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손 놓고 있는 국회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손 놓고 있는 국회
[뉴스분석] 여당은 침묵, 야당은 내용 없는 정치공세만…구도는 정윤회 vs 박지만으로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관련해 정윤회씨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까지 검찰에 출두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언론을 통해 온갖 보도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청와대가 해명하라’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마라’고 주장하고, 새누리당은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이러한 공방을 제외하면 이번 이슈에서 여야 모두 사실상 손 놓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대응은 ‘침묵’이다. 임시국회 긴급현안질문에 질의 지원자가 없었던 것이 대표 사례다. 여야는 15-16일 열리는 임시국회 긴급현안질문을 열기로 합의했으나 질문 신청마감일인 9일 오전까지 새누리당 의원 그 누구도 신청하지 않았다.
이에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양일간 우리 당에서 5명씩 10명의 의원들이 질의해줘야 하는데 아직까지 한 분도 신청하지 않았다. 끝내 신청이 없으면 강제로 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후 들어 새누리당은 의원들을 차출해 10명의 질문자를 채워야했다.
긴급현안질의의 경우 언론에 노출될 기회가 많아 항상 지원자가 넘쳤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긴급현안질문이 비선실세 의혹을 피해가기가 어려울 것이 예상되므로, 여당 의원들이 몸을 사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까지 나서서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와중에도 여당인 새누리당의 침묵은 이어지고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 야당 위원들이 지난 4일 운영위원회 개회요구서를 제출하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청와대 비서관 등의 출석을 논의하자고 했으나 새누리당은 이를 거부했다. 5일 열린 회의에서 새누리당 의원은 전원 불참했다. “검찰 수사 중이니 기다려보자”는 이유였다.
하지만 청와대가 여러 차례 사실상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내린 마당에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게다가 검찰 수사를 제외하고 청와대 관계자들을 불러 의혹에 대해 물을 수 있는 곳은 국회뿐이다. 게다가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국회 운영위에서 위증을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여당이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며 운영위 개회를 거부하는 행동은 ‘책임 방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관련 기사 : <새누리당 불참, ‘정윤회 게이트’ 국회 운영위 무산>
새정치민주연합도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일보의 11월 28일 보도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이하 진상조사단)을 꾸렸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다. “또 다른 카드가 있다”고 말했으나 새로운 카드는 나오지 않고 있다. 보도된 ‘정윤회 문건’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 <검찰 못 믿는 새정치민주연합, 추가 폭로 이어가나>
그러다보니 야당의 대응은 언론에서 새로운 팩트가 제기되면 그에 대한 논평이나 성명을 내놓는 데 그치고 있다. 언론을 통해 정윤회씨의 승마협회 인사개입 의혹이 제기되자 야당 의원들은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보도 내용에 대해 캐물었다. ‘십상시’ 모임의 사진과 녹취록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진상조사단은 “이 증거들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사건 등 새로운 팩트를 제시하며 여론을 이끌었던 모습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여야가 모두 손 놓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적극적인 것은 청와대다. 청와대는 ‘십상시’ 문건 논란을 ‘7인회’로 맞받아치며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에, “문건유출 배후는 7인회”라며 출구전략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 기사 : <갑자기 튀어나온 ‘7인회’는 청와대와 정윤회 출구전략?>)
국회에게는 행정부와 청와대를 견제해아할 임무가 있다. 하지만 여당은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비선 의혹에 침묵하고, 야당은 내용
없는 정치공세 이상의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이번 정윤회 게이트는 인사참사, 비선의 정치 개입 등에 대한
진실규명은 하지 못한채, 청와대와 조응천 전 비서관의 진실게임이자 정윤회 vs 박지만의 파워 게임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