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09.13 09:37

http://mhiupress.hongik.ac.kr/news/articleView.html?idxno=659

- 기레기와 찌라시 전성시대, 나쁜 권력이 만드는 뉴스를 취재하다

  아침, 저녁으로 텔레비전에서 뉴스가 방영되고 신문과 인터넷에는 기사들이 쏟아진다. 그러나 지금은 매체 불신의 시대, 이른바 ‘기레기 전성시대’이다. 당신은 뉴스를 신뢰하는가? 사실을 이야기하는 곳은 어디인가. 이때, ‘모든 뉴스에는 의도가 있다. 나쁜 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는 독자에게 나쁜 뉴스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라며 독자들의 시선을 뉴스 이면으로 유도하는 기자가 있다. 바로 ‘언론을 취재하는 언론사’ 매체비평지 ‘미디어오늘’의 전 기자이자,『개념찬 청춘』, 『보수의 나라 대한민국』, 『나쁜 뉴스의 나라』, 『프레임 대 프레임』의 저자 조윤호이다. 대학시절 학내 자치언론 <대학문화>의 편집장을 역임하였던 그는, 한겨레 오피니언 사이트 ‘훅’에 글을 기고하는 등 온라인에 영향력 있는 글들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현실을 대변하던 대학생 논객 ‘조본좌’로 활동했다. 지금이야말로 뉴스를 다시 정의 내릴 때. 조본좌, 조윤호를 만나보자.

 

Q. 매체비평지 ‘미디어오늘’은 ‘경찰 조직에 비유하면 내부 비리를 전담 수사하는 내사과(內査科)’로 표현되기도 한다. ‘미디어오늘’의 기자 활동은 다른 언론사의 기자 활동과 비교하였을 때 어떤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가?

A. ‘미디어오늘’ 등의 매체비평지 소속 기자들을 가리켜 ‘기자를 취재하는 기자’라고 하기도 한다. 보통 언론사들은 출입처가 정치, 문화, 사회로 나누어져 경찰서, 국회 등을 출입하는데, 이와 다르게 매체비평지 기자는 조선일보, 한겨레, MBC 방송국을 출입한다. 이러한 매체들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글로 쓰고, 이 기사는 왜 나온 것인지, 네이버(Naver)나 다음(Daum)의 편집 정책이 언론사들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체적인 미디어 지형에 대해 고민한다. 그런 점들이 다른 언론사들과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남다른 고충이라면, 기자들은 취재하기가 굉장히 힘들고 까다롭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을 취재하는 것보다도 어려운 것 같다. 기자들은 일단 머리를 굴려가며 이해관계에 따라 얘기한다. 그래서 기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강약중강약’, 완급조절을 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매체에 대해 매번 강한 비난만을 늘어놓는다거나 매번 좋은 칭찬만을 늘어놓게 된다면 그 매체에게 우리 비평지는 ‘뭘 해도 욕만 하는 비평지’, 혹은 ‘뭘 해도 칭찬만 할 비평지’가 되어버려 아무리 떠들어도 아무 의미 없는 비평이 되어버린다. 잘못을 했을 때는 강도 높게 꾸짖다가도 훌륭한 점이 있다면 칭찬하는 등, 상황에 따른 올바른 비평을 해야 그 상대 매체 또한 우리의 글에 신경을 기울인다.

 

Q. ‘미디어오늘’에서 매체비평 활동을 하면서, 언론, 매체와 관련한 생각이나 가치관 등에 변화가 있었을 법하다. 비평 활동을 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무엇인가?

A. ‘그놈이 그놈이다’ 라는 게 느낀 점이다. 항상 많이 받는 질문은, ‘신뢰할만한 언론은 어디인가?’이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답하기가 어렵다. 모든 언론이 항상 거짓을 얘기하거나 진실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이해관계 충돌 속에서 조선일보든 한겨레든 좋은 기사를 쓸 때도, 나쁜 기사를 쓸 때도 있다.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좋은 매체에 대한 판단 기준은 흐려졌고, 좋은 기자의 기사를 찾아보는 일이 늘었다. 언론보다는 기자를 신뢰하게 되었다.

 

Q.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심상정 후보의 캠프에서 메시지 라이터로 활동했다. 대선 후보 캠프의 메시지 라이터라는 역할은 많은 이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을 부탁한다.

A. ‘미디어오늘’ 기자 일을 그만두고 3개월 동안 책 쓰는 것 외에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 책이 출간되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탄핵 되었고, 그 후 대선 캠프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메시지 라이터는 주로 후보의 연설문이나 인터뷰 답글 등을 쓴다. 일단 초안은 쓰고 싶은 것을 쓴다. 단, 과거 행보와 말투 등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심상정 대표는 ‘안타깝다’라는 말을 잘 쓰지 않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러한 것들을 반영하는 것이다. 때로는 후보가 두서없이 줄줄이 이야기한 것들을 정리해 쓰기도 한다. 이전까지 쓰던 글들과는 일종의 다른 글쓰기였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일단 ‘내 글쓰기’가 아닌 ‘남의 글쓰기’였다는 점, 그리고 글에 대한 피드백과 타격감이 확연하게 달랐다. 평소 ‘타격감’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야구에서 방망이를 휘두를 때 방망이에 공이 맞는 ‘타격감’. ‘느낌이 오는데 이건 홈런이다.’라는 등의 감흥을 말하는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면서 이건 몇 명 정도가 보겠다는 느낌이 온다. 이전에는 제아무리 미디어 매체에서 글을 쓴다고 해도 사람들이 많이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타격감이 떨어지기 일쑤였다. 그런데 심상정 후보의 입으로 글을 쓰다 보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보게 되었다. 심상정 후보의 페이스북에 34만 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뿐만 아니라 안철수, 문재인 후보가 이야기를 맞받아쳐주니 피드백도 강했다.

 

Q. 『개념찬 청춘』, 『보수의 나라 대한민국』, 『나쁜 뉴스의 나라』, 『프레임 대 프레임』 등 젊은 나이에 비교적 여러 권의 책을 발간했다. 어떤 계기와 목적으로 책을 출간하였는지 궁금하다.

A. 한겨레 ‘훅’과 출판사에서 출간 요청이 와 첫 책을 내게 되었다. 다른 글쓰기보다도 책을 쓸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책은 가장 올드한 매체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책을 통해 권위를 찾는다. 언론, 정치인의 말은 잘 믿지 않고 방송조차도 의심하면서, 책에 나왔다는 내용이라면 어떤 매체보다 쉽게 신뢰한다. 반면 그 때문에 책 쓰는 일에 더욱 많은 고민이 요구되기도 한다. 1쪽부터 300쪽까지 읽게 만들어야 하는 흡입력을 유지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읽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 그래서 애정이 더 많이 가는 글쓰기이기도 하다.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책은 『나쁜 뉴스의 나라』이다. 이 책은 26번에 걸쳐 연재를 했다. 반응에 따라 점점 업그레이드 시켜 원래의 계획을 수정하기도 했다. 독자들의 의견이 가장 많이 반영된 책이다. 원래부터 글에 대한 반응, 댓글들은 다 챙겨보는 편이다. 인스타그램 태그, 책 서평, 블로그, 알라딘 등등 다 본다. 지금은 바빠서 보기만 하지만 이전에는 답장까지 다 했었다. 선플도 있고 악플도 많다. 그 반응들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독자의 의견들로 내 글의 내용이 바뀌지는 않지만, 잘 써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들게 한다.

 

Q. 대학생 시절 모교인 서울시립대학교의 교지 <대학문화>의 편집국장을 역임했었다. 대학 언론 기관의 하나인 ‘학보사’에 대해, 또는 현 전체 대학언론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일단 학보사나 대학언론이 차지하는 위치가 예전과는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기성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해 대학언론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다. 그러면 학생들은 학내 신문을 읽고 정보를 얻으며 시각을 얻었는데, 민주화 이후 기성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게 되었고 그 이후 다른 언론과의 차별화가 어려워진 것 같다. 또한 대학언론의 기반은 학교 공동체에서 나온 것인데, 이 때문인지 이전보다 학생들이 학교 자체에 대한 관심이 적어졌다. 운동권이 있을 때에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거의 살다시피 상주하고 있었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아침, 저녁을 먹고 자고 시험공부를 했다. 반면 현 대학생들에게 대학은 그저 ‘수업 들으러 오는 공간’으로 인식되니, 소속감도 관심도 적어져 대학 언론사에 대한 관심 또한 적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학생들은 대학에서 많은 삶의 영향을 받는다. 대학언론이 없으면 그 얘기를 해줄 사람이 없게 되니 그의 필요성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

 

Q. 기자를 꿈꾸거나 사회 참여적 글쓰기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

A. 한 번은 중학교에 강연을 갔었는데 무한도전이 MBC 프로그램인지 모르는 학생이 있더라. 어떤 매체를 통해 미디어를 접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선가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영상과 프로그램들로서 미디어를 대하게 되는 것이다. 점차 매체, 미디어가 해체되어 중소 미디어로 개편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요즘엔 문재인 대통령의 말 자체가 하나의 미디어가 되고 화제가 되고 있다. 이전에도 명연설은 있었지만, 그때는 연설 또한 미디어를 통해서 봤다. 하지만 요즘은 신문, 뉴스로 보기보다 직접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 보게 된다. 매체의 권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매체의 신뢰에 더불어 기자가 영향력을 얻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이젠 조선일보 기자의 글이라고 높게 쳐주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나의 미디어가 되듯이 기자도 각 개인이 하나의 미디어가 되는 것이다. 자신을 브랜드화 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기성 언론에 기대기보다 자신의 미디어를 홍보, 발전시키는데 주력하길 바란다.

홍준영 기자 mgs0503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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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09.13 09:23

http://ddpress.dongduk.ac.kr/news/articleView.html?idxno=1665

 

  우리는 같은 사건을 두고도 상반된 시각을 가진 뉴스를 흔히 접한다. 지난 1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영장이 기각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제 신문인 브릿지경제는 ‘이재용 영장 기각, 당연하고 올바른 법리다’라고 기사 제목을 지은 반면, 경향신문은 ‘납득할 수 없는 이재용 영장 기각’이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견해가 다른 두 기사가 있을 때, 독자는 어떤 뉴스를 믿어야 할까. 그 해답은 『나쁜 뉴스의 나라』를 읽으면 얻을 수 있다. 저자는 나쁜 뉴스를 가려내는 3가지 방법에 대해 예시를 들어주며 상세히 설명해준다.

 

  뉴스를 올바르게 파악하는 첫 번째 방법은 콘텍스트(context) 읽기다. 콘텍스트란 맥락과 상황을 뜻한다. 저자는 사건의 발생 이유가 기사에 포함돼있지 않더라도,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그 배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례로, 동아일보가 2015년에 ‘성남시의 복지 정책’을 비판한 기사를 보면, 콘텍스트 읽기의 가치가 드러난다. 이 기사는 성남시가 노인에게 할당된 수당을 없애고 청년만을 위한 복지를 시행한다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기사의 콘텍스트를 읽으면 이는 180도 바뀐다. 사실, 성남시가 노인 수당을 없앤 본질적인 이유는 정부가 노인을 위한 복지 정책을 확대했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정황을 무시하고 성남시가 계속 노인 수당을 지급했을 때, 이는 유사·중복 사업으로 지정돼 국고보조금이 삭감되는 페널티를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콘텍스트 읽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자칫 독자는 일련의 사건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개의 뉴스에 국한돼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두 번째 방안은 ‘메신저 공격하기’ 수법을 조심하는 것이다. 여기서 메신저란 한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을 뜻한다. 언론은 종종 이 메신저를 악질의 사람으로 매도하는 방식을 사용해 사건을 무마시키려 한다. 경찰의 물대포로 결국 죽음에 이른 백남기 농민도 몇몇 언론에 의해 이 수법에 당했다. 예컨대 조선일보는 ‘시위 중상 60대, 운동권 출신으로 제적· 3년 복역’이라는 제목으로 뉴스를 만들었다. 해당 보도는 백 농민이 3년 복역한 전과가 있으며 학생운동을 주도했기 때문에 ‘물대포를 맞을만하다’는 생각을 유발하게끔 한다. 이로써 대중은 시민의 목숨을 앗아간 공권력의 횡포보다는 주동 인물의 비난에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된다. 언론의 이 같은 보도로 인해 국민의 주체적인 판단은 가로막히고 사건의 중대성 또한 흐려져 버린다. 


  더불어 이익추구 프레임을 씌우는 것도 메신저를 공격하는 수법 중 하나다. 특정 인물이나 집단이 문제를 제기할 때, 그들의 목적을 단순히 이익추구에 한정하면서 메신저를 비난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세월호 사건이다. 몇몇 언론은 유가족이 보상금과 특례 입학을 위해 농성을 벌인다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이들의 외침을 철저히 왜곡했다. 노동자의 파업 또한 같은 수법에 당했다. 계약 파기, 작업환경의 낙후, 낮은 수준의 복지로 인해 시위를 해도 뉴스는 그들의 목적을 ‘임금 인상’이라 단정 짓는다. 본 정보는 잘못된 해석을 바탕으로 생겨났지만, 일부 언론의 왜곡된 보도로 기정사실화된다. 이러한 언론의 갑질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의 성향, 행적보다 사안의 중대성에 집중하면서 기사를 읽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사형 광고를 주의해야 한다. 보도 기사처럼 위장했지만 실은 정책이나 상품을 홍보하기 위한 광고가 곳곳에 퍼져 있다. 각 정부 부처나 회사, 기업에서 방송사에 몇백만 원에서부터 몇억 원까지 지급하며 홍보를 부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이에 몇몇 언론은 정보 전달이 아니라 돈벌이 목적으로 해당 뉴스를 보도하고 있다. 그 결과, 뉴스는 시민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방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은 좋은 점만 나열되거나 정보의 출처가 한 기관에 치우친 보도에 대해 기사형 광고라 의심해봄으로써 질 낮은 뉴스를 구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처럼 언론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올바르지 못한 뉴스를 생산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신문·방송사도 결국 기업이고, 이익 논리에 의해 독립성을 유지하기 힘든 것이 대한민국 언론의 현주소다. 따라서 앞으로는 시민이 주체적으로 뉴스의 이면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해낼 수 없다면, 국민은 언론의 꼭두각시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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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09.13 09:23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15701

"덜 사악한 쪽을 뽑아라" 마키아벨리의 충고

빨라진 대선, 망설이는 당신을 위한 책 세 권

바쁘다. 12월로 예정됐던 대통령 선거가 5월 9일로 당겨지며 각 정당의 후보 선출이 숨 가쁘게 이루어지는 요즘,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자신을 알리는 자서전과 출사표부터 각 후보를 여러 분석 틀로 살펴보는 검증과정과 대선 이후 정세와 새로운 비전을 내다보는 예측까지, 한 표를 제대로 행사하는 데 이렇게 많은 자료와 생각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가 책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유권자로서 더욱 성실하게 투표에 임해야겠다는 다짐을 품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누가 이기느냐는 물론 중요하지만, 결론 못지 않게 과정이 어땠는지도 소중한 평가일 터. 선거에 임하는 자세, 후보를 고르는 기준과 방법을 살펴보고, 돌아보며 평가하는 데 필요한 각자의 기준을 정리해보자.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_민주공화국을 위한 마키아벨리의 투표 강령 / 모리치오 비롤리 지음 / 안티고네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_민주공화국을 위한 마키아벨리의 투표 강령 / 모리치오 비롤리 지음 / 안티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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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아닌 차악? 투표는 시민의 존재를 드러내는 일

흔히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어차피 악을 뽑는 일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투표를 멀리하는 경우도 만나게 된다. 이심전심이라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지만, 선거는 누군가를 선출하는 일일 뿐 아니라 "대표자에게 우리가 공공선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최근에 경험했듯 "시민의 목소리가 광장을 채운다면,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의지와 이익을 관철시키는 게 더 어려워진다".

<군주론>의 마키아벨리를 깨워 민주공화국을 위한 투표 강령 스무 가지를 펼치는 책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의 첫 번째 강령이 "덜 사악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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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결심이 서지 않는다면, "의식 있는 시민들이 투표하지 않고 집에 머무"를 때 "의식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청와대에 가서 "공공선을 해칠 정책들을 펼칠 부패하거나 능력 없는 후보들을 뽑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자, 이제 결심이 섰다면, "한 국가를 신념의 공동체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을 뽑아선 안 된다", "미래 세대와 관련해서 자신의 명성에 신경을 쓰는 대통령을 찾아야 한다"처럼 차악을 고르는 데 필요한 나머지 열아홉 개 원칙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프레임 대 프레임_프레임으로 바라본 19대 대선 주자 비교 분석 가이드 / 조윤호 지음 / 한빛비즈
 프레임 대 프레임_프레임으로 바라본 19대 대선 주자 비교 분석 가이드 / 조윤호 지음 /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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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속지 않고 후보를 읽는 방법

누구를 어떻게 골라야 할지 원칙을 세웠다 해서 과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원칙을 적용하려면 정보가 필요하다. 유권자 한 사람에게 공개되고 전달되는 정보가 제대로 된 정보인지, 불필요한 왜곡이나 과장에 속을 염려는 없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디어비평가 조윤호는 <프레임 대 프레임>에서 언론이 선거의 판세를 이루는 인물과 구도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는지를 파헤치며, 이러한 언론의 프레임을 넘어 진실에 가까워지는 방법을 전한다.

특히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세 일간지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여러 대선주자가 어떤 프레임에 갇혀 어려움을 겪고, 어떤 프레임 속에서 비호를 받는지 분석하는 내용을 읽다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는 후보와 왠지 모르게 싫어지는 후보의 '왠지'를 알 수 있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기사와 사설을 볼 때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여유도 부릴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각자의 이념과 지향성은 달랐지만 조선일보과 중앙일보, 한겨레가 내세운 프레임에는 한 가지 법칙이 있다"고 밝히는데, 그 내용은 "살리고 싶으면 미래를 이야기하고, 죽이고 싶으면 과거에 가두라"는 것이다. 단순하고 강력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복잡하더라도 진실에 다가설 시선을 확보하는 일, 이번에 미룬다면 다음에도 결과는 같을 것이다.

 싸우는 심리학자 김태형의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 김태형 지음 / 원더박스
 싸우는 심리학자 김태형의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 김태형 지음 / 원더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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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심리 상태까지 읽어야 한다

마지막은 심리다. 대통령은 공적인 자리이니 개인의 심리보다는 공적 영역의 정책과 비전이 중요하다는 게 기존의 태도였으나,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대통령 개인의 심리가 얼마나 중요한 영역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한국사회에서도 후보자의 심리 분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트라우마 한국사회>, <불안증폭사회> 등 한국사회의 현상을 심리학의 시선으로 분석해온 싸우는 심리학자 김태형은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에서 시대적 과제와 내적 동기가 얼마나 일치하느냐를 중요한 기준으로 세운다.

공적 자아와 내적 자아 사이의 거리가 가깝다면 일치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유리할 테고, 거리가 멀다면 둘 사이에서 갈등하고 오락가락하느라 혼란을 겪을 테니 이념과 진영, 공약과 정책뿐 아니라 삶의 과정과 정치의 궤적에서 드러난 심리 상태를 함께 살피자는 제안이다.

더불어 이런 분석의 틀은 유권자에게도 적용된다. 여론에 드러나는 표면적 요구와 심층에 깔려 놓치기 쉬운 본질적 요구를 동시에 보지 못하면, 표면적 요구는 다음으로 미루고 당장의 표면적 요구에만 매달리다 선거도 정치도, 변화도 개혁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선거를 마치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부디 5월 9일은 대통령 한 사람뿐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바뀌어야 할 많은 것들이 새로운 방향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 현장에 최대한 많은 이들이 함께 참여하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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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09.13 09:22

http://www.etnews.com/20170414000259

'장미대선'이 20여일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촉박해진 시간만큼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후보들은 때 아닌 '페이크뉴스(Fake News)'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페이크 뉴스는 사실 지난 미국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후보 때 이슈화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불거졌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 본격적인 대선 정국이 펼쳐지면서 페이크뉴스는 기승을 부렸고 후보들도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대선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페이크 뉴스는 사람들을 불안감에 빠지게 하고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4월 폭격설'이 대표적입니다. 김일성 생일이 4월 15일이고, 북한군 인민군 창건일이 4월 25일(실제 창설은 2월 8일)입니다. 이러한 북한의 여러가지 정치 일정이 4월에 몰려있어 이에 맞춰 핵실험 감행이나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었습니다. 여기에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한반도를 떠난 지 보름 만에 재출동하면서 신빙성을 보탰습니다.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됐고, 온 국민을 불안하게 했습니다. 이는 대선을 향해 뛰고 있는 후보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안보 이슈가 대선 이슈 핵심으로 급부상했습니다. 너도나도 대북정책 공약을 피력했죠.

결국 '한반도 위기설'은 페이크뉴스로 판명됐지만 여전히 위기감은 남아있습니다. 이처럼 페이크뉴스 위력은 한 나라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만큼 파급력이 큽니다. 5월 9일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에도 핫이슈로 부상한 페이크뉴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Q. 페이크뉴스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페이크뉴스는 가짜뉴스라고도 합니다. 의도를 가지고 뉴스 형식을 빌려 허위 정보를 전파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기사의 형식을 갖추고 있어 속아 넘어가기 쉽죠. 사실 국내에서 아직 정확한 정의를 내리진 않았습니다. 여러 사회학자들과 관련 전문가들이 한창 논의 중인 상황입니다. 일단 광범위하게는 '조작된 내용과 허위사실로 포장된 콘텐츠'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주로 페이크뉴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포털을 주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사실 여부를 가리기도 전에 인터넷을 타고 급속하고 퍼져나가기 때문에 당하는 입장에선 속수무책입니다. 

Q. 미국 대선에서 페이크뉴스가 어떤 악영향을 미친 거죠?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페이크뉴스가 선거 판세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e메일 유출을 조사하던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살인을 한 뒤 자살한 채 발견됐다' '힐러리 클린턴이 IS에 무기를 판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도널드 트럼프 지지 선언' 등 무수히 많은 페이크뉴스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들 페이크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더 많은 반응을 얻었고 결국 여론 형성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Q. 페이크뉴스를 차단할 장치나 방법은 없는지요? 

페이크뉴스가 범람하면서 관련 언론사는 물론이고 IT업계까지 페이크뉴스 대응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추측성 보도나 불확실한 출처의 뉴스를 온라인상에서 삭제하거나 검증 절차를 거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팩트체크'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외부 자문 독립기구를 통해 기사배열 공정성과 객관성 등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도 대선 특집 페이지를 개설하면서 '가짜뉴스 바로알기', '언론사별 팩트체크' 코너를 마련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구글도 페이크뉴스를 차단하기 위해 국내 구글 뉴스에 '사실확인(팩트체크)'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이 외에도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는 'SNU 팩트체크'라는 이름의 팩트체킹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는 언론사들과 협업해 가짜 뉴스 판별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모델입니다. 

Q. 페이크뉴스를 생산·유통한 사람은 처벌을 받나요? 

사실 페이크뉴스는 계속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더욱 활개를 치는 상황입니다. 선거기간에 페이크뉴스가 터지면 피해는 더 큽니다. 특히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된 우리나라는 페이크뉴스가 생기면 짧은 기간에 회복이 어렵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를 치르는데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거죠.

독일은 페이크뉴스를 생산한 사람에게 최대 50만 유로(약 6억6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도 내놓았습니다. 특히 이 법안은 가짜뉴스를 삭제하지 않고 내버려 둘 경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도 공동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페이크뉴스제작과 유포를 중대선거범죄로 규정하고 집중단속하고 있습니다. 최고 7년 이하의 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련서적>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lt;522&gt;페이크 뉴스

◆팩트체킹, 대한민국을 여는 문, 정대철 지음, 책담 

페이크 뉴스가 범람하면서 '팩트체킹(사실검증)'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특히 기자가 직접 쓴 이 책은 전 세계 팩트체커(사실검증 전문가)들과 직접 교류하면서 수집한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팩트체킹 기본 개념과 역사적 배경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팩트체킹이 끼친 영향과 한계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팩트체킹 저널리즘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했다. 특히 다양한 사례를 통해 국내 언론에 대한 성찰과 함께 기자로서의 자기반성도 함께 담았다.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lt;522&gt;페이크 뉴스

◆나쁜뉴스의 나라, 조윤호 지음, 한빛비즈 

매체비평지에서 일하는 기자가 쓴 책이다. '화려한 말 뒤에 숨겨진 뉴스의 본심을 읽어라!'라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페이크뉴스도 사실상 나쁜 뉴스 범주에 들어간다.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게 된 페이크뉴스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나쁜 뉴스가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특히 팩트를 왜곡하는 기사들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심층 분석했다. 저자는 지금이야말로 뉴스의 정의를 다시 생각할 때라고 말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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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09.13 09:22

http://slownews.kr/64004

조윤호는 얼마 전까지 미디어오늘의 4년 차 기자’였’고, 아직 ‘삼십세’가 되지 않은 나이에 네 권의 책을 낸 젊은 저자다. 최근에는 [프레임 대 프레임]이라는 책을 냈다. ‘이 바닥’에서는 젊은 논객으로 일찍부터 이름을 알렸다. 조윤호에게 글쓰기와 읽기 그리고 진보언론과 열혈 문 지지자의 갈등 상황 등에 관해 물었다.

  • 2017년 5월 23일, 민노씨네
  • 인터뷰이: 조윤호, 인터뷰어: 민노씨

– 자기소개

글 쓰는 사람이다. 정치와 미디어에 관한 글을 쓰고, 책도 몇 권 냈다. 슬로우뉴스에서 주간 뉴스 큐레이션을 연재 중이기도 하다.

조본좌의 주간 뉴스 큐레이션

– ‘글 쓰는 직업을 가지겠구나’ 생각했던 때가 있나.

대학생 때 복학을 앞두고, 한겨레에 타진요에 관한 글(‘타진요’ 단지 이것은 게임에 불과했다, 2010. 10. 22.)을 독자 투고 형식으로 기고했다. 요지는 ‘타진요’에게는 진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종의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 내가 기고한 글을 타진요에도 퍼가고, 인터넷에 퍼지고, 사람들 안줏거리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쓰이는 경험을 했다. 지금 생각으로는 다듬어지지 않은 것이었지만, ‘타격감’이라고 해야 하나, 사람들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이 재밌더라. 그때 처음 체험했다.

– 그래서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한겨레 ‘훅’이라는 웹진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정기적으로 글을 써보라는 제안이 왔다. 한 달에 한두 개씩 칼럼을 썼는데, 댓글이 참 많이 달렸다. 백 개씩도 달리고. 논쟁을 일으키는 게 재밌달까. 맛을 들였다. 그때가 23살, 24살쯤이었다.

조윤호가 대학교 2학년 때 쓴 글, '타진요' 단지 이것은 게임에 불과했다

조윤호가 대학교 2학년 때 쓴 글, [‘타진요’ 단지 이것은 게임에 불과했다] 중에서

– 왜 ‘타격감’이라는 표현을 좋아하나.

잔잔한 바다나 강, 호수에 돌을 던지면 큰 파문이 일기도 하고, 묻히기도 하는데, 영향력이 있는, 그런 의미에서 ‘타격감’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 야구에서 말하는 그 ‘타격감’에서 유래한 표현인가.

맞다.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도 인터넷에서 좀 더 권위가 실리고 주목도가 직업이 뭘까, 타격감을 올리는 직업이 뭘까를 생각했고, 그래서 기자가 됐다. 대학에서는 정치학을 전공했고, 언론과 미디어에 관해선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었다. 언론에 대한 구체적인 상이 없었는데, 그런 상이 없이 기자 생활을 하니 아, 원래 언론이 이런가보다, 술을 이렇게 많이 먹나보다, 이렇게 글을 쓰나보다, 이렇게 몇 년 차냐고 물어보나보다, 이렇게 함부로 이야기하나 보다…… 그렇게 받아들였다.

– 기자의 권위가 사라진 시대, 이른바 ‘기레기 전성시대’다. 기자라는 타이틀이 권위와 주목도에 정말 보탬이 되었나.

권위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오히려 내가 쓴 글의 신뢰도를 낮추는 것 같기도 하다. 매체에 따라서 독자들은 편견을 가지는 것 같다. 내가 자연인으로 썼으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내용을 미디어오늘 기자로 썼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기도 한다. 꼭 미디어오늘이 아니라 조선일보든 한겨레든 마찬가지다.

– 독자의 편견이나 불신은 이유가 있다고 보는데.

있다(웃음). 기자 일을 그만두고 일반인의 시각으로 기사를 보니, 기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뉴스를 다 보지 않을뿐더러 찾아보지도 않고, 내 뉴스 피드에 올라온 글, 포털 첫 화면에 있는 기사를 보게 되더라.

기자 입장에선 가령, 문재인도 비판하고, 안철수도 비판하고, 심상정도 비판하고, 홍준표나 유승민도 비판하고, 객관적으로 기사를 쓴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독자 입장에선 문재인 비판한 기사만 읽고 짜증이 나고, 안철수 비판하는 기사만 읽고 짜증이 나고… 그런 것 같다.

– 독자의 짜증이 이해가 된다?

그렇다. 내가 지금 진보언론 기자였다면, 지금 상황이 아주 억울했을 것 같지만, 독자 입장에서 서고 보니 독자의 불만과 짜증이 어느 정도 이해된다.

열혈 문 지지자 vs. 진보언론 갈등 

최근의 진보언론 vs. 열혈 문 지지자 갈등이 화두로 등장했다. 진보언론에서는 권력 비판이 저널리즘의 소명인데, 그러면 누구처럼 ‘어용 지식인이 되란 소리냐’라고 할 것 같고, 문 지지자 입장에서는 너희들이 당파성을 강하게 가진 엘리트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정론을 추구하는 양, 또는 아주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양하는 꼴이 참 가증스럽다고 한다. 어떤 이는 ‘너희들, 돈 없는 조중동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폭언(?)도 불사한다. 양쪽 다 일리가 있으면서도 상대편 입장에서는 아주 억울할 것 같다. 조윤호에게 이 문제에 관해 물었다.

– 이른바 한경오와 조중동은 ‘적대적 공생’의 구조 속에서 각자의 포지셔닝에 충실한 직업인으로 바라봐야 하는 지 아니면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한쪽은 기득권을 대변하고, 다른 한쪽은 새로운 시대(시대정신)를 대변하는 서로 다른 철학과 가치를 가진 구별되는 언론으로 달리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달리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경오’로 대표되는 한국의 진보언론이 조중동의 반대 개념으로 등장한 것 아닌가. 진보언론이 신문을 팔아왔던 방식이 조중동의 기득권에 반대하는 매체를 지켜주고, 아껴주고, 사랑해줘야 한다는 세일즈 방식이 지금까지 한경오가 생존해 온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한경오 고유의 가치를 견고하게 축적해오지는 못했다고 본다. 왜 한경오를 읽어야 하는지에 관한 이유를 제시할 때, 우리 사회가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조중동이 지배하는 사회니까 한경오를 읽어라, 후원해라… 그런 식이었다.

– 한경오의 생존 방식 자체가 본질에서 조중동에 의존적이었다고 보나.

그렇다고 본다. 정치적인 버전으로는 한국의 야당이 그런 방식으로 생존해오지 않았나 싶다. 표 달라고 할 때 새누리 집권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냐고 읍소하는 것과 비슷했다고 본다. 독자들이 한경오를 읽는 것은 마치 야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찍는 심정과 비슷했을 것으로 본다.

– 이번 대선에선 어떤가.

이번 대선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의 구도가 깨지면서, 그러니까 문재인 후보가 1강으로서 강력한 위상을 가지면서 과거의 관습, 질서에 기댄 한경오의 가치가 다수 독자에게 급속히 저하했을 것으로 본다.

– 여기서 과거의 관습, 질서가 의미하는 건 뭔가.

조중동의 대안으로 한경오를 읽어달라는 것. 정치적으로는 그런 구도가 깨진 것. 더불어 이번 대선에서 조선일보의 영향력이 급속하게 감소한 것을 직접 경험했다. 그러니 한경오에 대한 의존성도 그만큼 적어졌다고 생각한다.

‘더 센 우리 편’ 팟캐스트의 등장 

– 전통언론(신문과 방송)의 담론 생산 방식과 소위 온라인,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의 담론 생산 방식이 완전히 다르고, 특히나 한국적 지형에서는 ‘나꼼수’로 상징되는 팟캐스트가 일종의 정치 엔터테인먼트라고 부를만한 정치의 예능화, 혹은 정치의 대중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하는데, 특히 최근의 진보언론과 문 지지자의 대립 구도에서 문 지지자의 입장이 팟캐스트에서 이론적으로 수혈받는다는 의견도 있다.

상당히 타당한 분석이라고 본다. 예전에는 한경오가 내 편, 우리 편이라고 생각해서 구독했던 것인데, 더 센 우리 편이라고 해야 할까. 팟캐스트가 나타나지 않았나. 기자들은 아무리 실제에서는 당파지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형식으로나마 정론의 가치, 중립성과 객관성에 얽매여 있는데, 팟캐스트는 그런 형식까지도 파괴해버리니까. 그래서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팟캐스트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더 센 우리 편이니까. 페북을 봐도 문 지지자들께서 한경오를 비판하는 게시물로 올리는 것들의 상당수가 그 이론적 근거를 팟캐스트에서 가져오는 것으로 보인다.

– 팟캐스트 많이 듣나.

듣기는 한다.

– 좀 더 특정해보자. 김어준은 듣나.

파파이스 듣는다.

파파이스

– 파파이스를 샘플로 삼아서 이야기해보자. 한겨레와 같이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한겨레는 확실하게 ‘보조’ 느낌이고, 메인은 당연히 김어준인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왜 한겨레가 자신의 존재가치를 결국은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음모론자’ 김어준을 파트너로 삼는지 혹은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김어준의 대중성에 기대서 파파이스 같은 포맷을 유지하는 것인지 참 의아하다. 결국은 자신을 파괴하는 미디어 형식을 키우는 셈이라고 보는데(한겨레는 고전적인 정론의 가치 vs. 김어준은 정치 엔터테인먼트의 가치) 어떻게 보나. 서로 시너지가 아니라 김어준에게 잡아먹히는 구도, 혹은 제로섬인 것으로 보이는데. 

예전에 파파이스에서 세월호 관련한 일종의 음모론이랄까, 새로운 가설을 주장했다. (- 그게 뭔가) 고의 침몰설. 물론 고의 침몰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결론은 고의 침몰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물론 고의 침몰이라고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그런데 한겨레가 그걸 받아서 확산하는 역할을 하더라.

파파이스를 보지 않고 한겨레만 읽는 독자는 ‘아, 정말 고의로 침몰시킨 것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같았다. 이게 이런 가능성이 있다면, 한겨레가 직접 취재해서 기사를 써야 할 텐데, 그게 아니라 파파이스를 ‘인용’해서 보도하는 행태로 ‘장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물론 이게 꽤 장사(트래픽)가 잘됐는데, 참 뭘라까 ‘헉~!’했다.

– 헉, 그건 무슨 의미?

한겨레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느낌이랄까. 한겨레가 파파이스의 주장을 확산하는 통로가 된 건데… 물론 전체적으로는 한겨레가 잘하고, 취재 잘하는 기자들도 많지만, 이런 보도들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 지금의 대립구도를 해소할 좋은 방법은 뭐라고 보나. 혹은 대립을 해소할 필요는 있다고 보나.

필연적인 갈등이라서 해소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 다만, 기자 출신으로서 하나 생각이 드는 것은 문 지지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매체를 만들겠다고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최소한 그런 이야기들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거기까지 가면, 소위 한경오는 단기적으로 생존의 문제에 봉착할 것으로 생각한다.

– 이 시나리오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보자. 그렇게 만약(!)에 한경오가 망했다고 가정하면, 대한민국의 언론 지형이 더 해피할 것 같나?

해피할 것 같지는 않다. 이것도 앞서 이야기했던 ‘타격감’의 차원에서 문 지지자는 곧바로 한경오의 독자이기 때문에 한경오의 생존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실제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조중동에는 전혀 그럴 수 없는 입장이다. 아무리 조중동 영향력이 줄었다고 해도 한경오가 실제로 망하면 힘의 불균형이 너무 심해진다.

– 문 지지자가 실제로 한경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보나.

한경오와 미디어오늘이 모두 사과한 것은 문 지지자의 영향력이 실질적이라는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본다. 가령, ‘덤벼라 박사모’라고 했거나 ‘박근혜 씨’라고 했다면 절대 사과할 일이 없었겠지 싶다.

– 예술, 특히 문학이 자율성을 획득한 역사적인 계기를 평론가들은 ‘파트롱’으로 불리는 일종의 후원자 계급으로의 추방, 분리라고 본다. 마찬가지로 언론에서 가장 중요한 본질은 각 매체의 자율성, 달리 표현하면 양심, 저널리즘으로 상징되는 철학인데, 독자가 마치 매체의 소유자처럼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그러니 과거 예술가를 후원하면서 동시에 지배한 파트롱이 된다면, 매체의 자율성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떻게 보나.

당연히 그럴 것으로 본다. 독자 의견을 반영하는 통로가 많은 것도 좋고, 독자 의견을 반영하는 지면을 늘리는 것도 다 좋지만, 마치 A 논조로 기사를 써라. B 논조로 기사를 써라. 이런 압력이 실질적으로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크면, 실제로 기사쓰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내가 그 기자라면 나 자신을 검열할 것 같다. 우선은 최대한 관련 기사 쓰는 걸 피할 것 같고, 어쩔 수 없이 쓰게 된다면, 최소한 논쟁을 피하는 식으로 수동적으로 소극적으로 쓰게 될 것 같다.

네 권의 책을 쓰다 

– 책은 지금까지 몇 권이나 썼나.

네 권.

조윤호가 쓴 네 권의 책

조윤호가 쓴 네 권의 책

– 젊은 나이에 벌써 네 권의 책을 냈다. 비결이 뭔가.

책이라는 게 처음 한 권을 내기가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기회가 계속 생기는 것 같다. 출판 제안이 정기적으로 들어왔고, 그중 일정한 제안을 책으로 출판하다 보니 어느덧 네 권이나 쓰게 됐다(한 권의 공저까지 포함하면 다섯 권).

물론 기회가 있다고 해도 출판사에서 들고 온 제안과 내 제안을 조정하고, 나의 콘텐츠로 적게는 200페이지, 많게는 300페이지의 분량을 채우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짧은 글이라도 블로그에건 SNS에건, 계속 글을 써보는 것이 책 같이 긴 호흡의 길을 쓰는 데 도움이 됐다. 블로그나 SNS에 끄적인 글들이 그때그때 떠오른 아이디어들을 메모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글은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 거라고 생각한다.

–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은.

나쁜 뉴스의 나라.

– 왜.

가장 열심히 썼다. 제일 오래 고민했던 책이기도 하다. 다른 책들은 그냥 앉아서 쓴 책이지만, 나쁜 뉴스의 나라는 매체에 25회를 연재하면서 그때그때 독자의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썼던 책이라서 더 애착이 가고, 열심히 쓰기도 했던 것 같다.

– [나쁜 뉴스의 나라]에서 독자에게 전하려고 한 메시지는 뭔가.

언론이 주인이 독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 지금 주인은 독자가 아니니까. 그런데 독자가 주인이 되려면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하고, 그걸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쓴 책이다. 기존에는 뉴스 리터러시를 다룬 책이 의외로 적더라. 그래서 나라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출판사에서도 그런 취지로 기획을 제안하더라.

– 방법론 차원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뉴스를 골라볼 수 있나. 노하우가 있나.

특별히 어떤 매체에 들어가서 기사를 읽지 않는다. 소셜미디어에 좋은 기사를 소개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만 잘 팔로잉해도 좋은 기사를 골라 읽는 효과가 있다.

– 누군가. 좀 알려달라.

  • SBS 심석태 부장
  • 한국일보 최진주 기자
  • 미디어오늘 이정환 사장 등

이 분들만 팔로잉해도 좋은 기사들을 쏠쏠하게 골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미디어의 딜레마 중에서 지금 개인적으로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게 좋은 기사는 써도 묻히고, 나쁜 기사는 어떤 이유든 부각되는 현상이 구조화했다고 본다(디지털 그레샴의 법칙). 극복 가능한 구조로 보나. 돌파구가 있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노하우랄까.

손 쉬는 단계에서 출발한다면, 주변에 이런 좋은 기사가 있다고 SNS에 올리는 친구들에게 포털에 올린 기사 주소가 아닌 원래 언론사의 링크를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편이다. 댓글로 항상 그런 바람을 올린다.

– 포털이 훨씬 깔끔하고, 언론사 사이트는 지저분하다.

그렇긴 하다. 그리고 인기 검색어는 없앴으면 좋겠다. 굳이 왜 하는지도 모르겠고. 언론사의 뉴스 생산이 ‘실급검’(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맞춰지고 있기도 하고.

– 나도 예전에는 포털의 실급검 시스템에 굉장히 비판적이었다. 기본적으로 휘발성 강한 흥미 위주 콘텐츠의 소비를 구조화하고, 그 경향을 확대 재생산하기 때문에… 그런데 최근에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는데, 이게 어느새 우리의 온라인 문화가 돼버린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가령, TV 연예 토크쇼에서 흔한 이야기 소재가 될 정도다.

정책적인 의지, 결단으로는 없앨 수 있다고 본다. 어떤 정책이든 장단점을 비교해야 하는데, 여전히 폐해가 장점보다 크다고 본다. 이미 문화로 정착했다고 하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없애지 않으면 앞으로는 더 없애기가 어려울 거다.

– 실급검의 가장 큰 폐해는 뭔가. 뭐라고 생각하나.

쓰레기 뉴스의 양산. 실급검에 맞춰 생산되는 기사. 취재도 없고, 새로운 정보도 없는, 독자들이 왜 읽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기사들.

실급검 (예시 화면)

실급검 (예시 화면)

– 그러면 마치 시나 소설처럼, 영화나 드라마처럼 기억에 남는 저널리즘 컨텐츠가 있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르포. 이 책을 읽으면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소련 여성들을 만나 쓴 책이다. 문학으로 분류되지만, 르포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사를 이렇게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의, 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충실히 전했을 때 그 길이와 상관없이 사람들이 공감하고,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책 제목을 본문에선 전혀 언급하지 않지만, 읽다보면 그 책 제목에 공감하고, 스스로 자연스럽게 체화하게 된다. 비정규직을 없애자는 기사가 아니라, 그 주장을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비정규직이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걸 공감하고, 깨닫게 하는 기사, 가령 ‘미생’ 같은 만화처럼 기사를 써야 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아까 민노씨가 말했듯이 사람들이 기사를 안 읽으니까. 왜 사람들이 기사를 읽지 않는지 수용자인 독자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자신이 쓴 기사 중에서 가장 스스로 만족스러웠던 기사는 뭔가.

인터뷰하는 걸 좋아해서 인터뷰를 잘 쓰고 싶었는데, 2년 전쯤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을 인터뷰했다. 조회 수도 많이 나오긴 했지만, 당시만 해도 보수 정당에 다문화라는 이슈를 선점당한 이야기하기 위해서 이자스민을 만났고, 오유건 일베건 이자스민을 싫어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인터뷰한 것도 있고.

이자스민을 둘러싼 여러 가지 루머와 오해를 본인의 입으로 직접 해명하는 첫 인터뷰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그때까지 여러 언론에서는 이슈를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데 급급했다. 그런 의미에서 잘 썼다는 생각이 드는 기사다.

또 하나는 세월호 관련 기사다. 아직 조사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특조위를 정부가 사실상 강제로 해산해 예산 지급을 막고, 그래서 조사를 자비로 하게 된 사연을 담았다(A4용지도 떨어져, 유가족들이 출장 기차표 끊어주기도, 2016. 7. 31).

이왕에도 예산이 깎였다는 단편적인 기사들은 많았지만, 세월호 특조위에 직접 방문해서 구체적으로 썼다. 당장 너무 급해서 세월호 유족들이 특조위에 기차표를 끊어주기도 하고, 그런 사정들을 상세히 썼다. 기사를 읽고 A4용지라도 보내주고 싶다. 휴지라도 보내주고 싶다. 그런 독자의 반응을 접하고, 뿌듯한 마음이었다. 잘 썼구나, 생각했다.

– 그럼 부끄러운 기사는?

경위서를 쓰게 한 기사가 있다. 엄청 큰 실수를 했다. 기사를 삭제하고 사과까지 했으니까. 기자 3개월 차. 기자들이 국정원이 초청하는 모임에 가서 술도 얻어먹고, 이것저것 하다가 왔다는 내용의 제보였는데, 결과적으로 오보였다.

국정원은 당연히 확인을 해주지 않았고, 당사자가 아닌 기자들에게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이야기로 무리하게 기사를 썼다. 당시 출입기자들이 엄청나게 항의했고, 국정원에서도 기사가 나간 뒤에 직접 부인하고. 결국, 기사를 하루 만에 내리고, 정정보도까지 했다.

하지만 결국은 이런 체험이 약이 된 것 같다. 무리하게 쓰지 말자. 기자 초년에 이런 일을 겪어서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크게 도움이 됐다.

– 존경하는 기자는.

딱히 없다. 그런데 배우고 싶은 기자는 몇 명 있다.

한겨레21의 이문영 기자. ‘문영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문체가 아름답다. 기자들이 쓰는 문체를 안 쓴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리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문영 기자의 기사를 읽고 울컥할 때가 많다. 나는 이문영의 문체를 좋아한다. 특히나 나는 글을 건조하게 쓰는 편이라서, 저런 문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리고 시사IN의 천관율 기자. 현상에 대한 설명과 해석을 풍부하게 해주는 기잔데, 전통적으로 ‘민완기자’라고 해서 형사처럼 현장을 누비는 기자를 기자의 전범으로 봤지만, 이제는 팩트를 어떻게 해석하는 역할까지 기자에게 많이 넘어온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많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는 기자다.

– 끝으로.  

임차인 보호를 좀 더 강화했으면 좋겠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데 정책은 여전히 4인 가족 기준이다. 특히 청년과 노인 계층이 1인 가구의 대부분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보호해달라. 지금은 열심히 전셋집을 찾아다녔지만, 안정되면, 다시 어떤 방식이든 글을 열심히 쓸 생각이다. (사족: 조윤호와 인터뷰한 날은 조윤호가 전셋집을 옮기기 위해 새집을 가계약하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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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04.06 13:15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3323.html

<창천이야기> 외 신간 안내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렵다> <프레임 대 프레임> <헌법개정>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 <10대와 통하는 동물 권리 이야기>

프레임 대 프레임

조윤호 지음, 한빛비즈 펴냄, 1만4천원

“이념과 지향점은 달랐지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한겨레>가 내세운 프레임에는 한 가지 법칙이 있다. ‘살리고 싶으면 미래를 이야기하고, 죽이고 싶으면 과거에 가두라’는 것이다.” 언론은 공정하지 않다. 언론은 ‘틀’(프레임)을 짜고, 이 안에 사람들을 가둔다. 틀 안에는 각 언론사 입맛에 맞는 ‘팩트’만 들었다. 기성 언론을 탈탈 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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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03.31 08:50

http://www.peoplepower21.org/?mid=Magazine&document_srl=1491958

빨라진 대선,
그럼에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글. 박태근 알라딘 인문 MD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바쁘다. 12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가 5월 9일로 당겨지며 각 정당의 후보 선출이 숨 가쁘게 이루어지는 요즘,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자신을 알리는 자서전과 출사표부터 각 후보를 여러 분석 틀로 살펴보는 검증과정과 대선 이후 정세와 새로운 비전을 내다보는 예측까지, 한 표를 제대로 행사하는 데 이렇게 많은 자료와 생각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가 책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유권자로서 더욱 성실하게 투표에 임해야겠다는 다짐을 품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누가 이기느냐는 물론 중요하지만, 결론 못지않게 과정이 어땠는지도 소중한 평가일 터. 선거에 임하는 자세, 후보를 고르는 기준과 방법을 살펴보고, 돌아보며 평가하는 데 필요한 각자의 기준을 정리해보자.

 

읽자-누구를 뽑아야 하는가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_민주공화국을 위한 마키아벨리의 투표 강령 / 모리치오 비롤리 지음 / 안티고네

 

최선 아닌 차악? 투표는 시민의 존재를 드러내는 일
흔히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어차피 악을 뽑는 일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투표를 멀리하는 경우도 만나게 된다. 이심전심이라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지만, 선거는 누군가를 선출하는 일일뿐 아니라 “대표자에게 우리가 공공선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최근에 경험했듯 “시민의 목소리가 광장을 채운다면,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의지와 이익을 관철시키는 게 더 어려워진다.”

 

『군주론』의 마키아벨리를 깨워 민주공화국을 위한 투표 강령 스무 가지를 펼치는 책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의 첫 번째 강령이 “덜 사악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인 까닭이다. 그럼에도 결심이 서지 않는다면, “의식 있는 시민들이 투표하지 않고 집에 머무”를 때 “의식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청와대에 가서 “공공선을 해칠 정책들을 펼칠 부패하거나 능력 없는 후보들을 뽑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자, 이제 결심이 섰다면, “한 국가를 신념의 공동체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을 뽑아선 안 된다.”, “미래 세대와 관련해서 자신의 명성에 신경을 쓰는 대통령을 찾아야 한다.”처럼 차악을 고르는 데 필요한 나머지 열아홉 개 원칙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읽자-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프레임 대 프레임_프레임으로 바라본 19대 대선 주자 비교 분석 가이드 / 조윤호 지음 / 한빛비즈

 

언론에 속지 않고 후보를 읽는 방법
누구를 어떻게 골라야 할지 원칙을 세웠다 해서 과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원칙을 적용하려면 정보가 필요하다. 유권자 한 사람에게 공개되고 전달되는 정보가 제대로 된 정보인지, 불필요한 왜곡이나 과장에 속을 염려는 없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디어비평가 조윤호는 『프레임 대 프레임』에서 언론이 선거의 판세를 이루는 인물과 구도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는지를 파헤치며, 이러한 언론의 프레임을 넘어 진실에 가까워지는 방법을 전한다.

 

특히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세 일간지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여러 대선주자가 어떤 프레임에 갇혀 어려움을 겪고, 어떤 프레임 속에서 비호를 받는지 분석하는 내용을 읽다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는 후보와 왠지 모르게 싫어지는 후보의 ‘왠지’를 알 수 있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기사와 사설을 볼 때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여유도 부릴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각자의 이념과 지향성은 달랐지만 조선일보과 중앙일보, 한겨레가 내세운 프레임에는 한 가지 법칙이 있다”고 밝히는데, 그 내용은 “살리고 싶으면 미래를 이야기하고, 죽이고 싶으면 과거에 가두라.”는 것이다. 단순하고 강력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복잡하더라도 진실에 다가설 시선을 확보하는 일, 이번에 미룬다면 다음에도 결과는 같을 것이다.

 

읽자-프레임대프레임

싸우는 심리학자 김태형의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 김태형 지음 / 원더박스 

 

이제는 심리 상태까지 읽어야 한다
마지막은 심리다. 대통령은 공적인 자리이니 개인의 심리보다는 공적 영역의 정책과 비전이 중요하다는 게 기존의 태도였으나,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대통령 개인의 심리가 얼마나 중요한 영역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한국사회에서도 후보자의 심리 분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트라우마 한국사회』, 『불안증폭사회』 등 한국사회의 현상을 심리학의 시선으로 분석해온 싸우는 심리학자 김태형은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에서 시대적 과제와 내적 동기가 얼마나 일치하느냐를 중요한 기준으로 세운다.

 

공적 자아와 내적 자아 사이의 거리가 가깝다면 일치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유리할 테고, 거리가 멀다면 둘 사이에서 갈등하고 오락가락하느라 혼란을 겪을 테니 이념과 진영, 공약과 정책뿐 아니라 삶의 과정과 정치의 궤적에서 드러난 심리 상태를 함께 살피자는 제안이다. 더불어 이런 분석의 틀은 유권자에게도 적용된다. 여론에 드러나는 표면적 요구와 심층에 깔려 놓치기 쉬운 본질적 요구를 동시에 보지 못하면, 표면적 요구는 다음으로 미루고 당장의 표면적 요구에만 매달리다 선거도 정치도, 변화도 개혁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선거를 마치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부디 5월 9일은 대통령 한 사람뿐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바뀌어야 할 많은 것들이 새로운 방향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 현장에 최대한 많은 이들이 함께 참여하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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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03.31 08:49

http://ppss.kr/archives/107721

2016년 말, 대한민국은 검증하지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국민들이 귀 기울이고 기자들이 열심히 분석했던 대통령의 연설문은 사실 대통령이 쓴 게 아니었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의사결정에 아무 권한도 없는 민간인이 개입했다. 5개월 동안 1,600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어야 했다.

수많은 결점을 안고도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언론의 프레임(frame)이었다. 언론은 정치인 박근혜에 대한 보기 좋은 그림을 그렸다. 언론이 보여준 박근혜는 내내 침묵하다가 중요한 순간에 한 마디 탁 던지는 무게감 있는 정치인이었다. 박근혜는 신뢰의 아이콘이었다. 야당과 박근혜 모두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공약으로 내건 상황에서 다수 유권자는 ‘신뢰의 아이콘’ 박근혜를 선택했다.

하지만 박근혜가 보여준 침묵의 정치는 사실 불통이었고, 말을 길게 할 능력이 없다는 반증이었다. 취임 후 1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했고 2014년 기자회견 때는 사전에 질문한 언론사와 질문지까지 정해놓고 짜고 치는 고스톱을 펼쳤다. 최순실 게이트로 대한민국이 뒤집어졌을 때도 녹화한 대국민 담화 영상을 내보내고 기자들의 질문 하나 받지 않았다. 애초에 기자들과 자유로운 질의응답을 할 능력이 안 되는 정치인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박근혜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루어진 선거인만큼 언제보다 후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선거다. 하지만 가장 검증할 시간이 부족한 선거이기도 하다. 신간 『프레임 대 프레임』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언론이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알 수 있다면, 그 그림들을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다면 유권자가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질이 부족한 정치 시장 vs. 전투형 노무현

언론이 정치인에 대해 그리는 프레임은 제각각이다. 8명의 대선 주자 중 언론의 시각이 가장 엇갈리는 인물 중 한 명은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같은 인물을 묘사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으로 당선됐을 때만 해도 이재명은 공단에서 일한 노동자, 인권변호사라는 이력으로 인해 ‘아웃사이더’라 불렸다.

하지만 이재명은 취임하자마자 포퓰리스트라는 호칭을 얻는다. 성남시 모라토리엄(지급유예) 선언 때문이다. 이재명은 전임 시장이 진 빚을 천천히 갚겠다고 선언했다. 조선일보는 이재명에게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이 시장의 ‘선언’에 다른 정치적인 목적이 깔려있지 않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들 사업(이재명의 공약사업)에 쓰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지급유예를 선언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 2010년 7월 13일 조선일보 기사

“성남시가 노렸던 목적은 달성되는 듯하다. 당초 법에도 없는 선언을 한 것은 전임 시장의 실정을 부각시키고 신임 시장이 자신의 사업을 벌일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쇼’라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 2010년 7월 14일 조선일보 기사

정치인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는 게 뭐가 문제란 걸까? 전제는 ‘정치-행정 이분법’이다. 조선일보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상대로 ‘정치하는 시장은 나쁜 시장’ 프레임을 자주 사용한다. 지자체장들이 중앙 정부나 대통령과 각을 세울 때, 새로운 복지정책을 시도할 때마다 ‘대선 나가려고 시장직 이용해먹는다’고 공격한다. 정치와 행정을 이분법적으로 나눠놓은 채 지자체장은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거나 정부와 각을 세우지 말고 행정적인 업무나 하라는 말이다.

조선일보가 이재명의 모라토리엄 선언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재명은 굴하지 않고 행정을 벗어나는 정치를 이어갔다. 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예산안, 조례를 두고 시의회와 전쟁을 벌였다. 이재명은 자신의 복지공약을 추진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단식투쟁을 하고 국가위임사무까지 거부했다.

이재명이 정부, 시의회와 계속 싸우면 사람들은 의문을 품는다. ‘이재명은 왜 자꾸 싸우는 걸까?’ 조선일보의 답은 ‘이재명의 품성이 되먹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싸움의 이유를 궁금해하는 대신 ‘저 사람 또 저러네’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조선일보는 이재명을 ‘불필요한 소란을 일으키는 정치인’으로 규정했다. ‘시정과 상관없는 싸움을 한다’는 비판은 덤이다.

“적어도 이 시장 정도의 공인이라면 진영 논리나 이분법을 넘어 사회 통합까지 생각해야 할 책임이 있다. 너와 나를 아우르는 진정한 대화의 장을 위해서라도 냉정과 절제의 매너를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 2015년 2월 25일 조선일보 칼럼

“이 시장은 그간 성남 시정과는 전혀 관계없는 정치 현안들에 대한 발언을 쉼 없이 쏟아내고, 개인적인 의견을 달아 논란을 일으켜왔다. 100만 성남시의 시정을 책임진 공인이 정치평론가가 본업인 양 행동하는 것은 문제다.”

  • 2016년 2월 2일 조선일보 기사
출처: YTN

반면 한겨레가 그린 프레임은 ‘소통하는 시장’ ‘시민친화적인 시장’ 이재명이었다. 조선일보가 문제 삼은 모라토리엄 선언조차 한겨레가 보기엔 시민에게 득이 되는 시정이었다.

“성남시의 이런 발표(모라토리엄)는 재정 상황을 무시한 자치단체장들의 치적 쌓기용 ‘묻지마’식 개발이 얼마나 무모한지 일깨웠다. 특히 지방채 발행을 독려하며 예산 조기집행 등의 정책으로 일관한 이명박 정부의 그릇된 정책이 지방정부에 독이 됐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 2010년 8월 13일 한겨레 기사

이재명의 별명은 ‘전투형 노무현’이다. 이 별명을 얻기까지 노무현이 갖고 있던 ‘소통하는 서민 정치인’ 프레임이 이재명에게도 필요했다. 필요한 게 하나 더 있다. 야권 지지층이 기억하는 노무현은 ‘기득권층에 맞선’ 서민 대통령이다. 마찬가지로 이재명이 전투형 노무현이 되려면 반드시 기득권층으로 규정된 적들이 필요하다. 그 적은 ‘이재명의 복지를 반대하는 박근혜 정부’다. 한겨레가 이재명의 적, 박근혜 정부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한 이유다.

“경기도 성남시가 7월 시행을 추진해온 ‘무상 공공산후조리원’ 설치·운영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보건복지부가 성남시의 ‘무상 산후조리 지원’ 제도에 ‘불수용’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 2015년 6월 23일 기사

“경기도 성남시의 역점 사업인 ‘무상 교복’ 지원 조례가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성남시의 공공복지 정책에 제동을 걸어온 보건복지부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 2015년 9월 21일 기사

 

포퓰리스트 vs. 진짜 보수

이재명이 전국구 정치인으로 성장하게 된 계기는 ‘청년배당’이었다. 이재명이 2016년부터 도입한 청년배당 정책은 일종의 기본소득으로 재산이나 소득에 관계없이 신청만 하면 해당 연령의 청년들에게 일정 금액을 나눠주는 복지정책이다.

이재명을 포퓰리스트로 보는 조선일보에게 청년배당은 ‘포퓰리즘의 끝판왕’이었다. 청년배당을 실시한 이후 몇몇 인터넷 게시판에 이 상품권을 액면가의 70~80% 가격에 현금으로 거래하겠다는 글이 올라오는 일이 있었다. 조선일보는 이를 두고 ‘최악의 포퓰리즘’이 낳은 사태라고 비판했다.

출처: 조선일보

“그 돈이라도 받아 쓰기 위해 다른 지역의 청년들이 무더기로 성남시로 거주지를 이전할 가능성은 없는지 더 따져봐야 한다. 이 경우 성남은 ‘청년 실업자의 천국’으로 소문이 나면서 이 정책을 끝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세금을 사용해 유권자를 매수하는 행위는 유권자들이 투표로 철퇴를 내리지 않으면 근절되지 않는다.”

  • 2015년 1월 5일 조선일보 사설

“청년 지원이라는 애초 취지가 선심성 현금 살포로 변질되고 ‘상품권 깡’ 업체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 애초에 우려했던 대로 청년층의 도덕적 해이를 낳은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 2016년 1월 22일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와 함께 대표적인 보수언론으로 꼽히는 중앙일보는 어땠을까? 청년배당에 비판적인 논조였지만, 조선일보처럼 ‘최악의 포퓰리즘’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지자체가 이들(청년)의 좌절감에 관심을 갖고 정책을 개발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은근슬쩍 치켜세우기도 했다. 의도는 이해하지만 청년배당 말고 다른 방법을 쓰라는 말이었다.

나아가 중앙일보는 ‘보수의 무능’을 문제 삼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016년 1월 25일 “포퓰리즘은 악마의 속삭임이자 달콤한 독약”이라며 청년배당을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이에 대해 문제 해결 능력이 없는 보수 진영도 문제라고 반박했다.

출처: 오마이뉴스 / 오마이 TV

“거기까지였다. 정치적 비판은 있었지만 실질적 대안이나 해결방안은 빠졌다. 사실 정부와 여당도 청년배당과 비슷한 무상복지 정책인 ‘기초노령연금’이 문제 된 적이 있다. 처음엔 연금을 ‘모두에게 지급한다’고 했으나 시행착오를 거쳐 ‘무조건 퍼주기는 안 된다’는 결론을 이미 얻었다. 그런데 청년배당을 놓고 소모적 논란을 되풀이하고 있다. 공허한 정치 공방은 무책임한 처사다.”

  • 2016년 1월 27일 중앙일보 칼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이런 미묘한 차이는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도 반복됐다. 이재명이 최순실 게이트 국면을 거쳐 유력한 대선 주자로 떠오르자 조선일보는 야권이 이재명화 되어 가고 있다고 탄식한다.

“성남의 트럼프로 불릴 만큼 강도 높은 발언을 해온 이 시장이 상승세를 타자 다른 야권 주자들까지 이런 효과를 노리고 강성 경쟁을 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 2016년 11월 19일 조선일보 기사

“광화문 집회에 백만 명 가까이 모인 이후 야당 정치인들 사이엔 촛불 민심에 편승하려는 경쟁이 한창이다. 박원순·이재명 두 시장이 특히 두드러진다. 그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거친 발언과 ‘촛불’을 의식하는 행동들을 하고 있다.”

  • 2016년 11월 23일 조선일보 사설

반면 중앙일보는 이재명이 새로운 정치 구도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치켜세운다. 이재명이 야권을 왼쪽으로 이끌고 있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을 반박하며 이재명을 포퓰리스트로 볼 수 없다는 말까지 한다.

“박근혜 지지층이었던 영남 유권자들이나 반기문 지지층에서 이재명을 지지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재명은 문재인이나 민주당의 확장이 아니라 여야를 포괄한 기성 정치권 전반에 신물 난 민심의 표출이다. 물론 이재명은 포퓰리스트적인 성향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시장으로서 그가 보여준 실적은 확실히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것들이다.”

  • 2016년 12월 12일 중앙일보 칼럼

“내가 진짜 보수”라는 이재명의 다소 충격적인 발언도 중앙일보 인터뷰 도중에 나왔다. 이재명은 2016년 12월 2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은 보수를 가장한 부정부패 집단이다. 진짜 보수는 나다. 내가 새누리당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 발언을 그냥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재명의 ‘진짜 보수’론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이재명 보수론의 키워드는 법치다. 그는 복지 전략의 근거를 헌법에서 끌어낸다. 이재명이 가짜 보수를 조롱한 곳에서 유승민이 서민 경제론을 펼치면 불이 붙을 수 있다. 그래야 촛불의 국민 에너지가 정치개혁을 넘어 사회경제 혁신으로 나아가지 않겠나.”

  • 2017년 1월 1일 중앙일보 칼럼

두 보수언론은 왜 이재명을 다른 프레임에 집어넣은 걸까? ‘이념 보수’ 조선일보는 보수를 위협하는 진보 이재명을 제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실용 보수’ 중앙일보는 이재명조차 보수의 개혁에 활용하려 한다.

 

유권자가 프레임 전쟁의 변수가 되자

이재명을 둘러싼 프레임 전쟁은 『프레임 대 프레임』에 등장하는 한 사례일 뿐이다. 나는 『프레임 대 프레임』에서 이재명을 포함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 대선 주자 8명을 둘러싼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의 프레임 전쟁을 재구성했다.

8명의 주자 중에는 대선을 포기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도 포함돼 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들까지 프레임 전쟁의 주인공으로 포함시킨 이유는 이들을 통해 정치인이 언론의 프레임에 걸려 무너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프레임 전쟁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언론이 유권자를 속이는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유권자가 프레임 전쟁의 변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가 “그런 거 유권자들한테 안 통해요”라는 핑계를 댈 수 있어야 한다. 그 핑계의 힘이 강력해질수록, 프레임 전쟁의 질은 미래와 비전, 정책 등 생산적인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다. 우리가 얼마 남지 않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프레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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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03.3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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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통령이 되면 할 겁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2012년 12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여러 차례 반복했던 말이다. 원전 대책을 물어도, 반값등록금에 관해 물어도, 과학기술정책에 관해 물어도 “대통령이 되면 하겠다”는 말로 대응했다.

대통령이 된 박근혜는 4년 만에 여러 가지를 해냈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논조를 하나로 만들었고 네이버와 다음의 기사 댓글을 하나로 만들었다. 96%의 국민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대통합’을 이루었다. 1,600만 명의 시민을 거리로 나오게 했고, 그 결과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탄핵당한 대통령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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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일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박근혜 전 대통령.

언론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 

박근혜의 시대는 끝났고, 이제 다음 대통령은 누구인지에 대해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의 다음 선택은 박근혜 같은 결말로 끝나지 않을 수 있을까? 박근혜는 2007년부터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고 2012년 대선에서는 국민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됐다. 왜 그 긴 시간 동안 그를 검증하지 못했던 걸까.

가장 큰 원인으로 언론을 꼽을 수 있다. 단순히 기자들이 비선실세의 존재를 알지 못했거나 박근혜에게 질문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언론은 정치인 박근혜에 대한 보기 좋은 그림을 그렸다. 다른 말로 하면 프레임(frame)이다. 언론은 말 한마디 없는 박근혜에게 ‘침묵의 정치’, ‘한마디 정치’라는 칭호를 붙였고, 박근혜가 한마디만 하면 온갖 정치적 해석을 덧붙였다.

찬반이 존재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정치세력과 언론은 프레임 전쟁을 시도한다. 정치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언론은 각자 서로 다른 프레임을 그린다. 언론이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알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그림들을 서로 비교해서 볼 수 있다면 유권자가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안철수 – 한겨레 “새 정치” vs. 조선일보 “낡은 정치”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지난 2월 15일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에 출연했을 때, 안철수 관련 키워드로 서로 모순되는 단어인 ‘소통’과 ‘불통’이 함께 화면에 등장했다. 안철수는 “소통의 아이콘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불통으로 바뀔 수는 없는 법”이라고 반박했다.

이 희한한 일이 프레임 전쟁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진다. 조선일보는 안철수가 2011년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했을 때부터 그의 행보에 ‘낡은 정치’ ‘정치쇼’라는 타이틀을 붙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정치신인 안철수에게 ‘정치고수’라는 말까지 썼다.

“어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잘 짜인 정치 시나리오를 보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 2011년 9월 7일 조선일보 기사

“안철수는 놀랍게도 ‘정치 언어’를 구사할 줄 안다. 박근혜·문재인의 말이 건조한 고체라면, 안철수의 말은 촉촉한 액체다. 정치 감각도 ‘초보’ 같지 않다. 안철수는 의외로 뻥도 칠 줄 안다. 안철수는 더 이상 순진하지 않다. 그리고 현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따라서 그에 대한 잣대도 바뀌어야 한다. 사소한 자질 검증 수준이 아니라 ‘대통령 안철수’까지 상정한 전방위적 검증이 필요하다” – 2012년 11월 7일 조선일보 칼럼

한겨레에 안철수는 ‘새 정치’의 화신이었다. 조선일보가 ‘쇼’라고 비난했던 서울시장 불출마 기자회견도 한겨레에게는 신선한 새 정치였다. 2012년 9월 19일 안철수의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한겨레는 새 정치를 읽었다.

“역시 기존의 정치판에 물들지 않은 신선한 모습을 보였다. 주판알을 튕기는 모습도, ‘나 아니면 안 된다’는 고집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지지도가 훨씬 높은 안철수 교수가 서울시장 후보를 홀연히 양보한 것은 상당한 결단이 아닐 수 없다” – 2011년 9월 6일 한겨레 사설

“역시 안철수식 정치는 문법이 달랐다. 목청 돋우며 나만이 해낼 수 있다는 식의 익숙한 정치판 연설은 없었다. 국민 눈높이에서 해온 ‘솔직토크’ 화법 그대로다” – 2012년 9월 20일 한겨레 칼럼

2월 15일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 갈무리

2월 15일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에 출연한 안철수 의원.

조선일보가 보수고 한겨레가 진보니까 당연한 거라고? 언론의 프레임 전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안철수가 문재인과 갈등을 빚으면서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2016년 4.13 총선에서 야권 통합도 거부하자 한겨레가 묘사하는 안철수는 ‘분열의 아이콘’이 됐다.

“(안철수) 의원님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탈당을 하고 새정치민주연합 분열의 마중물이 된다면, 그것은 내년 총선에서 야권의 궤멸을 의미합니다. 새정치연합을 포함해 야권이 하나로 똘똘 뭉치고 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정치의 희망을 심어주어 많은 지지를 받을 경우에만 겨우 다수당을 노려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계산기만 두드려보면 바로 답이 나옵니다.” – 2015년 12월 21일 사설

“안철수 대표는 지금보다 훨씬 분명하게 야권 후보 단일화를 지지한다고 밝혀야 한다. 그게 야권 지지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고, 국민의당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길이다” – 2016년 3월 30일 사설

왜 안철수는 새 정치의 화신에서 분열의 아이콘이 됐을까? 한겨레가 ‘진보는 통합해야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다’는 대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진보의 확장력을 중도까지 넓혀줄 수 있는 안철수는 새 정치의 상징이지만, 진보의 몫을 갉아먹을 안철수는 분열의 아이콘이다.

유승민 – 조선 ‘보수 통합’ vs. 중앙 ‘보수 확장’ 

보수 정치인도 프레임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존재감을 널리 알린 첫 사건은 2015년 4월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자격으로 연단에 오른 유승민은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 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겠다”며 “성장과 복지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자유시장 경제와 한국 자본주의의 결함을 고치겠다”고 말했다. 야당까지 박수를 보낸 연설이었다.

조선일보는 이 연설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또 다른 보수언론, 중앙일보는 유승민의 연설에 박수를 보냈다.

“유 원내대표가 당내 의견을 모아 박 대통령이 추진해온 정책 노선과는 선을 그으려는 의도에서 이처럼 각을 세우고 나왔다면 집권 세력이 분열 조짐을 보인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유 원내대표가 사견을 피력했다면 당의 대표로 연설대에 섰다는 것을 망각한 행동이다.” – 2015년 4월 9일 조선일보 사설

“우리의 보수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공정한 경쟁을 해본 경험이 없잖은가 말이다. 그걸 바꾸자는 게, 공정한 시장을 가진 진짜 자본주의를 해보자는 게, 그래서 보수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자는 게 유승민의 ‘신보수’라고 내 귀에는 들리고, 반대할 이유가 없다” – 2015년 4월 11일 중앙일보 칼럼

조선과 중앙의 시각차는 ‘보수 재집권’의 대전제가 다르다는 점에 기인한다. ‘이념 보수’ 조선일보는 ‘보수가 하나로 뭉쳐야 재집권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박근혜가 아무리 잘못을 해도,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기 직전까지 보수는 박근혜와 함께 가야 한다. 이런 조선일보가 보기에 유승민이 박근혜와 지나치게 대립각을 세우는 건 곤란하다.

반면 ‘실용 보수’ 중앙일보는 보수가 진보나 중도 유권자들에게도 매력을 느낄 정도의 포용력을 보여야 재집권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 관점에서 유승민은 중앙일보에 매력적인 캐릭터다. 유승민의 원내대표 연설은 보수가 새로운 가치를 수용해야 한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유승민이 박근혜에게 찍혀 나가떨어지던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이 당 의원들이 투표로 뽑은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를 ‘배신의 정치’로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상황에서도 유승민이 양보하라고 말한다. 보수의 통합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가 끝까지 가겠다는 것은 옳지도 않다. 대통령까지 포함된 여권의 내홍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면 국정은 산으로 갈 테고, 그 가장 큰 책임은 유 원내대표가 지게 될 것이다 ” – 2015년 7월 6일 조선일보 사설

하지만 중앙일보에 중요한 건 보수의 통합보다 보수의 확장이다. 중앙일보는 박근혜와 싸우지 않고 있던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를 다그치며 유승민을 지키라고 조언한다. 박근혜 이후 보수가 재집권하려면 유승민 같은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미움을 피하는 건 대권 후보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일지 몰라도 충분조건은 아니다. 결국은 대통령의 구심력에서 벗어난 독자성이 있어야 한다. 김무성 스스로 대통령과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보수의 상징인 박 대통령에게 보수 이미지나 경제로 경쟁해선 승산이 없다. 이런 약점을 보완해줄 인물이 유승민이다. 경제통인 데다 개혁 성향이 분명해 러닝메이트로 삼으면 외연이 크게 확장될 수 있다.” – 2015년 7월 6일 중앙일보 칼럼

2015년 4월 8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 중인 유승민 의원. 국회방송 갈무리.

2015년 4월 8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 중인 유승민 의원. 국회방송 갈무리.

진보언론 한겨레는 유승민과 박근혜의 갈등을 어떻게 규정했을까? 결국, 원내대표에서 찍어내기 당한 유승민은 총선에서도 공천을 받지 못한 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한겨레는 유권자들을 향해 ‘이런 정당을 찍을 거야?’라고 묻는다. 유승민과 박근혜의 갈등으로 빚어진 보수의 분열을 ‘새누리당 심판’의 근거로 사용한 셈이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이 옳은지, 아니면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세력이 옳은지는 이제 국민 판단에 맡겨졌다. 최소한의 자정 기능을 상실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국민이 표로써 제어하는 길밖에 없다.” – 2016년 3월 23일 한겨레 사설

검증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 ‘프레임을 보라’ 

프레임 대 프레임 저자 조윤호 | 출판사 한빛비즈

조윤호 | 한빛비즈

신간 [프레임 대 프레임]에서 나는 안철수와 유승민 외에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대선 주자 8명을 다뤘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한겨레의 기사와 사설, 칼럼을 통해 대선 주자 8명을 둘러싼 프레임 전쟁을 재구성했다. 문재인은 어떻게 ‘노무현 프레임’을 극복했을까. 또 안희정의 ‘대연정’은 어떤 프레임을 돌파하기 위해 나왔을까.

8명의 주자 중에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들도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불출마 선언을 했음에도 프레임 전쟁의 검토 대상으로 포함시킨 이유는 이들을 통해 정치인이 언론의 프레임에 잡아먹히는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똑똑한 사회에서 언론의 프레임은 선거나 정치판을 좌지우지하는 주요 변수가 아니라 여러 변수 중 하나일 뿐이며, 프레임 전쟁의 질은 미래와 비전, 정책 등 생산적인 수준으로 높아진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루어진 선거인만큼 언제보다 후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선거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장 검증할 시간이 부족한 선거이기도 하다. 언론의 프레임을 인식하고, 후보자들을 재구성하고, 자신만의 관점에서 재검토하는 일은 유권자에게 그 시간을 단축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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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7.03.26 11:14


언론은 대선주자를 어떤 프레임으로 재단했나?

[서평] ‘프레임 對 프레임’/ 조윤호 지음/ 한빛비즈 펴냄



정치인을 죽일 땐 그를 과거에 가두고, 살릴 땐 미래를 얘기한다. 미디어오늘에서 기자생활을 했던 조윤호는 저서 ‘프레임 對 프레임’에서 이런 독해법을 제시했다. 실제로 이를 통해 많은 기사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내게 유리한 의제를 던지고 이를 유지하는 힘, 즉 프레임을 읽어내고 프레임 전쟁을 파악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보수 언론은 문재인에게 끊임없이 ‘그런데 노무현은?’을 물었다.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문재인은 자연스럽게 ‘대선 주자 문재인’이 아니라 ‘노무현의 비서실장’이 돼버린다. 이런 프레임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문재인을 미래의 정치인이 아니라 과거의 정치세력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지난 대선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당시 여권의 주장은 반공프레임이자 문재인을 ‘노무현이라는 감옥’에 가두는 효과를 가져왔다. 문재인은 한동안 해당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반박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는 효과적인 대응이 아니었다. 일단 프레임이 정해지면 논쟁은 그 프레임 안에서 진행될 뿐이다. 

▲ ‘프레임 對 프레임’/ 조윤호 지음/ 한빛비즈 펴냄
▲ ‘프레임 對 프레임’/ 조윤호 지음/ 한빛비즈 펴냄

저자는 “정치권에서는 이런 대응의 원인을 문재인 개인적 성격에서 찾는다”며 “변호사를 오래 해서 그런지 사실관계가 다른 공격이 들어오면 하나하나 반박하려고 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합진보당 내란음모사건의 주동자로 지목된 이석기가 노무현 정부 때 가석방·특별사면 받은 사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노무현 정부시절 특별사면을 받은 사실 등으로 보수언론은 문재인을 비판했다. 한겨레가 ‘과거에 갇힌 건 문재인과 야당이 아니라 안보장사·색깔론을 주장하는 새누리당’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NLL대화록 국면은 ‘사초 실종 사태’로 확산됐다. 2013년 6월30일 문재인이 국가기록원 대화록 열람을 제안했으나 대화록이 없었던 것이다. 한겨레도 “문재인 의원에게 끌려다닌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도 결국 바보가 됐다”며 문재인을 비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보수 언론의 프레임을 뒤집은 사례는 2002년 대선후보 시절 노무현의 발언이다. 장인이 좌익활동을 했다는 경력을 문제 삼고 한나라당과 당내 이인제 후보까지 공격했다. 그러나 노무현은 “아들딸 잘 키우고 잘 살고 있다. 뭐가 잘못됐다는 거냐. 이런 아내를 버려야 하냐”고 반문했다. ‘장인이 좌익 활동을 한 건 사실이 아니’라거나 ‘요직에 있지 않았다’는 식으로 반박하는 건 해법이 아니다.  

문재인은 확장성이 없다는 보수언론의 비판과 자신을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는 문재인. 노무현을 극복했다고 안희정을 평가하는 보수언론과 안희정·문재인이 둘다 우리편이라고 말하는 한겨레. 이재명을 포퓰리스트라고 공격하는 조선일보와 이재명이 새로운 정치구도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하는 중앙일보.  

저자는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3인을 포함해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과 김무성, 출마선언도 못한 채 사라진 반기문, 보수단체와 보수언론의 집중공격을 받았던 박원순 등 8명에 대한 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의 프레임을 분석했다.

분석에 앞서 세 신문사를 평가한 부분도 흥미롭다. 언론이 왜 그런 프레임을 사용하는지 배경지식 역할을 한다. 저자는 ‘언론재벌’ 조선일보를 ‘이념 보수’로 불렀다. 조선일보 가문 자체가 기득권층이고, 전두환 정권 등 지배세력과 결탁으로 급성장했다. 색깔론을 무리하게 들이대는 건 조선일보의 특기다. 

조선일보가 ‘이념보수’라면 ‘재벌언론’ 중앙일보는 ‘실용보수’다. 삼성 이병철 회장은 언론의 필요성을 인식했고, 중앙일보를 창간했다. 시장원리를 중시하기 때문에 조선일보와 다른 논조를 펼치는 경우가 있다. 삼성 갤럭시를 보수적인 사람에게만 팔 수 없는 원리와 같다. 중앙일보는 오른쪽, JTBC를 왼쪽을 담당하는 현 상황도 이런 맥락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한겨레의 탄생으로 ‘언론재벌’vs‘재벌언론’ 구도가 보수vs진보 구도로 변했다고 봤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탄생한 한겨레는 보수 언론에서 배제된 목소리를 담았고, 무리한 색깔론 공세를 반박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잡으려던 시도 속에 ‘공정언론’이 아니라 조선일보 대척점에 선 ‘정파언론’이 된 것이 한겨레의 한계로 거론되는 측면도 있다.  

[관련기사 : 조선일보·한겨레, 20년간 보수·진보 정파보도 늘었다]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저자는 세 가지를 제안한다. 핵심은 흩뿌려진 정보가 아닌 전체 맥락을 파악하자는 내용이다. 첫째, 정치인의 발언 원물을 찾아보자. 분위기와 뉘앙스를 파악할 수 있다. 둘째, 제목만 읽고 평가하지 말자. 셋째, 확증편향을 경계하자. 보고 싶은 사실만 보지 말자는 뜻이다. 독자는 곧 유권자다. 프레임을 파악하는 건 합리적인 지도자를 뽑는 첫 걸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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