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터러시 핵심은 글쓴이 의도를 파악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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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인터뷰] 정현선 경인교대 교수,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
편집자주
지난해 8월 정부가 미디어 리터러시 종합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교육부부터 행정안전부까지, 여러 정부 부처들이 힘을 합쳐 준비할 정도로, 미디어 리터러시는 우리 교육의 중요한 축이 되었어요.
하지만 정부의 대책, 학교 교육으로도 쉽게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어요. 바로 가정에서의 미디어 리터러시에요. 집에서는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요? 또 미디어 리티러시 교육이 더 진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주니어미오>가 정현선 경인교대 국어교육학과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자이자, 경인교대에서 예비교사를 가르치는 교육자이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이기도 한 정현선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게임 좋아하는 자녀? 왜 좋아하는지부터 물어보자
Q.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미디어에 중독되는 것을 가장 걱정할 것 같아요. 그런데 섣불리 못 보게 하면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호주의와 보호는 달라요. 무작정 못 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로 연결된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안전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초기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 부분은 부모가 담당할 수밖에 없어요. 아이가 언젠가는 밥을 먹어야 하지만 한동안은 젖을 먹이고, 분유나 미음을 먹잖아요? 혼자 밥 먹을 수 있을 때까지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 게 중요해요. 저는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일 때 처음으로 횡단보도를 혼자 건너게 했어요. 제가 1m 뒤에 따라가면서, 어떻게 건너야 하는지 알려줬죠. 미디어도 마찬가지에요.”
Q. 구체적으로, 아이를 어떻게 교육하시나요?
“일단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같은 기기를 다룰 때 아이가 보는 것을 저도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이메일을 포함해 아이가 사용하는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부모와 공유해야 한다는 점부터 설명했어요. 네이버 카페에 가입해서 활동을 한다면 만나는 사람들을 부모랑 같이 한 번 만난다거나. ‘내가 알고 있어야 네가 위험할 때 도와줄 수 있어’라고 설득하고 동의를 구했어요.
또, 미디어에 대해 함께 대화하는 게 중요해요.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아이의 감시자가 되는 것입니다. 믿어주고, 어떤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대화하는 게 중요해요. 저는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뉴스를 같이 봤어요. 끔찍한 범죄 이야기가 나오면 ‘엄마도 가슴 뛰어서 못 보는데, 다른 것 볼까?’라고 채널을 바꿔요. 아이가 게임을 하고 있으면 그 게임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해요. 그러면 신이 나서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해줘요. 아이가 접하는 미디어를 왜 좋아하는지 이해하고 그것에 대해 조언을 주는 것이 필요해요. 재미있고 공부가 되는 게임이나 앱들이 있으면 알려주기도 하고요.
이런 과정을 거쳐 자기 조절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오늘의 할 일 목록을 만들고 스스로 체크하게 하죠. 오늘의 스케줄은 이러니까 게임은 하루에 한 시간만 하자고 같이 합의하는 거죠. ‘엄마도 좋아하는 드라마 하루 종일 보고 싶을 때도 있어. 그렇다고 엄마가 네 공부를 안 도와주거나 학교 수업 준비를 안 하면 안 되겠지?’라고 설득했어요. 아이를 위해 구글 클래스룸도 만들었어요. 숙제리스트를 적어두고, 다 했으면 ‘1번 미션 클리어’라고 댓글을 달아줘요. 아빠도 같이 볼 수 있고, 아이도 하나씩 미션을 해결하는 느낌을 받죠. 무엇보다 스마트폰이든 아이패드든 오락을 위한 도구보다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어요.
물론 이 모든 것을 부모의 책임으로 남겨두는 게 한계가 있어요. 학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학년별로 어떤 미디어를 얼마만큼 다룰지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해요. 또 기업의 책임도 있어요. 아이패드나 스마트폰마다 다 가족 공유의 방법이 다르잖아요. 판매할 때부터 부모들한테 안내해주고, 교육도 시켜줘야 해요.”
Q. 아이와 함께 보았던 좋은 콘텐츠를 소개해주신다면?
“아이가 초등학교 2~3학년 때는 네이버랑 출판사 ‘아울북’이 만든 라디오 콘텐츠를 많이 봤어요. 에디슨, 장영실 같은 위인들의 전기를 많이 읽었어요.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5분 단위로 끊어져 있어요. 또 네이버에서 만든 인터렉티브 동화가 있는데, 아이들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동화에요. 예컨대 인어공주라면 ‘왕자님을 보고 싶은데 뭍으로 올라갈까요? 말까요?’라고 물어보고 선택지에 따라 결말이 달라져요. 왕자 입장에서의 선택지도 있고요.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콘텐츠가 좋은 것 같아요.
저는 ‘놀면 뭐하니’ 같은 예능도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 유머를 발휘하는데 어디까지가 지켜야 할 선인지 잘 보여주잖아요.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하면 어떻게 대응할지 사회성을 기르기 좋은 예능 프로그램도 같이 보면 좋아요. 요리프로그램처럼, ‘우리도 같이 만들어볼까?“라면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도 좋다고 생각해요.”
미디어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동영상 시대에도 유효하다
Q. 가정에서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신경써야할 만큼 미디어 리터러시가 유행이에요. 그런데 미디어 리터러시란 과연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미디어 리터러시의 궁극적 목표는 미디어가 생산하는 메시지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분석이에요. 이 목표를 달성할 때는 여러 단계가 필요합니다. 예컨대 초등학생이 글쓰기를 처음 배운다면 뭐부터 배울까요? 일단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책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게 하고, 그 다음 단계가 행간을 읽어보는 훈련이죠. ‘글에는 없지만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뭘까?’ 더 높은 단계로 가면 ‘저자가 이 단어를 왜 골랐을까? 다른 단어를 쓸 순 없었을까?’를 같이 고민해보는 거죠. 결국 모든 미디어의 메시지에는 의도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그 메시지의 의미를 따져 읽어보는 것이에요.”
Q.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책을 잘 안 읽잖아요? 영상 세대이고. 그러다보니 그런방식의 미디어 리터러시가 올드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어요.
“제가 특강 시간에 한 방송국 PD님을 불러 방송연출 관련 수업을 했는데, PD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애들아, 책 많이 읽어라.’ 영상을 보고 핵심을 정리하는 능력, 즉 메시지를 파악하는 능력은 책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과 다르지 않다는 거에요. 미디어는 말을 하는 존재고, 미디어가 말을 하는 특정한 방식이 있고 말을 할 때는 이해관계가 작동합니다.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 디지털 기기 활용법도 잘 알아야겠지만 미디어 리터러시는 일종의 기초기능으로 여전히 중요한 거에요.”
Q. 경인교대에서 예비교사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를 어떻게 가르치나요?
“‘디지털매체와 의사소통’이라는 수업을 하는데,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공부해요. 유튜브를 보면 내가 좋아하는 영상을 계속 추천해 주잖아요? 과연 편리하기만 한 건지 생각해보고, 플랫폼마다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같이 읽어봅니다. 쿠키 기록을 지워보기도 하고요. 또 미디어 생산자가 되어보자는 취지로 대학에서 열리는 미술 전시 작품을 감상하고 홍보하는 영상을 만들어보고, 브이로그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활동도 해요. 4학년 선택과목으로 ‘미디어교육론’이란 수업이 있는데 실제로 수업할 때 필요한 교재를 소개해주고 수업을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알려주는 내용이에요.”
선생님들이 알아서 열심히 해라? 더 이상 안 돼
Q.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할 때 느끼는 애로사항이 있나요?
“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근거가 명확히 제시되어 있지 않아요. 예컨대 시각적 이미지를 활용해서 메시지를 만들어보는 수업은 미술, 실과 선생님이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어요. 근데 그런 수업은 볼 수 있는 눈이 있고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분만 할 수 있죠. 그 교육을 실시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교육부가 좀 더 확실하게 의지를 보였으면 좋겠어요. 제가 교사 대상 연수도 많이 하는데, 이제 선생님들 사이에서 ‘미디어 리터러시가 왜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이 많이 나오진 않아요. 다만 지금 2022년 교육과정이 준비되고 있는데, 교육부에서 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반영하기 위한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에요. 센터 만들어서 선생님들이 원격수업 도움을 받고 하는 것들 다 좋은데, 가장 중요한 건 교육과정이고 교육과정에 미디어교육을, 특히 총론에 반영할 방안을 교육부가 내놓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열심히 하는 선생님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 될 거에요.”
Q. 언론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아요.
“게임이든 콘텐츠든, 스마트폰이든 아이들이 토론하고 생각한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발언권을 주는 언론 보도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호주 ABC 방송에서 만든 프로그램 중에 인상 깊은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각 주의 대표 중학교 1학년들을 한 명씩 뽑아서 비디오카메라를 주고 중1의 성장기를 브이로그 방식으로 담게 한 것이죠. 전문 감독들도 지원하고, 아이들이 주인공인 프로그램을 공영방송에서 만든 거에요. 영국 BBC는 아예 세대별로 다뤘어요. 유튜브가 표준이 된 시대에 유튜브 언어를 따라잡으려는 노력을 기존 미디어들이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그냥 따라가지 말고 선도해야 하는 것이죠.
무엇보다 좋은 기사를 많이 써주셔야 합니다. 좋은 뉴스가 많을수록 리터러시 교육이 잘 이루어질 수 있거든요. 또 이 뉴스를 어떻게 취재했는지 취재과정을 알려주는 좋은 후기들을 많이 써주면 아주 큰 도움이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