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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캡틴아메리카에게 배우는 진보의 원칙 얼마 전에 정의당 청년본부에서 이란 주제의 강연을 했다. 그 때 강연 피피티에서 ‘캡틴 샌더스’라는 그림을 공유했다. 2016년 미국 대선경선 때 ‘민주적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를 지지한 LA의 한 쌍둥이 화가가 그린 그림인데, 캡틴아메리카 복장을 한 샌더스가 나치 복장을 한 트럼프를 때려눕히는 내용이다. 아이오와주립대학교 유세 때 샌더스의 팬들이 캡틴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유세장에 나타나기도 했다. 얼핏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성조기를 두르고, 히어로 이름에 ‘아메리카’까지 버젓이 포함된 애국의 상징 캡틴아메리카와 ‘사회주의’까지 이야기하는 좌파가 어떻게 어울릴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캡틴 샌더스라는 별칭은 매우 어울린다. 캡틴과 샌더스의 언어에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미국적.. 더보기
엔드게임 리뷰(2) 토니 스타크와 세 번의 “I’m iron man” 며칠 전 페북에 “왜 캡틴아메리카는 승리했고 타노스는 패배했는가”라는 주제로 어벤져스 엔드게임 리뷰를 올린 적이 있다. 캡틴아메리카 말고도 엔드게임의 또 다른 주역이 바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이다. 토니 스타크의 정체성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정비공’이다. 아이언맨3에서 만난 꼬마 할리 키너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토니는 자신을 “정비공”이라고 소개한다. 스타크인더스트리를 거느린 대기업 오너에, 아이언맨 슈트를 수도 없이 개발한 천재과학자이며 히어로이지만 그는 자신을 정비공이라 소개한다. 이 말이 토니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기 때문이다. 정비공은 기계에 결함이 생기면 이를 고쳐서 더 나은 상태로 만드는 직업이다. 토니 스타크의 인생이 그랬다. 이는 캡틴아메리카와 극명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캡틴아.. 더보기
엔드게임 리뷰 : 왜 캡틴아메리카는 승리하고 타노스는 패배했나 4월 24일 개봉날 본 엔드게임 리뷰를 이제야 남겨본다. 감독인 루소 형제가 공식적으로 ‘스포일러 금지령’을 해제했으니 안심하고 쓸 수 있게 됐다. 이전에 올린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전작 에서 어벤져스는 타노스에게 두 가지 측면에서 완패했다. 첫째는 물리적인 패배였고, 둘째는 사상적인 패배였다. 타노스는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빌런이다. 급기야 다수와 소수의 균형을 반반으로 맞춘다. 어벤져스는 이런 타노스 앞에서 어설픈 몇몇의 희생으로 타노스와 맞서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완다는 마인드스톤을 지닌 비전을 희생시켜 타노스를 막으려 했고, 닥터스트레인지는 타임스톤을 지키기 위해서는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이 죽어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더 큰/중요한 가치를 지.. 더보기
캡틴마블 후기 : 마블이 ‘힘’을 다루는 방식에 대하여 * 스포일러는 거의 없도록 썼지만, 주의하시길.... 전 마지막 마블 영화 을 보고 왔다. 어벤져스 배경 이전인 1980~90년대를 다루고 있기에 다른 마블 영화와의 연결고리들이 많다. 그래서 마블 팬이라면 이스터에그 찾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앤드게임을 보기 전에 꼭 봐야하는 건 아니다. 일종의 독립영화기 때문이다. (물론 쿠키영상 빼고) 개봉 전부터 페미니즘 논란이 있었는데, 오히려 일반적인 히어로 영화에 가깝다. 배경이 1980년대고 주인공이 비행기 조종사라는 (당시에는 남성적이라고 여겨진)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그런 요소가 등장은 한다. 하지만 그런 요소는 시련을 이겨내야 히어로로 거듭난다는 클리셰적인 장치로 활용되는 차원일 뿐, 페미니즘 요소가 전면으로 다뤄지진 않는다. 오히려 눈에 들어온.. 더보기
토니스타크는 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한 달 전쯤에 페북에 어벤져스4 결말에 대한 예상을 썰처럼 풀었던 적이 있다.이전의 글이 캡틴아메리카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이번에는 토니 스타크의 관점에서 접근해보려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마블 팬으로서 그냥 재미로 써보는 썰이기에 틀릴 가능성이 농후하다.토니스타크의 캐릭터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고자 강박증적으로 노력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토니스타크는 시리즈를 반복할수록 성장하는 캐릭터이고, 다소 고지식한 모습을 보여주는 캡틴아메리카에 비해 친근하고 정이 가는 캐릭터이다. (이 점은 캡틴과 대비된다. 캡틴은 '수많은 시련과 고뇌에도 불구하고 강박증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인물'에 가깝다.) 아이언맨이 되기 전 토니스타크는 군수산업의 수장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개발한 무.. 더보기
포기하지 않는 자유주의자, 캡틴아메리카 며칠 전 블로그에 '어벤져스4'의 주인공은 캡틴아메리카가 될 것이란(될 수밖에 없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이번엔 본격적으로 캡틴아메리카에 대한 팬질 글을 써볼까 한다. (* 구체적인 대사는 나무위키 캡틴아메리카 편을 참조하였습니다.) 캡틴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는 겉으로 보기엔 미국의 애국주의와 제국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로 보인다. 코스튬도 그렇고, '캡틴아메리카'라는 이름도 그렇다. 하지만 캡틴이 상징하는 건 미국이 아니라 미국의 사상, 가치, 이념이다. 캡틴은 누구보다도 자유를 소중한 가치로 여기며, 자유를 지키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투사다. 바로 이 'Gap'이 캡틴아메리카의 가장 큰 매력이다. 자유주의자 캡틴아메리카의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은 다. 1940년대 냉동인간이 되었다가 70.. 더보기
어벤져스4의 주인공은 캡틴아메리카일 수밖에 없다? (마블 팬으로서 그냥 재미로 써보는 썰이기에 틀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올해 5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어벤져스4:앤드게임"의 주인공은 캡틴 아메리카가 될 것이다. 마블이 캡틴아메리카에게 보내는 마지막 헌사가 될 가능성도 높다. 아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어벤져스3: 인피니티워"에서 어벤져스는 타노스에게 두 차례 패배했다. 첫째는 물리적으로 패배했고, 둘째는 사상적으로 패배했다. 그 사상이란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할 수 있는가"이다. 타노스는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할 수 있다'는 신념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빌런이다. 급기야 다수와 소수의 균형을 반반으로 맞춘다. 그리고 그 희생대상에 자신까지 걸었다. 타노스가 핑거 스냅으로 우주의 절반을 날릴 때 그 대상으로 타노스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다... 더보기
“할머니는 왜 천천히 읽어?” 못 배운 게 한이 된 87명의 시인들 “할머니는 왜 천천히 읽어?” 못 배운 게 한이 된 87명의 시인들 [서평] 보고시픈 당신에게 / 강광자 외 86명 지음 / 한빛비즈 펴냄대학진학율이 80%에 달하는 시대, 갓난 아이에게 한글은 물론 영어까지 가르치는 나라다. 이 런 시대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이들에게 ‘글자를 모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글을 몰라서 발생하는 불편함은 겪어보지 못한 ‘보릿고개’ 같은 존재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2014년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성인 100명 중 6명은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를 하지 못한다. 이런 비문해자들은 264만 명에 달하고 60~70대 여성 성인 10명 중 5~6명이 문해교육을 필요로 한다. 글을 배우지 못한 이유는 각양각색이.. 더보기
밀정, ‘너에게 독립운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밀정, ‘너에게 독립운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리뷰] 암살과는 달랐던 밀정의 결말…흔들림과 망설임 속에 도달한 독립운동이라는 목적지 (영화 ‘밀정’과 ‘암살’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흥행하지 못한다” 이 법칙은 한동안 한국영화의 징크스였다. 이 징크스는 지난해 1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암살’(최동훈 감독)로 인해 깨졌다. 이후 ‘귀향’, ‘동주’, ‘덕혜옹주’ 등 일제강점기를 소재로 한 영화가 이어졌다. 내편인지 네 편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스파이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밀정’도 일제강점기의 경성이 배경이다. ‘암살’의 메시지는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라는 주인공 안옥윤(전지현 역)의 말에 압축돼 있다. 따라서 ‘암살’은 안옥.. 더보기
스브스뉴스가 SBS를 구원할 수는 없다 http://slownews.kr/57507“나는 ㅇㅇㅇ하려고 이런 짓까지 해본 적 있다” 몇 년 전 한 예능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이 출연해 자신의 독특한 경험을 공유하는 ‘있다/없다’라는 게임을 선보였다. 예컨대 A라는 연예인이 “나는 화가 난 애인의 화를 달래기 위해 이런 짓까지 해본 적 있다”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는데 나머지 사람들 중에 비슷한 경험이 있으면 A가 벌칙을 받는 게임이다. 대한민국 언론도 ‘있다/없다’ 게임 중이다. ㅇㅇㅇ의 빈칸에는 ‘먹고 살려고’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 포털에 쏟아지는 수많은 어뷰징 기사와 기사로 둔갑한 광고와 협찬, 그리고 수많은 혁신의 시도들. 언론은 살아남기 위해 별짓을 다 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기자들이 펴낸 신간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 (이 정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