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 /기사

“북 미사일 1분만에 서울 도달, 사드로 막을 수 있나”

“북 미사일 1분만에 서울 도달, 사드로 막을 수 있나”

[인터뷰] 심재권 새정치민주연합 외통위 간사…“중국·러시아에 맞서는 미국 MD 체계 전략일 뿐”

4월 임시국회에서 가장 뜨겁게 달아오를 상임위 중 한 곳이 외교통상위원회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정책총회까지 열며 미국의 사드(THAAD) 배치를 공론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간 여야 견해를 좁히지 못했던 북한인권법도 핵심 의제다.

정부는 사드 배치에 대해 미국과 논의한 적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사드 배치는 이미 공론화됐다. 카터 미 국방장관의 9일 방한이 사드배치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당 지도부가 적극적인 만큼 야당의 입장이 중요하다. 미디어오늘이 임시국회 개회를 하루 앞둔 6일 새정치민주연합 외통위 간사를 맡고 있는 심재권 의원을 만나 사드 배치와 북한인권법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심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사드 배치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북한의 핵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사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할 때 사드는 북한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북한이 단거리미사일이나 장사정포를 발사하면 1분 내에 서울에 도달한다. 대한민국 전체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 10분 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이러한 미사일 공격은 단거리미사일로 충분하다. 통상적으로 북한이 이런 미사일을 700-800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고도 20km 이내로 날아온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이미 빠른 시간 내에 대한민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공격수단을 가지고 있는데 굳이 하늘 높이 올라갔다 떨어지는 중장거리 미사일로 공격할 이유가 없다”는 것.


사드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중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방어 시스템이다. 고도 40km 이상의 목표물을 맞춘다. 심 의원은 “지금 이 단계에서 사드 배치가 부적절하다고 말한 이유다. 현재 단거리 미사일에 대한 대응, 대비가 전혀 불충분한 상황에서 중장거리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남북의 대치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또한 “완벽하게 모든 것을 갖추자, 이것(단거리 방어)도 좋고 저것(장거리 방어)도 좋다,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거리미사일 대응체계도 못 갖추는 상황에서 굳이 왜 사드가 필요하다고 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 비용은 1포대 기준으로 적게는 1조에서 많게는 2조 가까이 든다고 알려져 있다. 유지 보수비용은 별개다. 심 의원은 “비용보다 현재 우리의 군사 필요상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비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전제가 잘못됐다”고 밝혔다.

필요하지 않다면 왜 사드 배치를 주장하는 걸까. 심 의원은 “미국이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 사드는 전세계적 MD(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의 동아시아편 완결판”이라며 “중국과 러시아의 미사일 망에 대한 대응체계를 구축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 심지어 대한민국 정부도 사드 배치가 북한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미국 MD 체계의 완성이라는 점을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여당 지도부가 사드 배치에 적극적인 이유에 대해 “내막은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논의 상황으로 볼 때 여당 지도부가 바람을 잡는다기보다 정부와 여당 지도부의 시각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적극적이기에 사드 배치는 임시국회에 논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심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정말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그렇게 주장하는 것인지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새누리당 일각에서 임시국회에서 논의를 한다고 하는데, 야당 입장에서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는 리퍼트 주한 미 대사의 피습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심 의원은 “리퍼트 대사 피습은 잘못된 일이고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왜 피습사건과 사드 문제가 결부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럴 리 없겠지만 설마 리퍼트 대사가 공격받은 것이 미안하니 위로의 뜻으로 사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면,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잘못된 외교적 접근”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를 중국이 주도하는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과 연계해 해석하는 시각도 있었다. AIIB 가입했으니 이제 사드도 배치하자는 식의 주장도 있다. 심 의원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심 의원은 “AIIB와 사드 배치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어떤 문제든 대한민국 국익의 관점에서, 안보와 경제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중국에게 잘 보이기 위해 AIIB 가입하는 게 아니라 우리한테 필요하니까 가입하는 것 아닌가”라며 “사드도 마찬가지다. 우리한테 필요할 때 사드 배치를 검토해야 한다. 두 가지를 대비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야당의 이런 입장을 두고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야당은 무조건 중국의 눈치를 본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참 무례한 이야기다. 그렇게 따지면 사드 배치 주장하는 이들은 미국 입장 고려하는 건가”라며 “대한민국 국익을 고려해 AIIB 가입은 필요하다고, 사드 배치는 현 단계에서 적절치 않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통위의 또 다른 쟁점은 북한인권법이다. 새누리당은 거듭 북한인권법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심 의원은 “견해차를 좁힐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지난 2월 임시국회까지 여야 안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최종정리가 끝났다”며 “차이점과 공통점을 두고 각 당이 자체 연구 및 검토를 해서 4월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새정치연합은 차이점 해소의 방법에 대해 연구 중이고, 새누리당도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또한 “새정치연합도 북한인권법 제정에 적극 찬성한다. 다만 북한인권법이 북한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향상의 도움이 되어야하고 정치적 활용수단으로 되어서는 안 되며,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돼야한다고 보고 있을 뿐 북한 인권법 제정에 적극 찬성한다”며 “단 한 번도 그런 논의를 회피하거나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런데 왜 여야의 북한인권법 논의는 평행선을 달렸던 것일까. 심 의원은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과 새정치연합의 북한인권법 간의 차이점을 크게 세 가지로 꼽았다. 첫 번째는 인권 개념을 명시하고 있느냐이다.

심 의원은 “새정치연합 법안은 인권의 개념을 유엔의 인권개념에 입각해 명확히 적시하고 있다. 자유권과 생존권을 인권 개념으로 명시하고, 자유권 증진을 위한 수단으로 남북인권대화를, 생존권 증진을 위한 방법으로 인도적 지원협의회 설치를 명시하고 있다”며 “인권 개념이 자의적으로 쓰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북한주민의 인권향상을 위해 인권개념의 명시적 표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새누리당 법안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차이점은 인권문제를 다루는 주체다. 심 의원은 “우리 법안은 주무부서를 통일부로 설정하지만 새누리당은 인권재단이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심 의원은 “북한인권문제는 기본적으로 남북관계의 일환”이라며 “우리가 미국 흑인 인권, 또는 미얀마 인권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하늘이 준 천부의 권리만을 이야기하면 된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 분단 상태에서 심각한 군사적 대치상황을 겪고 있는 우리가 북한인권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제3국의 인권문제를 이야기하는 것과는 접근이 달라야한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새누리당은 통일부가 남북관계를 다루고 있기에 인권문제를 함께 다루기엔 부적절하다고 한다. 그래서 재단이 설립돼야 한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북한 주민의 자유권 향상을 위한 인권 대화, 생존권 향상을 위한 인도적 지원은 고도의 정치력과 책임성이 수반되는 행위다. 따라서 인권재단이 아니라 정부부처가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북한 인권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다.

세 번째 차이점은 새누리당 법안의 북한인권재단 사업에 ‘관련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심 의원은 “민간단체 지원의 실질적인 내용은 기획탈북, 전단살포에 대한 지원이다. 그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전단살포나 기획탈북은 북한인권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못한 채 오히려 남북 간의 갈등과 마찰을 일으킨다. 오히려 전단살포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북한인권법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탈북을 지원하면 북한의 거부감이 커지고, 남북관계가 안 좋아진다는 뜻일까. 심 의원은 “북한이 싫어하느냐 좋아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이 싫어해도 인권향상에 도움을 주면 그렇게 해야 한다”며 “소수의 사람들만 빼오는 활동이 북한 주민의 인권향상과는 거리가 멀고, 갈등만 야기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이 문제는 남북 간의 인권대화로 풀어야 한다. 서독은 동독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통해 정치범과 그 가족들을 데리고 왔다. ‘프라이카우프’ 정책이다. 한국형 프라이카우프가 기획 탈북보다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