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몰래 라면 먹기, 아이들 유튜브에도 기획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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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체체 TV] 100개 올려야 겨우 알게 되는 채널 전략… "악플 피하지 않고 함께 읽어요"
편집자주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한 유튜브는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열었습니다. 유튜브로 떼돈을 벌었다는 뉴스가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죠. 하지만 모든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알아야할 것들이 있습니다.
<유튜브 24시>는 유튜버로 살아갈 지도 모를 여러분들에게 현직 유튜버들을 소개해주는 코너에요. 이번에 소개할 유튜버는 키즈채널 ‘루루체체TV’의 운영자 송태민씨! 송씨는 두 딸 루피나(송채빈, 12살), 체체(송나윤, 9살)와 함께 4년 째 유튜버로 살아가고 있어요.
'아빠가 친구 이겨줄게'라는 말로 시작한 유튜브
송태민씨를 만나러 간 날, 송씨는 딸 루피와 로블록스라는 게임을 함께 하는 영상을 찍고 있었어요. 3분짜리 영상을 찍는데 필요한 준비물은 딱 세 가지였어요. 영상을 찍을 카메라와 카메라를 고정 시키는 삼각대, 게임을 할 아이패드.
원래 루피나와 체체가 함께 영상을 찍지만, 이날 체체는 나오지 않았어요. 알고 보니 주니어미오 때문이었어요. “둘째 아이는 유튜브 말고 다른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든요.” 영상 하나를 찍더라도 딸의 동의를 구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키즈 크리에이터로서의 철학, 좀 더 깊게 들어볼까요?
Q.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송태민 “3년 전에 첫째 딸이 ‘친구가 유튜브를 만들었는데, 구독자도 몇 명 있고, 좋아요도 여러개 눌렸다’고 말해줬어요. 딸한테 ‘아빠가 이겨줄게’라고 말하면서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제가 디자이너 출신이고, 영상을 만들 줄 알았거든요. 아이들이 원하기도 했지만 저도 사정이 있었어요. 제가 사업하는 3년 동안 여름휴가 한 번 못 갔어요. 아내랑 애들한테 너무 미안했죠. 그러다 사업을 관두고 칼퇴근하는 회사에 가면서 여유가 생겼어요.
많이 놀아주자는 심정에 시작한 거예요. 유튜브를 하면서 확실히 가족하고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캠핑장 같은 곳에서 장소 협찬이나 PPL이 들어오니까, 자주 놀러 가게 될 수밖에 없거든요. 또 무슨 영상 만들지 의논하고, 영상에 대한 피드백 받으면서 가족 간 대화가 확 늘어났어요.”
Q. 영상에 반응이 오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요?
송태민 “다 아이들이 만들었어요. ‘아빠, 이번 주에 이거 찍자’하고, 삼각대 놓고 촬영도 직접 하고 편집만 제가 해줬죠. 근데 애들은 한 번 찍기 시작하면 재미있으니까 끝이 없어요. 기승전결도 없고, 아이들이 알아서 만든 영상이 70개 정도 되는데, 그 영상들은 조회 수도 낮고, 구독자도 없었죠. 6개월 동안 멈춘 채널이었어요. 그러다 편집하는 게 힘들었던 제가 기획 단계부터 개입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잘 됐어요. 처음에 터진 게 ‘엄마 몰래 ㅇㅇ하기’ 시리즈였죠. 엄마 몰래 라면 먹기, 엄마 몰래 피시방 가기 등등.”
Q. ‘엄마 몰래 시리즈’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요?
송태민 “엄마 몰래 게임하기라는 핸드폰 게임이 인기였어요. 그 게임을 실사화한 거죠. 다른 유튜버들도 많이 했는데, 우리는 차별화 지점이 한 가지 있었어요. “엄마 몰래 아빠랑 ㅇㅇ하기”였죠. 제가 유튜브 댓글을 보니까 아이들에게 엄마는 뭘 못 하게 하는 존재고, 아빠는없는 존재더라구요. 그 키워드를 둘 다 살리고 싶어서 엄마 몰래, 평소에 잘 안 놀아주는 아빠랑 같이 논다, 이런 컨셉의 영상을 기획한 거죠. ‘우리 아빠도 이렇게 놀아줬으면 좋겠다’는 댓글 보면 가장 뿌듯해요.”
Q. 아이의 입장에서 유튜브 하면 좋은 점이 뭔가요?
송태민 “꿈을 키울 수 있습니다. 첫째 딸은 꿈이 사육사라서, 동물원의 협조를 얻어 사육사 인터뷰도 하고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는 공간에 들어가서 사육사 체험을 한 적이 있어요. 둘째 딸은 꿈이 개그맨인데, 개그맨들하고 만나서 친해질 기회가 생겼어요. 꿈이 바뀌더라도 유튜브를 통해서 다른 걸 배우거나 꿈을 키우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개인정보 노출, 악성댓글…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유튜버
좋은 점에 대해 들었지만 유튜버로서의 삶이 늘 즐거울 리는 없어요. 조심해야 할 것도 있겠죠? “우리 동네 모습은 안 나오게 해주세요!” 송태민씨가 <주니어미오>와 만나자마자 처음 한 부탁이었어요. 집의 위치가 노출되면 극성팬이 찾아오거나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벌어질 수 있으니까요.
Q. 유튜브를 하면 안 좋은 점도 있을 텐데, 걱정은 안 하셨나요?
송태민 “걱정 많이 했죠. 걱정을 해야만 해요. 준비 없이 유튜브를 하는 건 전 말리고 싶어요. 우선 아이들은 부모의 제어 아래에서 움직이도록 해야 해요. 기획, 촬영, 편집 다 하게 하면 안 돼요. 수위조절은 어른들이 해줘야 하죠. 오늘도 게임 영상 찍는데 첫째가 ‘현질(게임에서의 현금 거래)하고 싶다’고 해서 그건 못 하게 했어요.”
“아까 제가 동네 모습이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말씀드린 이유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영상 찍을 때도 다른 동네 가서 찍어요. 댓글 보면 엘리베이터 안의 광고판 보고 어느 동네인지 알아내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애들한테도 ‘싸인해 달라고 하거나 선물 준다고 해도 따라가면 안 된다’고 교육 시켜요.”
Q. 악플에는 어떻게 대처하나요?
송태민 “처음에는 악플 다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있더라구요. 처음엔 ‘악플을 보여주지 말자’고 1차원적으로 생각했어요. 유튜브 키즈 앱은 댓글이 안 보이거든요. 그런데 친구들이 보여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악플을 같이 읽어요. ‘이 사람들이 악플 다는 이유는 너를 시기하고 질투해서 그런 거야’ ‘너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러는 거야’라고 설명해주기도 하고, ‘네가 유명해져서 감수해야 할 부분이야. 싫으면 유튜브 안 해도 되니까 언제든지 말해줘’라고 했죠.”
영상 100개 올리면 한 개는 터진다
생각보다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죠? 하지만 그럼에도 송태민씨는 유튜버는 누구나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말해요. 물론 몇 가지 준비를 갖춘다면요.
Q. 유튜버, 누구나 할 수 있나요?
송태민 “그럼요. 저야 디자이너였으니까 남들보다 이쁘게 만들 수 있겠지만 이쁜 게 중요하진 않아요. 꾸준하고 성실한 게 가장 중요합니다. <루루체체TV>는 3년 동안 영상 700개 올렸어요. 이틀에 하나씩 올린 거에요.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 개 이상 안 올린 적이 없어요. 이렇게 올리다 보면 무조건 하나는 터져요. 저는 100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데요,
저희도 97번째 영상에서 터졌어요. 100개 정도 만들면 스스로 노하우를 알게 되기 때문이에요. 처음에는 내가 만들고 싶은 것만 만들다가 점차 대중이 원하는 콘텐츠가 뭔지 알게 되는 거죠.”
Q. 유튜버, 전업으로 할 만한 직업인가요?
송태민 “유튜브는 복권이에요. 회사 다니면서 영상 하나씩 올리는 거, 회사 다니면서 복권 한 장씩 사보는 거랑 똑같아요. 저는 회사 그만두는 기준이 있었어요. 월 1,000만원 고정수입이 6개월 이상 지속하는 거였는데, 쉽지 않아요. <루루체체TV>도 유튜브 광고로만 한 달에 300만~400만 원 벌었는데 올해 1월에 유튜브의 키즈 관련 정책이 바뀌면서 10분의 1로 수입이 줄었어요. 저뿐 아니라 키즈 쪽은 다 그래요. 제가 아는 분도 전업으로 하다 다시 회사 다니세요.”
Q. 유튜브를 시작하려 한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송태민 “첫째는 장비에요. 장비는 삼각대 하나에 스마트폰, 조명이면 되요. 조명은 필수인데 실내에서 쓰는 2만 5천원 짜리 촬영용 조명이면 됩니다. 저도 장비 비싼 거 사봤는데 아이들하고 찍는 건 갑자기 찍어야 하는 게 많아서, 렌즈 교환해서 찍으려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져요. 저도 3년 지나서야 ‘프로처럼 만들어보자’고 해서 카메라를 처음 샀어요. 편집 프로그램도 배우는 게 좋죠. 요즘은 무료 앱도 많아서 비용이 들지 않아요.”
송태민 “둘째는 모든 영상을 신중히 체크하는 태도에요. 키즈 유튜버라면, 부모가 그 역할을 해야죠. 저희 딸들은 틱톡도 하는데, 유튜브 뿐 아니라 틱톡에도 항상 영상을 임시저장해 놓고, 저랑 아내에게 먼저 보여줘요. 유튜브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 부분을 합의하고 시작해야해요. 한참 지나서 말하면 아이들도 말을 듣기 싫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