀 쉬다가 다시 10분여를 걸어 룩소르 박물관(Luxor Museum)에 도착했다. 카이로에 있는 이집트 박물관처럼 수많은 석상과 유물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다. 나일강변에 위치하고 있고, 테베 지역 유물들이 주로 보관되어 있다.

이집트 박물관과 달랐던 점은 유물 보관이 매우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유물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던 이집트 박물관과 달리 이곳의 유물들은 온도와 습도를 잘 지켜서 보관되고 있었다. 처음 들어가면 직원이(이 사람도 삐끼인가 싶어 처음에 노땡스라고 했다.) 룩소르 박물관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여준다. 잘 듣고, 박물관을 두루 감상하면 된다. (에어컨이 너무 시원해서 나가기가 싫어진다.)


(룩소르 박물관 바로 밖에는 이렇게 나일강이 흐른다.)


룩소르 박물관에서 나온 우리는 식당을 찾아 걸었다. 식당까지 가는 길에 수없는 삐끼들이 있었다. 삐끼들을 헤치고 간 식당은 Al-Sahaby Lane Restaurant. 이곳에서 고기, 야채가 섞인 밥 등을 먹었다. 밥을 먹고 있는데 고양이가 다가와서 야옹야옹 거렸다. 사람이 먹는 걸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냥 무시하고 먹었는데 계속 와서 울어대서 마음에 걸렸다. 그 때 레스토랑 직원이 나타나 고양이를 쫓았다.

 

(점심으로 먹은 고기들)


쫓겨난 고양이가 다시 내 옆에 와서 앉아 있는데 차마 거절할 수 없어서 콩 같은 걸 줬다. 손에 콩을 올려놓으면 와서 얌전하게 먹을 줄 알았는데 내 손을 마구잡이로 때린 다음 내가 콩을 놓치자 주워먹는다. (역시 냥아치;;;)

그렇게 콩 몇 개를 먹더니 또 안 먹는다. 고기를 줄 순 없어서(내가 먹어야 하니까) 그냥 무시하고 먹었다. 그랬더니 그제야 던져준 콩을 먹기 시작한다. 콩을 안 먹는 척 해서 고기를 얻어내려던 전략이었다. 이집트의 고양이 삐끼였다!

 

(이 녀석도 삐끼였다.)


식사를 마치고 아까 본 룩소르 신전에서 스핑크스길로 이어진다는 카르나크 신전으로 향했다. 멀어서 걸어갈 수는 없는 거리였다. 말 택시를 타기로 했다. 가격 흥정이 필수다. 50인가 40을 불렀는데 20파운드에 가기로 하고, 말 택시에 탔다. 말 택시의 구성은 간단하다 말 택시는 한 마디로 돈 받는 마차다. 뒤의 공간에 승객들이 타고, 말 위에 한 명이 타서 운전한다. 때로 운전자 외에 삐끼가 한 명 더 타고 있을 때도 있다.

말 택시를 탄 이후에도 삐기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20파운드 더 주면 바자르(시장)를 한 바퀴 구경시켜주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냥 가던 길이나 가라고 했다. ‘말 안 걸면 두 배라고 했으면 좀 조용했을까? 아무튼 말을 타고 10분 정도 와서 카르나크신전에 도착했다. 우리를 태워준 삐끼는 우리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몇 시간 걸릴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상관없다고 그냥 기다린단다. 기다리든 말든 알바 아니라고 하자 그제야 다시 장사를 하러 사라졌다.

카르나크신전은 이집트 최대 신전이다. ‘아몬, 그리고 태양신인 신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들었다. 남북으로 540미터, 동으로 500미터, 서로 600미터의 사다리꼴 형태다. 탑문만 10개가 있고, 오벨리스크와 스핑크스(룩소르에서 연결되는)가 나란히 서 있는 길이 있다. 역대 왕들이 건설한 작은 신전들과 야외 박물관, 중앙 정원, ‘성스러운 연못까지. 신전이라기보다 하나의 소도시 같았다.

 

(카르나크신전에도 오벨리스크가 있다.)


그래서 모두 돌아보는 데 졸라 힘들다. 물을 얼마에 팔든 사먹게 된다. (그래도 30파운드에 팔던 우리 호텔보단 싸다.) 나도 지쳐서 끝까지 돌아보지는 못했고, 짝은 내가 쉬는 동안 성스러운 연못까지 보고 왔다.

 

(짝이 찍어온 연못 사진.)


거대한 신전인 만큼 신전 안에는 각양각색의 삐끼들이 NPC처럼 도사리고 있다. 그늘 같은데 물 한 병 끼고 누워 있다가 관광객이 오면 잽싸게 일어난다. 잘못 말을 붙이면 미션을 수행하고 돈까지 줘야 한다. 한 삐끼는 계속 설레발을 치면서 이 장소에 오면 오벨리스크를 더 멋있게 볼 수 있다고 컴온 컴온을 반복했다. 보고 우리가 감탄했으면 돈 달라고 했을 거다. 무시하고 난 뒤 도대체 뭐가 있기에 호들갑인가 싶어서 가봤더니 별 것도 없었다.

 

또 다른 삐끼는 가이드 코스프레를 하며 묻지도 않았는데 우릴 오라고 하더니 막 신전에 대해 설명해주려 했다. 벽화를 가리키며 이 그림이 아몬신이고, 이 그림이 라신이고, 이 그림이 람세스2세라면서 떠든다. 나중에 다시 가서 자세히 보니 그냥 손 가는대로 아무 거나 가리키면서 아무 말을 해댄 것 같았다. (우리가 고개라도 끄덕였으면 돈 달라고 했을 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중에는 전통의상 입고 머리에 터번 같은 거 두른 이집션만 봐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분명 그 중에는 선의로 뭔가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관광객 입장에선 구별이 안 가니 미칠 노릇이다.

 

(웅장한 카르나크 신전의 모습들.)


웬 서양인 남자애도 갑자기 우리한테 와서 사진을 찍자고 했다. 얼떨결에 같이 셀카를 찍었는데 사진 찍고 난 뒤 사진을 보며 기분 나쁘게 낄낄거렸다. 동양인을 원숭이처럼 보는 건가 해서 기분이 나빴는데 나중에 보니 마주치는 모든 외국인들과 같이 셀카를 찍고 기분 나쁘게 웃는 그냥 관종이었다. (“이집트에서 외국인 100명과 셀카 찍기미션 같은 것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카르나크 신전을 다 돌아보니 예상대로 출구 앞부터 말 택시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 한 삐끼와 흥정을 해서 20파운드인가 주고 다시 숙소인 이베로텔로 돌아왔다. 저녁은 이베로텔 안에 있는 저녁 뷔페를 이용했다. 카이로에서 먹어본 스텔라와 함께 이집트 2대 맥주라는 사카라를 마셨다.

 

(이집트의 2대 지역 맥주 중 하나라는 사카라.)


삐끼와의 모든 조우가 끝났다고 생각할 무렵, 우린 가장 고단수의 삐끼 한 명을 마주한다. 알린이라는 이름의 삐끼였다. (아마 이 이름도 가명일 가능성이 높다.) 물이 너무 비싸 밖에 물을 사러 나간 게 화근이었다. 길을 걷다 마주친 그는 자신이 이베로텔 호텔의 식당에서 일하는 요리사라고 했다. 그리고 조리하면서 우리를 봤다고 했다. 물을 사러 간다고 하자 같이 봉이 김선달 짓을 하는 이베로텔 호텔을 씹어주면서 우릴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물이 가장 싸다는 바자르의 상점으로 안내했다. 싸게 사긴 했다. 호텔에서 30파운드하던 물을 6~7파운드에 샀으니까. 큰 병으로 물을 세 개 샀다. 그는 요리사답게 향신료 가게에 들러 다양한 향신료들을 소개하고 우리에게 냄새까지 맡게 해주었다.

 

바자르 구경을 시켜주더니 이윽고 도착한 곳은 웬 기념품 샵이었다. 알린은 독심술에도 소질이 있는 게 분명했다. 마침 룩소르 여행을 하루 동안 하고 난 뒤 현지 옷을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였다. 저 긴 옷으로 햇볕을 가리면 덥지 않을까? 저게 더 시원할까?

 

(삐끼한테 낚인 채 옷까지 입어본 호구.)


알린과 친구처럼 보이는 기념품 샵 주인은 나에게 이집트 현지인들이 입는 옷 젤라비아를 추천했다. 입어 보니 꽤나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가격을 물어보니 무려 1000파운드였다. 30파운드 짜리 물에 분노했던 입장에선 안 사는 게 합리적 소비자다운 일이다. 같이 온 짝도 너무 비싸다고 했다.

 

그 순간 깊은 번뇌에 빠졌다. 알린을 따라 이곳에 온 이상 이 옷의 구매는 어쩌면 필연적인 것이 아닌가? 이 정도 정성의 삐끼라면 속아 넘어가 주는 것도 예의가 아닌가? 적어도 알린은 우리가 만난 수많은 이집트 삐끼들에 비해 노력하고, 스스로를 개발하는 삐끼가 아닌가? 하루종일 흥정에 시달리고, 여기까지 와서 내가 이 옷쪼가리 때문에 또 다시 흥정을 시도 해야 하는가? 우리를 기분 좋게 하기 위해 열심히 영어로 떠드는 알린의 모습까지 뇌리에 겹쳐졌다.

 

그래서 1원도 흥정하지 않고 쿨 하게 1000파운드 내고 현지 옷을 샀다. 한국 돈으로 6만원이다. 솔직히 개비싸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이 순간만큼은 흥정하고 싶지 않았다. 알린은 우리를 다시 호텔로까지 데려다줬다. 우리는 알린에게 원달러 팁까지 건네 주었다.


(옷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알린은 헤어지기 전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내가 도와줬다는 것을 호텔의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안 된다. 그럼 내가 해고될 수도 있다.” (리베로텔의 한 직원이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우린 늦게까지 호텔에 있었지만, 호텔 식당에서 알린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다음편은 룩소르 2일차, 룩소르 서안의 왕가의 계곡 탐방과 이집트 최남부 아스완으로 가는 길 이야기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8.07.09 03:03

628일 아침,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위해서 일어났다.

 

다이빙을 하러 출발하기로 한 시간은 오전 8시였다. 아침에 일어나고 나니 문득 내가 눈이 몹시 나쁜데, 안경을 쓰지 않고 물에 뛰어드는 게 괜찮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앞이 잘 안 보이는 안전상의 문제 + 바다 속이 잘 안 보여서 다이빙을 즐기지 못할 것이란 우려 등. (난 렌즈도 없었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가서 다이빙 센터에서 고민을 토로했다. 그러자 도수가 있는 물안경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도수가 있는 물안경은 내 머리 사이즈에 맞질 않았다.....(다행히도 도수없는 물안경은 내 사이즈가 있었다.) 그래서 센터장과 합의를 보았다. 일단 맨 눈에 물안경을 쓴 채 물에 한 번 들어가 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나오기로 했다. 그럴 경우 돈은 안 받는 것으로.


(다이빙을 하기 위해 홍해 바다로 향하는 길)

 

그래서 모여 있던 다른 독일인들과 함께 해변으로 가서 스쿠버다이빙용 배를 탔다. 다른 배들에는 독일인들이 십수 명씩 탔는데, 우리가 탄 배에는 우리 둘에 우리 둘을 맡을 두 명의 스쿠버들만 탔다. (거기다 배 선장까지) 아무래도 내가 수영도 전혀 못하고 완전 초보인데다 눈까지 안 보인다고 하니 요주의 인물로 파악하고 특별 대우를 한 것 같았다. 내 담당은 이라는 이름의 독일인 남자 스쿠버였다. (나의 구세주.)

 

나는 스쿠버 다이빙이라면 얕은 물에서 훈련도 좀 하고 보낼 줄 알았는데 여기는 인생은 실전이야를 외치듯 그냥 바로 물로 들여보냈다. 배를 타고 홍해 바다로 가는 동안 나는 살려주세요’ ‘천국에서 만나요’ ‘엄마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등의 영어 표현을 연습했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들은 독일인 스쿠버들은 빵 터졌다.)


(가즈아! 홍해 바다로!) 


짝이 먼저 여성 스쿠버의 도움을 받아 입수했고, 그 다음이 내 차례였다. 다이빙 장비를 모두 갖추자 몸이 매우 무거웠다. 몸에 꽉 끼는 스쿠버 복에(전문가인 스쿠버들은 수영복만 입었다.) 산소통을 메고, 물안경을 끼고 다리에는 오리발. 그리고 물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허리에는 무거운 벨트(돌 같은 게 들어간?)를 착용했다. 그리고 물로 뛰어들었다.

 

긴장한 나머지 물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실수를 했다. 스쿠버 강사가 분명 입에 산소호흡장치를 물고 입으로 숨을 쉬라고 했는데, 까먹고 그냥 물에 들어가 버린 것이다. 덕분에 입수하면서부터 물을 다 먹었다. 코로까지 물이 들어와서 켁켁 거렸다. 거기다 뇌가 수영을 못한다는 사실을 자각했는지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톰이 전문가답게 날 안정시키고 다시 호흡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스킨스쿠버 다이빙 장비들.) 


그렇게 한참을 켁켁거리고 코에 들어간 물까지 빼내자 그냥 올라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힘겹게 몸에 끼도록 입은 옷이 아까워서 들어가 보기로 결심했다. 입으로 하는 호흡에 적응했다 싶을 때 내가 톰에게 이제 괜찮다고 했고 톰과 함께 바다로 진입했다.

 

그렇게 바다 밑으로 입수하기 시작했다. 목숨줄처럼 잡고 있던 배의 밧줄에서 손을 떼고 오리발로 허우적대며 바다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조금 더 가다 문제가 생겼다. 허우적대다가 그랬는지 원래 사이즈가 잘 안 맞았는지 코와 눈을 덮고 있던 물안경이 살짝 벗겨진 것이다. 코로 물이 들어가자 나는 또 다시 허우적댔다. 설상가상으로 허리에 차고 있던 벨트도 벗겨졌다.

 

톰은 전문가답게 내 벨트를 다시 차주었고, 물 위로 올라와서 순식간에 자신이 끼고 있던 물안경과 내 물안경을 바꿔치기했다. (톰도 나 못지않게 머리가 컸던 모양이다.) 톰이 힘들면 그냥 돌아가겠냐고 물어보았으나 나는 톰이 열심히 바꿔치기 한 물안경이 아까워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다시 바다 속에 입수했다. 이번에는 주인을 살리기 위해 몸이 열심히 배운 대로 호흡을 했다. 그 때서야 주위의 물고기들과 산호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다는 매우 아름다웠다. 바다 속에 들어가자 내 안 좋은 눈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아주 세밀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움직이는 물고기들이 손에 잡힐 듯이 움직였다. 홍해바다는 예뻤다. 사진을 남기지 못하고 내 눈에만 간직해서 아쉬울 정도였다.

 

잠수 중에 한 가지 삽질을 또 저질렀다. 톰이 물에 들어가기 전 힘들어서 위로 올라가고 싶으면 엄지손가락을 펼쳐 따봉을 하라고 했다. 근데 난 이걸 잊어버리고 물 속 풍경이 예쁘다고 연신 따봉을 해댔다. 톰이 올라가자는 뜻인 줄 알고 올라가려 할 때마다 내가 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다시 오케이 신호를 주어야만 했다.

 

그렇게 30분을 바다 속에 있다가 물 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오려니 몸이 천근만근처럼 무거웠다. 물 위에 올라와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홍해바다 풍경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톰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배를 타고 다시 육지로 돌아왔다.

 

우리가 지불한 금액은 111달러였다. 날 살려준 톰을 생각하면 비싼 비용은 아니었다. 물도 많이 먹었지만 한 번 해보고 나니 다음에 한 번 또 해보고 싶은 스킨스쿠버 다이빙이었다. 다음에 하면 더 잘할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12시에 맞춰 호텔 체크아웃을 했다. 나가는 길에 방에 팁으로 원달러를 놓고 나갔다. 이어서 우버 택시를 타고 미리 찾아놓은 음식점으로 향했다. 10분 거리였는데 25파운드가 나왔다. (이걸 보고 택시비 75파운드를 받았던 레게머리가 우리한테 사기를 쳤음을 확신했다. - 4편 참조)

 

점심을 먹기 위해 간 곳은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인 엘 미나(El Mina) 레스토랑. 세트메뉴 같은 게 있어서 하나 시키고, 추가로 파스타를 하나 더 시켰다. 세트 메뉴에는 이집트식 빵에 각종 해산물 튀김, 게 스프(?)랑 해산물 볶음밥까지 나와서 맛있게 먹었다.


(존맛이었던 해산물 요리들.)

 

이제 룩소르로 가는 3시반 버스를 타기 위해 후르가다 go bus를 찾아갔다. (이집트에선 버스터미널을 ‘go bus’라고 부른다.) 역시 우버 택시를 불러서 갔는데, 택시 기사가 버스터미널 앞에 있는 경찰차를 보더니 죄송하지만 반대편에 내려드릴 테니 걸어가세요. 경찰이 있어서요.’라며 내려줬다. 여기서는 우버가 뭔가 합법적인 게 아닌가보다. 아니면 그 택시기사가 수배자일수도.

 

버스표를 전날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매해놓았기에 수월하게 표를 받을 수 있었다. 후르가다 버스역에 대한 안 좋은 내용의 블로그 글들을 많이 보았는데, 개선이 많이 된 것 같았다. 에어컨이 없어서 매우 덥다는 글을 봤는데 에어컨이 잘 나왔다. 자기 자리를 찾아가면 이집션들이 먼저 앉은 다음 자기 자리라고 우기면서 안 비킨다는 내용의 글도 봤는데, 그렇지 않았다. 지정석이 있고 버스기사가 앞에서 체크하면서 사람들을 들여보내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었다.

 

버스도 편하고 좋았다. 앞자리에 앉은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둘이 의자를 뒤로 젖힌 채로 방방 뛰었던 걸 빼면. 네 번 정도 정중히 "뒤에 앉은 입장에서 불편하니까 조금 조용히 가달라"고 말했으나 말을 듣질 않았다. 내가 앞자리 의자를 주먹으로 한 번 내리친 이후에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나는 조심해(be careful)라고 말했다. ‘의자를 뒤로 젖히는 걸 조심해라는 뜻이었다. 그 소년들이 니들 몸 조심해라고 이해하지 않았길 바란다.)

 

룩소르 가는 길은 총 5시간~6시간 정도 걸렸다. 3시 반에 출발해서 룩소르 도착하니 9시 쯤 되었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도로를 지나기 때문에 버스 타고 가는 길에 사막을 볼 수 있다. 특히 사막의 해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버스 창문으로 보인 사막 풍경) 


사막을 지나다보니 이제 도시에서 시골로 접어든 것 같았다. 카이로나 후르가다에선 서양식 옷이 많이 보였는데, 룩소르에 가까워질수록 이집트 전통의상이 더 눈에 많이 띠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집트 남부로 갈수록 종교적으로 엄격하다고 한다.

 

대여섯 시간 달리는 동안 휴게소는 딱 한 번 들렀다. 후르가다 버스터미널에서 작은 물 1병이랑 콜라 작은 거 1병씩 사가지고 차에 탔는데, 목이 너무 말라서 물을 더 샀어야 했는데 라고 후회했다. 휴게소에서 물을 사려고 보니 작은 병 하나에 20파운드였다. (원래는 4~5파운드.) 너무 바가지 같아서 물을 집어들었다가 내려놓았다. (그리고 룩소르까지 가는 내내 너무 목이 말라서 그래도 살걸이라고 후회했다.)


(해지는 사막을 본 건 정말 행운이다.)

 

6시간 정도를 달려 드디어 룩소르 go bus에 도착했다. 룩소르는, 진정한 삐기의 왕국이었다. 카이로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내리기도 전부터 버스 문 앞에 삐기들이 얼굴을 들이대며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 타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호텔이 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라서, 택시 타라는 삐끼들을 무시하고 걸었다. 조금 걷다보니 택시가 아니라 말 탄 삐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룩소르에서만 보았던 말 택시였다. 말 택시와 일반 택시들이 서로 택시를 타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을 무시하고 룩소르 숙소에 도착했다.

 

다음 편은 삐기와의 2차 대전이 벌어진 룩소르 1일차 이야기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8.07.08 20:13

627, 이집트 여행의 두 번째 도시인 후르가다로 가기 위해 새벽 3시 반에 일어났다. 후르가다는 홍해 주에 있는 도시이며 해변에 있는 관광 도시다. 카이로공항에서 7시행 비행기를 타고 한시간이면 갈 수 있다.

 

(후르가다는 이렇게 예쁜 곳이다.)


이놈의 카이로 피라미사 호텔은 떠나는 순간까지 우리를 분노하게 했다. 체크아웃을 하려는데 난데없이 50달러인가 70달러인가를 더 내야 한다고 했다. 자기네 동료가 계산을 잘못 했다며.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그동안 짝이 많이 분노했으나 이번에는 나도 화가 났다. 그래서 들고 있던 물병을 내리치며 쌍욕을 했다. 한국말이지만 욕인 걸 눈치챘는 지 직원 중 한 명이 진정하라고 했다. (나중에 따로 계산해보니 50달러인지하는 이 계산도 틀린 거였다.)

 

나는 한 푼도 더 낼 수 없다고 했고, 짝은 니들 서비스는 최악이야라는 말까지 전해줬다. 이미 공항까지 픽업하러 온 prviate taxi가 우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와 내 짝은 지금 당장 공항에 바로 가야한다고 했고, 결국 호텔 놈들은 돈 더 받길 포기했다. 짝이 전날 계산을 완료하고 받은 영수증을 버리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영수증 없었으면 끝까지 우겼을 것이다. 이집트 여행에선 가능한 영수증을 꼭 챙기자. (그게 호텔이라도.)

 

암튼 미리 불러놓은 private taxi를 타고(private taxi 부르는 법에 대해선 1편에서 자세하게 설명했다.) 20분 만에 카이로공항으로 향했다. 올 때는 40분 걸리는 거리였는데, 새벽이라 도로에 차가 없어서 금방 도착했다.

 

카이로공항에 들어서자마자 삐끼랑 또 마주쳤다. 공항 직원인데 우리 짐을 옮겨주더니 돈을 달라고 했다. 세상에. 공항 직원이면 당연히 해야할 업무가 아닌가? 여긴 도대체 월급을 얼마나 받기에, 또 어떤 교육을 받기에 공항 직원들까지 당연히 해야 할 업무를 하고도 외국인들한테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지 의문이었다. 당연히 안 줬다.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는 이집트항공 비행기였다. 이집트 국내선의 경우 지연을 밥먹듯이 하는 것 같았다. 30분 늦는 건 기본이다. 처음엔 짜증 났는데, 나중엔 그냥 그러려니 했다. 승객들도 당연시했다. 비행기를 타러 기다리는 곳에는 스킨스쿠버 장비를 잔뜩 들고 있는 서양인들이 보였다. 후르가다는 다합과 더불어 이집트의 대표적인 휴양지이면서, 동시에 대표적인 스쿠버다이빙족들의 천국이다.

 

비행기 타고 한시간만에 후르가다 공항에 내렸다. 역시나 내리자마자 택시들이 즐비하다. 우린 무시하고 우버를 불렀다. 근데 차라리 택시가 나을 뻔했다. 최악의 우버 기사를 만났기 때문이다. 차 하나 보이지 않는 거리인데도 한참이나 기달리게 해서 오더니, 운전에는 관심이 없는 듯 계속 차의 음악만 바꿔댔다. 레게머리를 한 선글라스낀 여성 운전자였는데 택시 운전이 아니라 드라이브 나온 것 같았다.

 

택시비는 75파운드가 나왔다. 카이로랑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높은 비용이었다. 우리는 우버니까 속일 리는 없다고 생각하고(우버는 비용이 정해져서 나옴) 후르가다 물가가 좀 비싼 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다른 택시를 타보니 75파운드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아마 75파운드 택시비가 나온 화면을 캡처해놓고 우리한테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 (아니면 무슨 기계 조작을 했던가) 설상가상으로 이 레게머리는 잔돈도 가지고 있지 않아 호텔에 내려서 잔돈을 바꿔와야 했다. (이집트에선 10파운드, 20파운드짜리 잔돈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게 좋다. 택시기사들이 잔돈 없다고 뻐기는 경우가 가끔 있어서)

 

여튼 레게머리를 보내고 호텔에서 체크인을 했다. 호텔은 부킹닷컴에서 내가 미리 예약한 ‘Giftun Azur Resort’였다. ‘all inclusive’ 호텔이라고 해서 처음엔 무슨 옵션인지 이해를 못했는데 말 그대로 모든 게 포함되어 있단 뜻이었다. 조식, 중식, 석식까지 다 포함되어 있었고, 거기다 해변으로 따로 나갈 필요가 없이 해변까지 딸려 있었다.


(all inclusive 지만 한 가지 안 포함되어 있는 게 와이파이였다. 와이파이는 돈 주고 샀는데 잘 터지지도 않았다.) 


사실 후르가다 1일차는 그래서 별로 기록할 게 없다. 그냥 호텔이 소유한 해변에 나가서 물놀이를 즐긴 게 전부다. 카이로에서 관광을 하며 누적된 피곤함을 하루 동안 풀어내는 시간이었다. 호텔까지 짐을 옮겨준 할아버지 직원에게 원달러 팁을 주고, 바로 옷만 갈아입고 해변으로 갔다. 호텔에서 키를 주면서 같이 ‘towel’이라 적힌 카드를 줬다. 이게 해변가에 가서 사용할 대형 타올과 교환할 수 있는 카드였다.


(본격적인 한량 짓.)

 

그 뒤부터는, 그냥 해변에서 누워서 자다 수영하고, 자다 수영하고 그랬다. 해변가의 식당에서 밥 먹고, 다시 수영하고, 자고. 한량 짓을 좀 했다.

 

그 넓은 해변에 동양인은 우리뿐이었다. 지나가는 이집션들이 우리한테 어디서 왔냐고 자주 물어봤다. 코리아라고 하자, 지금 월드컵 경기중이라고 알려줬다. , 이 날이 마침 한국과 독일의 월드컵 경기가 진행 중이던 날이었다. 이미 우리가 두 번이나 졌다고 시큰둥하게 답하곤 그냥 해변에서 놀았다.

 


그러다 오후 5시 반이 되어 호텔에 딸려 있던 스킨스쿠버 다이빙 센터로 갔다. 내일 룩소르로 떠나기 전 스쿠버다이빙을 해보기 위해서였다. 다들 후르가다에 가면 스쿠버다이빙을 해보라고 추천했다. 나는 수영도 할 줄 모르는 맥주병이며, 완전 초보라고 강조했다. 다이빙 센터 사람들은 강사가 같이 따라서 바다에 들어가니 걱정하지 말라고 용기를 주었다. 그래서 다이빙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다이빙 센터를 나오는데 서양인들이 다같이 모여 축구경기를 보고 있었다. 독일 대 한국전. 알고보니 여기 모여 있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두 독일인들이었다. 이 다이빙센터는 독일인들이 많이 찾아와서, 독일인들이 와서 아예 회사를 차렸다고 한다. “선조들이 물려준 이 좋은 자원마저 이집션들은 자기들이 직접 활용하지 못하는 구나라는 생각에 잠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서양인들로 가득한 곳에 동양인 둘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봤다. 그렇다고 하자 한국 대 독일 경기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우리가 그곳에 있던 중에 20으로 한국의 승리가 확정됐다. 지나가던 독일인들은 우리에게 콩그레츄레이션이라고 축하해주었다.

 

(서양인들과 함께 한국 대 독일전을 보고 있다.)

처음에 호텔이 “all inclusive”인 줄 모르고 저녁은 가져간 햇반과 김으로 때웠다. 그런데 밖에 산책하러 나갔다가 사람들이 밥을 먹고 있는 걸 보고 또 먹었다. (바닷가라 그런지 한국에서 못 먹어본 특이한 맛의 생선이 특히 맛있었다.)

 

(야자수 사이에 피어난 달이 매우 예쁜 후르가다.)


해변에서 논 거 말고는 한 게 없는 후르가다 1일차는 그렇게 끝났다.

 

다음 편은 홍해바다에서의 스킨스쿠버 다이빙과 이집트 남부, 룩소르 가는 길!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8.07.08 14:13

626일 아침,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자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일어났다. 전날 호텔에서 투어를 신청했다. 택시기사와 투어비용까지 합쳐서 44달러. 괜찮은 비용이라 생각했지만 결론적으로 아니었다. 호텔에서 연결해준 투어였음에도 택시기사가 코스라는 이유로 파피루스 가게와 낙타 가게 겸 향수 가게 등에 우리를 계속 팔아넘겼기 때문이다.

 

숙소인 피라미사 스위트 호텔에서 기자 피라미드로 가는 길은 차로 40분 정도 걸렸다. (지하철 타고 기자역에서 내려서 가는 법도 있다고 한다. , 기자역에서 내려도 피라미드를 보려면 30분 차를 타고 가야 한다고 함.)

 

기자 피라미드는 총 9개다. big 3, small 6라 불린다. 가장 큰 건 짓는데만 20년 넘게 걸렸다는 쿠푸왕의 피라미드다. 바로 옆에 아들 및 손자가 세운 피라미드가 연달아 있다. 각각 카프레의 피라미드, 멘카우레의 피라미드라 불린다. 이 세 개를 big3라 한다. 그리고 옆에 6개의 작은 피라미드들이 있다. 기자에 가면 볼 수 있는 피라미드가 총 이렇게 9개다.


(피라미드 가는 사막에 올라가면 기자 시내가 보인다.)

 

40분 가다 택시기사가 우리를 팔아넘긴 첫 번째 장소는 파피루스 가게였다. 눈화장을 진하게 한 이집션 사장님이 우리를 맞이했다. 피라미드의 역사와 만드는 방법 등을 영어로 잘 설명해주다가, 우리에게 파피루스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급 파피루스 판매모드로 들어간다. 우리는 듣기만 하고 사진 않았다. (이집트 전통 차까지 마셨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쿨한 사장님은 우리를 압박하는 게 아니라며 우리를 풀어줬다.

 

이어 두 번째로 택시기사가 우리를 팔아넘긴 곳은 낙타가게였다. 피라미드를 본격적으로 구경해야 하는데, 걸어서 구경하면 정말 힘들다며 우리한테 말이나 낙타를 타라고 했다. 우리는 시큰둥해서 그냥 걷지 뭐 이랬더니 필사적으로 우리한테 매달렸다. 꼭 타야한다면서 불라불라. (돌이켜보니 타고 도는 게 훨씬 낫긴 했을 것 같다.) 흥정 끝에 90달러에 두 명이 각각 말 한 마리씩 타고, 가이드 한 명 붙여서 피라미드 9개 모두랑 스핑크스까지 돌아보는 코스로 합의를 봤다. (결코 싼 비용은 아니다. 90달러면 거의 10만원에 육박하니.)

 

여기서 내가 탄 말의 비극이 시작됐다. 덩치와 몸무게가 평균 이상인 덕에 나는 말을 타는 것부터 힘겨움을 겪었고(내가 탄 말과 나를 말에 올려준 가이드 모두에게), 결국 처음에 탔던 말에서 더 튼튼한 말로 교체가 됐다. 가이드는 내가 말에서 타고 내릴 때마다 심호흡을 크게 한 번씩 했다. ‘very hard’라는 말과 함께.

 

(말을 타고 한 20분쯤 가면 피라미드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말을 타고 가면서 피라미드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가이드는 사진 찍으면 좋은 지점부터, 사진의 컨셉까지 다 만들어줬다. 아랍어도 알려주고 이집트 노래까지 알려주며 우리 비위를 맞추려 애썼다. 낙타가게 주인도 그렇고 가이드도 그렇고 생각해보니 관광객이 정말 없어서 그런 것 같았다. 우리는 그래도 피라미드니까 사람이 바글바글할 거라 생각하고 갔는데 생각 외로 정말 관광객이 없었다. 관광객이 없다보니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왔을 때 하나라도 더 팔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것 같았다.

 

말을 타고 돌아본 일정은 피라미드 주변을 돌면서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근데 햇빛이 정말 따가웠다. 거대한 피라미드를 제외하곤 햇빛을 막아줄 어떤 건축물도 존재하지 않는다. 물과 선크림, 선글라스는 정말 필수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햇빛을 가려줄 모자도 꼭 써야 한다. 나는 모자를 안 써서 직사광선을 직방으로 맞았는데, 이날 하루 종일 속이 메슥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운 더위 먹은 증세로 고생했다.

 

피라미드는 주변을 돌아보며 그 거대함을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녀와 본 사람들 말에 따르면 무덤 안에 들어가볼 수도 있는데, 비용을 많이 내는 것에 비해 정말 무덤 안에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그러니 주변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내 뒤로 보이는 저 큰 3개의 피라미드가 big3 피라미드다.)

 

(돌 하나 하나가 나보다 클 정도로 엄청난 크기다.)


피라미드 9개를 다 돌아보고 나서 마지막으로 만나는 게 스핑크스였다. 스핑크스로 가자 관광객들이 좀 모여 있는 게 보였다. 가이드가 우리에게 자유시간을 주었다. 그러나 자유로워진 만큼 삐끼들이 다가왔다. 스핑크스랑 사진 찍는 포인트를 알려주고 나서 돈을 달라고 했다. 물론 당연히 주지 않았다. 벽돌 앞까지 다가갔던 피라미드와 달리 스핑크스는 무엇으로 막아놔서 아주 가까이까지는 갈 수 없었다.


(스핑크스는 피라미드를 지키는 가디언이라고 한다.)

 

스핑크스까지 관광을 마치고 말을 타고 다시 말을 반납하기 위해 낙타가게에 돌아왔다. (비용도 이후에 치르겠다고 했기에..) 우리를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해 노력한 가이드에게 팁을 따로 줬다. (10파운드? 20파운드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봤자 한국 돈으로 1200원이다;)

 

하지만 긴장이 풀린 것도 잠시. 또 다시 장사가 시작됐다. 낙타가게는 향수가게까지 겸직하고 있었다. 그냥 갈까 했지만 콜라를 준다는 말에 앉아서 설명을 들었다. 각종 향수를 발라보고 냄새를 맡아보라고 한다. 하지만 콜라만 두 잔 마시고 그냥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른 나와서 택시 타고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배가 고파서 호텔로 안 가고 택시기사에게 말해서 식당으로 갔다. 한 게 뭘 있다고 이 택시기사 놈은 팁을 달라고 했다. 3달러인가 줬는데 생각해보니 너무 많이 준 것 같다. 1달러만 줘도 됐었는데. (경험해보니 이집트에서 팁을 줄 경우에는 대충 10~20파운드, 많으면 30파운드. 달러로는 1달러 정도 주는 게 딱 적절하다.)

 

여튼 식당에 내렸다. 식당 이름은 아부 타렉.(Abu Tarek). 이집트 전통음식인 코사리(Koshary)를 판다고 해서 온 식당이었다. (메뉴도 딱 코사리 하나 뿐. 스몰, 빅, 스페셜. 이 셋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몇 가닥의 국수, , 양파를 튀긴 다음 소스를 끼얹은 음식이다. 고기 하나 안 들어갔는데 꼭 파스타 맛도 나고 해서 정말 잘 먹었다.

 

(코사리. 스페셜 코사리를 시키면 저렇게 소스랑 안에 들어가는 콩 같은 것들을 더 준다.)

일사병 증세를 보임에도 우리는 이집트 전통시장을 가보기로 했다. 이집트에서는 시장을 바자르’(Bazzar)라 부른다. 카이로에서 가장 큰 칸 엘 칼릴리 시장(Khan al-Khalili Bazaar)'으로 향했다. 시장에 가기 위해 택시를 부르기로 했다. 우버 택시를 불렀는데, 흥정을 따로 안 해도 돼서 참 좋았다. 당연히 비용도 바가지 씌우는 일반 택시보다 낫다. 이후로 카이로랑 후르가다에선 우버 택시를 주로 타고 다녔다. (룩소르랑 아스완엔 우버가 업었다)

 

 그렇게 바자르에 도착했는데, 이곳은 진짜 만인의 만인에 의한 투쟁상태였다. 길을 지나가는 게 힘들 정도의 삐끼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커피 한 잔 마시려고 카페들이 늘어서 있는 골목으로 갔는데, 온갖 삐끼들이 다 잡아끌어서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한 번 거절했던 카페가 괜찮을 것 같아서 그곳에 가려고 찾고 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나타나서 우리가 그 카페입니다라고 안내한다.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 앉았는데 다른 곳인 것 같아서 아니라고 하자 막무가내로 메뉴판을 갖다 줄 테니 앉으라고 한다. 그 사람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진짜 우리가 가려고 했던 카페 사장이 나타나서 우리를 잡아끌고 안내한다. 그리고 두 카페의 삐끼들 사이에서 서로 손님 채갔다고 싸움이 벌어진다.

 

그렇게 커피랑 아이스크림 한 잔 하고 일어나서 본격적인 구경을 시작했다. 여기서도 삐끼질이 시작이다.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건 기본이다. 얼마인지 물어보면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불렀다가 가겠다고 하면 가격이 반값으로 떨어진다. 선물용으로 파피루스(아마 가짜일 듯) 책갈피를 50개 정도 샀다. (하나에 1파운드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분명 옆 가게에선 2파운드였는데 바로 옆에만 가도 가격이 반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일은 한국의 시장에서도 흔하게 있는 일이긴 하다.)

 

(카이로 바자르의 모습.)


여튼 다른 사람 줄 선물도 샀고 그래서 조르디’(JORDI)라는 가게를 가보기로 했다. 조르디는 카이로 바자르의 유일한 양심으로 불리는 곳이다. 왜냐면 가격이 정해져 있어서 흥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삐끼에 지친 이집트 관광객들의 안식처 같은 곳이다. 당연히 주인장이 삐끼짓도 하지 않는다. 어떻게 찾아가느냐? 주소도 뭐고 필요 없고 그냥 주변을 지나다니는 경찰한테(흰색 제복에 총 차고 다니는 사람들) 물어보면 된다. 길이 복잡한데다 조르디 짝퉁 가게들도 몇 군데 있어서 이 방법이 가장 빠르다. 알려준 대가로 팁 달라는 경찰들도 있다는 데 우리가 만난 경찰은 우리를 조르디에 넣어주고 그냥 갔다.

 

조르디에 가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안정되는 기분이다. 일단 들어가면 주인장이 물이나 콜라를 공짜로 준다. 콜라 한 캔을 바로 원샷했다. 조르디는 주로 장신구나 악세서리를 파는 기념품샵이다. 그곳에서 영문 이름을 이집트 상형문자로 새긴 카르투시 팔찌를 구입했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물건 중 최애다. 두 개에 500파운드였던 걸로 기억한다.


(카이로 바자르의 조르디 가게에서 산 팔찌. 내 이름이 상형문자로 새겨져 있다. 사진은 돌아오는 날 아스완에서 찍었다.)


만드는 데 한시간 정도 걸린다. 그래서 밖에 잠깐 나가 시장 안의 피자가게에서 피자 작은 거 한 개를 먹었다. (더위 먹어서 배가 고프진 않았기에) 그리고 다시 조르디로 가서 팔찌를 찾고, 우버를 불러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 날은 7시 비행기로 후르가다로 가는 일정이다. 그래서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했다. 호텔에 가자마자 씻고 짐을 챙긴 채 일찍 잠이 들었다.

 

다음 편은 몸과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휴양지 후르가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8.07.07 22:42

625일 이집트 여행 첫째 날의 일정은 카이로 시내를 돌아보는 거였다.

 카이로 시내를 여행하며 느낀 몇 가지가 있다. 이것들부터 정리해보겠다.

 

첫째, 온통 주변이 빵빵거리는 차들로 가득하다.

 카이로 도심은 그야말로 카오스다. 사람만큼 많은 차들이 도로를 왔다갔다하는데, 신호등도 없어서 그냥 알아서 차를 피해서 도로를 건너야 한다. 분명 버스인데 문이 없어서 문이 열린 채로 달리거나 백미러가 없는 차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교통사고 날까봐 무서웠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차들이 많은 만큼 매연도 많다. 알아서 잘 인도로 다니는 수밖에 없다. 무의미한 차 크락션이 귀를 따갑게 때린다. (다행히 다른 도시로 가니 카이로만큼 차가 많지 않았다.)

 

둘째, 날씨가 매우 건조하다. 선크림과 물이 필수다.

 이집트 공항에서 밖에 나오자마자 느낀 건 덥다였다. 근데 더운 것이 한국하고 다른 더위다. 한국은 습도가 많아 땀이 많이 나는 더위인데, 여긴 습도가 높은 게 아니라 햇살이 따가운거라, 땀이 많이 나진 않는다. 대신 선크림을 바르지 않으면 자칫 이집션들과 비슷한 피부색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도 필수다. 호텔이나 숙소에서 물을 달라고 한 다음 물을 들고 여행을 다녀야 한다. 목이 바짝바짝 마시는 느낌이라 물을 벌컥 벌컥 마시게 된다. 신기한 건 물을 많이 마셔도 화장실 가고 싶지가 않다는 것...(추가하자면 콜라도 엄청 땡긴다. 한국에선 거의 안 마셨는데, 이집트 와서는 하루에 2~3캔씩 들이킨 것 같다.)

 

셋째, 국제학생증을 꼭 만들어라. 

난 못 만들었지만....가능한 나이라면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각종 신전이나 박물관이 거의 반값이다. 예컨대 첫 번째로 간 카이로의 이집트 박물관은 일반 관람료가 120파운드인데(한국 돈으로 7200), 학생증만 내면 60파운드다. 티켓 끊어주는 이집션들이 몇 살이냐고 물어보는데, 대충 26이나 27까지 이야기해도 상관 없는 것 같았다


(이집트 박물관 표다. 120파운드. 뒤쪽에 있는 게 박물관 안에 있는 미라관 입장표다.) 


넷째, 여기 사람들은 많은 경우 일못이다. 한국 수준의 일처리 능력을 생각해선 안 된다.

 

내가 카이로에서 머문 숙소가 카이로 도키역 근처에 있는 피라미스 스위트 호텔이었는데, 정말 서비스가 최악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본 게 미리 와 있던 내 짝과 호텔 직원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었다. 오자마자 분명 23일 숙박비를 냈는데, 호텔 직원이 계산을 잘못 했다며 돈을 더 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자마자 내가 갖고 있던 달러를 더 냈다.

 

문제는 이런 일처리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카이로에서만 겪은 일도 아니다.) 호텔키를 달라고 했더니 엉뚱한 호텔키를 줘서 한참을 방 앞에서 헤매게 만들었다. 호텔 룸서비스로 물을 갖다달라고 하면 네 번 정도 전화해서 물을 달라고 해야 갖다준다. (결국 호텔을 떠나던 날 조용히 있던 나까지 폭발하고 말았다.) 이런 걸 답답해하지 말고 그냥 그러려니 해야 이집트 여행이 수월해진다.

 

여튼 도착하자마자 호텔 직원들과 숙박비 문제로 실랑이를 벌인 뒤 숙소에 들어갔다. 짐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처음 향한 곳은 이집트 박물관! 10만 점 이상의 이집트 고대 유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이집트에 왔다면 꼭 들러야 할 박물관이다.


(이집트 박물관 앞에서 한 컷. 이 때까지만 해도 기운이 넘쳤는데...) 


이집트 박물관은 지하철을 타고 가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있는 도키(dokki)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2정거장(opera-sadat)만 가서 sadat 역에서 내리면 박물관이 있다. 이집트 지하철은 출구가 맘대로 폐쇄되어 있는 경우도 많아서 거기 앉아 있는 경찰들이나 사람들에게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 물어보고 나가는 게 좋다. 지하철 요금은 한 번 탈 때마다 1인당 3파운드(원화로 약 180).

 

그렇게 sadat 역에서 내려서 5분 정도로 걸으면 박물관이 보인다. 가이드북을 보니 보는데 5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던데, 정말 그랬다. 3층으로 구성되어 각종 유물들이 구왕국, 신왕국 등 왕조별로 전시되어 있다. 근데 너무 중요한 유물들이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되게 중요한 것처럼 보이는 유물들을 그냥 구석에 무더기로 쌓아놓거나, 습도나 온도 조절하는 장치도 없이 달랑 선풍기 한 대 틀어놓고 방치해놓은 것들이 많아서...


(와칸다 포에버! 

를 연상시키는 이 포즈는 이집트에서 왕족들만 할 수 있는 포즈라고 한다. 이집트에선 이렇게 포즈로 계급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뭔지 기억 안 나는 녀석들과 한 컷.)


(2층 중앙에 엄청 큰 석상이 있다. 이집트 박물관에서 가장 웅장함을 느꼈던 유물이었다.)


 이집트 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유품은 3층에 있는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이다. 투탕카멘은 12세에 파라오가 되어 18~19살에 죽은 비운의 젊은 파라오다. 통치기간이 워낙 짧아서 듣보 취급을 받았으나 어마어마한 유물들이 나오면서 주목받게 된 파라오다. 여튼 3층에 투탕카멘 황금가면과 투탕카멘 관련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여기는 사진 찍으면 안 된다. 사진 찍는 걸 감시하는 직원이 따로 있다. 말 안 듣던 관광객들이 몇 장 찍다가 걸려서 사진을 다 삭제해야 했다.

(구글 검색하면 나오는 투탕카멘의 마스크. 이런 사진을 보여주고 어딨냐고 물어보면 직원들이 어디 있는지 알려준다.) 


이집트 박물관에서 꼭 봐야할 또 다른 유물은 람세스 2세의 미라다. 람세스 2세는 이집트에서 가장 위대한 왕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광개토대왕 같은) 본인을 신으로 여겨 여러 가지 위대한 유물을 많이 남겼다는데(크리스티앙 자크의 소설 람세스주인공도 바로 람세스 2.) 이집트 여행 내내 람세스2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집트 박물관 2층에 가면 미라관이 따로 있는데 여기에 람세스2세 외에 다른 미라들이 있다. 입장료를 따로 받는다. 얼마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볼만하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미라 사진 찍는 게 왠지 께림칙해서 난 찍지 않았다.

 

5시간 걸리는 큰 박물관이지만 점심을 안 먹고 온 지라 관람 3시간 만에 마무리하고 3시쯤 늦은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가이드북에서 본 ‘felfela’라는 레스토랑을 구글 지도에서 검색해서 10분 정도 걸어서 찾아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felfela는 다른 장소에 있었고, 우리가 찾아간 곳은 felfela에서 테이크아웃 전용으로 낸 작은 가게였다. 그래도 메뉴는 비슷한 것 같아서, 거기 앉아서 맛있게 식사를 했다. 뭘 먹었는질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치킨이랑 밥이랑 이집션들이 먹는 빵이 같이 나오는 것이었는데 맛있었다. (비둘기 고기도 판다고 해서 먹어보려 했는데 그건 본점에만 있고 여긴 없다고 해서 못 먹음)

 

(이집트에서 먹은 첫 식사. 이집트에선 치킨이 참 맛있었다. 밥은 한국과 달리 흩어지는 종류의 쌀인데, 이것도 맛있었다.)


식사를 하고 난 다음에는 다시 sadat 역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다리를 건너 20분 정도 걸으면 카이로타워에서 야경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전에 sadat 역 바로 근처에 있는 타흐리흐 광장(Tahrir Square Egypt)을 가보기로 했다.

 

타흐리흐광장은 이집트 시민혁명의 상징 같은 곳이다. 도착하면 도로와 광장이 늘어져 있고 이집트 국기가 한가운데서 휘날리고 있다. 그곳에서 셀카도 찍고 하는데 갑자기 한 경찰이 나한테 손짓을 했다. 약간 긴장해서 다가갔는데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는 것이었다. (이집트박물관에서도 이미 한 이집션 가족이 내 짝에게 사진을 찍자고 했었다. 이곳에는 동양인이 희귀해서, 동양인들 보면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이집션들이 종종 있다. 당황하지 말고 같이 브이를 해주면 된다.)


(시민혁명의 상징인 공간에서 경찰과 함께....) 


이집트 경찰과의 결탁을 끝내고 20분을 걸어서 카이로 타워(cairo tower)로 향했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의 남산 타워라고 생각하면 된다. 해가 질 시간인 6시 좀 넘어서 가니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다만 남산 타워보다 엘리베이트가 작고, 올라가는 데 한참 걸린다. 이집션들 사이에 끼어서 타워 위로 올라가니 거기도 사람들이 가득했다.

 

올라가니 카이로 시내가 다 보였다. 날이 밝으면 피라미드까지 다 보인다고 한다. 경치 보는 걸 좋아하면 꼭 한 번 와보면 좋을 곳이다.

 

(카이로타워에서 본 시내 경치)


가서 죽치고 해가 지길 기다리고 있는데 한 외국인이 나한테 사진을 같이 찍자고 청했다. “are you from tokyo?”라고 하길래 “I’m from korea.”라고 했더니 “oh, korea....”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니 예멘에서 왔다고 했다. 그 뒤로 내가 아이폰을 쓰는 걸 보고 아이폰 기능에 대해 뭘 물어봤는데 나 역시 아이폰맹이라 잘 알려주지 못했다.


(카이로에서 만난 예멘 피플과 코리안 피플)

 

경치를 한참 즐기고 카이로타워에서 내려왔다. , 카이로타워 안에도 삐끼들이 있다. 사진 찍어주겠다고 하며 돈을 달라는 사람들이다. 삐끼들 외에도 파라오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카이로타워 측 알바인 것 같았다. 같이 사진 찍어주고 돈 받는. 물론 1도 돈을 쓰지 않았다.

 

힘겹게 20분을 다시 걸어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곳에선 놀랍게도 밥 때가 지나도 밥이 잘 땡기지 않는다. 대신 음료나 물이 엄청나게 땡긴다. 그래서 숙소 들어가서는 호텔에서 맥주를 마셨다. 스텔라라는 맥주다. 사카라와 함께 이집트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맥주로 알려져 있다. 여행 첫째 날은, 맥주로 마무리했다.


(스텔라 맥주. 여행 후 숙소에서 돌아와 들이킨 맥주 한 잔은 정말 꿀맛이었다.)

 

다음 편은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그리고 삐끼들과의 1차 대전을 치른 카이로 전통시장 이야기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8.07.06 16:21

2018624! 드디어 이집트 출국 날이 다가왔다. 비행기 출발은 저녁 1155분 인천공항, 늦은 시간 비행기였으나 하루 종일 출국 준비에 매달렸다. 오랫동안 집을 비울 거라서 방 청소도 싹싹 하고 빨래도 해서 말리고, 짐도 다 쌌다. 시간이 많이 남다보니 삽질을 저질렀다.

 

그러다 회사에 두고 온 비자-마스터 카드(해외에서는 이 카드밖에 사용을 못함)가 생각나서 휴일임에도 굳이 회사를 찾아갔다. 그래서 기분 좋게 카드를 들고 오다가, 거짓말처럼 들고 오는 길에 잃어버렸다. (어디서 잃어버린 건지는 아직도 모름)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분실 신고를 하게 되는 비극이...요약하자면 회사에 얌전히 있던 카드를 굳이 휴일에 찾으러 가서 들고 오다 잃어버린 셈이다.

 

여튼 눈물을 머금고 카드 재발급 신청까지 한 뒤 조금 일찍 집에서 나섰다. 도착해보니 6시밖에 안 됐다. (비행 시간이 6시간이나 남은...)


(기분 좋게 셀카도 찍고...)

 

집에서 일찍 나온 이유는 여행 전에 공항에서 처리해야할 일이 몇 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환전. 주 거래은행인 국민은행에서 만든 리브(liiv)’라는 앱이 있다. 이 앱에서 미리 신청을 하면 국민은행 지점에 가서 신청한 만큼 환전액을 찾을 수 있다. 인천공항에는 국민은행 지점이 없고 대신 ‘KEB 하나은행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환전소라는 게 있다. (입국 담당하는 1층에 있음.)

 

환전을 했는데 1일 최대 100만원이 제한이라 100만원 밖에 못했다. 달러로 900달러. 이 달러를 이집트에 가서 이집트 파운드로 다시 환전하면 된다. (카이로공항에 환전소가 있고, 이집트 시내에 있는 환전소 환율도 괜찮다.) 대충 1파운드가 원화 60원쯤 된다. 비자카드를 잃어버린 탓에 모자랄 것 같아서 ATM에서 20만원을 뽑아서 추가 환전했다. 120만원 환전한 셈인데, 두 명이서 여행하긴 모자랐다. 카드로 쓸 수 있는 거 카드로 쓰고, 대충 1000파운드 정도 이집트에서 더 뽑았던 것 같다. 1000파운드면 우리 돈으로 6만원 정도인데 이집트에서는 매우 큰 돈이다.

 

남은 일은 여행자보험 가입이었다. 인천공항에 가면 두 가지 여행자보험이 있다. 하나는 에이스보험이고 다른 하나는 삼성이다. 삼성은 좀 비쌀 것 같아서 에이스보험에 찾아갔는데, 이집트 간다고 하니 보험가입이 안 된다고 한다. (아니, 위험할수록 더 보험가입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안내하시는 분이 저기 삼성은 가입될 수도 있어요라고 해서 삼성 보험에 가입하러 갔다. 이집트가 되긴 되는데 시나이반도쪽은 안 된다고 했다. 다행히 일정에 시나이반도 쪽은 없어서, 28천원 짜리 기본용 여행자보험에 가입했다.


그렇게 할 일을 다 처리하고 셀카도 찍고 밥도 먹고 시간을 때우다 1155분에 에미레이트 공항 비행기를 탑승했다. 나름 아랍식으로 기내식을 줬다. 기내식을 두 번이나 줬는데, 한 번은 먹고 한 번은 자다가 그냥 노 땡스라고 했는데 나중에 배고파서 많이 후회했다...여튼 9시간 30분을 날아 새벽 425분에 두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두바이에서 경유해서 이집트 카이로공항에 내리는 일정이었음.)

(두바이 공항에서 환승하러 가는 길..)


새벽 4시반인데도 두바이공항은 삐까뻔쩍 거의 대부분의 상점이 열려 있었다. 배가 무지 고팠는데 가진 게 달러 밖에 없어서 먹을 수가 없었고...1달러 주고 면세 상점에서 콜라 하나 사 먹었다.


(이 많은 것들 중 내가 살 수 있는 건 콜라 뿐...) 


두바이공항의 의자에서 누워서 자다가 오전 815분에 다시 에미레이트공항을 타고 카이로로 출발했다. 도착 시간이 105분이라서 두 시간만 가면 되겠다 싶었는데 바보같이 시차를 계산 못한 거라...총 비행시간은 4시간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625105, 카이로 공항 도착!

 

*여기서부터 주의사항!

 

카이로 공항에서 밖으로 나가려면 여권 말고 두 가지가 더 필요하다.

 

첫째, 비자를 공항에서 사야 한다. 나도 이걸 깜빡하고 그냥 여권만 들고 줄 서 있다가 빠꾸 당했다. 공항에서 짐 찾고 표지판 따라 나가다보면 ‘banque cairo’ 아니면 ‘banque misr'라는 간판이 적힌 곳이 보인다. 여기서 환전도 할 수 있고, 비자도 살 수 있다. 비자는 25달러 내면 아무런 절차 없이 살 수 있다.

 

(이집트 비자는 이렇게 생겼다.)


둘째, 자신의 인적사항과 여행정보에 대해 적는 종이카드가 있다. 비행기 안에서 나눠줬는데 난 뭔지 몰라서 그냥 버렸다;;; 없다고 했더니 공항 입국심사하던 직원이 카드를 새로 주고 써서 가져오라고 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펜을 빌려서 카드를 작성했다. 어디서 태어났냐 뭐 이런 것도 적으라고 하는데 뭐라고 쓸지 고민할 필요가 1도 없다. 직원이 내용을 1도 읽지 않고 그냥 도장만 찍기 때문이다. (이집트에서 한국 돌아올 때도 이 카드를 써야 한다.) 다만 이 카드를 작성해야 하니 펜은 하나 가져가는 게 좋다.

 

추가로 카이로공항 3터미널에 유심칩을 살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한다. (난 못 찾아서 안 썼지만 먼저 이집트에 간 내 짝은 사서 끼워서 편하게 여행했다.) ‘vodafon'이라고 이집트 통신사인데, 여기 가면 인터넷하고 전화까지 가능한 유심칩을 사서 끼울 수 있다. 끼면 이집트용 번호가 나오고, 인터넷도 쓸 수 있는데 비용은 우리 돈으로 5천원 정도다. 로밍 비용보다 싸다.

 

여튼 비자 사느라 거의 제일 늦게 공항에서 나왔더니 11시 쯤 됐다. 내가 카이로에서 머무는 호텔은 피라미사 스위트 호텔이란 곳인데(주소는 60 GIZA STREET, DOKKI) 도심인 도키 지하철역 근처에 있는(걸어서 10분거리) 호텔이다. 카이로공항에서는 차로 40~1시간 정도 걸린다.

 

이집트는 삐끼의 천국이기 때문에 카이로공항 내려서 택시 타면 바로 바가지 쓴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부르고, 심하면 팁까지 내놓으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 호텔에 픽업 서비스가 있는데 35달러로 너무 비쌌다.

 

그래서 난 'getyourguide'라는 사이트에서 private taxi 서비스를 예약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데려다주는데 6달러 정도다. 사이트 링크는 아래

 

https://www.getyourguide.com/cairo-l92/private-cairo-airport-transfer-to-cairo-or-giza-city-t25303/

 

짐 찾고 11시쯤 공항 밖으로 나가니까 내 이름을 피켓처럼 들고 서 있는 이집션이 있었다. 내가 이집트에 도착해 처음으로 대화한 이집션이다. 이 이집션의 차를 타고 호텔로 출발했다. 40분 거리인데 차가 막혀서 1시간 쯤 걸렸다. 매우 친절한 이집션이라 이집트에서 주의해야할 점도 알려주고, 길가다 보이는 멋있어 보이는 건물들에 대해 설명도 해줬다.


(예약하면 이렇게 미팅 포인트를 알려준다.)

 

여튼 친절한 이집션의 안내로 피라미사 스위트 호텔에 12시가 좀 넘어서 도착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호텔 로비에서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짝을 발견했다.

 

카이로 시내 여행기는 다음 편에서.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8.07.04 18:14

지방선거가 끝나고 약 8~9일 동안(624일 저녁 출국해 73일 저녁 입국) 이집트 여행을 다녀왔다. 첫 여행의 동기는 남들 잘 안 가는데 가보고 싶다’(SNS에 피라미드 사진 올리면 좋아요 많이 찍히겠지)였다. 하지만 아프리카나 지중해 쪽은 처음 가본 데다가, 단체 투어도 아니고 그냥 짐싸들고 배낭여행 간 거라, 여행에서 많은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실제로 올렸다. 피라미드 사진...)


기록 차원에서, 또 이집트 여행을 가려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내가 겪은 어려움을 덜 겪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집트 여행기를 남기고자 한다. (기억이 생생할 때 써놔야지....) 만난 사람부터 도시 간 교통편, 먹었던 음식, 숙소 등 기억나는 모든 것을 사진과 글로 남길 생각이다.

 

여행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결론부터 말하고 시작하려 한다.

혼자 가지 마라. 누군가랑 같이 가라.”

 

왜일까? 내가 이집트에 가기 전 많은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이 세상의 모든 삐끼보다 많은 삐끼가 이집트에 있다.”

 

겁은 좀 났지만 내가 잘 거절하면 되지라고 생각 했다.

 

아니다!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보다 더 많은 삐끼가 있다. 정말 이 세상의 모든 삐끼보다 많은 삐끼가 이집트에 있었다. 나중엔 전 국민이 모두 삐끼로 보일 지경이다.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돌아오는 비행기 타는 그 순간까지 내 발걸음 하나하나에 삐끼들이 매달린다. 음식점 같은데 들어가면 밖에서 내가 나올 때까지 삐끼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냥 거절하면 되는 수준이 아니다. 내가 이집트에서 제일 많이 한 말이 “NO"였다. "NO Thanks" "I did not want to talk you", "Do not talk me"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거절해도 끝까지 따라온다. 열 받아서 소리 지르면 소리 지른다고 욕하고 뭐라고 한다. 나름 성격이 좋다고 자부하는 편이었는데, 내 성격의 바닥을 다 드러내는 기분이었다.


(yes means yes, no means no!)

 

삐끼와 삐끼 아닌 사람의 구별 자체가 불가능하다. 애부터 어른까지 외국인이 지나갈 때마다 모두 달려든다. 공항에서 직원이 짐 들어주고 돈 달라고 하고, 유적지에 NPC처럼 상주하면서 사진 찍어주고 가이드 해주겠다고 하며 돈 달라고 한다. 돈을 달라는 요구도 아주 노골적이다. 봉투를 건네주면서 돈 담아달라고 한다. 어린 아이들까지 달려들어서 원달러 원달러한다. 지가 싸게 가이드를 해주겠다며 맘대로 지 계획을 이야기하고, 됐다고 하면 왜 내 말대로 안 하고 소리 지르는 놈도 있었다. 나중엔 신전 같은 데 가면 이집트 전통 의상 입은 사람만 봐도 스트레스를 받을 지경이었다. (당연히 선의로 안내해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구별 안 가는 입장에선 돌아버린다.)

 

(여 좋은 아침! 몸은 괜찮아? 나한테 돈을 줄 때가 됐잖아~!")


그래서 결론은...이집트는 풍경도 좋고 먹을 것도 입에 잘 맞았고 너무 좋았지만 혼자 가지 말라는 거다. 삐끼들로 인해 흔들리는 멘탈을 서로 잡아주고, 몰려드는 삐끼들에게 혼자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 나도 같이 간 짝이 내 멘탈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우발적으로 (게다가 더운 날씨로 인한 스트레스가 겹쳐서) 몇 놈하고 싸움이 붙었을지도 모르겠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편부터 하겠다.

 

0. 인트로

1. 출국 & 이집트 도착까지 

2. 카이로 1일차: 자동차와 공존하는 카이로 시내 

3. 카이로 2일차 :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이집트 전통시장

4. 후르가다 1일차 : 심신을 달래준 해변도시 후르가다

5. 후르가다 2일차 : 홍해바다의 스쿠버다이빙, 그리고 룩소르.

6. 룩소르 1일차 : 삐기 천국 룩소르, 나는 왜 이집트 현지 옷을 샀을까 

7. 룩소르 2일차 : 왕가의 계곡, 그리고 아스완에서  만난 현인

8. 아스완 1일차 

9. 아스완 2일차 & 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