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공산주의 선언, FALC
아론 바스타니의 책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를 읽었다. 이 책은 1차(신석기 농업혁명), 2차(산업혁명)에 이은 3차 대변혁의 시대가 되면서 결국 마르크스가 말한 공산주의가 가능해지는, 사회경제적 조건이 도래하고 있다는 도발적 문제제기를 던진다. 이 책의 부제가 '21세기 공산주의 선언'인 이유다.
아론 바스타니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5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기후변화, 자원 고갈, 인구 과잉, 고령화, 자동화에 따른 실업. 이 다섯 가지 위기는 자본주의가 스스로 버틸 능력을 약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3차 대변혁(정보와 기술혁명)과 맞물려 새로운 체제의 등장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바스타니는 노동, 에너지, 자원, 수명과 건강, 음식 등 다각도에서 이 변화를 살피고 분석한다.
"3차 대변혁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접어들었을 뿐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으며 어떤 결과를 낳을지도 불확실하다. 변화를 뒷받침하는 원동력은 이미 드러났지만 그에 걸맞은 정치는 무엇인지 확실치 않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사실은 3차 대변혁이 현대사회와 경제체제의 기본 전제를 뒤흔들 만큼 어마어마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변화와 정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오늘날과 전적으로 다른 세계는 눈앞에 닥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가 던져야 할 핵심 질문은 '새로운 세상은 과연 누구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가'이다."
"이 책에서 사용하는 공산주의라는 단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생계를 위한 직업이 사라지고 풍요가 희소성을 대신하고 노동과 여가가 하나로 합쳐지는 사회다. 3차 대변혁으로 생길 가능성을 고려하고, 정보와 노동, 에너지와 자원이 무한 공급되는 세상이 다가오는 상황을 감안할 때, FALC(Fully Automated Luxury Communism)는 단지 우리 시대에 적합한 개념일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추구할 수 없던 발상으로 봐야한다. FALC는 3차 대변혁의 경향을 뒷받침하기보다 그 자체로 3차 대변혁의 경향이 도달할 결론이다. 우리가 그것을 원한다면 말이다."
"자연의 풍요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가장 큰 결점이다. 자원이 풍요로운 조건이 직면하면 정보와 에너지, 노동에서 그랬듯 이 이윤을 위한 생산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시작한다. 이 모든 문제는 자본주의가 오늘날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과 근본적으로 다른 세상에서 등장했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어느 것이든 무한대로, 사실상 공짜로 공급되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자본주의의 내적 논리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희소성은 항상 존재하리라는 것이 자본주의의 핵심 가정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동시에 공공 의료를 계속 확대해야 한다. 모두가 이 사실을 직시하고 인정하며 의료 서비스가 점점 정보재에 가까워질 때, 우리는 공짜 백과사전이나 공짜 영화와 비교할 수 없는 진보를 누릴 것이다. 그러면 노인성 질환과 유전병이 사라진 세상도 꿈이 아니다. 그게 아니라면? 종전의 경제적 불평등에 새로운 생물학적 불평등이 더해진 미래가 우리를 기다릴 뿐이다. 부자가 후손의 유전자를 조작해 모든 면에서 우월한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모두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대전제가 무너져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마저 설 자리를 잃은 그런 미래 말이다."
"3차 대변혁의 기술이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대중의 요구에 봉사하도록 이끌기 위해서는 포퓰리즘 정치가 필요하다. 그 외 다른 길은 실패로 이어질 뿐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이 3차 대변혁의 기술과 결합하면 경영자와 기술 관료가 모든 권력을 틀어쥐는 극단적인 정치체제가 탄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포퓰리즘 정치를 통해 자본주의 리얼리즘과 단절해야 하는 이유를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하고 나아가 FALC로 전환이 사회에 어떤 이익을 가져올 지 알려야 한다."