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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총장 없애는 게 혁신? 산으로 가는 새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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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총장 없애는 게 혁신? 산으로 가는 새정치

조본좌 2015. 7. 14. 13:43
사무총장 없애는 게 혁신? 산으로 가는 새정치
계파갈등 없앤다더니 최고위원 등 폐지 논의… 비노는 ‘문재인 권한 강화하는 안’ 반발

새정치민주연합 당권재민혁신위원회가 3차례에 걸쳐 혁신안을 내놓았다. 계파 해체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혁신위가 안을 내놓은 직후 집단탈당이 이어지고 신당 창당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등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지난 8일 2차 혁신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계파 청산’이다. 김상곤 혁신위 위원장은 “혁신위원회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안고 있는 문제의 근원에 계파의 기득권과 이익이 도사리고 있음을 직시했다”며 “혁신위원회는 거듭된 간담회와 국민과 당원의 의견수렴에서 계파 문제 해결이 혁신의 최우선 과제이자 출발점임을 재삼 확인했다”고 밝혔다.

2차 혁신안의 내용은 ▷최고위원제 폐지 ▷사무총장제 폐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구성 등이다. 최고위원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지도부를 지역, 세대, 계층 등 부문의 대표로 구성하고, 새로운 지도부의 구성 시점은 총선 직후로 한다. 김상곤 위원장은 “계파 문제 해결의 방향은 지역과 직능, 세대 등 당원을 대표하고 국민의 열망을 수렴할 수 있는 지도체제를 확립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사무총장에 집중된 권력은 노골적인 권력다툼의 대상이 되었고 국민은 혐오감으로 이를 지켜보았다. 계파 갈등의 상징이 된 사무총장제 폐지를 통해 당무기구는 계파가 아닌 당을 위해 일하는 자율적이고 활성화된 조직으로 변모한다”며 사무총장제를 총무본부장, 조직본부장, 전략홍보본부장, 디지털본부장, 민생생활본부장의 5본부장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본부장들은 공천기구에서 배제된다.

혁신위는 최고위원제와 사무총장제 폐지 등의 적용 시점을 7월 20일로 잡았다. 7월 20일 중앙위원회에서 당헌을 개정하고 중앙위 직후에 개최되는 당무위원회에서 당규 개정을 통해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 

나아가 혁신위는 선출자공직평가위원회를 구성해 계파와 무관한 공천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위원장 포함 15인 이내이며 100% 외부인사로 구성되며, 평가위원장은 당 대표가 임명하고 위원은 위원장의 추천을 받아 대표가 임명한다. 위원회의 평가는 공천 심사에 반영된다. 

2차 혁신안이 발표되자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우선 계파갈등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최고위원도 없애고 사무총장도 없애는 것이 단편적인 해결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세월호 때 해경을 해체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비노 진영을 중심으로 최고위원을 없애면서 당 대표의 권한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지금은 당 대표가 최고위원을 설득해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인데, 최고위원회가 폐지되면 당 대표를 견제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점 때문이다. ‘선출자공직평가위원회’의 평가위원장과 위원을 당 대표가 임명한다는 점도 당 대표 권한이 막대해진다는 주장의 근거다.

이에 대해 혁신위원들은 최고위원을 없애는 게 아니라 최고위원의 대표성을 바꾸자는 취지라고 강조한다. 현역 의원으로 혁신위에 참여 중인 우원식 의원은(전 최고위원) 9일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최고위원 선거는 대통령 선거처럼 전국을 대상으로 한다. 근데 최고위원이 막상 되고 나면 일주일에 세 번 기자 많은 곳에서 이야기하는 것 말고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며 “자기 업무영역도 없고 대표하는 기관도 없다. 그것에 비해 (선거에) 돈을 너무 많이 써서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내가 지역구가 서울이다 보니 강원도에는 아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최고위원 나가려면 김근태 전 의원 좋아하는 사람을 우선 쭉 찾아보고, 대선 때 도왔던 손학규 전 의원을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고, 또 반대하면 안 되니까 다른 계파 수장들도 찾아 다닌다”며 “내 지역구가 아닌 곳에서 선거운동을 하려다보니 계파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은 “지금처럼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를 하면서도 막상 대표할 사람이 없는 최고위원이 아니라 세대, 계층 등 자기 대표성이 분명한 최고위원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혁신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정채웅 위원은 “최고위원이 지금 대표하는 것은 당원 밖에 없는데, 당원만 대표하는 것은 아무것도 대표하지 않는 것과 같다. 지역, 여성, 노동 등 각 부문을 대표하면 아무래도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겠나”라며 “대표성을 변경하자는 것이지 최고위원 자체를 없애고 당 대표에게 독재 권력을 부여하자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혁신위원인 임미애 위원은 “당 대표의 집행권한이 강화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일상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신속히 집행하되 대신 의결기관을 튼튼하게 만들면 된다”며 “제왕적 대표 체제 아니냐고 우려하는 분들이 있는데 충분히 견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했는지 혁신위는 10일 3차 혁신안 발표 때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위원장은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당대표가 임명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그러나 계파갈등을 없애자는 혁신위의 혁신안을 두고 계파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비노는 혁신위를 친노 성향 규정하고 혁신위가 내놓은 안이 문 대표의 권한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본부장 자리에도 친노 인사를 앉히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비노 주승용 의원은 10일 오전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간담회 자리에서 “2차 혁신안의 최고위원회 폐지, 사무총장직 폐지 등은 당헌을 바꿔야 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인데 전당원 투표 등을 통한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바로 10일 뒤 열릴 중앙위원회에서 이를 승인해달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표가 임명한 최재성 사무총장은 “혁신위의 사무총장 폐지안에 대해서 사무총장으로서는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 사무총장은 “혁신위 스스로 더 내려놓을 것이 없는지, 더 내려놓을 것이 있다면 무한헌신의 자세로 이 중차대한 혁신 임무를 수행할 때 더 많은 공감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임미애 위원은 “기자들이 중앙위원회에서 논란이 많을 거라고 하더라”며 “새롭게 도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당황스러워하는 것 같다. 논리적 근거에 의한 반발이 아니라 거부감이라고 본다. 충분히 토론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혁신안이 발표되자마자 전직 당직자 등 100여명이 집단 탈당한 것도 혁신위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탈당을 선언한 이들은 호남 기반의 중도 개혁신당을 창당하겠다며 친노세력에게 휘둘리는 새정치민주연합은 희망이 없다고 밝혔다. 

최악의 상황은 7월 20일 중앙위원회에서 혁신위 방안을 인준하지 않고, 이 과정에서 친노와 비노의 갈등이 다시 한 번 부각되는 경우다. 계파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출범한 혁신위가 계파갈등의 촉매제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