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청년팔이와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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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팔이’가 또 시작됐다. 선거철이 다가왔다는 신호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ㆍ15 총선 공약으로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 10만호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정의당은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 임직원의 보수에 상한을 두는 ‘최고임금제’를 내걸었다. 재원 마련 대책이 없고 위헌 소지도 있지만 모두 청년층을 겨냥한 공약이다. 지방정부는 한발 더 앞서간다. 서울시는 ‘청년수당’과 ‘청년월세’를, 경기도는 ‘청년기본소득’을 도입했다.
‘청년’이 잘 팔리는 시대다. <청년팔이 사회>의 저자 김선기는 대중매체는 물론 국가 정책, 정치, 각종 사회 이슈에 이르기까지 청년 세일즈에 나서 이익을 챙기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었다. 청년을 위한다면서 이른바 ‘청년 문제 해결’을 외치지만, 정작 청년의 삶은 더 피폐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임금피크제에 대해 ‘기득권 기성세대의 몫을 청년에게 나눠주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청년 일자리 증가 효과보다 예비 퇴직자의 소득 감소와 근무 태만을 부추기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청년이 잘 팔리는 이유는 결국 ‘표’ 때문이다. 만 19∼29세 청년인구는 1400여만명으로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꼴이다. 청년은 88만원 세대, N포 세대, G 세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각각의 이름이 내포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사회적 약자’로 규정한 청년을 대상으로 정책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표를 얻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청년팔이는 가성비가 좋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년팔이는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2007년 출간된 ‘88만원 세대(우석훈ㆍ박권일)’에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불평등 문제를 제기했다면, 2019년에는 ‘불평등의 세대(이철승)’, ‘공정하지 않다(박원익ㆍ조윤호)’를 통해 기성세대의 불공정성과 위선이 세대 간 불평등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이른바 ‘아빠 찬스’로 불리는 가족의 배경이 불평등 격차를 더 키운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은 부모 밑에서 자란 청년들일수록 고소득의 일자리를 가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만이 공정한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오래된 신념’인 능력주의(meritocracy)에 대한 믿음체계를 뒤흔들었다.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관을 지낸 앨런 크루거는 불평등 지수가 높은 국가일수록 세대 간 이동성 지수가 낮다는 ‘위대한 개츠비 곡선’을 2012년 발표했다. 반대로 세대 간 이동성이 높은 국가들은 대부분 보편적 복지가 잘 갖춰진 북유럽 국가들이었다. 현금살포식 청년층 복지정책보다 보편적 복지를 늘리고, 능력ㆍ노력으로 공정한 대가를 얻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진실에 눈 감은 정치권에선 고장 난 기계처럼 청년용 복지정책만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