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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도 없는 2015년, 총파업 없이 싸울 수 있나”

“선거도 없는 2015년, 총파업 없이 싸울 수 있나”
[민주노총 결선 투표] 기호2번 한상균… “내년 상반기 비정규직 대반란 조직한다”

지난 13일 쌍용차 해고노동자 두 명이 평택공장 안 70m 굴뚝에 올랐다.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벌어진 일이었다. 그들의 모습을 누구보다 씁쓸하게 지켜보는 이가 있다. 지난 2009년 77일간의 옥쇄파업을 이끌었던 한상균 전 쌍용차 지부장이다.

당시 강력한 투쟁으로 주목을 받았던 그가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다. 선거구호도 강하다. ‘2015년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 노동이 천대받는 시대, 그는 왜 총파업을 말하고 있는 걸까? 미디어오늘이 결선투표를 앞둔 기호2번 한상균 후보를 인터뷰했다.

한상균 후보는 소위 ‘다수 계파’가 아니다. 그럼에도 1차 투표에서 득표율 33.5%로 1위를 차지했다. 한 후보는 “현장에서 변화를 바라는 바람이 표로 집결되지 않았나 싶다”며 “한상균이 좋아서가 아니라 민주노총이 민주노총답게 변하라는 회초리다. 그래서 조합원들이 변방의 해고노동자한테 표를 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상균 후보의 대표 공약은 ‘총파업’이다. 반면 한 후보의 상대인 기호4번 전재환 후보는 ‘준비된 투쟁론’을 말한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할 역량이 되지 않으며, 연대투쟁과 지기기반 확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상균 후보는 이에 대해 “제주에서 첫 유세하면서 총파업 이야기를 하자 이구동성으로 ‘선거용’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유세를 이어갈수록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한 후보는 “‘국민TV’ 토론에서 전재환 후보는 총파업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총선 대선에 맞춰 투쟁의 방점을 찍겠다는 입장이었다. 그 시점부터 한상균의 총파업과 전재환의 ‘준비된 투쟁론’이 갈렸다”며 “하지만 1차 투표 후 전재환 후보의 마지막 선전물을 보니 ‘박근혜와의 전면전’을 이야기하더라. 자신도 전면전을 잘할 수 있다는 말이라 고맙게 느껴졌고, 이런 게 직선제의 힘이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한상균 후보는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이대로 가면 공멸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고, 지도부가 총파업을 결단해 박근혜 정권과 맞짱 뜨자고 말하고 있다”며 총파업이 필요한 이유를 강조했다.  

한 후보는 “지금 현장에는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하라고 선언했을 당시와 동일한 현장이 많다. 최저임금, 민주노조를 인정하라고 싸우고 있다”며 “이런 열악한 조건 하에서 박근혜 정권이 공무원 연금 개악, 정리해고 완화, 임금체계 개편을 들고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는 “2015년은 선거도 없는 해다. 박근혜 정권이 노동자들을 낭떠러지로 떨어뜨릴 공세를 펼칠 것”이라며 “이 공세에 투쟁하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서울에 한 번 모여 집회하는 게 아니라 명운을 건 총파업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설사 한상균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그가 ‘다수파’가 아니기에, 조직을 장악해 총파업을 이끌어낼 수 있겠냐는 우려도 있다. 한 후보는 ‘가마솥’ 비유를 제시했다. “민주노총이라는 가마솥은 어느 새 밑은 분노로 지글지글 끓는데 위의 솥뚜껑에는 김이 다 빠져버리는, 제 기능을 못하는 가마솥이 되어버렸다”는 것.

한 후보는 “우리는 계파가 아닌 절박한 노동자들의 지지와 바람을 안고 출발했다. 그리고 직선제의 힘으로 낡은 솥뚜껑을 날려버렸다. 새로운 솥뚜껑을 만들겠다”며 “민주노총 위원장의 지도력이 투쟁사나 잘하고 기자회견문 잘 낭독하는 거라면 말 잘하는 사람 갖다놓으면 된다. 그게 아니라 현장을 발로 뛰면서 투쟁을 조직하려면 절박한 사람이 해야 한다. 이게 지도력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한 후보는 또한 “다수파라고 지도력이 있는 건가. 다수파가 뭐했나”라며 “현장을 돌아보니 민주노총을 내 조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간 민주노총이 집행해왔던 일들이 민주노총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정부한테 밀리고 재벌한테 밀리고 언론한테 외면당하고, 또 그럴싸한 공약 내세우면 또 그 사람들이 당선된다”며 “명찰만 바꿔다는 지도부가 투쟁을 회피하고 있다. 지도력은 투쟁을 통해 검증받는 것이고, 현 시기에 맞는 지도력이 무엇인지 조합원들이 더 냉정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후보는 끝으로 “민주노총은 내부 혁신과 박근혜 정권의 폭압을 멈춰야하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며 “비정규직 조직화를 비롯해 최저임금과 사내하청 및 간접고용을 묶어 내년 상반기 비정규직의 대반란을 조직하는 것부터 시작하려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