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인문, 사회과학
남자는 울면 안 돼? 남성을 억압하는 강요된 남성다움
조본좌
2016. 8. 23. 10:19
남자는 울면 안 돼? 남성을 억압하는 강요된 남성다움
[서평] 맨박스 / 토니 포터 지음 / 김영진 옮김 / 한빛비즈 펴냄
“코르셋을 벗자”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 유저 등이 사용하며 유행한 말이다. 코르셋은 체형을 보정하거나 교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속옷을 뜻하지만, ‘코르셋을 벗자’는 말에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억압에서 벗어나자는 의미가 더해진다.
여성에게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코르셋’의 억압이 있다면 남성에게는 ‘맨박스’(MAN BOX)가 있다. 신간 ‘맨박스’에는 남성들이 맨박스에서 벗어나야 인류가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저자인 미국의 사회운동가 토니 포터는 이 책의 단초가 된 TED 강연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남자다움을 의심하라고 말한다.
토니 포터의 동생 헨리는 열 살의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토니 포터의 아버지는 아들을 묻고 오는 길, 딸과 아내가 없는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아버지는 토니 포터에게 눈물을 보여서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울음을 참은 토니 포터를 칭찬한다. “남자는 울면 안돼!” 4~5살 밖에 안 된 남자 어린아이에게도 익숙한 ‘남성다움’의 규정이다. 우리에게도 이 말은 익숙하다. “남자 새끼가 뭘 그런 걸 가지고 질질 짜냐?”
“남자는 울지 않는다” 말고도 남성을 억압하는 남성다움은 꽤나 많다. “남성은 분노 이외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남자는 쫄지 않는다” “남자는 모든 것을 지배하고 통제한다” “남자는 약한 것들을 보호한다” “남자는 강하고 여자는 약하다” “남자는 여자처럼 굴지 않는다” “남자는 게이처럼 굴지 않는다” “남자는 여자를 소유한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 등등. 강요된 남성다움의 십계명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한 남자아이가 여섯 명의 친구를 집에 데리고 왔다. 그 친구들은 모두 여자였다. 아이의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할까. “우리 아들 능력 있네” 아니면 “혹시 우리 아이가 게이일까?” 아버지가 묻는다. “그 여섯 명 중 누가 좋아?” 여섯 명 중 한 두 명의 이름을 언급하면 아버지는 안심한다.
하지만 아들은 말한다. “아녜요. 다 친구에요.” 당장 반문이 돌아온다. “너희는 대체 뭘 하고 노니? 무슨 애깃거리가 있는데?” 남성은 ‘게이가 아니라면’ 여성을 진짜 친구로 둘 수 없다는 ‘맨박스’다. 맨박스는 진짜 남자라면 성적인 호감이 없는 한 여자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강요된 남성다움은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으로 이어지고, 여성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고착시킨다. 이런 메시지를 사회화한 남자 아이는 여자를 성적인 대상으로만 인식하게 된다. ‘남자는 울면 안 돼’를 학습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남성들은 감정표현은 여자들이나 하는 것이며 연약함의 증거라고 배운다. 여성은 자주 울고 감정 표현이 과다하므로 남성보다 불완전하며 열등한 존재라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토니 포터는 63세 남성 ‘짐’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짐과 친구는 35년 전 대학시절 바에서 여성 두 명을 만났고 저녁 내내 넷이서 술을 마셨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집으로 초대했다. 짐의 친구와 한 여성은 바로 침실로 향했다. 하지만 짐은 여성과 섹스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대신 이야기를 나누던 그는 20분 정도 지나 자리에서 일어나 친구에게 가자고 말했다. 일을 서둘러 마치게 된 친구는 신경질을 냈다. 친구는 35년이 지난 지금도 짐을 만나면 “우리 대학 때 기억나? 네가 섹스하고 싶지 않아서 나까지 그만두고 나오라고 했던 일 말이야”
강요된 남성다움을 보여주는 사례의 하나다. 여성과 관계를 형성하는 주목적은 성관계이며, 그 외의 관계는 관심이 없다는 맨박스의 가르침은 “남자라면 섹스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가르침으로 이어진다. 섹스 할 기회를 거부하는 남성은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토니 포터는 이런 발상이 “강간이나 성폭력 같은 폭력 상황을 일으키는 정신적 기반이 된다”고 말한다.
박선영 한국일보 기자는 <‘여혐 팽배 사회’ 아들을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방법>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아들을 페미니스트로 키우려는 엄마는 드물다”며 딸은 페미니스트로, 아들은 ‘남자답게’ 키우려는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대신 “여성혐오 이슈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지금이야말로 딸과 아들 모두를 성 평등 의식 갖춘 아이들로 키우려는 노력을 고민해봐야 할 적기”라고 지적한다. 이는 딸들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가부장제는 소년과 남자들에게도 힘들고 괴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토니 포터에 따르면 아들을 성 평등 의식을 갖춘 아이로 키우는 첫 걸음이 ‘맨박스’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아들에게 울거나 이성 친구와 거리낌 없이 지낸다고 남자가 아닌 게 아니라고 가르쳐야 한다. 언제나 공격적이지 않아도 된다고, 남자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고 알려줘야 한다.
남성들이 경직된 성 역할에서 벗어나야 여성들을 둘러싼 사회적 억압도 해체될 수 있다. 토니 포터가 “평범한 남성의 작은 변화가 모든 것을 바꾼다”고 말하는 이유다. 남성이 배워야할 것은 강요된 남성다움, ‘맨박스’가 아니라 남녀 구분 없이 모든 구성원이 힘을 모을 때 세상이 가치 있게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성에게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코르셋’의 억압이 있다면 남성에게는 ‘맨박스’(MAN BOX)가 있다. 신간 ‘맨박스’에는 남성들이 맨박스에서 벗어나야 인류가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저자인 미국의 사회운동가 토니 포터는 이 책의 단초가 된 TED 강연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남자다움을 의심하라고 말한다.
토니 포터의 동생 헨리는 열 살의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토니 포터의 아버지는 아들을 묻고 오는 길, 딸과 아내가 없는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아버지는 토니 포터에게 눈물을 보여서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울음을 참은 토니 포터를 칭찬한다. “남자는 울면 안돼!” 4~5살 밖에 안 된 남자 어린아이에게도 익숙한 ‘남성다움’의 규정이다. 우리에게도 이 말은 익숙하다. “남자 새끼가 뭘 그런 걸 가지고 질질 짜냐?”
“남자는 울지 않는다” 말고도 남성을 억압하는 남성다움은 꽤나 많다. “남성은 분노 이외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남자는 쫄지 않는다” “남자는 모든 것을 지배하고 통제한다” “남자는 약한 것들을 보호한다” “남자는 강하고 여자는 약하다” “남자는 여자처럼 굴지 않는다” “남자는 게이처럼 굴지 않는다” “남자는 여자를 소유한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 등등. 강요된 남성다움의 십계명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 맨박스 / 토니 포터 지음 / 김영진 옮김 / 한빛비즈 펴냄 |
하지만 아들은 말한다. “아녜요. 다 친구에요.” 당장 반문이 돌아온다. “너희는 대체 뭘 하고 노니? 무슨 애깃거리가 있는데?” 남성은 ‘게이가 아니라면’ 여성을 진짜 친구로 둘 수 없다는 ‘맨박스’다. 맨박스는 진짜 남자라면 성적인 호감이 없는 한 여자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강요된 남성다움은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으로 이어지고, 여성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고착시킨다. 이런 메시지를 사회화한 남자 아이는 여자를 성적인 대상으로만 인식하게 된다. ‘남자는 울면 안 돼’를 학습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남성들은 감정표현은 여자들이나 하는 것이며 연약함의 증거라고 배운다. 여성은 자주 울고 감정 표현이 과다하므로 남성보다 불완전하며 열등한 존재라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토니 포터는 63세 남성 ‘짐’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짐과 친구는 35년 전 대학시절 바에서 여성 두 명을 만났고 저녁 내내 넷이서 술을 마셨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집으로 초대했다. 짐의 친구와 한 여성은 바로 침실로 향했다. 하지만 짐은 여성과 섹스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대신 이야기를 나누던 그는 20분 정도 지나 자리에서 일어나 친구에게 가자고 말했다. 일을 서둘러 마치게 된 친구는 신경질을 냈다. 친구는 35년이 지난 지금도 짐을 만나면 “우리 대학 때 기억나? 네가 섹스하고 싶지 않아서 나까지 그만두고 나오라고 했던 일 말이야”
강요된 남성다움을 보여주는 사례의 하나다. 여성과 관계를 형성하는 주목적은 성관계이며, 그 외의 관계는 관심이 없다는 맨박스의 가르침은 “남자라면 섹스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가르침으로 이어진다. 섹스 할 기회를 거부하는 남성은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토니 포터는 이런 발상이 “강간이나 성폭력 같은 폭력 상황을 일으키는 정신적 기반이 된다”고 말한다.
박선영 한국일보 기자는 <‘여혐 팽배 사회’ 아들을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방법>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아들을 페미니스트로 키우려는 엄마는 드물다”며 딸은 페미니스트로, 아들은 ‘남자답게’ 키우려는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대신 “여성혐오 이슈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지금이야말로 딸과 아들 모두를 성 평등 의식 갖춘 아이들로 키우려는 노력을 고민해봐야 할 적기”라고 지적한다. 이는 딸들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가부장제는 소년과 남자들에게도 힘들고 괴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토니 포터에 따르면 아들을 성 평등 의식을 갖춘 아이로 키우는 첫 걸음이 ‘맨박스’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아들에게 울거나 이성 친구와 거리낌 없이 지낸다고 남자가 아닌 게 아니라고 가르쳐야 한다. 언제나 공격적이지 않아도 된다고, 남자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고 알려줘야 한다.
남성들이 경직된 성 역할에서 벗어나야 여성들을 둘러싼 사회적 억압도 해체될 수 있다. 토니 포터가 “평범한 남성의 작은 변화가 모든 것을 바꾼다”고 말하는 이유다. 남성이 배워야할 것은 강요된 남성다움, ‘맨박스’가 아니라 남녀 구분 없이 모든 구성원이 힘을 모을 때 세상이 가치 있게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