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 /기타 칼럼 기고

[대학내일] 1년차 기자, 나에게 외압이 필요해 1년차 기자, 나에게 외압이 필요해 1년 전쯤 대학을 졸업하고 기자일을 시작했다. 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4학년 때부터였다. 나는 글 쓰는 연습을 했고, 다량의 뉴스를 보았으며 국어공부를 했다. 그리고 나는 기자가 되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기자 경험을 하며 내린 결론에 따르면 기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말에 상처받지 않는 담대함 그리고 회유와 협박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무심함 이었다. 며칠 전 술자리에서 만난 한 후배가 나에게 물었다. “선배 일하면서 ‘외압’ 같은 거 없어요?” “외압이 뭔데?” “기사 썼는데 항의한다거나 기사 내리라고 한다거나.”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순간 고민했다. 고민을 하던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음, ‘외압’이라기 보다는… 그 사람들은 외압이라고 할.. 더보기
정보의 바다 인터넷, 헤엄치고 싶다면 ‘권력’에 주목하라. 몇 달 전 1년 넘게 사귀던 애인과 결별했다. 애인과 결별하는 게 처음은 아니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알고 있다. 일단 관련된 편지와 사진들을 다 버리거나 치워버린다.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과 기념일 등등을 삭제한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들어가 관련 기록들을 지우거나 안 보이게 설정한다. 이제 다 끝났다. 아니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페이스북 내 사진첩에 그녀와 찍은 사진들이 계속 떠다니는 게 아닌가. 분명히 다 지웠는데 어디서 또 나타났지 라는 생각에 지우려 해보니 지워지지 않는다. 아, 내가 올린 게 아니다. 교수님이, 다른 친구가 사진을 찍어주고 나의 이름을 태그로 걸어버려 내 페이스북에 남아 있는 것이다. 트위터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찾을 수 없는 인터넷의 바다 어딘가에.. 더보기
<더 테러 라이브>, 언론이 노동자를 호명하는 방식 더 테러 라이브 (2013) The Terror Live 8.4감독김병우출연하정우, 이경영, 전혜진, 이다윗, 김소진정보스릴러 | 한국 | 98 분 | 2013-07-31 최근 개봉한 영화 는 ‘노동자’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을 잘 묘사한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 윤영화(하정우 역) 앵커는 마포대교를 폭파한 ‘건설노동자 박노규’를 ‘테러범’이라 부른다. 시간이 지나자 그는 ‘박노규’를 ‘근로자’라고 부른다. 폭탄테러가 이어지는 와중에, ‘박노규’의 처지에 공감하던 윤영화는 마침내 그를 ‘노동자’라고 호명한다. 그가 ‘박노규’를 노동자라고 부르는 순간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이었다. 윤영화는 ‘한국 언론’의 상징이다. 기회주의자에 출세를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그의 모습은 사회비판자가 아니라 권력으.. 더보기
공동생활전선, 담론적 주체로 거듭나기 공동생활전선, 담론적 주체로 거듭나기조윤호 / 기자 한 지인은 공동생활전선(이하 공생전)이라는 이름을 듣고 ‘군대’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공동생활전선은 군대에서 탄생했다. 군인들이 모여 독서와 사회문제에 이야기하던 군 인트라넷 ‘책마을’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다. 2009년 9월 누군가 책마을에 2008년 겨울호에 실린 ‘청춘의 종언’ 좌담회 내용을 옮겨 놓았다. 이 좌담회에서 우석훈을 비롯한 어른들은 20대를 불안한 세대로 규정하며 요즘의 20대는 반항, 도발, 상상력, 순수, 열정이 없으며 계급적 열등의식을 체화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책마을의 군인들은 이러한 현실을 한탄하기도 하고, 어른들을 욕하기도 하면서 격렬한 논의를 벌였다. 그러던 중 훗날 공생전의 구성원이 된 양제열이 ‘우리는.. 더보기
안철수는 국회에서 잉여가 될랑가몰라 안철수, 그가 돌아왔다. 오세훈의 셀프 탄핵으로 갑자기 정치권에 등장했다 한국 정치에 태풍을 일으켰던 그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제 ‘후보’가 아니라 ‘의원’이다. 의원 안철수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잉여’가 되지 않는 것이다.아니 잉여라니, 젊은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지지율로 박근혜를 눌렀던 대권주자 안철수가 잉여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안철수가 제도권 정치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장외 무대에서 활약할 때 그는 한국 정치에 대한 불신, 새로운 인물을 원하는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제도권 정치를 상대로 칼을 휘두를 수 있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안철수 현상’이 두려워 개혁을 시도했다. 하지만 안철수가 국회의원이 되면서 장외.. 더보기
스무 살, 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에서 스무 살이 되면 ‘성인’이라 불린다. 성인이 되면 청소년 때 하지 못했던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술, 담배, 섹스, 19금 영화 관람 등등. 물론 많은 청소년들은 ‘몰래’ 이 모든 것을 다 한다. 하지만 성인이 되기 전에 절대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투표’다. 성인이 되면 투표를 할 수 있고, 내 손으로 나를 대표해줄 대표자를 직접 뽑을 수 있다. 즉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20세 이상의 성인들에게 “이제 네가 정치에 참여해도 된다.”라고 허락하는 것이다. 투표만이 아니다. 성인이 되면 다양한 정치활동에 더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정당에 가입하여 돈을 내고 활동할 수도 있고, 집회나 시위에 가도 더 이상 선생님들이 잡으러 오지 않는다. 성인이 되면 ‘자유롭게’ 정치에 참여할 .. 더보기
난독증 환자들의 나라 http://www.naeilshot.co.kr/Articles/RecentView.aspx?p=3KBPc0gc7lq3rtjezzDbf%7Eplus%7E2oBWDWWWm%7Eplus%7EKB9OlmbhRXM%3D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인터넷을 사용했고, 중학교 때부터 인터넷 커뮤니티나 사이트에서 활동했다. 지금도 다양한 온라인 매체에 글을 올리고 있다. 아무도 트위터에 관심이 없던 때부터 트위터를 사용하면서 모르는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나는 인터넷에서 글을 쓰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에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내가 여전히 익숙해지지 못한 인터넷 문화가 있다. 왜 사람들은 글을 읽지도 않고 욕하는 걸까? 왜 제목만 보고 댓글을 다는 걸까? 내가 한겨레 .. 더보기
<FEMINISM in Front Line> 페미니즘? 여성주의? 페미니즘을 공부하거나 접하지 않은 일반 사람들에게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페미니즘에는 항상 ‘여성 가족부’, ‘꼴페(꼴통 페미니스트)’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남성들과 싸우려고 억지 부리는 여자들이라는 이미지도 있다. 페미니즘을 설명할 때 따라다니는 이러한 수식어와 이미지는 온당한 것일까? 는 페미니즘의 진솔한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우리 자신은 여성과 페미니즘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알고 싶었고, 이 목소리를 서울시립대 구성원들, 그리고 다른 곳에서 찾아온 많은 사람들과 함께 듣고 싶었다. 그래서 2012년 9월 12~13일 이틀 간 대중강연회 를 준비했다. 그날 강연회에 오지 못했던 분들, 그리고 강연회에 왔지만 그 날의 강연과 토론을 다.. 더보기
노동자를 노동자라 부르지 못하고 노동자를 노동자라 부르지 못하고 “이 시대는 노동자를 노동자로 부르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홍길동의 시대다.” 통합진보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 6월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한 말이다. 노동자가 홍길동이라니, 이게 무슨 말일까? 그 날의 기자회견장은 심상정 의원이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강화하는 법안을 제출했음을 밝히는 자리였다. 우리는 어떤 개념이나 현상에 대해 고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우리가 ‘노동자’라는 단어를 들을 때 생각나는 노동자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을 만들고, 용접을 하는 이미지가 흔히 떠오르지 않는가? 땀을 흘리며 노동하고 저녁에 모여 삼겹살을 구워먹는 남성들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경찰과 용역과 맞서며, 무기를 들고 싸우는 노동자들의 모습.. 더보기
한미FTA, 네 정체는 뭐냐!? : 한미FTA에 대한 심각한 오해 정부가 한미 FTA가 3월 15일 발효될 것임을 발표했지만 한미FTA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글의 목적은 한미FTA에 관한 두 가지 ‘호도’를 바로잡는 것이다. 그 전에 먼저 한미FTA의 정체가 무엇인지, 무역 자유화라는 가면 속에 숨겨진 한미 FTA의 진짜 얼굴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지적했듯이 한미 FTA의 핵심이 수출이나 일자리 증진, 소비자 이익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미 FTA로 인해 한국의 수출이 증진할지, 소비재 가격이 하락할지, 일자리가 늘어날지는 ‘알 수 없다.’ 경제학적인 논의에 대해서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미 FTA로 인한 경제적인 효과는 한미 FTA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기준이 될 수 없다. 그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관세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