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뉴스에 흔들리는 SBS뉴스? SBS는 변한 게 없다!
[분석] SBS뉴스 방향성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SBS뉴스가 흔들리고 있다.” 요즘 SBS뉴스를 일컬어 방송계 안팎에서 제기되는 비판이다. 핵심은 박근혜 정부 등장 이후 KBS
MBC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평가를 받았던 SBS가 지금은 예전만큼의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SBS뉴스도 KBS MBC처럼 ‘정권 친화적 방송’이 되는 건 시간문제라 혹평하기도 한다.
방송계 안팎에서 SBS뉴스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사실’이나 ‘통계’를 바탕으로 하는 건 아니다. 비판하는 진영이나
방어하는 쪽이나 ‘이미지’ 혹은 ‘감’에 기반을 둔 경우가 많다. 분명한 것은 SBS뉴스 방향성을 두고 SBS 외부는 물론이고
내부에서도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SBS뉴스는 정말 흔들리고 있는 것일까.
SBS뉴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보수적 논조’ … 크게 변한 건 없다!
미디어오늘이 2013년 하반기가 시작되는 지난 7월1일부터 11월24일까지 SBS <8뉴스>를 분석한 결과 ‘특이한
문제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감한 아이템을 메인뉴스에서 아예 빼버린다거나 정권에 우호적인 특정 사안을 의도적으로 부풀리기
하는 등의 ‘왜곡보도’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상대평가다. KBS MBC를 비롯해 종편사들의 뉴스와 상대적으로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절대적인 기준으로
SBS뉴스를 평가하면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온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이나 서울광장에서 벌어진 촛불집회가 대표적이다.
두 사안에서 SBS는 KBS MBC에 비해 ‘상대적인 적극성’을 보였지만 SBS가 이 사건들을 ‘제대로 다루었느냐’ 하는 점에선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의혹을 파헤치기보다는 사안을 따라가는 리포트가 많았고, 리포트 역시 여야 공방 위주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쉽게 말해 SBS뉴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다.
2013년 11월23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
박창신 신부의 발언 전문을 보면 북의 연평도 포격 사건을 정당화 했다기보다는 북방한계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이었다. 또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입장 역시 북한의 기술적 수준을 의심하는 차원의 의혹제기가 전반적인 취지였다. 하지만 두 방송사에서 발언 전체 취지와 맥락은 리포트에 반영되지 않았다.
SBS는 어땠을까.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3일 SBS <8뉴스> 머리기사 제목은 ‘대통령 사퇴해야 … 북 옹호 발언도’였다. 같은 날 KBS <뉴스9> ‘시국미사 중 연평도 포격 옹호 발언 파문’과 MBC <뉴스데스크> ‘NLL 한미훈련 하면 북한이 쏴야’와 비교했을 때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팩트 위주’로 전달하는 SBS … ‘보수적 견해’ 많이 반영하는 KBS MBC
2013년 11월23일 SBS <8뉴스> 화면 갈무리 | ||
24일에도 SBS는 시국미사에 대한 보수와 진보, 여야의 상반된 입장 등을 전했다. 사제단에 대한 국방부와 보수진영의 반발에 방점을 찍어 보도한 KBS MBC와는 무게중심에 있어 ‘미묘한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미묘한 차이’일 본질적인 차이가 나는 건 아니다. SBS는 이날 <8뉴스>에서 이른바 ‘김용민 막말 파문’을 3번째 리포트로 보도해 SNS 등에서 뜨거운 질타를 받았다. 사안 자체에 대한 논란도 논란이지만 과연 이 사안이 메인뉴스 3번째로 배치될 만한 것이었냐를 두고 비난 여론이 집중된 것.
SBS의 ‘천주교 사제단’ 시국 미사 리포트가 현재 SBS뉴스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SBS뉴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KBS MBC에 비해 본질적으로 크게 다른 논조를 보이거나 ‘뚜렷한 색채’를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보수적 입장을 바탕으로 한 일방적인 비판과 몰아침’이 두 방송사에 비해 낮다는 점 등에서 ‘상대적인 호평’을 받고 있을 뿐이다. 실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보도와 관련, KBS MBC는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았지만 SBS는 비난의 강도 면에서 두 방송사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본질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SBS이긴 하지만 분명한 것은 KBS MBC와는 걸어온 길이 달랐다는 점이다. 보도 논조에 있어 ‘현격한 차별화’를 보여주진 못했어도 굵직한 현안 등을 전달함에 있어 KBS MBC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얘기다. 국정원이 지난 8월28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을 때 KBS MBC는 물론 종편들은 대부분 ‘국정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는 듯한 보도태도를 보였지만 SBS는 달랐다.
SBS ‘8뉴스’ 존재감은 김성준 앵커의 클로징 멘트?
SBS는 8월29일 <8뉴스>에서 “국정원 개혁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공개수사가 시작된 데 대해서는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국정원 수사배경과 관련한 의혹을 별도로 짚었다.
2013년 8월29일 SBS <8뉴스> 화면 갈무리 | ||
이 뿐만 아니다. KBS MBC가 ‘박비어천가’ 수준의 대통령 세일즈 외교를 칭송할 때 SBS는 객관적으로 평가할 대목만 리포트에 반영했다. 오버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KBS MBC가 ‘한-베트남’ ‘한-중 외교’ ‘유럽 순방’ 등에 있어 대통령 패션보도 등과 같은 ‘주변부적인 사안’으로 메인뉴스를 채울 때 SBS는 ‘팩트 위주’로 전달하는 등 상대적인 차별화를 보여줬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 파동을 다루면서도 SBS는 KBS MBC와는 차별화된 보도태도를 보였다. KBS MBC가 ‘진영 vs 청와대’ ‘진영 전 장관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국한해서 보도할 때 SBS는 9월29일 <8뉴스>에서 진영 장관 사퇴로 “기초연금 정부안을 둘러싸고 정치적 파장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며 “박근혜 대통령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SBS가 KBS MBC뉴스에 비해 호평을 받아온 데에는 김성준 앵커의 클로징 멘트가 큰 역할을 했다. KBS 보도본부 한 기자는 “SBS가 KBS MBC처럼 ‘막가는 방송’으로 가지 않은 건 분명하지만 SBS뉴스 역시 한계는 분명하다”면서 “하지만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받았던 데에는 뉴스 말미 돌직구 멘트를 날리는 김성준 앵커의 공이 컸다”고 평가했다.
실제 김성준 앵커는 촌철살인의 클로징 멘트로 화제를 일으키곤 했다. 앞서 언급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압수수색은 물론이고 박근혜 정부를 ‘아프게 하는’ 돌직구 클로징 멘트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무상보육이 아슬아슬 살얼음판을 걷는데 더해서 이젠 기초연금 공약에 대폭 후퇴가 초읽기에 들었 갔습니다. 대선 끝나고 한 달도 못 돼서 공약을 다 지킬 수 없다는 말이 여권에서 나왔었죠. 혹시 못 지킬 줄 알면서 약속했던 건 아닙니까? 뉴스 마치겠습니다.” (2013년 9월23일 클로징 멘트)
“장관이 물러나면서 청와대와 의견충돌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이례적입니다. 이게 개인문제인지, 시스템문제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참에 국정운영체계가 정부출범 당시 비전에 맞게 가고 있는 건지 점검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뉴스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3년 9월30일 클로징 멘트)
“국군 사이버 사령부 요원 몇 명이 대선 때 정치댓글을 작성했다고 시인했습니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긴 건지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맞상대가 지금도 우리쪽 해킹에 열을 올리고 있는 걸 생각하면 참 한가한 사이버 요원이란 생각이 듭니다.” (2013년 10월17일 클로징 멘트)
JTBC ‘손석희’ 등장 이후 SBS뉴스 ‘존재감’ 약화
SBS <8뉴스> 홈페이지 화면캡처 | ||
실제 지난 9월16일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뉴스9> 앵커로 전면 등장한 이후 SBS뉴스의 존재감은 조금씩 약해져갔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국군 사이버 사령부 정치댓글 의혹 등 굵직한 현안에서 JTBC가 ‘치고 나오면서’ 그동안 SBS뉴스의 강점이었던 상대적 차별화가 눈에 띄게 약해진 것.
실제 국군 사이버 사령부 요원이 지난 대선에서 정치댓글을 작성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과 관련해 SBS는 지난 10월17일 김성준 앵커의 클로징 멘트를 통해 주목을 받긴 했지만 정작 당일 <8뉴스> 리포트에선 ‘앵커 멘트’를 통해 단신으로 처리했다. 반면 같은 날 JTBC는 <뉴스9> 헤드라인을 비롯해 관련 내용을 집중 보도했다. KBS MBC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SBS라는 ‘특수성’이 더 이상 주목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방송기자연합회가 발행하는 <방송기자> 11·12월호의 최근 방송뉴스 분석 결과 역시 이런 상황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방송기자>는 10월21일 하루 동안을 대상으로 KBS MBC SBS JTBC 등 방송뉴스를 분석한 결과, JTBC는 국정원 댓글(선거개입)에만 1,010초를 썼을 정도로 관련 내용을 집중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MBC·SBS가 같은 날 보도한 국정원 댓글 보도를 모두 합한 시간(977초)보다 길었다.
KBS 보도본부 다른 기자는 “KBS MBC뉴스에 실망한 시청자들 일부가 한동안 SBS뉴스 쪽으로 갔다면 손석희 사장이 JTBC뉴스 전면에 등장한 이후 JTBC 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워낙 JTBC가 ‘특화된 뉴스’를 만들다보니 그동안 SBS가 가지고 있었던 강점이 강점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실제에 비해 그동안 ‘과대평가’를 받았던 SBS가 다시 원위치 되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도 내리고 있다.
SBS 내부에서도 다양한 평가와 고민 ‘진행 중’ … 선택은?
관련해선 SBS내부에서도 다양한 평가와 고민이 진행 중이다. SBS 한 관계자는 “SBS뉴스의 경우 특별히 잘했던 것은 아니고 그동안 KBS나 MBC가 워낙 하락세를 보이니까 상대적으로 도드라져 보이던 점이 있었다”면서 “SBS뉴스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KBS, MBC가 망가지는 과정 속에서도 어느 정도 제 역할을 견지해왔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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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목동 SBS 사옥. ⓒ이치열 기자 truth710@ | ||
신승이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공보위원장은 조금 다른 평가를 내렸다. 신 위원장은 “특별히 이슈가 누락된다기보다 전반적으로 분위기, 추세가 적극적이지 않은 면이 있다”면서 “외부모니터나 시청자 위원회에서도 SBS뉴스가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SBS뉴스가) 객관적 보도를 넘어서 언론의 비판기능을 살려야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SBS의 경쟁력을 위해 지금이 중요한 시점인 것 같다. SBS뉴스가 확 달라졌다기보다 ‘cheer up’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지상파 뉴스에 대한 실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JTBC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면서 “SBS가 지상파 대표 격으로 (JTBC와) 비교되면서, 위기감이 있다. 종편처럼 할 수 없는 현실도 있지만 적어도 비판기능은 잃지 말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최근 들어 SBS뉴스가 예전에 비해 비판 강도가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기준점과 비교대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면서 “SBS뉴스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평가했다.
최진봉 교수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SBS뉴스 비교대상이 KBS MBC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은 평가를 받았지만 ‘손석희 체제의 JTBC’가 등장한 이후 평가의 기준점이 달라졌다”면서 “최근 SBS뉴스에 대한 기대와 평가가 달라진 건, SBS뉴스가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KBS MBC뉴스가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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