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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성 국방부기자 “여기자, 10년 새 10배 늘어”

조본좌 2014. 11. 8. 12:27

최초의 여성 국방부기자 “여기자, 10년 새 10배 늘어”

[한국의 전문기자들③] 최현수 국민일보 군사전문기자…“전문기자 제도, 목표 분명해야”

대한민국 여군은 64년 전 창설됐지만 국방부 출입기자단의 금남의 벽은 2002년이 되어서야 깨졌다. 최현수 국민일보 기자는 최초의 ‘여성’ 국방부 출입기자다. ‘최초’의 여성 국방부 출입기자였던 그는 어느새 국방부 최고령 출입기자가 됐다.

미디어오늘은 ‘한국의 전문기자를 만나다’ 세 번째 주인공으로 지난 22일 최현수 군사전문기자를 만났다. 최현수 기자는 1988년 국민일보에 입사해 국제부, 외교부, 사회부, 생활경제부, 종교부를 거쳐 2002년부터 국방부를 출입하기 시작했다. 인터뷰는 국방부 매점에서 진행됐다.

- 군사 분야에 관심 갖게 된 이유는?
국제부를 충입했을 때 1차 걸프전이 터졌다. 중동 아프리카지역과 이라크 지역을 맡아 기사를 썼는데 군사작전이 벌어지자 군사부문 기사를 번역하는 일을 했다. ‘word by word’, 단어를 단어로 번역하니 전체적인 그림이 잘 안 그려지더라. 이 무기가 어떤 무기인지도 모르겠고. 그 때 군사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또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보니 원래 관심도 있었다. 부서를 옮길 때가 됐을 때 회사에서 ‘어떤 걸 하고 싶냐’고 물어서 국방부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 최현수 국민일보 군사전문기자. 사진=최현수 기자 제공
 

- 그 이후 쭉 국방부를 출입했나.
2002년, 2003년 2년 간 있다가 2004년에 10개월짜리 국방대학교 안보과정을 밟았다. 2005년 다시 국방부에 갔고, 2006-2007년 경제부에 있다가 2008년 탐사기획팀장을 맡았다. 2009년 회사에서 전문기자를 보강한다기에 전문성을 키우고 싶은 마음에 군사전문기자가 되기로 했다.

- 여성으로 국방부 출입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나.
용어가 많이 낯설었다. 그리고 군대경험이 없다는 점이 단점이 될 것이라 생각해 처음엔 조심스러웠다. 시간이 지나니 많이 해결됐다. 용어는 남자기자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군대 안 다녀온 남자 기자들도 있었고. 다만 다른 부서에서는 한 번만 들어도 암기가 되는데 군사 사안이나 무기체계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어렵다. 여러 번 봐도 잘 안 잡히는 게 있다.

‘여기자라서 잘 모를 거다’라는 생각에 질문하면 더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경우도 많았다. 조선일보 유용원 기자와 중앙일보 김민석 기자(현 국방부 대변인) 등 다른 기자들 도움도 많이 받았다. 물먹는(낙종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회사에서 자르지 않아서 계속 할 수 있었다.(웃음)

- 지금은 여기자가 많아졌나. 
내가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여기자가 국방부에 상주 한다는 생각을 못하는 분위기였다. 지금은 1진 기자로는 나랑 코리타임스가 있고 2진까지 치면 연합뉴스 영문, YTN, 채널A, 뉴스1 등이 있다. 9-10명 된다. 10년 사이에 10배가 늘어난 셈이다.

군사 분야는 워낙 전문성이 많이 요구되는 분야다. 밀덕(밀리터리+오덕)이 아닌 이상 일반인들이 무기체계나 군사 용어에 대해 알기는 어렵다. 

- 전문기자직을 위해 따로 공부했나.
국제부에 있을 때 시카고대학에서 2년 간 IR(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석사를 받았다. 그 때 특히 전쟁에 대해 많이 공부했다. 국방부 온 이후로는 수시로 나오는 보도자료, 참고자료를 읽고 국회나 국방부 안의 도서관 자료도 본다. 수시로 전쟁과 무기에 관한 책도 읽고, 국방연구원의 연구원들에게 전화해서 모르는 것은 물어보기도 한다. 국방부 실무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데, 아쉽게도 국방부는 기자와 실무자의 만남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보안 문제 때문이다.

- 주요 취재원은 누구인가.
국방부나 외교부, 아주 가끔 청와대 관계자들이 취재원이다. 학자들도 있고. 예비역 중에서도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분들이 있다. 이들이 비교적 편하게 이야기를 해준다.

- 전문기자라면 그냥 출입처 기자들과는 다른 기사를 써야할 것 같다.
부담감이 있다. 어떤 현상의 원인을 좀 더 명확히 하고, 앞으로 미칠 영향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분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쓴 기사가 전문기자가 쓴 기사로, 제대로 쓴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칼럼을 통해 짧은 기사에 없는 정보들을 녹여내려 한다. 날마다 쏟아지는 기사가 아니라 칼럼을 통해 남들이 내지 못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전문기자에게 요구되는 바가 아닌 가 싶다.

- 군사분야는 알 권리와 국익이 많이 충돌한다. 보도 기준이 있나. 
군사작전의 경우 국민들이 일일이 알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있어 작전에 대한 보도는 자제하려 한다. 무기개발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주변국을 고려해서 자제하거나 공식화되기 전까지 기다릴 때도 많다.

- 그런 면에서 국방부와 기자들 사이의 갈등은 없나. 
굉장히 많이 싸우는 편이다. 기자들은 좀 더 솔직히 이야기해 달라고 하고, 국방부는 보안의식을 강조한다. 주변국과의 관계를 들며 제대로 오픈을 안 하니 많은 갈등이 생긴다.

최근 남북한 군사력에 대해 질문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군사력이 우세하다’는 답이 43%, ‘북한 군사력이 더 우세하다’는 답이 42%로 팽팽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우리 군사력이 강하다’는 답변이 5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군사력에 대한 신뢰도가 13%나 떨어진 셈이다. 군에서 벌어진 각종 사고의 결과는 아닐까. 최현수 군사전문기자에게 최근 발생한 군 내 폭력 등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해 물었다.

   
▲ 10월 31일자 뉴스타파 갈무리
 

- 윤일병 사건 등 군 폭력사건이 계속 터진다. 왜 이럴까. 
시대가 변했고 군도 같이 변화해야 하는데 군의 변화속도가 더디다. 군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군의 실제 모습이 다른 상황에서, 군이 사회적인 요구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부각되는 일들이라고 본다.

- 과거엔 고참이 후임을 괴롭히는 양상인데, 임 병장 총기난사사건을 보고 충격 받은 이들이 많다. ‘아니, 병장이 괴롭힘을?’
군 내 폭력의 양상이 과거와 다르다. 예전은 고참 한 명이 부하 여러 명을 괴롭히는 양상이었는데 지금은 한 사람을 두고 여러 명이 괴롭히는 양상이다. 이런 점에 대한 군의 정확한 분석과 대응이 나와야 하는데 업무도 바쁘다보니 대응을 못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왕따나 따돌림은 중고등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예전에 군대는 자는 사람을 갑자기 깨워서 구타하는 식이었지만 요즘은 윤 일병 사건처럼 한 사람을 왕따시키는 식이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왕따, 엽기적인 범죄가 군에 그대로 들어온다. 사회의 문제가 폐쇄된 사회인 군으로 들어오다보니 더 왜곡된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일어난 폭력 사태 등은 사회와 군이 같이 고민하며 풀어가야 할 문제라 본다.

- 군대 사건사고가 많으니 기자가 할 일도 많을 것 같다.
군 폭력 뿐 아니라 북한 사안도 많았다. 북한과 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과도기였고 남북관계는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천안함 때도 고생을 많이 했는데 2010년 이후 계속 일이 발생한다. 사건이 많이 발생한 것도 있지만 예전 같으면 묻혔을 일들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볼 수 있게 된 변화도 크다.

그는 국민일보에 딱 세 명 있는 전문기자다. 그나마 다른 매체에는 전문기자라 불릴 만한 기자들이 없는 경우도 많다. 전문기자가 보기엔 전문기자는 필요한 제도일까.

- 출입처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출입처가 자주 바뀌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한 부처에 1년 이상은 있어야 제대로 비판할 수 있다.

- 출입처 제도 자체에 대한 견해는?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체적으로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현재는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전체적인 취재관행이 바뀌어야 할 문제다.

- 숙련된 기자들은 전문성을 쌓고 현장애 있기보다 부장이나 경영실, 국장이 되는 식으로 현장을 떠나버린다.
- 우리 취재시스템이 전문기자 제도를 뒷받침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내 경우 국방부 최고령 기자인데 나이가 많다는 것이 불편할 때가 있다. 분위기가 바뀌어야 하고 현장의 시니어 기자들에게 1-2년차 기자들에게 똑같은 것을 요구한다면 (전문기자) 제도가 유지되기 어렵다. 2-30년 경력이 있는 기자를 1-2년차 돌리듯 쓰는 것은 낭비다. 현장에 나가는 것은 좋고 큰 축복이지만, 경력 있는 기자를 어떻게 쓰겠다는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 기자들이 전문성을 쌓기 힘든 구조적 원인도 있을까. 
전문기자라고 하면 사건 사고에서 자유롭고 본인이 장기적 기획을 한다거나 깊은 인터뷰를 해야 하는 데 인력구조 등 신문사 사정상 몇 사람을 전문기자로 빼서 활용할 상황이 안 되는 것 같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전문기자의 효용성, 즉 전문기자를 키워 특별한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문제의식이 강한 경우도 많지 않다. 언론에 긴 호흡의 여력이 있으면 좋겠다.

   
▲ 국민일보 FinTV에 출연한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FinTV 영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