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셋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광복72주년, 여전히 계속되는 ‘망각과의 전쟁’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사라지게 하겠다”
광복 72주년을 하루 앞둔 8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이다. 과거사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오늘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친일파들에 대한 재산 환수 기록을 통해 친일을 하면 삼대가 흥한다는 말이 여전히 대한민국 땅에서 유효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SBS 마부작침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친일파 이완용의 부동산은 약 676만 8,168평, 여의도 면적의 7.7배에 달한다. 정부가 그동안 환수한 친일파 토지 전체가 이완용 한 명의 부동산 규모에도 한참 못 미칠 정도다. 이완용의 이 많은 부동산 중 정부가 환수한 건 전체의 0.05% 뿐이다. 또 다른 친일파 송병준의 부동산은 303만 7,537평에 달한다.
친일파 이해승의 손자 이우영은 1957년부터 1990년대 말까지 국가를 상대로 할아버지 이해승의 땅을 되찾기 위한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다. 친일 재산 환수에 대한 고민이 없던 사법부는 번번이 이우영의 손을 들어줬고, 그 결과 이우영이 되찾은 땅은 약 269만 평에 달한다. 이해승만 아니라 이완용 등 다른 친일파 후손의 소송에서도 비슷한 판단이 내려졌다.
더 큰 문제는 친일파 재산을 환수할 법적인 근거도, 국가로 귀속할 정부 부처조차 없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부가 파악하지 못한 친일파 재산이 후대로 대물림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광복 72주년이 지나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망각과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 SBS 마부작침
- 친일파 이완용 재산 전모 최초 확인…여의도 7.7배
- 조선 왕조 태실지 훼손한 ‘친일파 묘’…어떻게 이런 일이
- 적산(敵産)은 아직도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 친일파의 상속자, 반성 대신 ‘재산만 대물림’
2. 취임 100일, 문재인의 사람들 168명
“나는 개혁적 인사들이 일거에 내각과 청와대의 대세를 장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문재인 정부 집권 100일, 대통령의 말대로 청와대에는 개혁적 인사들이 포진되어 있을까. ‘참여정부 2기’에 그친 것은 아닐까? 한겨레21이 문재인의 사람들 168명의 면면을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가 참여정부 2기라는 말은 절반만 맞다. 168명 가운데 참여정부 출신이라 할 수 있는 인사는 35%인 59명이었다. 나머지 자리는 문 대통령이 현실정치에 대해 고뇌하던 시기,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재임하던 시기 인맥(24명, 14%)와 문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이후 2012년과 2017년 대선캠프에 이름을 올렸던 인사(45명, 27%)들로 채워졌다.
이들이 모여 함께했던 100일은 노무현 정부의 100일과 사뭇 달랐다. 한겨레21이 노무현 정부 100일과 문재인 정부의 94일 간 한겨레 1면을 전수조사해 분석한 결과, 노무현 정부 100일 간 1면 기사 211건 중 70건은 정부의 정책 추진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갈등이 가로막혀 노무현 정부는 취임 100일 간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취임 초는 달랐다. 대통령 또는 정부기관과 관련된 기사 164건 가운데 사회적 갈등 기사는 4건에 불과했다. 검찰·국정원 개혁과 국정교과서 폐지 등 적폐청산 정책 추진 기사는 24건, 재벌·노동 개혁 기사는 32건, 복지·탈핵·교육 등의 기사는 14건이다. 훗날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 2기’가 아니라 ‘참여정부의 진화’라 불릴 수 있을까?
● 한겨레21
3. SNS 시대, 뉴스가치의 부활
SNS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흔히 뉴스가 연성화되고 뉴스가 가벼워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아무리 열심히 취재한 기사도 고양이 동영상보다 못하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출판미디어국장은 오히려 SNS 시대 전통적 뉴스가치가 부활했다고 말한다. 특히 지역신문에서 말이다.
지난 상반기 경남도민일보에서 조회수 1위 기사는 ‘양산 아파트 밧줄 절단 사건’이었고, 2위는 ‘창원 모 골프연습장 납치 살해 사건’이었다. 밧줄 절단 사건은 페이스북 ‘부산공감’ 페이지에서 3만 1000명 이상의 공감과 414회 이상의 공유, 6,813개 댓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다른 사건기사도 이만큼은 아니지만, 대부분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지역신문의 사건 기사들이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는 ‘안전’이라는 뉴스가치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어떤 범죄가 일어나고 얼마나 자주 발생했고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뉴스가치가 높다. SNS 이용자들은 이런 뉴스를 읽으며 서로를 태그하며 서로의 안전을 걱정한다.
경남도민일보, 슬로우뉴스
- 지역신문에서 사건기사가 중요한 까닭 (경남도민일보)
- SNS 시대, 사건 기사의 부활과 그 의미 (슬로우뉴스)
4. 농장주인이 말하는 살충제 계란과 전수조사의 진실
살충제 달걀 파동이 ‘달걀 전수조사’로 진정되는 모양새다. 전수조사를 통과한 달걀은 다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한 익명의 농장주인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전수조사로 끝날 일이 아니며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다.
많은 농장주가 좁은 케이지 안에 새끼 병아리들을 넣어 키우는 공장식 사육을 한다. 그 케이지 안에 진드기가 발생하면 수많은 닭들이 한 번에 피해를 입는다.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방독면을 써야 할 정도로 강력한 살충제를 뿌린다. 닭이든 사료든 가리지 않고 계사 전체를 살충제로 도배한다. ‘흙 목욕’이라는 자연적인 방식도 있지만 닭장에 3만 마리씩 키우는 농장주가 일일이 닭을 끄집어내 목욕시킨다는 건 불가능하다.
농장주인이 말하는 전수조사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마을 대표가 닭 농가에서 모아준 계란을 제출하고, 담당자들은 이 계란들을 조사한다. 살충제를 친 농가들이 다른 계란을 갖다 제출해도 걸러낼 방도가 없다. 사람을 위해 닭을 괴롭혔던 대량 생산 방식이 이제 사람까지 괴롭히고 있다.
● CBS ‘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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