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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백혈병 피해자에게 사과…“노조부터 인정해야”

삼성, 백혈병 피해자에게 사과…“노조부터 인정해야”

[오늘의 소셜쟁점] 삼성전자, 사과 및 재발방지책 약속…“상식적 결론 얻기까지 7년 걸렸다”

삼성이 처음으로 반도체공장에서 일했던 직업병 피해 노동자에게 공식적인 사과의 뜻을 밝혔다. 누리꾼들은 “환영한다”면서도 아직 멀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는 14일 오전 저희 사업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려 투병하고 있고, 그 분들 중 일부는 세상을 떠나셨다”며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한 제3의 중재기구를 구성하고 중재기구에서 보상의 기준과 대상에 대해 논의할 것이며.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산재 소송에 대한 관여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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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은 삼성이 처음으로 직업병 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은 “삼성전자가 백혈병 문제를 전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늦게나마 밝힌 것을 환영한다”며 “청해진해운의 확대판이 삼성그룹이고 대한민국이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성이 돈보다 생명! 약자도 함께 사는 세상으로 나아갈 바란다”고 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자신의 트위터에 “삼성, 잘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윤리 면에서도 훌륭한 기업으로 거듭나기를”이라는 글을 남겼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벌어진 백혈병 문제를 다룬 영화 ‘탐욕의 제국’ 공식 계정은 “피해자 분들과 유족들의 얼굴이, 외로운 싸움을 이어온 반올림의 모습이 떠오른다. 또 하나의 약속을 지키기 애썼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삼성의 사과가 너무 늦어서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7년 걸렸다. 죄송하다는 한마디”라고 말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삼성전자도 회장님 쓰러지니까 남의 목숨 귀한 줄 안 걸까. 상식적인 결론을 얻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삼성의 사과는 고 황유미씨 사망 이후 7년 만이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삼성전자가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겠단다. 그들에게 사람의 목숨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란 어떤 걸까”라며 “피해자의 존재를 인정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그것 또한 피해자들과 반올림의 수년의 투쟁 결과다. 부디 돈으로 피해자들에게 다시 상처 주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백혈병 피해 노동자들과 함께 해온 반올림도 입장을 밝혔다. 반올림은 피해자들의 존재와 삼성이 그들에게 소홀했음을 인정한 점, 산재인정소송에 개입했던 것을 철회한다고 밝힌 점, 재발방지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한 점 등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다만 제3의 중재기구는 그동안 반올림이 요구한 ‘직접 교섭’과 배치된다며 반올림을 교섭의 주체로 인정하고 요구안에 성실히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진짜 재발방지를 하고 싶다면 ‘무노조 경영’부터 철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삼성이 이재용 재벌세습에 장애가 될까봐 백혈병 문제를 사과하는 게 아니라면 삼성에서 노조 만들려는 사람들에 대한 상상을 초월한 인권유린과 탄압을 사과하고 위장도급 삼성전자서비스 정규직화와 노조인정, 의료민영화 배후조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감독 태준식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노동자의 건강권을 일상에서 확보할 노조가 없다면 이 역시 돈으로 몇 푼 해결해보겠다는 삼성의 나쁜 습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며 “노동조합부터 인정해야지”라는 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