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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공정하지 않다' - 세상을 바꾸어 나갈 수 있다

조본좌 2020. 1. 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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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공정하지 않다' - 세상을 바꾸어 나갈 수 있다 - 모먼트(Moment)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정훈 칼럼니스트] 새로운 세대에는 새로운 시대가 자리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가치관이 존재한다. 모든 세대는 세대만의 시간과 문제를 안고 있고 그들이 20대, 즉 청년 시절에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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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전문지_모먼트 = 정훈 칼럼니스트] 새로운 세대에는 새로운 시대가 자리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가치관이 존재한다. 모든 세대는 세대만의 시간과 문제를 안고 있고 그들이 20대, 즉 청년 시절에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가치관이 달라진다. 따라서 새로운 세대를 이해하고 분석하는데 있어 과거의 도구와 잣대를 들이대면 정확한 분석이 불가능하고 반드시 오류가 나타난다. 이는 지금의 20대 청년들을 분석하는 기성세대 정치인들이 요즘 청년들을 도무지 모르겠다는 시각을 보면 여실히 들어난다.

2018년 말, 문제인 정부에 대한 20대 남성들의 지지율이 폭락한 것을 두고 진보 쪽에선 지금의 청년들이 지난 보수정권 동안 제대로 된 민주화 교육을 못받아서 저런다, 보수 쪽에선 청년들이 보수화 됐기 때문이다 등의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보수쪽 분석에 따르면 정권 초기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설명할 수 없고 진보쪽 분석으로는 지난 정권을 끌어내리는 것에 청년들이 적극적이었다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 이런 제각기 자신들에게 좋을 대로 분석하는 코미디가 나오는 이유는 모양이 맞지 않는 낡은 분석 도구에 청년들을 억지로 우겨넣었기 때문이다.

박원익·조윤호 공저의 책 ‘공정하지 않다 - 90년대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에서는 청년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공정’이라고 분석한다. 청년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점수에 따라 분류되는 삶을 살아왔고 좋은 점수를 받을 수록 좋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배워왔다. 착실하게 그 말을 따라 살았던 청년들은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점수를 더더욱 높인다.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면 평생 비정규직이라는 험혹한 세상에서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한 준비기간이 점점 길어진다. 준비기간이 길어질수록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고 ‘나의 노력’이 너무나 중요하고 소중해진다. 따라서 나의 노력과 다른 사람의 노력이 공정하게 평가받기를 원하게 된다.

이는 ‘업적주의’로 나타나는데 업적주의란 ‘주어진 신분, 출신, 가문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얻어진 지위나 임금을 중요시하는 가치관’을 의미한다. 이 업적주의에 위배되는 것은 ‘정의롭지 않은’ 것이며 그렇기에 ‘나보다 덜’ 노력한 누군가가 기회나 혜택을 ‘나보다 더’ 받는 것을 참지 못한다.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을 보도하는 뉴스에서 모조리 수능으로 뽑으라는 청년들의 댓글을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은 내신보다 수능이 공정하다는 믿음 때문이었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추진할 때 ‘그동안의 선수들의 노력은 어디로 가느냐’며 반대한 것도 20대 청년들이었다.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는 책은 1부에서 청년들의 중요한 가치인 ‘공정’이 지켜지지 않는 것을 크게 여섯가지로 분류한다. ‘자격이 없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 ‘돈도 실력인 사회’, ‘사회의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 것’, ‘바닥은 놔두고, 천정만 없애려는 것’, ‘자신도 지키지 못할 것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 ‘개인적인 것에 올바름을 묻는 것’이 그것이다.

2부에서는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을지 논의한다. 누가 더 불행하게 살고 있는지 불행경연대회를 하지 말고, 인터넷에서만 덩치 커 보이는 허상에 속지 말고 현실을 보고,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면 사과하지 말고,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강력한 무기임을 잊지 말며, 다른 점에 주목하여 갈라지기 보단 같은 점을 통하여 힘을 합쳐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최종 보스’를 밝혀 제대로 된 해결책을 도출해내야 한다. 최종보스는 우리가 갈등을 일으키도록 세팅한 누군가 일것이다. 갈등의 근본 원인은 결국 살기 팍팍해졌다는 것에 있다. 누구나 어느정도 벌고, 누구나 노력하면 집을 살 수 있고, 아이 키우는데 문제가 없다면 갈등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결국 우리가 충분한 자원을 획득하지 못하는 구조를 만든 그 최종보스를 밝히고 처단하며 잘못된 제도를 손봐야 우리 삶이 더 나아지는 것이다. 민초들끼리 싸우는 것도 저 위에 있는 놈들이 던져주는 떡고물을 조금이나마 이쪽으로 향하게 하기 위해서 싸우는거 아닌가.

마지막으로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믿을 것. 저자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희망을 잃지는 말자고 한다. 지금의 누군가가 2010년으로 시간여행을 가서 사람들에게 시민들의 힘으로 잘못한 대통령을 끌어냈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당시엔 이루어질 것이라 상상도 못했던 것을 우리는 이미 이루었다. 앞으로 세상을 바꾸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세상이 날 힘들게 만드는 것이 괴로운 청년들도, 대체 젊은이들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는 기성세대도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모두 희망을 잃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