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5.06.21 08:36

어쩌면 그는 행운아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 행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야기다. 

희망제작소’ ‘아름다운 재단으로 알려진 시민사회 계의 거물 박원순이 정계에 진출한다는 말은 예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현실감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기회는 갑작스레 찾아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을 주민투표에 붙이자며 사퇴라는 승부수를 띄웠고 결국 투표함도 열어보지 못한 채 셀프탄핵당했다. 2010년 무상급식으로 만들어진, 야권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이어지던 와중에 201110.26 재보궐 선거가 열렸다.

5%의 지지율에서 재선에 성공하기까지

오세훈의 셀프 탄핵이 박원순에게 유리한 판은 아니었다. 첫 주인공은 안철수였다. 누구도 박근혜를 능가하지 못하는, 능가는커녕 따라가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안철수가 박근혜를 지지율로 누르는 첫 대선후보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지지율 50%를 기록했고, 박원순은 5%에 그쳤다.

그러나 50%의 안철수가 5%의 박원순에게 양보하며 드라마가 시작됐다. 안철수의 양보를 얻어낸 박원순은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와 대결에서 승리했다. ‘반값 등록금같은 복지 의제를 전면에 내건 채 정치 초짜인 박원순이 새누리당의 간판 정치인 나경원을 누른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20146월 지방선거에서도 재선에 성공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각종 토건공약을 앞세우며 박원순 시장을 네거티브로 공격했으나, 박 시장은 13% 차이로 정몽준 후보를 가볍게 눌렀다. 정몽준 전 의원이 지금은 개그 캐릭터로 자리 잡았지만 결코 우습게 볼 수 있는 정치인이 아니다. 7선 국회의원에, 유력한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거물이다. 그런 거물을 여유롭게 꺾고, 민주당의 서울 승리까지 이끌었다.

박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그의 정치적 포지션은 더욱 넓어졌다. 그는 야권과 개혁진영의 적극적 지지를 얻는 동시에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라는 경력답게 진보진영의 비판적 지지를 얻었다. 이제 재선을 통해 일 잘하는 서울시장’ ‘시민의 서울이라는 그의 전략이 중도파에게도 통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박원순, 시민사회의 성장? 아니면 종속?

박원순 시장은 이미 기존 시민사회 운동가들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기존 시민사회 인사들은 정치권에 흡수되어 그냥 그저 그런 개혁적 정치인 중 한 명으로 전락하거나, 아니면 계파정치에 밀려 나가떨어지곤 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민주당을 뛰어넘은 시민의 정치를 내세우며 재선에 성공했고, 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자리매김했다.

박 시장은 재선 직후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한 때 자신에게 양보했던 안철수 의원은 물론 문재인 의원, 김무성 의원 등까지 모두 제쳤다. 그러자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어쩌면 세 번째 박 대통령을 볼 수도 있겠다는 반응까지 (박정희,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나왔다. 문재인 의원과 김무성 의원이 각각 새정치민주연합새누리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에 박 시장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약 10%를 기록하며 3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항상 정치적인 논란의 중심에 서서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문재인김무성 대표와 중앙정치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서울시정에 주력하는 박원순 시장 간의 격차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새정치민주연합 내 지리멸렬한 계파갈등으로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과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박 시장의 보폭은 더욱 넓어지고, 지지율을 끌어올릴 기회도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박 시장의 성공이 시민사회운동의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박 시장이 성공할수록 시민사회운동이 독자적인 정치 감시의 영역을 구축하기보다 기존 정치에 종속돼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상봉 서울풀뿌리시민사회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지난해 1219일 열린 박원순 시정, 어떻게 볼 것인가토론회에서 “81일 시민단체들이 박 시장의 경전철 공약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는데 박 시장의 참모들이 왜 참여하느냐고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박 시장과 우호적 관계에 있거나 서울시에 발을 딛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 때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이 갈리면서 내부 네트워크가 약화됐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나아가 시민단체가 (박 시장의) 이중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민운동이 자기중심과 방향을 갖고 있지 않고, 어떻게 자립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과 기준이 없으니 서울시 사업에 동원되는 데 그쳤다는 것.

조금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박 시장이 들어서고 나서 서울시가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수많은 사업들을 만들었다. ‘마을 만들기사업이 대표적이다. 시민사회 진영에 일자리와 돈을 제공한 셈이다. 시민사회 진영이 박 시장의 재선과 성공에 따라 밥줄이 끊기거나 혹은 이어지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뜻이다.

같은 토론회에서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도 시민사회가 박 시장에 종속되는 현상을 우려했다. 서울시장의 직속 보좌관으로 서울혁신기획관과 시민소통기획관이 편재되어 있는데, 서울시는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조례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서울혁신기획관 내 민관협력담당관을 신설했다. 업무는 민간단체 시정참여사업 공모, 지원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업무 총괄 비영리법인 관리시스템 운영에 관한 사항 시민사회 육성 지원 업무 등이다.

민간단체의 등록업무, 공모사업 등을 시장 직속 보좌기관의 업무로 삼은 것이다. 김상철 위원장은 서울시 민간협력담당관의 업무가 민간전문가의 주도성을 보충하기 위한 것인지 밖에서 싫은 소리하는 시민사회에 대한 효과적인 순치를 위한 것인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박원순이 오른쪽으로 가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문제는 박 시장이 오른쪽으로 가면 시민사회 진영과 그의 비판적 지지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박 시장의 서울시 2기에서 그의 우향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인권헌장 논란이 대표 사례다.

서울시는 수많은 시민들이 수없이 많은 토론을 거쳐 만들어낸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을 포기했고, 그로 인해 성소수자단체들이 서울시청에서 점거농성을 벌였다. LTE급 트위터 소통으로 유명한 박 시장은 인권헌장이 무산된 것을 묻는 이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박 시장이 강조하던 시민참여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었다. 각계각층의 시민위원 150여명과 전문위원 30여명으로 구성된 서울시 시민위원회가 위원회 회의 6, 분야별 간담회 9, 권역별 토론회 2, 공청회 1번 등 수많은 합의와 논의를 거쳐 만들어진 것이 인권헌장이었다. 동성애혐오단체들의 반대에 시민위원회가 다수결로 결정했으나 서울시가 끼어들어 만장일치가 아니면 수용할 수 없다고 초를 쳤다.

  박 시장의 우향우 행보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서울시가 2014년 말 발표한 2015년 예산안에서 저소득층급식비, 방과후 자유수강권 지원, ‘학습부진학생 책임지도’ ‘학교폭력 예방’, ‘특성화고 교육내실화 지원등 복지교육 예산 등은 삭감됐다. 반면 서울역고가프로젝트 사업을 비롯해 토건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전시성 사업들의 예산은 늘어났다.

박 시장은 인권헌장 논란이 한창이던 와중에 보수 기독교단체를 찾아가 동성애를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이런 우향우 행보로 성소수자단체, 시민사회 진영 일각에서 박 시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박 시장의 이런 행보는 대선 행보로 해석해야 한다. ‘인권변호사출신 박 시장의 자신의 지기기반을 까먹으면서 우향우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 뿐이다.

결국 박 시장과 그 주변 참모들은 진보진영과 시민사회진영의 지지는 확고하다고 판단하고. 지지층을 넓히는 전략을 취하는 셈이다. 바꿔 말하면 진보진영에서 박원순 외에 대안은 없다는 자신감이다. 실제 인권헌장 폐기 이후 서울시청을 점거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점거농성은 과하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의 인권시민단체들도 있었다. 박 시장과의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이 기억해야할 그의 지지기반

집토끼는 내 손아귀 안에 있으니 이제 산토끼를 잡자는 식의 박원순 시장의 대권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박 시장이 우향우한다면,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이 박 시장을 지지할까. 박 시장은 동성애포비아들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동성애 포비아들은 동성애를 혐오하는 걸까 아니면 박원순 시장을 혐오하는 걸까. 박 시장이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쳐도 여전히 서울시청 앞에서는 박 시장이 서울을 동성애 도시로 만든다는 식의 동성애혐오단체들의 선전선동이 계속되고 있다.

박 시장이 대선후보가 되려면 먼저 성공한 시장이 되어야 한다. 대권경쟁을 돌파하려면 자신의 지지기반이 있어야하고, 서울시장으로서 잘해야 지지기반을 다질 수 있다. 박 시장은 새정치연합 내에서 지분이 많지 않다. 당장 대권 경쟁이 벌어지면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문재인 대표를 지지할까, 아니면 당 내 기반도 계파도 없는 박 시장을 지지할까.

박 시장이 2011년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을 꺾고 본선에 오를 수 있던 이유는 그가 내세운 시민의 서울덕이었다. 그가 처음 시장이 될 때 그의 지지기반은 변화를 바라는 시민, 시민사회와 진보진영, 새정치연합 내 개혁 세력이었다. 박 시장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고, 보수단체들을 껴안기 하고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말을 이어가도 이들이 박 시장을 지지할까. 박 시장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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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5.06.21 08:33

오보로 보는 한국언론 : 추측 반 소설 반, 오보가 태반인 북한 보도

 대한민국 언론이 가장 많은 오보를 내는 영역은 단연 북한관련 보도다. 지난 13일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현안보고에서 인민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처형당했다고 밝혔다.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사총으로 처형당했다고 한다. 이유는 군 일꾼대회가 조는 모습을 보이는 등 불경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언론은 이러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받아썼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는 졸았다는 이유로 재판도 없이 측근까지 처형시킨 무자비한 놈이 됐다. 그러나 국정원 보고 다음날인 14일 현 부장의 모습이 조선중앙TV에 등장했다. 2013년 기록영화를 재방송하면서 현 부장이 김정은 제1비서를 수행하는 모습을 내보낸 것이다. 북한이 숙청된 인물은 모두 기록에서 지운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그러면서 오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김일성 사망부터 장성택까지, ‘로 도배된 북한 기사

한국 언론의 북한 관련 오보는 역사가 깊다. ‘김일성 사망오보가 대표 사례다. 19861116일 조선일보는 14단 기사에서 김일성이 북한군에 의해 암살당했다는 소문이 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이었으나 설은 김일성 피격 사망이라는 단정적인 보도로 바뀌었다. 조선일보는 주말의 동경 급전본지 세계적 특종이라는 자화자찬 보도까지 내보냈다.

물먹은언론들은 휴간일인 1117일 호외를 발행했다. “열차에서 총 맞았다” “폭탄에 당했다” “쿠데타등 미확인 정보들이 지면을 채웠다. 하루만에 언론은 민망해졌다. 김일성 주석이 다음날 평양공항에서 몽고 주석을 맞이하는 모습이 TV를 통해 방영됐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의 96213일자 성혜림 망명설도 대표적인 오보다. 김정일의 본처로 알려진 성혜림이 서방으로 망명을 했다는 것. 그러나 중앙일보가 성혜림이 러시아에서 북한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기부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중앙일보 보도가 맞다고 밝히면서 논란을 일단락됐다.

94215일 경향신문 1면 기사 <북한 이미 핵 실험>도 오보였다. “북한이 이미 핵 폭탄을 제조했으며 아프리카에서 실험까지 마쳤다는 러시아 안보전략연구소 고문 블라디미르 쿠마초프의 발언을 전한 일본 지지통신과 프랑스의 AFP통신을 인용한 보도였다.

그러나 당사자인 쿠마초프가 근거를 묻는 중앙일보 기자의 물음에 단지 러시아 언론과 일본 언론에 보도된 사실 등을 보고 개인적인 의견을 낸 것일 뿐이라고 발뺌하면서 결국 이 보도도 오보로 남게 됐다.

한국에서 북한 관련 정보를 가장 잘 많이 접한다는 연합뉴스도 몇 차례 오보를 냈다. 2011520일 연합뉴스는 <북 김정은, 투먼 통해 방중> 기사를 내보냈으나 김정은이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었다.

연합뉴스는 또한 201344<,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에 ‘10일까지 전원 철수통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으나 오보였다.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기업협회에 10일까지 통행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는데, 이것이 완전된 것이다. 청와대와 통일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자 연합뉴스는 <정부, “개성공단 전원철수 요구설은 와전”>이라는 속보를 내보냈다.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오보도 있다. 조선일보는 20121171면 기사에서 김정남(김정일의 첫째 아들)천안함 피격이 북한의 필요로 이뤄진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도쿄신문>의 고미요지 편집위원이 김정남과 교환한 이메일을 모아서 낸 책 <아버지 김정일과 나>가 출처였다.

그러나 고미요지 편집위원은 서울신문 등과 인터뷰에서 천안함 내용은 책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정정보도를 통해 책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고 인정하며 김정남 주변을 취재하다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당사자 확인도 없이 저지른 오보였다.


김정은을 둘러싼 보도에는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지난 20149월 김정은 제1비서가 40일 간 잠적하자 출처가 불분명한 평양 계엄령 선포설, 정신병설, 김여정의 대리통치설 등 지라시를 근거로 한 보도들이 쏟아졌다. 이미 사망한 조명록 전 군 총 정치국장이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설까지 돌았다. 장성택이 처형됐을 때도 온갖 추측 보도가 쏟아졌는데, 김정은 제1비서의 부인 리설주와 염문설 때문에 처형당했다는 근거 없는 루머까지 기사로 썼다.

남북관계에 도움 안 되는 오보, 국정원이 앞장서

이런 오보가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복수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로 일부 탈북자, 소식통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쓴다. 둘째, 오보를 저질러도 북한에서 전화를 걸어 항의를 하거나 소송을 하는 일이 없다. 셋째, 자극적인 보도로 페이지뷰를 올리려고 인터넷뉴스 속보팀들이 마구잡이로 받아쓴다. 문제는 이런 오보들이 남북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은 언론사 이름까지 거명하며 비판 논평을 낼 때가 많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오보를 바로잡아야 줘야할 국가정보원이 오보를 양산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지난 429일 국회에서 김정은 제1비서가 러시아 전승절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지만 하루 만에 북한이 불참을 통보했다. 언론에 북한 관련 소식을 흘리거나 확인 되지 않은 첩보를 발표하는 때도 많다. 특종경쟁에 시달리는 것도 아닌데, 국정원은 왜 이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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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5.05.15 21:20

대형 오보는 종종 언론사의 존립 위기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보도 내용을 스스로 부정하는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20135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 보도한 TV조선과 채널A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보도 이후 후폭풍이 일자 자신들의 보도를 부정했다.

반론도 의심도 없는 TV조선채널A5.18 음모론 

5.18 광주민주화 운동 33주기를 앞둔 20135, 일간베스트저장소 등 극우사이트를 중심으로 5.18이 북한군 개입으로 일어난 폭동이라는 주장과 5.18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다. 문제는 극우사이트에서나 돌던 음모론이 전파를 타고 불특정다수 대중에게 쏟아졌다는 것이다.

2013513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5.18은 북한군이 개입해 일으킨 사건이라는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 탈북자 출신이자 전 북한 특수부대 장교 임천용은 이날 방송에서 “600명 규모의 북한 1개 대대가 (광주에) 침투했다”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북한 게릴라라고 주장했다. 임씨의 주장은 반론도 없이 1시간 내내 방송됐다.

515일 채널A에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했다.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은 당시 북한군으로 광주에 남파됐다는 탈북자 김명국(가명)의 인터뷰가 방송됐는데, 김씨는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1980521일 배를 타고 광주 인근 바닷가에 도착해 시민군 행세를 했으며 작전을 마치고 후퇴할 때는 남한 특전사를 공격하기도 했다” “광주폭동 때 참가했던 사람들 가운데 조장, 부조장들은 (북한으로 돌아가) 군단 사령관도 되고 그랬다고 말했다.




본인을 탈북자라고 소개한 이주성씨도 채널A 방송에서 남파 북한군이 교전 중 3명의 남한 특전사 대원을 사살했다” “남파 북한군이 경상남북도와 태백산맥을 거쳐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5.18 북한군 개입설은 1980년대 신군부가 처음 제기했다. 하지만 이미 학계에서도 몇몇 탈북자들의 주장에만 근거한 음모론에 불과하다고 결론이 난 사안이다. ‘광주사태민주화 항쟁으로 규정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음모론은 기각됐다.

조금만 의심하면 북한군 개입설은 허점투성이다. 1980년 당시 전두환 정권은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광주는 2만 명의 계엄군이 사방을 포위한 상태였다. 그런데 600명 규모의 북한군 1개 대대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광주에 잠입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말이다.

북한군이 철수 중 국군과 교전을 벌였다는 주장도 의심할 만하다. 간첩 한 명을 잡아도 대대적으로 선전하던 전두환 정권이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의심스럽다. 국군 내부 기록에도 이러한 내용이 없다.

채널ATV조선은 이처럼 조금만 의심하면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닌, 역사적으로도 이미 기각된 주장을 마치 새로운 팩트인 것 마냥 떠들어댔다. 반론도 받지 않은 일방적인 음모론이었다. TV조선 시사탱크의 진행자 장성민은 시민들이 빨갱이·폭도·간첩으로 매도된 데 대한 의구심을 해결한 결정적 증거와 단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북한의 특수게릴라들이 어디까지 광주민주화운동에 관련되어 있는지 그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심은커녕 진행자까지 음모론에 동조한 셈이다.

어이없는 TV조선의 ‘5.18 음모론전면 부정

파장은 컸다. 5.18 관련 단체들과 야당은 일제히 채널ATV조선을 비판했고 해당 방송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징계 대상으로 올라왔다. 5.18 단체들은 해당 방송과 출연자들을 고소했다.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었다. 채널A 공채 1기 기자들은 항의 성명까지 냈다.

채널ATV조선은 결국 자신들의 주장을 철회해야 했다. 방송 6일 만인 521일 채널A ‘탕탕평평의 진행자 김광현은 만약에 이 방송 내용으로 인해 마음을 다친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시청자 여러분이 있다면 사과 하겠다채널 A는 광주 민주화 운동의 본질은 존중하며 이런 자세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에라는 조건을 붙인 사과는 5.18 단체들의 더 큰 반발을 샀다.

TV조선은 522일 메인프로그램인 뉴스쇼 판에서 1시간 20분에 걸쳐 5.18 북한군 개입설을 전면 부정하는 내용을 내보냈다. ‘뉴스쇼 판은 북한군 개입설이 억지 주장이라며 근거 없는 루머 대신 역사의 진실만이 남겨져야 할 때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자아비판의 최고봉이었다.



이어 시사탱크진행자인 장성민이 방송에 등장해 “TV조선의 취재 결과, (천용)씨의 주장에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결론이 내려졌다광주 민주화 운동의 진실과 거리가 먼 임씨의 주장이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방영되어 관련단체 여러분께 마음의 상처를 드린데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TV조선은 또한 보수논객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을 취재했던 조갑제를 출연시켜 5.18 음모론을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조갑제씨는 “TV조선 기자가 작심을 하고 취재를 하니 하루 만에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는 게) 판가름이 났다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이, 이번에 TV조선도 그렇고, 광주사태에 대한 보도를 가장 정확하게 했다고 칭찬까지 했다. 보는 사람도 민망한 자기부정이었다.

이 두 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근거 없는 오보와 왜곡보도는 언론사에 치명타를 안겨줄 수 있다. TV조선은 진실 왜곡 루머악순환, 이제는 끊어야한다고 전했다. 본인들에게 되돌려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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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5.04.10 09:19

416일은 세월호 참사 1주기다. “잊지 않겠다던 약속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우리가 잊지 않아야할 것은 세월호 참사 그 자체만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를 통해 보여준 언론의 참사다. 세월호 1, 당시 언론이 보여준 오보를 정리해봤다.

오보로 시작한 세월호 참사 보도전원구조오보 막을 수 있었다

세월호 참사 보도는 시작부터 오보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416일 오전, 언론들은 속보로 세월호가 침몰했지만 안에 타고 있던 학생과 교사 전원이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언론 보도를 지켜보던 나 역시 다행이다’ ‘큰일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경기 안산단원고등학교 사고대책본부는 세월호에 타고 있던 2학년 학생과 교사 전원이 구조됐다고 오전 115분 해경으로 통보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전원구조 보도는 몇 시간이 지나면서 오보가 됐다. 오후 2, 사고대책본부는 전원구조가 아니라 ‘477명 중 368명 구조라고 밝혔고 언론이 이를 일제히 받아썼다. 오후 3, 368명은 180명으로 줄었고 오후 4‘476명 중 174명 구조로 수정됐다. 이후에도 탑승객 수와 구조자수는 계속 바뀌었다. 언론은 사고대책본부와 해경의 말을 잇따라 전달하며 오보를 경신했다. 416일자 석간 문화일보·내일신문은 전원구조를 신문에 실었다가 다음날 사과문을 실어야 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은 전원구조에서 시작됐다. 사실 전원구조 오보를 두고 받아쓰는 언론탓만 할 수는 없다. 정부가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실수가 있었고, 언론 입장에서는 재난상황에서 정부가 제공한 정보를 의심하기 어려운 일인데다 언론이 정부를 의심하고 구조자수를 직접 집계하러 다니느라 안 그래도 혼잡한 현장에서 더 큰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언론이 정부의 발표가 틀릴 수도 있음을 전제하지 못한 채 속보경쟁에 휘말렸다는 점이다. 정부 발표에 의심이 간다면 사상자의 최저치와 최대치를 밝히고, 정보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는 식으로 보도해야 한다. 대다수 언론은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전원구조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그러나 이후 전원구조오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전국MBC기자회는 513일 오후 성명을 내고 우리는 MBC의 오보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많다. 왜냐하면 MBC의 오보는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기사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낸 미필적 고의에 의한 명백한 오보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국MBC기자회에 따르면 목포MBC 기자들은 사고당일 기자들 중 가장 빨리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다. 기자들은 현장 지휘를 맡고 있던 목포 해양경찰청장에 전화를 통해 취재를 했고 구조자는 160여명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 때 전원구조 오보가 나왔고, 취재한 기자들은 MBC 전국부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전국MBC기자회는 이런 보고가 묵살됐다고 말한다. 현장 기자들이 전원구조가 사실과 다른 것 같다고 보고했고, 목표 MBC 보도부장과 보도국장이 MBC보도국 전국부(서울)에 전화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목포MBC 기자회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재난본부의 발표가 그렇다고 해도 현장 취재진들에 따르면 ‘160명이 구조됐다는 정도라도 뉴스를 통해 전했다면 사고 초기 오보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밝혔다.

이처럼 전원구조 오보는 막을 수 있었다. 이 오보로 인해 실종자 가족이 받았을 충격을 생각하면, 또 민간 어선들이 전원구조 오보를 보고 사고 초기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구조작업에 나서지 않았다는 증언들을 고려하면 이 오보는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될 중대한 오보다.

사고발생 하루 지나서도 이어진 오보, ‘시신 뒤엉켜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나서도 오보는 이어졌다. YTN417오전 12시 반부터 공기주입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보도했다. SBS오전 7시 정도부터 산소공급 작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해경의 말을 전한 것이다. ‘에어포켓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종자 가족들에게 희망을 준 보도였다.

그러나 희망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분노로 바뀌었다. 이날 오후 해양수산부는 산소공급장치가 아직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산소공급장치가 도착도 하지 않은 시점에서 산소가 공급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자극적인 오보도 있었다. KBS418일 오후 430분 경 자막을 통해 구조당국, 선내 엉켜 있는 시신 다수확인이라는 속보를 전했다. 이 보도를 본 시민들과 실종자 가족들은 가슴이 철렁했을 것이다. 그러나 해경은 시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구조대는 진입했으나 시신은 보지 못했다는 것.

같은 날 오전 YTN 등 다수 언론은 잠수부들이 선내 진입에 성공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가 사고대책본부가 선내 진입 성공에서 실패로 정정하자 허겁지겁 실패라는 자막을 띄웠다. 구조 소식을 기다리던 이들의 가슴은 또 한 번 철렁했을 것이다.



언론 불신 극해 달해세월호 이후 언론은 얼마나 변했나

이런 오보가 이어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417일 실종자 가족이던 김중열씨는 JTBC와 인터뷰에서 방송이 보여주는 화면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영적이어야 할 방송에서 조명탄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구조장면을 내보냈다. (하지만) 오늘 민간 잠수부팀이 조명탄이 없어 대기하고 있었다. 조명탄 허가를 받는 데까지 40분이 걸렸다방송에 나가는 장면과 현장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해경과 사고대책본부 등의 말을 여과 없이 받아쓴 언론이 자초한 불신이다. KBS가 생방송을 통해 해경이 구조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할 때, 곁에 있던 한 실종자 가족이 구조를 안하는데 무슨 구조냐며 욕설을 내뱉어 이 욕설이 그대로 방송되는 사건도 있었다.

극에 달한 불신으로 많은 언론은 세월호 이후 반성문을 썼다. 고개를 숙이기도 했고, ‘재난보도준칙을 내놓았다. 이제 1년이 지났다. ‘기레기’(기자+쓰레기) 소리 듣던 언론은 그 날의 참사 이후 얼마나 변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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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5.03.08 11:41

최근 종편을 중심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가회동 새 공관을 일컬어 28억 원짜리 황제공관이라고 보도해 논란이 일었다. 전세 28억을 비싸다고 볼 수도 있지만 옛 혜화동 공관이 시세 120억이며, 다른 공직자들의 공관과 비교해 매우 싼 값이라는 점을 알게 되면 이러한 보도는 허망해진다.

종편의 황제공관보도는 소위 말하는 조지는보도에 가깝다. 언론이 특정인이나 특정단체를 조지다보면 자연스럽게 무리한 보도가 생겨난다. ‘오보도 생겨난다. 보수언론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대, 박원순 서울시장을 무리하게 조지다 발생한 오보를 정리해봤다.

조선일보, 박원순이 학교폭력은 선생님 잘못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2515일 스승의 날 중대한 오보가 하나 있었다. 조선일보는 이 날 서울 대방동 강남중학교를 방문한 박원순 시장이 교사들 앞에서 학교폭력이 참 이해가 안 가요, 그건 전적으로 선생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스승의 날 학생들 앞에서 학교폭력을 일방적으로 교사 탓으로 돌린 박 시장의 발언이 적절했느냐. 그런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보도는 조선일보 단독보도였다. 그러나 이 보도는 곧 거짓으로 밝혀진다. 서울시가 다음 날인 16일 녹취자료롤 공개했는데, 이 자료에 따르면 박 시장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학교 폭력은 참 이해가 안 가요. 그건 전적으로 성인들의 잘못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조선일보가 성인선생님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기성세대의 책임을 지적한 말이 선생들이 잘못 가르쳐서 애들이 친구들을 때린다는 식으로 둔갑해버렸다. 조선일보도 오보를 인정했다. 조선일보는 17바로잡습니다코너에서 독자 여러분과 박 시장께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기자가 환청이라고 들은 걸까? 기사를 쓴 기자에게 직접 확인은 못했으나 미디어오늘이 서울시를 출입하는 기자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 현장에 있던 조선일보 기자가 어떻게든 박원순 시장을 조질만한 내용을 구해오라는 데스크의 지시가 계속 이어지면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와중에 성인선생님으로 잘못 들었다는 것. 의도적 왜곡이 아니었다니 다행이지만 기자가 처한 웃픈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선일보의 또 다른 오보, 5시간이나 늦온 박원순의 늦장대응

조선일보는 2013716일 박 시장 관련해 또 다른 오보를 저질렀다. 2013715일 서울 동작구의 노량진 배수지에서 상수도관 설치를 하던 인부 7명이 수몰돼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조선일보는 박원순 시장이 이 사고에 늦장대응을 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비판 근거는 다음과 같았다. “‘사고 발생 30분 만인 이 날 530분 쯤 문승국 서울시 부시장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박원순 시장은 밤 1025분 쯤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늦장대응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부시장은 30분 만에 사고현장에 도착했는데 박 시장은 5시간 지나서야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문승국 부시장은 오후 926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박 시장이 도착한 시간과 1시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문 시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에서 제대로 사실 확인도 안 하고 악의적으로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서왕진 당시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미디어오늘에 다음과 같이 밝혔다. “박 시장은 당시 예정된 만찬을 취소하고 집무실에서 도시락을 저녁에 해결한 뒤에 현장상황에 대한 결과 보고를 받고 825분 경에 현장으로 출발을 해서 2시간 만에 도착을 했다박 시장이 2시간 만에 도착한 이유는 한강대교 남단부터 소방본부 차량과 경찰차가 두 개의 차도를 막아서 교통체증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당연히 박 시장이 사고 직후 바로 도착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비판에 있어 중요한 것은 팩트다. 이 기사는 아직도 수정되지 않고 조선일보 온라인 홈페이지에 그대로 걸려있다.

1년 전 자료로 박원순 조지는 문화일보의 뜬금포

언론의 정치인조지기가 가장 극성을 부리는 시기는 선거 때다. ‘석간 조선일보라 불리는 문화일보는 지난해 5서울시·충남도 안전관리 꼴찌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세월호 참사로 안전문제가 이슈화되는 속에서 박원순 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를 겨냥한 기사였다. 문화일보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로 재난·안전 관리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된 가운데 지난해 광역자치단체 평가에서 서울과 충남이 광역시·도 중 꼴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안전행정부가 정부업무평가 기본법에 따라 발표한 ‘2013년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따르면 서울은 안전관리 분야에서 69.9점을 받아 특별·광역시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충남도 같은 경우는 72.4점으로 8개 도 중 꼴찌였다



이 기사에는 중요한 오보가 있다. 기사는 ‘9일 안전행부가 발표한 지자체 평과결과라고 출처를 밝혔으나 사실이 아니다. 안행부가 2012년 업무실적에 대해 2013년 평가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20131218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안행부는 문화일보 보도 이후 반박 보도자료까지 냈다. 문화일보가 1년 전 자료를 마치 최근 자료인 것처럼 가져다 기사를 쓴 것이다.

거기다 기사에는 반론도 없었다. 심지어 새누리당 관계자, 새누리당 충남지사 후보의 코멘트까지 붙여 박 시장과 안 지사를 비난했다. 문화일보의 허민 정치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자료는 2013년 자료가 맞는데. 우리가 기사 쓴 시점에 따라 9일이라고 썼다는 황당한 해명을 했다.

허 부장은 또한 “2013년 자료이지만 문화일보가 단독으로 입수해서 썼다라는 말까지 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 자료는 안행부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 허 부장은 다른 데서 기사가 안 나왔기 때문에 우리가 단독이다다른 의도가 있어서라기보다 안전 문제가 이슈가 되니깐 어떤 식으로든 이슈가 되니깐 썼다고 설명했다.

 의도는 명백해 보인다. 야당 도지사들을 까기 위한 것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문제가 부각되자 이를 통해 야당 도지사들을 비난한 것이다. 특히 문화일보는 의심가는 정황이 하나 있다. 문화일보의 대주주는 문우언론재단과 동양문화재단으로 주 재단은 각 30%씩 주식을 갖고 있다. 이 재단은 현대중공업에서 출자해 만든 재단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겨루었던 인물이 현대중공업 회장 출신의 정몽준이었다. 문화일보와 정몽준 후보는 특수관계였던 셈이다.

박원순 시장을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과 비판은 날카로워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비판 그 자체보다 비판의 근거, 즉 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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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5.02.15 10:17

지난해 12월 초유의 통합진보당 해산사건이 있었다. 이번 정당해산은 2013년 8월 진보당 내란음모사건에서 시작됐다. 진보당에 사람들의 눈과 귀가 쏠렸고, 당연히 언론도 득달 같이 달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언론들은 온갖 것들을 다 진보당과 ‘무리하게’ 연관시키는 보도를 쏟아냈다. 당연히 오보도 속출했다.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을 전한 뉴시스의 보도가 대표 사례였다.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밀양 송전탑 현장에서 구덩이 팠다?

지난 2013년 10월 초 한국전력이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의 충돌이 벌어진 적이 있다. 공사현장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지면서 많은 언론들이 밀양 현장을 취재했다.

그 중 민영통신사인 뉴시스의 기사가 문제가 됐다. 뉴시스는 10월 6일 기사 <구덩이 판 사람은 통진당 당원들>에서 공사현장에 있던 구덩이를 밀양 주민이 아니라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팠고, 그곳에 걸려 있던 목줄도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걸어뒀다고 보도했다. 구덩이와 목줄은 주민들이 목숨 걸고 송전탑을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인데, 이 기사에 따르면 통합진보당이 주민들의 극렬 투쟁을 부추긴 셈이다.

“지난 10월 5일 밀양 송전탑 공사가 진행 중인 단장면 96번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무덤처럼 생긴 구덩이는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판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구덩이를 파는데 힘을 보탠 주민은 2명으로 이들 역시 전 과정을 돕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목줄을 메는 것 역시 통진당 당원들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주민들이 노끈을 나르기는 했지만 구덩이 위에 설치한 지주대에 목줄을 건 것과 현장 입구에 설치한 나무 가지에 메어진 목줄 등 목줄 10개를 건 사람들도 통진당 당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의 기사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된다. “통진당 당원들이 떠난 자리에는 무덤처럼 생긴 구덩이와 지주대, 그 곳에 걸린 목줄과 휘발유가 담긴 페트병이 을씨년스럽게 남아 있었다”

뉴시스의 첫 보도가 나간 뒤 조선일보가 7일 새벽 온라인 판에 같은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10월 7일자 지면 1면에도 기사가 실렸다. <통진당 당원들, 밀양 송전탑 현장에 무덤 구덩이 파고 올가미 줄 내걸어>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의 기사였다.

조선일보 기사는 뉴시스 기사에 없던 해석까지 덧붙였다. “경찰과 반대 주민의 대치 속에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외부 세력으로 개입한 통진당원들이 극렬 행동을 부추기는 도구를 만들어 놓고 간 것 아니냐”

이 보도는 사실이었을까?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대책위)는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당원 20여명이 지지 방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덩이는 전날부터 마을 청년들이 파기 시작했던 것이며, 진보당 당원들은 구덩이의 용도가 움막을 짓기 위한 터잡기 작업이라 생각해 잠시 도왔을 뿐이다.

현장에 없던 기자, ‘전해졌다’ ‘알려졌다’로 가득찬 기사

뉴시스는 대책위한테 확인도 안 한 채, 과연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들어 기사를 쓴 것일까? 뉴시스 기사는 온통 ‘전해졌다’ ‘알려졌다’는 말로 가득 차 있다. 일반적으로 기자들은 기사를 쓸 때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을 때, 기사에 자신이 없을 때 ‘전해졌다’ 혹은 ‘알려졌다’는 단어를 주로 쓴다. 하지만 누가 구덩이를 파거나 목줄을 달았다는 이런 내용의 기사는 현장에서 직접 보고 쓰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는 점에서 이런 기법의 기사 쓰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미디어오늘은 구덩이 작업에 참여한 당사자들을 찾아 확인 취재를 했다. 사건 당일 구덩이 작업을 했던 마을 청년회 주민 손아무개씨는 “청년들이 주도를 했고, 저희가 하니까 노인 분들도 돕고, 주위에 있는 통합진보당 당원들에게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작업을 도왔던 정호식 진보당 경남도당 조직국장 역시 “어르신들이 땅을 파고 계시기에 돕겠다는 생각에 판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 움막을 더 지어야 한다는 말에 움막 터잡기 정도의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구덩이를 파는 것인 줄 잘 알지 몰랐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대책위에서 찍어둔, 구덩이 파는 영상도 확인해봤다. 그 동영상에는 주민 5명과 통합진보당 당원 1명이 작업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지대를 세우는 데 4명의 주민이, 구덩이 파는데 마을 주민 손아무개씨와 진보당 당원 한 명이 동원됐다. 하모씨, 손모씨, 평모씨 등 마을 주민 3명이 목줄을 메는 장면도 나온다. 진보당 당원이 목줄을 걸었다는 보도와는 다른 내용이었다.

미디어오늘은 기사를 썼던 뉴시스 강경국 기자와 통화를 했다. 해당 기자는 당시 현장에 없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당시 현장에 없었지만 뉴시스의 다른 기자와 복수의 관계자가 있었다. 복수의 관계자에게 목줄을 누가 달았느냐고 물어보니 당원들이 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주민 누구와 인터뷰를 했느냐고 묻자 “밝히기 어렵다. 그거 밝히면 당사자는 거기서 못 산다”고 답했다.

그는 또한 목줄 관련해서는 “당시에는 그렇게 취재를 했는데 주민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하시니까 저도 현장에 있었다면 제가 뭐라고 말씀을 드리겠는데 전화상으로 취재를 한 부분이라서 뭐 달리 한 말이 없다”고 답했다. 현장에 없었으면서, 직접 본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확정적으로 기사를 써도 되는 것일까. 그것도 대책위 측에는 문의도 하지 않은 채.

조선일보의 경우 취재를 작성한 권경훈 기자에게 문의했다. 구덩이 파는 것을 직접 보았는지, 주민과 직접 인터뷰했는지 등을 묻자 권 기자는 다른 말은 없이 “취재 과정을 다 거친 거다”라고만 말했다. 어떤 취재과정을 거쳤기에, 얼마나 믿을 만한 취재원이 있기에 송전탑반대 공식기구인 대책위의 말은 듣지 않은 채 기사를 쓴 것일까. 




‘아파트 동문’(?) 이석기와 안철수의 인연도 기사가 된다


뉴시스와 조선일보는 왜 이런 기사를 쓴 것일까. 당시 시국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밀양송전탑이 논란이 되기 전이었던 2013년 8월 말 통합진보당 내란음모사건이 터졌다. 8월 말 터진 내란음모사건은 2013년 하반기 정국을 뒤흔들었다.

보수언론은 통합진보당과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는 동시에 온갖 것들을 다 통합진보당 그리고 이석기와 엮는 보도를 쏟아냈다. 조선일보에서 야권연대가 통합진보당을 키웠다고 비판하거나 문재인과 이석기의 인연에 주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와중에는 무리수도 많았다.

2013년 월간조선 10월호에는 “안철수·이석기의 우연한 인연?”이라는 제목의 기자수첩이 나온다. 이석기와 안철수가 서울 동작구 사당동 한 아파트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는 내용이다. 기사를 보면 정작 두 사람은 같은 시기에 같은 아파트에 살지 않았다. 서로 다른 시점에 아파트에 살았는데 이것이 무슨 인연이라는 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사다. 이런 식이라면 ‘이석기와 박근혜의 우연한 인연’이라는 제목의 기자수첩도 가능하다. 둘 다 국회의사당에 있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밀양송전탑과 통합진보당을 엮은 것도 비슷한 의도가 아니었을까. 이런 이유로 대책위는 “최근에 진보당 사태로 조성된 부정적 여론과 결부시켜 밀양 송전탑 싸움의 본질을 왜곡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밀양 송전탑 건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송전탑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언론이라면, 배후에 불순세력이 있다는 저열한 손가락질을 그만두고 밀양 송전탑을 건설하면 무엇이 좋은지, 반대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하면 좋은 지에 대해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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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5.01.13 10:54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 된다. 언론의 오보는 실수이지만 특정 언론사에서 오보가 반복되면 그 언론사에 어떤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 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의 어마어마한 오보를 냈던, YTN이 대표적인 사례다.

‘핵무기 개발’ 황당 오보는 영어 번역 때문?

YTN은 지난 5월 30일 새벽 5시에 어마어마한 기사를 하나 내보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언론인 월스트리트 저널과 인터뷰에서 핵무기 개발 의사를 내비쳤다는 보도였다. 사실이라면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파장이 올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핵 개발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도 실패했던 일 아닌가. 

YTN은 5월 30일 기사 <북 핵실험 하면 남한도 핵무기 개발>에서 “박근헤 대통령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할 경우 한국도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YTN의 이 보도는 박 대통령의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 내용을 번역해 소개한 것이었다. 보도 이틀 전인 5월 28일 박 대통령은 월스트리트 저널과 청와대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기사가 나가자 엄청난 파장이 일었다. 대통령이 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셈이기 때문이다. 새벽 5시 보도였지만 SNS에서는 이 기사에 대한 엄청난 반향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친 거 아니냐” “큰일 났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들이 많았다. 아마 이 엄청난 보도가 오보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습게도 월스트리트 저널 원문을 잘못 번역한, 즉 오역으로 인한 오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제목은 <한국의 대통령이 핵 도미노 현상을 경고했다>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길, 북한의 핵실험은 주변국들이 핵무기로 무장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핵 도미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전한다. 기사를 아무리 찾아봐도 박 대통령은 핵 도미노 현상,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주변국도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는 내용만 있을 뿐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YTN도 오보를 인정했고 기사도 삭제했다. 미디어오늘이 30일 오전 YTN 측과 통화를 했을 때도 오보를 인정했다. 리포트를 한 기자는 YTN 뉴욕특파원 김원배 기자였으나 김 기자와는 연락이 잘 닿지 않아 YTN 국제부에 문의를 했다. YTN 국제부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YTN 특파원이 기사 안에서 주변국, neighbors라는 표현을 잘못 해석했다. 주변국에 핵 도미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을 잘못 해석했다. 결과적으로 오보이기에 기사를 내렸다”

YTN은 오전 11시에 사과방송까지 했다. YTN은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 내용을 전하면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함으로써 시청자 여러분께 혼란을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영문 기사 원문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일부 단어에 대한 해석오류로 결과적으로 오보를 하게 됐다”며 시청자 여러분께 혼란을 드린 점 거듭 깊이 사과드리며 YTN은 앞으로 더욱 정확한 보도를 통해서 시청자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해 안 가는 오보 이유…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 오보 이유였다. 이 기사를 읽어보면 알 수 있지만 뉴욕특파원으로 간 사람이 이해하지 어려운 수준의 영어가 아니다. ‘neighbors’란 단어를 주변국이 아닌 한국으로 해석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백번 양보해서 특파원 눈에 뭐가 씌여서 잘못 해석을 했다고 쳐도,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 의사를 밝혔다는 엄청난 내용이라면 데스크 차원에서 검증을 해야만 하는 사안이다. 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YTN의 핵무기 개발 오보가 비판을 많은 이유는 YTN이 이미 여러 차례의 오보나 편파적인 보도로 신뢰도가 하락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사건은 YTN <호준석의 뉴스인>이 서울시장 선거를 스케치하면서 빚어진 편파 방송 논란이다. <뉴스인>은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를 소개하며 ‘정을 몽땅 준 사람’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정몽준 후보만 부각시키는 리포트를 했다는 이유로 이 보도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관계자 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YTN은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 당했다.

또 다른 사례는 김정은-무인기 화면 합성 사건이다. YTN은 지난 5월 10일 <북 김정은, 공군 전투비행술 대회 참관>이라는 기사를 보도하며 앵커 백, 앵커 뒤편의 배경화면으로 북한 김정은이 무인기를 쳐다보고 있는 사진을 내보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사진은 김정은이 그냥 서 있는 사진과 무인기 사진 두 가지를 합성한 것이었다. 사진 조작 논란에 휩싸인 이 보도는 방통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계속되는 오보의 원인? “부당한 인사 시스템과 솜방망이 처벌”

이런 사례들이 벌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핵무기 개발 보도 이후 중견기자 A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특파원 선발에 있어서 회사가 자질 또는 업무능력보다 노조와의 친소 여부를 먼저 따져왔다. 그동안 모든 사안을 이런 방식으로 접근했다”며 YTN의 인사시스템을 원인으로 꼽았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보다 회사에 충성할 사람을 특파원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A 기자는 “고등학생도 이런 식으로 해석하거나 번역하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원칙 없는 인사 기준을 보면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YTN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는 구성원들과 사측 간의 대립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파업과 해직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YTN 내부에서는 노조 조합원이나 노조와 친분 있는 인사는 승진에서 배제되고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인사발령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보 역시 이러한 시스템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YTN 기자는 “특파원 지원을 두고 경쟁이 붙었을 때 언제나 배석규 사장 측에 협조적이었던 사람이 선발됐다. 언제부턴가 능력에 대한 공정한 평가로 인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어졌다”고 비판했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호준석의 뉴스인>의 호준석 앵커는 가장 낮은 수위의 ‘주의’ 조치를 받았고 핵무기 개발 오보를 했던 김원배 기자는 ‘경고’ 조치를 받았다. 경고는 주의 다음으로 낮은 징계다. 이를 두고 임장혁 언론노조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대형오보로 인해 YTN의 신뢰도가 일거에 무너지고 시청자에게 사과까지 했다. 그런데도 이런 징계가 떨어지는 것은 시청자를 조롱하는 행태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YTN의 또 다른 기자는 “무능한 인사가 잘못해도 책임 묻지 않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형성돼 있다. YTN에는 지금 편집 기능이 없다. 큰 틀에서 보도방향이 잡히지 않으니 속보에 급급하고 문제 많은 리포트가 속출한다”고 밝혔다.

YTN의 신뢰도 하락이 상징하는 바가 있다. 언론사의 경우 사내 민주주의와 노조의 사측에 대한 견제가 뉴스 품질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사장이 독선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노조와의 친소 여부에 따라 인사권을 휘두르는 언론사에서는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없다. 이는 독자와 시청자 입장에서도 큰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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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4.11.02 11:23

오보를 내고 싶어 하는 기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종종 별종들이 있다. 오보인 것이 빤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쪽의 일방적인 입장만 대변하면서 발생하는 오보다. 오보를 각오하면서까지 이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대변하는 이들이 힘이 세기 때문이다. 몇몇 언론들은 한국사회 최대의 권력, ‘삼성의 칼이 되어 오보를 휘두르곤 한다.

민영통신사 뉴스1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집회를 악의적으로 묘사해 결국 오보를 양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뉴스1은 지난 3월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12일 집회를 술판시위’ ‘쓰레기더미로 묘사했다. 하지만 이 기사를 쓴 기자는 현장에 있지도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뉴스1, ‘술판’ ‘쓰레기’ ‘행인 희롱노조 집회 난타

지난 328-29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서초구 삼성본관 앞에서 12일 집회를 가졌다. AS 노동자와 금속노조 간부 등 2000여명이 모인 상당한 규모의 집회였다.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지점 폐업 철회와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했다. 노조는 328일 저녁 10시까지 집회를 이어가다 삼성본관 앞에서 노숙을 했고, 329일 오전에 해산을 했다.

많은 언론들이 12일 집회에 동행하며 현장을 스케치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유독 뉴스1의 기사가 다른 기사들과 달랐다. 문제의 기사는 뉴스1의 최명용 산업부 기자(삼성출입)가 쓴 기사 <시위할 땐 술판 벌이고 불내도 괜찮다?>이다. 이 기사는 노조의 요구보다 12일 간의 농성이 얼마나 지저분했고 위험했는지 강조했다. 술판, 쓰레기, 지나가는 행인 희롱 등의 단어를 통해 집회를 설명했다.



뉴스1이 기사에서 지적한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쓰레기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쌓였다”,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들을 시위대는 멀뚱멀뚱 쳐다만 봤다. 시위하는 노동자와 쓰레기 치우는 노동자는 달랐다며 쓰레기를 모아놓은 사진과 모아놓은 쓰레기를 청소노동자들이 수거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기사에 실었다. 사진 밑에 밤샘 술판을 벌인 뒤 버린 쓰레기 더미들. 곳곳에 술병과 스티로폼 등이 방치돼 있다” “서초구청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이를 치우느라 새벽부터 땀을 흘렸다와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두 번째 문제점은 노조원들이 지나가는 행인을 희롱했다는 것이다. 뉴스1밤샘 시위에선 일탈행동도 곳곳에서 목격됐다시위현장을 지나가는 행인들을 희롱하거나 여성을 추행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지나가는 여성 행인들을 희롱하는 발언도 많았다라고 전했다.

현장에도 없던 기자기사 근거는 삼성이 준 사진?

필자는 이 기사를 보자마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확인취재를 했다. 이상한 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뉴스1 기사 안에는 쓰레기더미가 쌓여 있는 사진들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는 집회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치우기 좋게 모아둔 모습이었다. 보기 좋게 모아둔 것을 쓰레기더미가 이렇게 많이 쌓여있다는 식으로 악의적으로 보도한 것 아닌가하는 의심이 일었다. 뉴스1 사진을 자세히 보면 쓰레기들이 분리수거까지 되어 있고, 쓰레기봉투 안에 넣어져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에 문의하자 노조 측은 매우 분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조합원들에게 여기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깨끗이 하고 가자고 말했고, 담배꽁초 하나 없이 깨끗이 치웠다. 수거하기 쉽게 다 모아놓은 것인데 모아놓은 쓰레기 더미를 카메라 프레임에 가득 차도록 찍어 놨다

또 다른 이상한 점은 쓰레기더미가 쌓여 있는 사진의 앵글, 사진 각도였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구도의 사진이었다. 마치 삼성본관 건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사진이 찍혀서 의문이 들었다. 삼성이 아무나삼성 본관 건물로 들여보내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사진은?

기사를 쓴 최명용 기자와 통화를 했고, 의심은 사실로 드러났다. 최명용 기자는 필자와 통화에서 28일 저녁까지 집회현장에 있었지만, 29일 현장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본인은 쓰레기더미가 쌓여 있는 모습이나 미화 노동자들이 이를 치우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 기자는 쓰레기 사진이나 새벽에 청소하는 사진은 삼성 직원들이 찍은 사진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준 사진을 받아 삼성노조를 매도하는 기사를 쓴 것이다.



그렇다면 최 기자는 왜 모아둔 쓰레기를 쓰레기더미라고 판단한 것일까. 직접 보지도 않았으면서 말이다. 이에 대해 묻자 최 기자는 쓰레기통이 있는 자리에 버려져 있지 않고 길거리에 쓰레기가 있기에 쓰레기를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버린 것이라 판단했다고 답했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된다는 논리다. 우리가 월드컵 응원을 할 때도 쓰레기가 많이 나오면 쓰레기를 치우가 편하도록 한 곳에 모아둔다. 이걸 가지고 쓰레기를 마구 버렸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은 명백한 오보다.

지나가는 행인을 희롱했다는 내용은 사실일까. 기자는 행인 희롱의 경우 신체적 접촉을 했다는 것은 아니고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일로 와봐라고 농을 걸었다는 의미라며 직접 본 게 아니라 누구한테 들었다고 말을 했다. ‘누구한테 들었냐고 묻자 “‘주변분들한테 그런 사례가 있었다는 증언을 들었다면서 주변분들이 어떤 사람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주변분들은 노조원일까, 삼성직원일까, 경찰일까, 누구일까? 본인이 직접 보지도 않은 걸 가지고 희롱운운하는 기사를 써도 되는 걸까.

반복되는 악의적오보기자도 노동자다

문제는 이런 악의적 오보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전에 삼성전자서비스가 부산 해운대지점을 폐업시키려고 한 적이 있었다. 뉴스1은 페업이 강성노조 때문이라는 보도를 내보냈고 노조는 사실이 아니라며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공문까지 보냈다. 그 외에도 노조 장기파업에 협력사 줄줄이 폐업’ ‘노조의 황당 요구에 삼성 협력사 첫 폐업’ ‘삼성채용도 국민합의 거쳐야 하나’ ‘심상정의 삼성 때리기 우려된다등 주옥같은 기사들이 많다.

물론 노동조합이 신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하면 비판을 받아야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기사들이 노조 측에 기본적인 사실확인도 거치지 않고, 반론도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삼성노조는 기사가 이런 기사가 너무 많기 때문에 기사 하나하나에 대응하기보다 추후에 하나로 다 모아서 악의적인 보도나 왜곡보도들을 상대로 언론중재위 제소나 명예훼손 고발 등을 하려고 생각 중에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권리를 행사하는 것조차 마땅찮게 여기는 기자들이 많다. 그 기자가 노동조합에 속해 있건 속해 있지 않건 기자도 노동자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면 이런 악의적 오보는 못하지 않을까. 노동자들을 대변해주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상처는 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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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4.11.02 11:19

하루에도 수천 개의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그 중에는 팩트가 틀린, ‘오보도 많다. 하지만 오보가 오보가 되는 과정이 꼭 공정하지는 않다. 팩트가 틀렸다는 이유로 오보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굉장히 석연치 않은 이유로 오보가 되어버린 특종이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해 104·1면 기사 <‘不通 청와대진영 파동 불렀다>에서 진영 당시 복지부 장관이 사퇴한 이유에 대해 단독보도를 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진영 전 장관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방식에 반대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을 신청했으나 청와대 비서실로부터 면담을 거부당했다. 국민일보는 이 면담 거부가 진영 전 장관의 사퇴 이유라고 보도했다. 또한 여권 관계자의 말을 빌려 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자신이 주도한 수정안을 진 전 장관이 동의한 안인 것처럼 박 대통령에게 허위보고를 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전했다.



박근혜 정부 불통꼬집은 국민일보 특종갑자기 오보인정?

이 특종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복지부장관까지 반대하는 안을 밀어붙이면서 장관 면담조차 거부한 박근혜 정부 불통의 진면목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며 1017일 서울남부지법에 정정보도 청구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청와대가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첫 사례였다.

그런데 소송 관련 변론이 진행될 예정이었던 올해 2, 갑자기 국민일보가 단독보도를 뒤집었다. 국민일보는 252면 기사 <진영 복지장관 면담 요청, 청와대 거부 없었다>에서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의 기초연금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신청했다가 청와대 비서실로부터 거절당했다는 국민일보 2013104일자 보도와 관련, 청와대가 밝힌 정황과 여러 증거를 종합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진 전 장관의 면담 요청을 김기춘 비서실장이 묵살했다는 대목은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진 전 장관을 배제한 채 복지부 내 기초연금 정책을 담당하는 실국에 직접 지시해 만든 국민연금 연계안을 마치 장관 동의를 받은 것처럼 박 대통령에게 허위 보고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특종이 한순간에 오보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이후 국민일보는 홈페이지에서 1041면 기사 <‘不通 청와대진영 파동 불렀다>3면 관련 기사 <청와대 비서실에 막혀 식물장관 무력감사퇴 항명>를 모두 삭제했다.

필자는 소송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국민일보 측 허윤 변호사와 통화를 한 적이 있다. 허윤 변호사는 “(청와대의 소송은) 권력이 언론의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겠다는 생각이라며 우리는 보도가 진실이라고 믿고, 취재기자도 복수의 팩트 체크를 했다. 진실을 썼는데 손해배상에 정정보도까지 청구하는 것은 언론이기를 포기하라는 요구로, 언론사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근거가 탄탄하고 반론권도 보장됐기에 문제없다는 것. 그런데 입장이 갑자기 바뀐 것이다.

청와대 소송 피하려고 단독보도 뒤집었나

결국 청와대와의 소송을 피하기 위해 보도를 뒤집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국언론노조 국민일보 지부는 대자보를 통해 정치부 등을 통해 기사가 나간 배경을 들어보니 이 기사는 청와대가 진영 파동기사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종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됐다소송의 대상이 된 기사를 우리 스스로 오보라고 밝혔으니 청와대가 소송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와 청와대 간의 소송이 진행되던 와중 양 측의 협상이 있었고 소송을 종료시키기 위해 국민일보가 기사를 통해 오보를 인정하는 방식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필자도 기자 생활을 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기사를 통해 자사 보도를 뒤집는 경우는 처음 봤다. 보통 오보임이 드러났을 경우 바로잡습니다알려왔습니다등 반론보도문이나 정정보도문을 싣는다. 이 오보가 진짜 오보가 아니라, 협상에 의해 오보라고 하기로 합의된 사항임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황은 하나 더 있다. 특종을 오보로 인정한 이 기사에는 내용이 하나도 없다. ‘기사가 사실이 아니다는 주장만 있을 뿐 어떤 과정을 거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는지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다. 국민일보 노조는 “(기사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확인됐다는 데 기자가 이를 어떻게 밝히고 확인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우리 기사를 우리 스스로 검증한 결과 오보로 판정한 것인데 그 태도가 너무나 쿨 해서 기이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소송을 맡았던 허윤 변호사와 다시 통화했다. 허 변호사는 말씀드리기 애매하다. 회사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 생각 된다고 말했다. 회사의 정책적 판단이란, 청와대와의 소송을 피하기 위해 오보임을 쿨하게 인정하는 것일까?



국민일보 노조는 이번 기사가 사실에 진 결과였다면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기사는 사실에 진 게 아니라 청와대, 김기춘, 소송 등 압력에 진 결과로 나온 것이라는 게 분명해지고 있다이런 식으로 소송은 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언론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위조차 내다버렸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 밝혔다.

오보란 팩트가 틀린 기사다. 기자 입장에서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오보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팩트가 틀린 것이 아닌 데도 오보가 되면 제정신이 박힌기자라면 열 받을 수밖에 없다. 열심히 취재해서 쓴 기사가 한 순간에 오보가 되어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국민일보의 한 기자는 협상을 할 수는 있지만 언론이 자신의 보도를 스스로 사실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건 너무 굴욕적이라고 말했다.

특종보도 뒤집었을까

눈치 빠른 독자라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국민일보가 청와대와 소송을 피하기 위해 보도를 뒤집었다면, ‘라는 질문이 남는다. 팩트라면, 근거가 명확하다면 소송에서 지지 않을 텐데 왜 국민일보가 물러난 것일까? 스스로 특종을 오보라 인정하는 굴욕을 감내하면서 말이다.

이 부분은 아직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기에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막연하게 이 보도를 둘러싸고 상상 밖의 큰 그림이 그려졌을 수도 있다는 추론은 할 수 있다.

언론은 이처럼 팩트와 진실만 가지고 움직이지 않는다. 기사 하나를 둘러싸고도 엄청난 정치가 있고, 권력이 이에 개입하기도 한다. ‘석연치 않은 오보를 통해 우리는 언론의 속성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오보를 단지 팩트가 틀린것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 점을 유념하면 언론보도 속 행간을 더 잘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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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4.07.20 13:13

“‘하나님은 왜 이 나라를 일본에게 당하게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라고 우리가 항의할 수 있겠지. 속으로.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야. 너희들은 이조 5백 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민족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

일제 때 조선 총독부 관리가 한 말도, 친일파가 한 말도 아니다. 대한민국 총리후보자가 남긴 말이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이 발언으로 인해 총리가 될 수 없었고, 박근혜 대통령의 철옹성 같던 지지율은 30%대로 주저앉았다.

문창극, 그는 총리 후보자이기 전에 대한민국 대표 보수언론인 중앙일보의 주필이자 대기자였다. 그를 낙마하게 만든 건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등 편향된 역사관이었지만, 편향된 언론인, 아니 이데올로그로서의 그의 모습이 드러나는 다른 발언들도 즐비하다. 문창극의 중앙일보 대기자 시절 칼럼들은 감시자가 아니라 플레이어로 뛰는 ‘보수 이데올로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문창극, 언론인인가 한나라당-새누리당 싱크탱크인가

문창극은 지난 대선 직후인 2012년 12월 25일 <하늘의 평화>라는 칼럼을 썼다. 그는 50대가 90%에 가까운 투표참여율로 박 대통령을 찍었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하며 “민주주의에서 한 표는 똑같은 효력을 갖고 있으나 표의 값이 같다고 표의 무게도 같을까. 이 나라 현대사를 몸으로 체험하고, 인생 50년 역정을 견뎌온 사람의 한 표와 지금 겨우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한 사람의 한 표 무게가 같을 수 있을까”라고 말한다. 특정 세대, 아니 특정 후보를 찍은 특정 세대의 표의 가치가 다른 세대의 그것보다 더 높다는 주장을 펼치던 그는 이어 “역사의 신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베일 뒤에서 지켜보고 있으나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그(신)는 베일을 뚫고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박근혜 당선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지만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2011년 5월 31일 칼럼에서 “그녀는 자기 주장을 논리적으로 자세히 설명하지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지도 않는다”며 “자유인인 지금도 이럴진대 만약 실제 권력의 자리에 들어서면 어떻게 될까. 국민의 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그녀 스스로가 휘장 속에서 걸어 나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2009년 11월 11일 세종시 문제로 친이와 친박의 갈등이 벌어지자 “원칙이니 신뢰니 하는 말은 수사학처럼 들린다. 선거에 나설 사람과 선거에 다시 나서지 않을 사람 중 누구 말이 더 믿을 만한 것일까”라고 비판한다. 그러던 문창극은 왜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역사의 신’ 운운하며 박 대통령을 반긴 것일까.


그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즉 한국의 보수세력의 집권을 위해 힘쓴 ‘이데올로그’이자 전략가였다. 노무현 정부 말기 그의 관심사는 ‘정권교체’다. 문창극은 2007년 7월 10일 <권력의 비늘을 떼라>는 칼럼에서 이명박-박근혜의 싸움을 비판하며 “또다시 좌파에게 정권을 맡겨서는 나라에 미래가 없다. 두 사람도 그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같은 글에서 “외국의 예를 많이 들지만, 그들이 강조하는 것은 ‘어머니의 정치’”라며 “자녀를 키우고 집안 살림을 꾸려본 여자들이, 나라살림도 남자보다 더 섬세하게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박 후보는 이런 경험이 있는가”라며 박근혜 당시 후보의 약점까지 끄집어낸다.

문창극은 2006년 5월 30일 지방선거 직후 쓴 글에서 “뜻밖의 인기는 그 당을 망치게 만든다”며 “한나라당이 믿을 만하고 좋아서가 아니라 이(노무현) 정권에 너무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지방선거 승리로 고취된 한나라당에게 자만하지 말라는 충고까지 던진 것이다.

문창극은 한나라당이 외치던 ‘잃어버린 10년’의 전도사이기도 했다. 2007년 5월 29일자 문창극 칼럼의 제목은 <잃어버린 10년>이다. 그는 “한국도 지난 10년은 잃어버린 시절이었다. YS 말기의 국가부도 사태를 시작으로 북한에 퍼주기와 권력부패가 심했던 DJ 시대, 성장에는 눈을 감고 균형과 평등으로 4년을 허송한 노무현 시대를 거치면서 모든 분야가 제자리걸음이었다. 그 피해는 힘없는 서민, 갓 졸업한 젊은이 등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문창극의 글을 읽다보면 그가 언론사 기자인지 한나라당 싱크탱크인지 헷갈린다.

문창극 옹호한 ‘동료’ 이데올로그들

문창극은 총리 후보자가 되어 난타 당했지만 그는 외롭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를 방어한 동료 이데올로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의 김순덕 논설실장은 6월 23일 <‘광우병 선동’ 뺨치는 KBS 문창극 보도>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당시 PD수첩의 보도와 KBS의 문창극 발언을 비교한다. “불공정한 보도로 국기를 흔들고 멀쩡한 사람도 친일파로 만드는 방송사라면 정상일 수 없다”며 이번 사태를 ‘문창극 사태’가 아니라 ‘KBS 사태’로 규정한다.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은 6월 24일 <文총리 지명, 正道로 풀어야>라는 칼럼에서 문 후보자가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를 ‘좌파 매카시즘’과 ‘내용 모르는 일반인들의 포퓰리즘’으로 규정한다.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함석헌 전쟁도 ‘악마의 편집’만 있으면 친일파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며 "악마의 편집도 무섭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런 악마의 편집이 먹혀들어가는 현실“이라고 개탄한다.

문창극이 몸 담았던 중앙일보의 김진 논설위원은 문창극의 발언 대신 문창극 청문회의 위원장인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뇌물비리 전과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은 6월 18일 쓴 칼럼 <뇌물 전과자가 청문회 주재하나>에서 “국민은 중대 뇌물비리 전력자가 총리 후보를 호통 치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한다”며 “문창극 후보자의 의식과 과거를 철저히 검증하라는 것은 국민의 신성한 명령”이라고 말한다. 김진 위원은 왜 ‘식민지배 하나님의 뜻’ 같은 발언을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까? 그런 말을 한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에 나오는 걸 국민들이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걸까?

중앙일보 김진 ‘박정희, 천상에서 인혁당 8인과 막걸리 마실 것’

조선일보 김대중, ‘종북 설치니 이념 투표 하라’

문창극을 옹호한 이들이 어떤 생각을 지녔는지 살펴보자. 중앙일보의 김진 논설위원은 지난 대선 국면에서 박근혜 캠프의 책사 역할을 자처했다. 그는 2011년 6월 13일자 칼럼 <천상의 박정희, 지상의 박지만>에서 “영화 ‘사랑과 영혼’처럼 박정희는 천상(天上)에서 아들을 지켰다”며 “그 아들은 지금 53세가 되었고 그의 누나는 차기 대통령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다. 남매는 다시 세상의 중심에 선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아들이 아버지를 지켜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무슨 뜻일까?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니 박지만과 서향희가 몸조심해야한다는 의미다.

김진 위원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대두되던 2012년 9월에는 <박정희 독재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글을 쓴다. 이 글에서 김 위원은 “박정희는 천상(天上)에서 인혁당 8인에게 사죄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막걸리를 마시며 조국을 얘기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신 내림이라도 받은 모양이다. 김 위원은 김재규가 ‘발기부전’ 때문에 박정희를 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한 적도 있다.


김진 위원의 농담인지 진심인지 모를 주장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김 위원은 “전쟁을 결심해야 전쟁이 없다”며 “국민이 3일만 버티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전쟁 선동을 하기도 했고, 일본이 미국에게 원자폭탄 투하를 당한 것을 ‘신의 징벌’이라고 말했다가 비난을 받자 사과하기도 했다. 김진 위원은 각종 방송 프로그램의 ‘대표 논객’으로 등장하며 보수의 이데올로그를 자처한다.

조선일보 논설위원들은 더 노골적이다. 조선일보의 논설과 사설은 한나라당-새누리당 정권에게는 일종의 ‘지침’과 같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대중 주필이 있다. 실제로 그의 칼럼 중 많은 내용을 ‘대통령에게 드리는 말’ 등이 차지하고 있다. 김대중 주필이 1999년 7월 31일자에 쓴 <이회창론>은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에 행동지침을 제시한 것이고, 이 총재는 그대로 실행했다. 그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도 CEO 리더십을 지닌 리더를 뽑아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냥 대놓고 이명박을 뽑으라고 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

김 주필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는 “유권자는 이념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친북(親北)·종북(從北)이 공공연하게 활동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나라’의 존재”라며 노골적으로 새누리당을 뽑으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김순덕 “천치 대학생들이 트위터나 날리며 청춘 보낸다”

김대중 주필과 김진 위원이 ‘잃어버린 10년’ ‘김대중‧노무현 비판’ ‘보수정권 옹호’ 등 거대담론의 이데올로그라면, 동아일보의 김순덕 논설실장은 ‘각론’에 대해 고민하는 이데올로그다. 김순덕 논설실장의 활약이 돋보인 국면은 2008년 광우병 사태 때였다. 김 실장은 “정권교체를 원하는 세력에게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때맞춰 보내준 선물일지 모른다”고 밥상을 지키기 위한 국민들의 싸움을 노무현과 이명박 간의 대결로 만들어버린다. PD수첩이 국민들을 속였다며 엄기영 MBC 사장을 일컬어 “기자이길 포기한 연명술이 역겹다”는 독설을 날리기도 한다.

김 실장은 반값등록금 반대에도 앞장섰다. 김 실장은 반값등록금 시위에 나선 대학생들을 향해 “‘천치 대학생’들은 지금의 ‘반값 등록금’이 미래 자신들의 연금을 당겨쓰는 건 줄도 모르고 트위터나 날리면서 청춘을 보내고 있다” “나랏돈을 쓰는 유럽대학생들과는 연애하지 말라더라” “미국의 개입으로 적화통일에 실패했다고 통탄하는 세력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참여하고 있다” “반값 반값 하다간 국민소득도 반값될까 우려된다” 등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다.


보수 세력 ‘플레이어’들이 '정치중립‘ 운운하는 이중성

이들 외에도 보수진영에는 수많은 이데올로그들이 있다. 언론인과 교수, 지식인 등의 탈을 썼지만 사실 특정세력의 이해관계를 위해 복무하며 종편이나 지상파 방송에 나와 ‘똑같은 소리’를 반복하는 이들. 이들은 ‘똑같은 소리’를 반복하며 그 방송의 시청자들에게 나름의 ‘논리’를 제공한다.

이들이 하는 행동을 일컬어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라고 말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대부분의 보수 이데올로그들이 교사와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며 눈을 부라리고, 시민과 노동자들이 집회를 할 때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열변을 토한다는 것이다. 본인들이 쓰는 글들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는 것일까?

언론사 주필에서 총리 후보자가 된 문창극의 행보, 그리고 그가 검증 앞에서 무너진 과정은 곧 조중동 이데올로그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조중동 이데올로그들이 문창극 낙마에 ‘발끈’한 이유도 본인들도 언젠가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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