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보다 ‘소란’ 즐기는 포퓰리스트, ‘경남의 오세훈’ 되나
‘소신’보다 ‘소란’ 즐기는 포퓰리스트, ‘경남의 오세훈’ 되나
[분석]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막무가내 무법행정… 정치적 기반 취약해 위법 무릅쓰고 승부수
무상급식 중단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도박이다. 강성보수층의 결집으로 대선주자 지지율은 올랐으나 ‘경남만 무상급식을 못 받는다’며 지역의 여론은 좋지 않다. 홍 지사가 경남을 버리고 ‘보수의 아이콘’을 선택한 셈이다.
그의 승부수 정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초 진주의료원 폐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이 ‘강성노조 해방구’라며 지역여론의 반대에도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해 강성보수층의 지지를 받았다. 홍 지사는 국회의 국정조사도, 보건복지부의 재의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 지사는 강성보수층의 지지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는 철학과 소신보다 소란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정치를 해왔다. 홍 지사는 무상급식을 두고 계속 말을 바꿨다. “무상급식은 얼치기 좌파들이 내세우는 국민현혹 공약”(2010년 의원 시절)->“무상급식이 국민의 뜻이라면 그대로 실시한다”(도지사 보궐선거)-> “무상급식 예산 삭감되는 일 없도록 하겠다”(도지사 취임사) -> “공부보다 급식에 매몰된 진보좌파 교육감들의 편향된 포퓰리즘”(2015년)
그는 국회의원 시절 이중국적자의 특권을 제한하는 국적법을
발의하고, ‘반값 아파트’를 추진했다. 진주의료원을 없애고 무상급식을 중단시킨 그의 입장에서 보면 ‘포퓰리즘’이라 불릴 만한
정책들이다. 홍준표 지사야말로 ‘포퓰리스트’에 가깝다.
홍 지사는 자신의 승부수를 불도저 같이 밀어붙인다. 여영국 경남도의회 의원(노동당)은 홍 지사에 대해 “독선적인 면이 강하다”며 “법률가(검사) 출신인데 법을 지키려는 원칙은 없고 오히려 편의에 따라 법을 무시하는 태도도 있다”고 평가했다. (관련 기사 : <경남의 오세훈? “홍준표, 무상급식으로 대권 노리나”>
진영원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2013년 6월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에 서 “홍 지사 취임 불과 6개월 만에 경상남도는 정쟁과 대립, 갈등의 도가니가 됐다”고 비판했다. 진주의료원 폐업 당시 홍 지사는 ‘시체를 갖고 협상 안 한다’ ‘공동묘지보다 시끄러운 게 낫다’ ‘원샷 원킬’ ‘뒤에서 총질’ 등 서슬 퍼런 말도 서슴지 않았고, 경남도청에는 쇠사슬과 철조망, 철문 방화벽까지 등장했다.
위법 논란에도 개의치 않는다. 경남도는 무상급식 중단 이후 예산을 서민교육지원사업에 쓰겠다고 밝혔고 도의회는 조례를 만들어 통과시켰다. 그러나 사회보장기본법 24조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조례 관련해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국회 보건복지부 위원장인 김춘진 의원 등은 23일 “홍 지사와 도의회는 복지부와 협의가 종료되기도 전에 조례안 본회의 통과를 강행했다. 이는 명백히 법 위반 행위”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도청이 직접 교육지원사업에 나서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여영국 의원은 “교육청과 교육감이 마음에 안 든다고 도청이 직접 교육지원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지방자치법의 교육자치 관련 법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진주의료원 폐업 때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보건복지부는 경상남도가 일방적으로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고 법인해산을 위한 조례개정을 강행한 것이 의료법 59조 1항 지도명령 위반이며 국고보조금이 들어간 의료원을 사전 협의 없이 해산하고 잔여재산을 경남도에 귀속시킨 조례조항이 보조금관리법 제35조 위반이라는 입장이었다.
경남도는 국정조사를 거부하며 진주의료원 폐업이 국정조사 대상인지 아닌지 묻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홍
지사는 여야의 국정조사 합의를 ‘불법합의’라 규정했다. 진영원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불법인지 아닌지 법원이 가리기도 전에 이미
불법이라고 규정한 이는 홍 지사다. 그는 점점 초법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의 경남도는 주민투표도 막았다. 주민들이 진주의료원의 재개업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경남도에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경남도는 이를 거부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거부처분의 사유가 없고 위법하다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홍 지사는 폐업한 진주의료원 자리에 경남도청 몇몇 부서와 기관을 옮겨 ‘서부청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서부청사 건립과 직속기관 이전이 지방재정법, 지방자치단체법, 경상남도 행정기구 설치조례 등을 위반했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위법도 무릅쓰는 승부수는 홍준표 지사의 정치적 기반이 미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홍 지사는 친이로도 친박으로도 분류되지 않으며, 의원 시절부터 당 내 갈등을 피하지 않고 부딪쳐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마이웨이’ 정치를 했다. 문제는 무상급식 중단이 그의 기반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 지사의 도박은 ‘위험한’ 도박이다.
새누리당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정치적 생명을 걸었으나 시장직 사퇴라는 역풍을 맞았다. 그 빈자리에 안철수와 박원순이 등장하면서 새누리당은 큰 위기를 맞았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홍 지사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두고 “주민투표는 사실상 승리”라고 평가했다. 홍준표 지사의 도박은 ‘사실상 승리’로 끝날까, 아니면 ‘승리’로 끝날까.
관련 기사 : <무상급식 중단한 홍준표의 도박, 지지율은 더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