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윤회 문건수사 제동-박지만·정호성 전면 등장하나
검찰, 정윤회 문건수사 제동-박지만·정호성 전면 등장하나
[토요판 신문읽기] ‘땅콩리턴’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결국 사과…특권의식이 화 불렀다
검찰의 ‘정윤회 게이트’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검찰은 박 경정이 청와대에서 가지고 나온 문건을 언론사와 대기업에 유출했다는 혐의로 최모 경위와 한모 경위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범죄 혐의 소명 부족’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청와대, 그리고 이에 맞춰 무리한 수사를 한 검찰이 자초한 일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화 부른 검찰, 화 키운 청와대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최모 경위와 한모 경위의 혐의에 대한 수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근거다. 영장실질심사를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엄상필 판사는 “현재까지의 범죄 혐의 소명 정도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언론은 애초부터 검찰의 영장 청구가 무리수였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검찰이 최·한 경위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수차례 조사하고도 수사가 부실했다고 법원이 판단한 터라 영장 기각이 검찰에게는 굴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애초부터 지나쳤다는 지적도 있다. 형법상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의 법정형이 징역 2년 이하로 낮아 법원이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낮게 봤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검찰 수사가 불충분하다는 의미”라며 “구체적인 유출 경위는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의 성격도 문제다. 유출 의심 문건이 대통령기록물이나 공공기록물이 아닌 단순 공문서 성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법원은 국정개입 의혹이라는 큰 그림에서 보면 사실상 ‘별건’에 가까운 수사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검찰의 실축을 두고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이 검찰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신문은 “검찰 안팎에선 수사를 채근하는 청와대 탓에 터진 사달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문건유출은 국기문란’이라 말한 후 수사가 속전속결이었지만 영장 기각으로 첫 번째 단추부터 제대로 채워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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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일보 4면 | ||
세계일보는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무리하게 수사한 게 주요 원인”이라며 “검찰 수사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찌라시에나 나오는 얘기’, ‘유출은 국기문란’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않고 수사를 진행하려다 보니 발목이 붙잡힌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법조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수사 실무에 뛰어난 검사들이 사건을 보는 관점은 의혹의 중심에 있는 청와대 인사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청와대가 수사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방향을 제시한다는 의혹 때문에 검찰 수사가 신뢰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역시 “박근혜 대통령이 “국기 문란”이라고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때문에 검찰이 무리하게 영장을 친 것 아니냐“며 ”설사 문건을 기자에게 유출했다고 해도 구속할 정도는 아니다“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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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4면 | ||
정윤회 이어 박지만도 등장 임박?
정윤회 국정개입 사건에서 박지만 EG 회장의 전면 등장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박지만 회장의 측근들로 구성된 ‘7인회’가 문건 유출의 배후라고 밝혔고, 세계일보 보도로 청와대에서 유출된 문건이 박지만 회장을 통해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점까지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박지만 이지(EG) 회장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야 할 시간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윤회씨 국정개입 동향’ 문건의 한쪽 당사자로 지목을 받고 있는데다, 문건을 둘러싼 의혹이 새로 불거질 때마다 박 회장을 직간접적으로 지목하는 증언 등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파문이 종착역에 이르기 위해선 박 회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박 회장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도 이미 시작했다”며 “박 회장 주변에선 박 회장이 이런저런 의혹이 제기되는 것에 대비해 여러 자료를 수집해놓은 것으로 전해져,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정국에 또 다른 파장이 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다음주께 박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방침이며, 박 회장 쪽도 “필요하면 나가서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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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1면 | ||
정윤회씨도 박 회장과의 대질신문을 요구하고 있다. ‘정윤회의 박지만 미행설’을 두고 검찰이 조사를 진행 중이고, 이 보도를 두고 정윤회씨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을 이르면 다음 주 소환 조사키로 하면서 그가 비선 실세 국정 개입 의혹 논란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그간 박 회장이 언론 접촉을 피하고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며, 청와대에서 유출된 문건이 박지만 회장에게 전달됐다는 것을 두고 “조응천 그룹이 박 회장을 움직이게 하려고 자극을 준 것”이라는 해석도 제시했다.
박지만 회장은 물론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도 검찰조사를 받을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세계일보는 “박지만 EG회장 관련 청와대 문서 100여건이 시중에 유출됐는데도 청와대가 이를 회수하지 않고 묵살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검찰이 박 회장과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을 차례로 소환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검찰은 정 비서관에 대해서는 문건 유출 사실을 제보 받고도 이를 회수하려는 조치를 적극 취하지 않은 이유를 물을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위법사실을 밝혀낸 인물들에 대해서는 ‘직무유기죄’ 적용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박지만 문건’에는 서향희 동향 담겼다
세계일보가 박지만 회장을 통해 청와대에 유출 사실을 알렸다는 ‘박지만 문건’에는 어떤 내용이 담긴 것일까. 중앙일보는 “박지만 EG 회장 부인인 서향희(40) 변호사 관련 동향 보고서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조응천(52)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청와대를 떠난 뒤인 올해 6월 ‘유출이 심각하다’며 오모(44) 행정관을 통해 유출 문건들의 사본 128페이지를 청와대에 제출했다”며 “대부분이 서 변호사 관련 동향 보고서”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문건들 가운데) 시사저널이 지난 3월 보도한 미행설 등 박 회장 본인에 관한 것은 한 건도 없었다”며 “전부가 서 변호사와 EG 임원 등 박 회장 측근 인사의 동향을 담은 것들”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한 “문건내용 대부분이 부인 서향희 변호사에 관한 의혹들이어서 박 회장이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땅콩 리턴’ 파문 조현아 부사장 사과…사건 은폐 의혹
땅콩 리턴 파문을 일으켰던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조 부사장은 12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등장해 “죄송하다. 제가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사무장 등 객실 승무원들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과하겠다. 직접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조 부사장의 사과에 앞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사과했다. 조 회장은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딸자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자식 교육을 잘못시켰다. 조현아는 모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날 조 부사장을 상대로 항공보안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사장은 조사를 받고 나오는 길에 사무장의 손등을 때렸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처음 듣는 일”이라 부인했다.
이런 와중에 항공기 사무장인 박창신씨가 조 부사장이 사건 은폐 시도를 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예상된다. 박씨는 12일 KBS와 인터뷰에서 “대한항공 직원 대여섯 명이 거의 매일 집에 찾아와 ‘매뉴얼을 숙지 못해 조현아 부사장이 화를 냈지만 욕한 적은 없고 스스로 내린 것이라고 진술하라’고 강요했다”며 ““8일 국토교통부로 조사를 받으러 가기 전에 ‘국토부의 조사 담당자들이 대한항공 출신 기장과 사무장으로, 조사라고 해봐야 회사 측과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또한 “(회사 측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거기엔 저와 제 동료인 승무원에 대한 배려나 미안함이라든지 품어주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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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1면 | ||
검찰 역시 사건 은폐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검찰은 전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최초 진상보고서' 및 사무장 박창진씨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해 이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검찰이 11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진상보고서에는 "우리는 매뉴얼대로 했지만 조 부사장이 욕설을 하며 기장실 입구까지 밀어붙였다"는 사무장과 승무원들의 증언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참고인으로 검찰에 나온 사무장 박씨는 대한항공 측으로부터 거짓 진술을 강요받았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는 “이 같은 진술 및 진상보고서가 나옴에 따라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상 '기내 난동'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검찰은 거짓 진술 강요 정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대한항공 관련자들을 형법상 강요죄로 형사 처벌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반복되는 재벌2‧3세 일탈…특권의식 때문
경향은 땅콩 리턴 파문을 두고 재벌가의 일탈에 대해 조명했다. 2010년 SK그룹 창업주 최종현 회장의 조카 최철원씨의 ‘맷값 폭행’ 사건, 94년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일가 중 한명이 운전 중 앞서가던 소형차 프라이드 탑승자 2명을 ‘건방지다’며 벽돌로 폭행한 사건, 2007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폭행당한 아들의 복수를 한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경향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행태가 국민적 조롱과 분노를 부른 것은 재벌 가족들이 기업을 사유물로 생각하고 종업원을 머슴처럼 부리고 있음이 생생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재벌가의 일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며 “재벌 1세대는 어렵게 자라고, 기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 해 절제력을 갖고 있는 반면 2·3세들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면서 싫은 소리를 듣지 않기 때문에 충동적이고 안하무인인 경우가 많다”는 재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경향은 “이들의 공통점은 선민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를 잘 만나 현재 지위를 누리게 된 것이지만, 스스로만 특별하다고 보고 다른 이들은 자신이 영위하는 기업의 부속품인 양 함부로 대한다”며 “일탈을 했던 이들이 회사 경영을 맡게 됐을 때, 오히려 기업가치를 훼손할 뿐 아니라 한진그룹의 예에서 보듯 운영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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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1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