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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의 무력화, 종편이 의제설정 주도한다”

조본좌 2014. 12. 14. 11:40

“지상파의 무력화, 종편이 의제설정 주도한다”

[인터뷰]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지상파 독과점 아닌 지상파 추락 막아야 하는 상황”

논란 속에 탄생한 종합편성채널이 어느덧 개국한 지 3년이 지났다. 특혜 속에 탄생한 종편을 두고 여전히 ‘원천무효’의 주장도, ‘종편을 건강하게 바꾸자’는 목소리가 공존한다. 손석희 뉴스로 대표되는 JTBC를 타 종편과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종편의 특혜 문제, 재허가 문제 등을 끊임없이 지적해 온 ‘종편 저격수’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8일 최민희 의원을 만나 종편 3주년에 대한 평가, 700MHz, KBS 수신료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최 의원은 3주년을 맞은 종편을 두고 “공정경쟁의 룰 속에 안 들어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최 의원은 “지상파와 종편이 경쟁하고, 종편이 종편끼리 경쟁하면서 저널리즘이 완성되고 방송프로그램의 질이 좋아져야 한다. 이것이 종편을 가진 신문들이 주장한 자유경제질서이자 공정경쟁”이라며 “그런데 정작 종편들은 자유경제의 룰이 아닌 특혜에 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민희 의원은 “종편도 공정하게 경쟁해야 하고, 그러려면 특혜를 걷어내야 한다”며 종편에게 주어진 특혜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의무전송채널 지정 △중간광고와 광고 직업영업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유예 △황금채널 배정. 최 의원은 “의무전송채널 지정대신 타 방송처럼 SO랑 계약을 맺게 하는 방식으로 특혜를 거둬야 한다”며 “지금 종편은 특혜 덩어리에 치외법권 방송”이라고 비판했다.

종편 방송평가와 재허가 과정도 석연치 않다. 지난 4일 방통위가 공개한 ‘2013년 방송평가’에서 TV조선이 1위를 차지했다. 타 종편에 비해 예능·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에 투자한다는 평가를 받는 JTBC는 3위에 그쳤다. 방통위는 종편 재허가 과정에서도 재허가 기준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형식적인 검토만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 의원은 “종편 재허가 심사 때 채널A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가 제기한 문제를 검찰이 수사했다면 허가 취소 사유가 됐을 것”이라며 “방송평가와 재허가를 제대로 하면 일부 종편은 보도전문채널로 다시 허가요청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종편의 특혜 논란은 여전하지만 종편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윤회 게이트 관련 보도가 대표 사례다. 최민희 의원실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지상파 3사와 종편 3사의 메인뉴스를 분석한 결과 종편은 지상파보다 보도량으로는 3배, 시간상으로는 4배를 할애해 정윤회 게이트를 보도했다. 지상파의 의제설정 기능이 종편으로 넘어간 셈이다. (관련 기사 : <정윤회건 단독·심층보도 종편이 휩쓸어… 지상파는?>)

   
▲ 정윤회 관련 지상파, 종편 메인뉴스 보도 비교
 

최민희 의원은 “지상파의 의제설정 기능이 종편에 밀린 지는 오래됐다. 세월호 참사가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단순 시청률로만 비교해도 세월호 참사 때 JTBC 손석희 뉴스 시청률은 MBC와 비등했다. 최 의원은 “종편이 잘해서라기보다 지상파가 무력화되면서 종편의 의제설정 능력이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의원은 또한 “tvN 응답하라 시리즈, JTBC 비정상회담, 히든싱어 등 연예오락 부문에서도 지상파가 타 채널에 비해 밀리고 있다”며 “우리가 그간 방송정책을 쓸 때 ‘지상파 독과점 해소’를 고려해야 했는데 이제 ‘무료보편서비스인 지상파의 추락’을 막아야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무료보편서비스 지상파’를 지키기 위한 정책 중 하나가 지상파 UHD이고, 이를 위해서는 700MHz 할당이 필요하다. 700MHz가 쟁점이 됐던 국정감사와 공청회 자리에서 미래부는 통신 편에서 소극적인 방어를 펼쳤고, 의원들은 지상파 할당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종편, 경제지 등)은 의회가 지상파 편을 든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지상파 ‘사업자’를 편든 게 아니라, 무료보편서비스 플랫폼이 소외되지 않도록 지상파를 편든 것”이라며 “미래부가 통신 편을 드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편들기”라고 설명했다.

지상파 할당 논리에 대한 반박도 있다. 지상파 직접수신율이 7%에 불과한데(10~13%라는 의견도 있다) 보편서비스라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최 의원은 “직접 수신율 문제는 지상파가 해결했어야하는 과제다. 직접수신율은 40-50%가 되어야 하고, 이 부분에 대해선 지상파가 할 말이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료보편서비스와 유료사업 영역을 똑같이 볼 수 없다”고 답했다.

방송업계의 또 다른 핫이슈는 KBS 수신료 인상이다. 국감 때도 이야기가 나온 만큼 KBS 수신료는 내년 상반기 미방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민희 의원은 “수신료 인상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암에 걸렸는데 고 영양분을 주면 암세포만 살이 찐다. KBS는 그런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와 길환영 사퇴에서 이러한 상황이 드러났다. 수신료 인상 전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중립화 방안’과 ‘강제조항이 있는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설립’에 동의해야 한다. 이것이 먼저 논의되면 수신료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