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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만들면 지지율 18%? 여론조사에 함정 있다

조본좌 2015. 1. 6. 16:43
신당 만들면 지지율 18%? 여론조사에 함정 있다
‘국민모임’의 제3정당, 만들지도 않았는데 지지율 18%…새정치연합과 별 차이없는 이유는?

진보진영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신당’의 지지율이 18%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과 별 차이가 없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정계개편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여론조사 결과가 실체가 없는 ‘허수’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시민사회 인사들은 지난달 24일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국민모임)을 결성해 새로운 정치세력 건설을 촉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도 새정치민주연합도 아닌 제3정당을 만들어야한다는 움직임이 가시화된 것이다. 정동영 새정치연합 상임고문 등이 국민모임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신당 창당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휴먼리서치’는 지난달 12월 30~31일 양일 간 신당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국민모임’이 촉구하는 새로운 신당이 출현한다면 어느 정당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신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18.7%에 달했다. 새누리당은 39.6%, 새정치민주연합은 21.1%였다. 신당 지지율이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과 2%도 차이 나지 않은 것이다.

휴먼리서치는 신당 지지율에 앞서 1) 지지하는 정당 2) 신당창당 필요성에 대해 물었다. 첫 번째 문항에서 새누리당은 43.7%, 새정치민주연합은 29.8%의 지지율을 보였다. 두 번째 문항의 경우 신당창당이 필요없다는 의견이 49.6%, 필요하다는 의견이 37.5%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ARS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전국 거주 19세 이상 성인 남‧여 1520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2.51%다.

  
▲ 휴먼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출처=휴먼리서치 신당 관련 정치현안 긴급여론조사 보고서 중 갈무리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몇몇 언론은 ‘대안정당 부상’ ‘야권 충격’ 등의 표현을 썼다. 신당 지지율에 새정치연합에 대한 실망감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명진스님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라며 “야당이 오죽 못났으면 말만 나온 정당이 18% 지지를 받겠나”라고 말했다.

최정환 휴먼리서치 조사분석팀장은 “기존 야당에 대한 반발심, 그리고 야당이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요인이 가장 크다. 강한 야당을 원하는 이들의 지지가 신당에 쏠리는 것”이라며 “지난번 안철수 신당처럼 유명인이 신당에 들어간다면 폭발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호남지역 신당 지지율이 타 지역에 비해 높다는 점도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한다. 신당 창당시 정당 지지도를 묻는 질문에 전라‧광주 지역 응답자의 29.2%가 신당을 창당한다고 답했다. 전체 지역 중 가장 높았다.

  
▲ 지역별 신당 지지율. 출처=보고서 갈무리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번 여론조사에 함정이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모임’이라는 단어와 국민모임에 대한 설명이 허수를 만들어냈다는 것.

정치컨설팅업체 민(MIN)의 윤희웅 여론조사분석센터장은 “‘국민모임’이 어떤 세력인지 일반 국민들이 잘 모른다. 국민들 입장에서 ‘국민모임’이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는, 중립적 용어로 인식될 수 있다”며 “여권 지지층도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니 지지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센터장은 “기존 정당에 대한 거부감이 높게 형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별로 높은 지지율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여론조사 분석 전문가는 휴먼리서치 여론조사의 두 번째 문항을 문제 삼았다. 문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민사회 여러 분야의 민주‧개혁‧진보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 있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모임’이 새로운 신당창당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신당창당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여론조사 두 번째, 세 번째 문항. 출처=보고서
 

이 전문가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당’이란 말은 절대선의 표현 아닌가. 이런 표현이 유도심문과 같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여론조사는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두 배 이상 차이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과거 안철수 신당은 안철수라는 간판이 있었으나 국민모임은 그렇지 않다. 정동영 고문만 해도 지지율이 1-2%에 그친다”며 “현역 의원들이나 지지율 높은 잠룡이 들어가지 않는 한 실제 창당을 한다 해도 높은 지지율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