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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단상

여가부 '성평등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담긴 잘못된 3가지 전제.

여성가족부에서 '성평등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음악방송 출연자들의 외모 획일성이 심각하다며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내용이다. 


여가부 가이드라인의 효용성과 강제성, 실제 방송제작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판단은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내가 저 가이드라인에 반대하는 이유는 아래 세 가지 전제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1. 음악방송 등 대중문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아이돌의 외모가 획일화 되었다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나로선 아이돌 외모가 획일화 되었다는 것이 전혀 납득이 안 간다. 아이린이 다르고 하니가 다르고 쯔위가 다르다. 옹성우가 다르고 차은우가 다르고 유노윤호가 다르다. 춤도 다르고 얼굴도 다르고 매력도 다르고 캐릭터도 다르고 의상도 다르고 심지어 화장톤도 다르다.


어떤 아이돌은 얼굴로 입덕시키기도 하고 어떤 아이돌은 노래로 입덕을, 어떤 아이돌은 귀여운 행동으로 어떤 아이돌은 팬을 아끼는 마음으로 어떤 아이돌은 외모는 잘생기지 않았지만 다른 매력으로 입덕을 시킨다.


다들 날씬하고 마른, 예쁘고 잘생긴 아이돌이니 외모의 획일화라고 말한다면...그렇게 따지면 아이돌 중에 뚱뚱하고 안 잘생기고 안 예쁜 아이돌이 어디 있을까. 또 얼마나 될까.


예쁘고 잘생겼으니까 아이돌인 거다. 따지고 싶으면 좀 다양한 외모를 뽑으라고 아이돌 기획사에 따지지, 왜 방송국에..? 근데 생각해보니 이것도 웃긴다. 아이돌 뽑을 때 기획사에서 ‘안 예쁘고 안 날씬한’ 친구들을 할당이라도 하라는 말인가? 여러모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2. 미의 기준이 획일화된 게 문제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어느 사회나 시대나 선호받는 외모가 있다. 아프리카 어느 부족은 목이 길어야 미인으로 인정받는데,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목이 길어지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걸 기준으로 삼고 그렇게 되고 싶어하는게 획일화라면, 난 그게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뚱뚱하다고 차별받아선 안되고 못 생겼다고 차별 받아서도 안 되는 건 맞다. 그치만 그렇다고 날씬해지려는 노력과 더 예뻐지고 잘생기고 싶어지는 노력이 비난받아야할 일인가? 소수의 취향이 차별받아선 안 되는 것과, 세상에 다수가 선호하고 선망하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건 엄연히 다르다.


3. 획일화된 미를 보여주는 대중매체를 접하면, 소비자들이 이를 그대로 수용할 것이란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대중매체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일방향적이지 않다. 폭력적인 게임을 한다고 폭력적인 성향이 되는 게 아니고 동성애 다룬 드라마 본다고 동성애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즐비한 방송을 본다고 그런 미의 기준을 무작정 수용할 거라는 무시무시한 가정은 어디서 출발하는 건지 모르겠다. 시청자의 능동적 소비행태를 너무 고려하지 않는 사고방식이다.


(맛있는 녀석들은 어떻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