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대상된 진보당원들 “불안, 위축되지만…”
검찰 수사 대상된 진보당원들 “불안, 위축되지만…” | |||||||
검찰, 진보당 당원 전수 조사 의지 밝혀…“진보진영 전체에 공포분위기 조성하려는 의도” 통합진보당이 해산되자마자 또 한 번의 큰 위기를 맞았다. 보수단체의 고발로 통합진보당 당원 전체가 국가보안법 수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졸지에 수사 대상이 된 진보당 당원들은 불안함 마음을 전하면서도 검찰이 공안정국 조성을 위해 실현이 힘든 ‘전 당원 조사’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 비판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9일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한 직후 보수단체인 ‘통진당 해산국민운동본부’(국민운동본부)는 이정희 전 대표를 비롯한 통합진보당 전체 당원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하고, 공안1부에 사건을 배당했다. 고영주 국민운동본부 위원장은 2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당원 전부가) 기소된다고 생각하고 한 것이 아니고 반국가단체적인 성격을 가진 단체라는 걸 알고 가입해서 활동했느냐가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가 특정할 수 없기에 검찰에 확인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위원장 말대로라면 검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따지기 위해 진보당 당원들을 전수 조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검찰은 전수 조사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JTBC는 23일 “검찰이 일부 핵심 인사들뿐만 아니라 당원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으로 분류되는 3만여 명이 우선 수사 대상이며 이 중에서도 경기동부연합 등 출신의 핵심 간부들의 이적성을 먼저 검토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통합진보당 당원들은 검찰이 당원 전수 조사를 할 수도 있다는 말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당원 이정현씨는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헌재에서 그런 판결을 낸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당원 전체를 수사한다는 것은 더 어이가 없는 일”이라며 “너무 황당한 일이라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2006년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당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A씨는 “당원 중 일부는 해산판결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대부분 ‘설마 해산이 될까’라고 생각하는 당원들이 많았다. 그래서 당혹스럽고 충격적이었다”며 “그런데 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당원 전체가 검찰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니 더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당원들 사이의 분위기는 어떨까. 이정현씨는 “어이가 없긴 하지만 (검찰 수사까지 갈 것이라) 예상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 답답해하면서도 ‘할 테면 해봐라’라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8월 진보당에 가입한 B씨는 “당원 된 지 4개월 만에 당이 사라져 당혹스럽긴 하지만 위축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강원도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병혁씨는 “불안하다기보다 당원들이 매우 분노하고 있으며, 격앙돼 있다”며 “제대로 대처해야겠다, 잘 싸워야겠다는 분위기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불안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열심히 활동해 온 당원들이야 ‘부당한 일이니 싸우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당비만 낸 당원이나 후원 당원들은 위축될 수 있다는 것. 당원들은 이런 효과가 검찰이 의도한 바가 아니겠냐고 입을 모았다. A씨는 “나도 당원이지만 부모님도 당원이고, 이렇게 가족이 다 같이 당원인 경우가 꽤 있다”며 “정당 활동을 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의미에서, 큰 고민 없이 당에 가입했던 사람들도 태반인데 이 사람들을 다 포함해 고발하고 수사를 한다니 위축될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해산 이후 당원들이 힘을 모아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검찰 수사가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를 위축시킬 것 같다”고 우려했다. 청년 당원 김종민씨는 “진보당이 강령도 바꾸면서 대중적 진보정당을 지향했고, 이에 따라 후원 개념으로 가입한 ‘생활인’들이 많다”며 “이들이 무슨 보도연맹도 아니고 정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검찰 수사를 받는다면 매우 불안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년 째 당 활동을 하고 있는 C씨는 “솔직히 말하면 열성 당원 외에 아직 후원 당원이나 당비만 내는 당원들과는 이 사태에 대해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며 “열성당원들은 ‘잘 싸우자’는 마음인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C씨는 이어 “(검찰 수사 등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불안해할 것”이라며 “대중정당에 입당한 사람들까지 겁주면서 진보당에 대한 지지나 우호적인 목소리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진성당원 3만 명만 조사한다 해도 몇 개월, 길면 수년이 걸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3만 명이 모두 기소될 가능성도 낮다. 이런 이유로 검찰이 수사를 오래 끌고 가면서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정현씨는 “공안정국을 통해 ‘너네 찍소리 하지마’ ‘애네들이랑 놀지마’ 이런 식의 분위기를 만들고, 대중들이 진보당 나아가 진보세력에 대한 지지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혁씨는 “비선실세 의혹을 비롯해 노동문제 등 박근혜 정권을 위협할 여러 요소들이 있다. 공안정국을 이어가면서 관련 활동들을 하는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C씨는 “공안수사의 초점이 간첩 사건에서 진보당 관련 사안으로 옮겨간 모양새다. 아마 내년 총선까지 이어지지 않을까”라며 “다른 진보정당과 시민단체들도 엮으러 할 거다. 다 같이 연대해서 싸워야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