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방어전략은 유체이탈 화법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방어전략은 유체이탈 화법 |
[분석] 박근혜 대통령 2년, 꼬리자르기와 해외순방으로 지지율 올렸다…2015년에는? |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집권 3년 차를 맞이한다. 보통 한국에서는 대통령 집권 3년차부터 레임덕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3년 차는 어떨까? 미디어오늘이 집권 3년 차 전망을 위해 지난 2년 간 박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를 분석해봤다. 리얼미터의 주간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여론조사를 토대로 한국갤럽, 한길리서치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를 참조했다.
‘인사’ 문제 앞에서 무너지는 박근혜의 콘크리트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콘크리트라 불린다. 지지율 변동 폭이 매우 적고, 워낙 고정 지지층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집권 1년 차에는 거의 50-60%의 지지율을 유지했고, 집권 2년 차에도 몇몇 시점들을 제외하고는 50% 이상을 유지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 변동을 살펴볼 때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한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 첫 번째 하락시점은 집권 초기 인사파동이다. 부실한 인사검증으로 후보자들의 낙마가 이어지던 2013년 3월 말, 50%대를 넘나들던 지지율이 40%대로 가라앉았다.
리얼미터 주간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취임 첫 주 지지도는 54.8%로 50% 초반을 유지하다 인사 논란이 있었던 3월 말 45%로 하락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3월 마지막 주 박 대통령 에 대한 긍정평가는 41%, 부정평가는 28%였다. 전주 대비 긍정평가가 3% 하락하고 부정평가가 9% 상승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4월 말이 되어서야 50%대로 올라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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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월간 박근혜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 출처=한국갤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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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월간 박근혜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 출처=한국갤럽 | ||
이후 박 대통령 지지도는 50-60%대에서 고공행진하다 2013년 말이 되어서야 주춤한다. 철도파업 국면이 장기화되고 경찰의 민주노총 침탈 사건이 이어지던 12월 말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로 하락한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지지율은 12월 셋째 주, 넷째 주 연속으로 하락해 48.5%까지 떨어졌다. 한국갤럽의 12월 셋째 주 여론조사도 지지율 48%였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집권 2년차 들어서 다시 50%대를 회복한다. 세 번째 하락시점은 세월호 참사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마자 박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아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진도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던 날, 취임 후 최고인 71%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지부진한 구조, 정부의 무능, 실종자 가족 및 유가족들의 청와대 항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급락하기 시작한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4월 마지막 주 지지율은 57.9%로 전주에 비해 6.8%가 빠졌고, 5월 첫째 주에는 52.9%로 2주 연속 급락했다. 같은 기간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긍정 평가 48%, 부정 평가 40%로 나왔다. 2주 전 조사에 비해 긍정 평가가 11% 하락하고 부정 평가가 12% 상승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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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일인 4월 16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동영상 갈무리 | ||
박 대통령 앞에는 더 깊은 늪이 기다리고 있었다. 문창극 사태였다. 박 대통령이 문창극씨를 국무총리로 지명한 이후 문 후보자의 부적절한 발언들이 폭로됐고, 6월 둘째 주부터 박 대통령 지지율은 40% 대로 떨어졌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6월 셋째 주 박 대통령 지지도는 44%,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49.3%로 같은 여론조사에서 최초로 부정평가가 지지율을 앞질렀다. 이어 6월 마지막 주에는 부정평가가 50%까지 치솟았다. 6월 셋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도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48%로 같은 조사에서 취임 후 최고치였다.
이후 박 대통령 지지율은 40% 후반과 50% 초반을 넘나들다가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이 터지면서 급락한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정윤회 의혹이 터진 직후인 12월 첫째 주 박 대통령 지지율은 46%로 떨어졌고, 12월 둘째 주에는 39.7%까지 추락해 ‘마의 40%’ 장벽이 깨졌다. 한길리서치의 12월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전 달보다 8.2% 하락한 40.7%였다.
‘남 탓’하는 대통령, ‘남 탓’ 못할 때 지지율 떨어졌다
이 때부터 박 대통령의 충성 지기기반에서도 이탈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리얼미터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역, 연령, 정당 지지층 등 거의 모든 계층에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부산‧울산‧경남지역 8.6%, 새누리당 지지층 5.7%, 보수층 10.6% 하락 등의 결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대부경북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박 대통령 지지율이 49.5%에 그치며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50% 지지율이 깨졌다.
지지율이 하락한 시점들의 공통점은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책임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장관 인선이나 총리 인선 등 인사문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박 대통령의 책임이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사고 초기에는 지지율에 타격을 주지 않았으나 정부 책임론이 부상하면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의 동반 하락으로 이어졌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도 박 대통령이 직접 연관돼 있다.
반면 박 대통령 책임론이 불거졌으나 대통령과 직접 연계돼 있다고 여겨지지 않는 사안들에는 박 대통령이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국정원 대선개입, 군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NLL 대화록 논란, 진보당 내란음모사건,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등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위의 사건들은 박 대통령이 한 발 뺄 수 있는 사건이다. 예컨대 국정원 대선개입은 국정원이 잘못했다며 국정원 개혁을 하겠다고 밝히면 그만이고, 군 대선개입도 마찬가지다. 윤창중 성추행 사건 역시 파장은 컸지만 박 대통령 지지율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사안이 윤창중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박 대통령은 정권에 위기가 될 수 있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남 탓하기’ 태도를 취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관피아와 선장을 탓하고,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이 터지자 “찌라시에 나라가 흔들리다니 부끄러운 일”이라며 남 탓을 했다.
‘남 탓’을 다른 말로 풀이하면 ‘꼬리 자르기’이다. 문창극 인사파동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와중에 야당이 지명철회를 요구한 김명수, 정성근 장관후보자가 낙마했다. 이러한 효과 덕인지 7월 말부터 지지율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지지율 요술지팡이 ‘해외’ 효과, 올해에도 이어질까
지지율 상승의 또 다른 요술지팡이는 ‘해외’다. 집권 초 인사파동으로 하락했던 지지율은 북한의 군사위협과 한미정상회담 등으로 50%를 회복했다. 2013년 6월 말, 국정원 사건과 NLL 대화록 논란 등으로 하락했던 박 대통령 지지율은 한중 정상회담 국면이 다가오면서 반등했다. 2013년 9월 초에는 G20 효과로 지지율이 더 올랐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67%까지 올랐다. APEC 정상회담, 유럽순방, 교황 방한 등도 하락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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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3일 빌렘 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과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
이러한 패턴은 2015년에도 이어질까. 그럴 가능성이 크다. 2015년 첫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30%대까지 떨어졌던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44.8%로 올랐다. 남북 정상의 신년사 발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 등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비롯해 해외순방을 이어가면서 지지율을 끌어 올릴 요인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위험요소는 여전하다. 인사 문제의 요인으로 지적되던 청와대 인사시스템도, 문고리 권력으로 의심받는 인물들도 건재하다.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도 변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 여권 내 분열이 시작되고 여권과 보수언론이 박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레임덕은 생각보다 더 빨리,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